• "지하철은 과연 안전한가?"
    [기고] 대구지하철 참사 10주기에 부쳐
        2013년 02월 14일 01: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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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방화로 일어난 화재이다.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로 인해 2개 편성 12량(6량×2편성)의 전동차가 모두 불탔으며 192명 사망, 151명이 부상자가 발생하고,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최대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뒤 열차는 불에 타 뼈대만 남았고, 중앙로역도 불에 타서 2003년 12월 30일까지 복구를 위해 영업을 중지했다.

    이 참사가 일어난 지 만 10년이 되었다. 철도와 지하철은 우리 사회의 기간 교통시설이지만 그 안전성 문제에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과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 공공성과 안정성 위주의 대중교통이 아닌 민영화나 구조조정과 같은 비용감소의 논리가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이러한 기간 교통시설의 상황과 안정성에 대해 박흥수씨가 글을 투고해서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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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진입한 열차 승객들은 좀처럼 출발하지 않는 열차 안에서 그대로 앉아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희뿌연 연기가 스며드는 상황에서도 승객들은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고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한 남자가 불붙은 시너 통을 객차 안으로 던져 넣어 맞은편에 정차한 열차에서 불꽃이 튀고 있는 줄은 꿈에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대구지하철은 자동운전 방식에 따른 인력효율화를 명분으로 열차의 맨 앞 운전실에만 기관사가 승무하는 1인승무체제여서 열차 뒷부분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화재가 나자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승객이 탑승하는 열차를 오직 한 사람이 상황을 판단하고 구호조치를 해야 하는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드러났다. 현장상황에 대한 파악과 관제실과의 무선교신, 승객들에 대한 적절한 안내를 도맡아야 하는 현실에서 피해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시의 무선교신 내용을 보면 관제실은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기관사는 점차 악화되는 상황속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마지막 순간에는 전동차를 화재 현장에서 이탈시키려고 움직여 보았으나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이미 화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간파한 승객중의 한명이 닫힌 문을 수동으로 열고 다른 승객들을 대피시켰기 때문이다. 열차의 안전 회로구성상 수동개폐장치에 의해 문이 열린 상태에서는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열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열차 뒤에서 벌어진 이런 상황을 모른 채 기관사는 몇 번의 움직임을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자 열차를 이동시키는 일을 포기한다.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이후 지하철 곳곳에 수동으로 문 여는 방법이 상세히 적힌 안내판이 생겨났지만 당시만 해도 수동으로 문을 여는 것은 열차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이때 수동으로 문을 연 승객은 마침 비번이었던 철도 직원이었다. 이렇게 비상 탈출한 승객들은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불이 붙은 열차보다는 맞은편으로 진입한 열차에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관제실이 상황을 조금만 더 일찍 파악하거나 선제적 안전조치로 맞은 편 열차의 진입을 막았어야 했고 서울 메트로나 코레일의 지하철처럼 열차 뒤에 차장이 탑승하는 2인 승무체제였으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끔찍한 사고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과연 지하철은 안전한 가?

    세계 여러 나라의 열차 사고시의 비상 대처 매뉴얼에는 사고나 중대 결함이 발생하면 열차를 바로 정차시키고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도록 되어 있다.

    기차나 항공기는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개념의 페일세이프(fail safe)개념을 적용하는데 항공기는 문제가 생길 경우에도 비상 착륙시까지의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시키는 게 원칙이고 기차는 이와 반대로 즉시 운행을 정지시키는 페일스탑(fail stop)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승객이 대피할 수 없는 공간이거나 대피를 한다 해도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터널이나 다리 위에서의 사고일 경우에는 안전한 곳까지 운전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1972년 호쿠리쿠 터널에서의 열차화재사고로 30명이 죽고 714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이후 터널이나 다리 위에서의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는 열차를 운전해 이동시킨 후 승객들을 대피시키도록 규정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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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부크로 역의 승강장에 설치된 화재시 대피요령을 적은 3개국어로 번역된 상세한 안내문,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 졌다.

    바꿔 말하면 터널이나 다리위에서의 화재는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인데 지하철이나 고가형 경전철과 모노레일 등의 교통수단은 상시적 위험구간 위에 운행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더 각별한 사고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철도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철도가 운행된 이래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철도안전에도 크게 기여해서 차량의 성능 개선에 따른 안전도 향상과 신호시스템의 발달로 이제는 무인운전차량도 운행되는 등 인간의 영역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철도선진국들의 안전원칙은 사람과 시스템의 조화이다. 열차에는 기관사가 졸거나 신체적 이상으로 열차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운전자 경계장치라는 시스템이 동작해 열차를 비상정차시킨다. 인간의 실수나 오류를 시스템이 제어하는 것이다.

