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산업은 '판도라의 상자'인가?
    [에정칼럼]환경, 민주주의 고려 전력산업구조 개편해야
        2013년 02월 13일 10: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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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시 한국전력공사 민영화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월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전력산업 위기의 원인과 향후 정책방향’ 보고서가 경쟁체제를 주장하면서 ‘땔감’을 제공하더니, 녹색성장위원회가 2월 4일 전력 소매 경쟁 등 민영화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불’을 지폈고, 대기업 화력발전을 대거 허용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되면서 ‘기름’을 부었다.

    박근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뤄지는 이러한 동시다발적 시도는 단순한 ‘우연’이라기보다는 준비된 ‘기획’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한 번 전력산업구조개편을 둘러싼 ‘4차’ 