    반대로 시스템의 오류는 인간에 의해서 교정된다. 이처럼 크로스체킹식 안전확보 시스템은 열차안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시스템이 완벽하다는 이유로 사람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철도운영기관들이 앞 다투어 도입했던 1인 승무제나 역사 무인화는 첨단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 되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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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 맨 뒤에서 승객의 안전을 살피는 차장.(1인승무제가 도입된 한국의 상당수 지하철에서는 볼 수 없다.)

    지난 2009년 경기도 연천에서 임진강 물이 갑자기 불어나 강가에서 야영을 하던 시민 6명이 실종됐고, 실종됐던 시민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통일부는 북한의 수공의혹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된 비로 북한의 황강댐이 만수위에 이르러 붕괴위험에 처해 물을 방류한 정황이 담겨있는 위성사진이 나와 수공의혹은 사그라졌다.

    사고가 난 원인은 수위 자동 경보장치가 동작하지 않은데 있고 고장 난 채 방치되어 있는 경보장치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으며, 앞으로도 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는데 있다.

    원래 임진강 수위는 지차체인 연천군이 관리했는데 관리의 책임이 공기업으로 이전됐다. 국가로부터 이양된 업무는 공기업이 책임을 지고 수행을 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방치가 되었던 것이다.

    공기업!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이명박 정권 출범시 부터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 아래 최대의 과제는 비용을 줄여 적자를 면하는 것이 되었다.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쓸데없는 비용을 줄인다는 것인데, 공기업선진화를 외치는 분들은 쓸데없는 비용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에서 극도의 빈곤함을 드러냈다.

    수자원공사에서는 첨단 기법 운운하며 자동 수위경보시스템을 거액을 들여 도입했다.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수자원공사 감사가 있을 때 감사 담당자가 디지털강국인 대한민국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 자동 수위 경보시스템을 갖추었는데도 사람을 두고 감시를 시켰다면, 그것도 수위를 감시하는데 정규직 직원을 적지 않은 연봉을 주며 고용했다면, 예산낭비를 했다며 심각한 질책을 당했을 것이다. 자동 감시 시스템이 있는데 사람을 두면 그 사람은 하는 일 없이 돈만 축낸다고 생각하는 게 소위 공기업 선진화를 외치는 분들의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을 우선시 하는 선진국의 여러 나라는 특히 위험한 분야에서는 인적 감시시스템을 중요하게 본다. 평상시는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중, 삼중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되지 못하면 엄청난 재앙이 온다는 것을 상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육체적 한계에 따른 실수에 대비한 자동화 기기장치와 기기장치의 오류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인간의 대응으로 막아내는 크로스 오버식 이중 안전시스템은 사회가 고도화, 정밀화 될수록 더욱 중요한 것이다.

    특히 안전전문가들은 시스템과 사람 중에 안전을 확보하는 최후의 수단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기업 선진화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비용을 줄이라는 지상명령이라면, 공기업의 영업수입이나 가치가 올라갈수록 시민들은 사지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난 임진강 참사가 웅변해주고 있다.

    철도운영기관들은 역을 무인화시켜 예산을 절약한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이용 시민들은 여러 가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기존의 2인승무로 운행되는 곳에서도 전동차 차장을 없애고 모든 운행책임을 기관사에게 지우려는 시도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만약 전동차에서 사고가 난다면 시민들이 알아서 생존해야 한다.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 사라지는 공간에서는 참혹한 서바이벌 게임만이 남는다.

    철도나 지하철의 적자를 줄이겠다며 제일 먼저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사람이다. 철도공사의 비효율을 질타하며 KTX민영화를 추진하는 국토부도 영업비용 대비 과도한 인건비를 줄이는게 핵심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렇게 사람이 사라지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필자는 왕십리역을 자주 이용한다. 왕십리역은 서울 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5호선과 서울 메트로가 담당하는 2호선, 철도공사가 책임을 맡은 경원선이 교차하고 최근 분당선이 연장 개통되어 이용객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가장 심도가 깊은 지하를 운행하는 5호선에서 지상의 승강장으로 환승하려면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 왕십리역에서 환승을 할 때 눈을 씻고 봐도 지하철이나 철도공사의 정규직원을 볼 수가 없다. 지하철 승강장은 열차편성에 따라 125-165미터의 승강장 길이를 가지고 있고 상당수 역은 훨씬 더 긴 200여 미터에 이르는 곳도 있다. 만약 이런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끔찍한 참사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한 방송국 기자의 지하철안전문제 취재 협조를 위해 이 왕십리역의 5호선 승강장을 안내한 적이 있다. 승강장 끝에 서서 “만약 이 자리에서 화재 대피를 해야 하고 연기가 자욱한 상황에서 정전이 되었다면 살아날 자신이 있겠는가”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조명이 확보된 곳과 암흑 속에서의 인간의 대처 능력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게다가 지하철 이용 시민들은 역의 모든 공간을 익숙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아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방독면이나 공기호흡장치도 승강장 한 두 곳에만 설치되어 있는데 당황한 수만은 인파가 어둠속 연기 속에서 이런 구조용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특히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신속하게 대피를 유도 할 수 있는 야광 띠 안내 표지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웬만한 역 승강장에 철도직원이 서서 시민들을 안내하고 위험을 예방하고 있다. 특히 인파가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는 더 많은 직원들이 배치된다. 열차의 맨 뒤에 승차한 차장들은 홈에 내려서 승객들의 승하차 과정을 지켜본다. 예컨대 왕십리역과 같은 규모의 역에서 지상승강장에서 5호선으로 환승을 한다면 일본의 경우 지상 승강장과 환승통로, 5호선 승강장에서 지하철 직원을 마주칠 수 있으며, 안전요원들은 2인 1조로 순회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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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인 1조로 이케부크로 역을 순회중인 도쿄지하철 안전요원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정말로 단 한 명의 철도나 지하철 직원도 만날 수 없다. 만일의 사태의 경우 정말로 두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상시 훈련된 직원이 능숙하게 안내하는 지하철 시스템과 관계자가 아무도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이며, 천국과 지옥의 차이이다.

    지난달 대구방송국(TBc)의 한 프로그램에서 대구에서 모노레일방식으로 건설 중인 도시철도 3호선을 다뤘는데 시 관계자는 무인운전에 따른 경비절감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대구 모노레일은 공중에 떠서 나니는데 다른 모노레일과 달리 비상시 승객의 대피 공간이 없다. 쾌적한 조망을 위해 상판위에 레일을 까는 대신 레일만으로 운행을 한다는 것이다. 건설본부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바로 감지해 자동으로 화재를 진압해주는 첨단 시스템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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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이케부크로역에서 승객을 안내하고 있는 역무원

    그런데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은 이 첨단 화재 진압장치가 만일 작동하지 않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문제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얼마 전 용인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청년이 실수로 불을 내서 주차되어 있던 차량 80여대가 타버리는 피해를 봤다. 이 아파트 주차장에는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있어 화재 감지시 자동으로 소화가 되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발화지점 밑으로 스프링 쿨러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전기배선이 지나갔고 이것이 타버리는 바람에 스프링클러는 먹통이 되어 피해를 키웠다.

    의정부 경전철이나 대구 모노레일이나 모두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자랑한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조심해야 할 지점은 이 첨단기술 맹신주의이다. 우리 사회가 첨단이란 말을 바람직한 것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물론 새로운 신기술이 도입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첨단 기술이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에 도입되는 것이라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얼리 어답터라고 전자제품등의 신제품이 나왔을 때 누구보다 앞서서 비싼 비용을 들여서라도 체험하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사람의 생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공공교통수단일 경우에는 다른 차원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첨단이란 말은 무엇인가? 말 그대로 가장 끝에 와있다는 것이다. 칼끝에 서있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다른 말로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도 된다.

    공공교통수단에 도입되는 기술은 충분한 안정성이 보장되고 입증된 것들이 필요하다. 첨단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신기술을 체험하는 얼리어답터가 아니라 신기술의 실험대상이 되는 마루타가 될 수 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타이타닉호에서 후쿠시마 원전까지 근대 이후 발생한 끔찍한 사고들의 이면에는 첨단기술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숨어있었다.

    지하철과 같은 공공교통시설에 위험인자는 무엇일까?

    하나는 사회가 필연적으로 발생시키는 소외로 인한 인간의 고립이다. 그동안 기술의 발달은 열차의 운영체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안전요소를 확보해 와서 웬만해서는 중대한 사고로 까지 발전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구지하철 참사의 원인에서 밝혀지듯이 사회로부터 고립된 사람들이 극단적 행위를 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초등생부터 숨막히는 입시전쟁에 내몰려야 하고 청년실업으로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기댈 곳이 없어졌다. 50대까지 회사에 다니면 도둑놈 소리를 듣는 사회다. 골목상권까지 장악해나가는 재벌들에 밀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다. 노인들은 사회보장의 언저리에서조차 밀려나 있다. 1대 99의 사회로 불리는 한국 사회 전체가 갈수록 불특정 다수에 대한 원한을 증폭시키는 용광로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철 승강장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나기도 했다. 승자가 되길 재촉하고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있는 한국사회의 구조와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공공교통수단에서의 위험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무조건적 비용절감이라는 잣대로 재단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하철 승무체계를 기관사 혼자 책임지는 1인 승무 시스템을 고집하는 것인데 이것은 여러 가지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대구지하철참사 같은 사고가 벌어질 경우에 제대로 대응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적으로 기관사에게 과도한 정신적, 육체적 부담을 주어 안전운행에 커다란 장애가 된다. 흐린 조명이 점점이 벽에 붙어있는 어둠속 터널을 전조등에만 의지 한 채 달린다. 지하터널을 받치는 기둥들이 무수히 옆으로 지나다가 갑자기 밝은 빛이 보이면서 승강장이 나타나는 근무환경은 인간의 정신을 충분히 혼미하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심도가 깊은 지하에서 오염된 공기와 열차운행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터널내의 분진과 고압 전선에 따른 전자파의 영향은 기관사의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여기에 혼자서 수 천 명에 이르는 승객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에 사고를 경험하기라도 하면 그 정신적 충격에서 쉽게 벗어 날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기관사들의 공황장애나 심신이상에 따라 자살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지하철 기관사들의 근무환경이나 승무체계를 지금처럼 유지시켜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다. 특히 공황장애의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다.

    지난해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도시철도공사의 기관사가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한 사건을 두고 많은 다른 기관사들은 자살한 기관사를 비난했다. 선로에 뛰어든 사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기관사들이 사고를 통해 얻는 정신적 트라우마가 얼마나 큰지 잘 아는 기관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의학전문가들은 공황장애의 증상이 심각하게 발현된 사람의 경우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고 오직 숨 막히는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피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극에 달해 극단적 행위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자살한 기관사는 자신을 압박하는 지하공간과 탈출이 불가능할 것 같은 한 평 남짓한 운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로위로 뛰어든 것이었다.

    노동자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확보되지 않는 공공교통수단은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다. 내가 탄 지하철을 모는 기관사가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과속으로 앞서 진행하고 있는 열차와의 간격을 좁히는 일이 발생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교통수단을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보거나 이윤을 극대화해야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정부당국이나 운영기업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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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지하철 이케부크로역 개찰구의 역무원(자동화 기기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눈에 잘 뛰는 공개된 곳에서 상시적인 근무가 이뤄지고 있다.)

    KTX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국토부도 결국은 이윤확보를 최고의 가치로 두고 이를 위해 다른 것들의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모든 지자체의 지하철 운영기간은 비용절감이 최대의 목표였고 이 지상목표아래 다른 가치들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이런 체제가 오래 동안 유지되다 보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체제인양 자리 잡았는데 그 만큼 우리 사회가 치러야할 대가는 커지고 있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 난지 10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가장 안전해야할 공공교통을 이용하다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영문도 모르고 숨져간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만 헤아려도 지금의 도시철도체제를 그대로 나둬서는 안 된다. 생명이 이윤에 종속되는 사회만큼 불행한 사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언제나 생명이 먼저다.

    * 본문의 사진과 아래의 사진들은 박흥수씨가 2008년 1인 승무 체제 연구와 관련하여 일본 지하철 시스템을 조사하면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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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화 기기가 있음에도 역무원이 안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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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시내를 순환하는 전철 역사를 순회중인 JR동일본 소속 안전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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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강장에서 승객의 안전을 살피는 도쿄 지하철 역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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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부크로역 승강장에서 승객이 승하차 모습을 지켜보는 도쿄지하철 역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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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강장에서 승객의 안전을 살피는 JR 동일본 소속 역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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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에노역에서 자동화기기 이용을 돕고있는 역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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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쿠 역 승강장에서 승객의 안전을 살피는 역무원

     

     

    필자소개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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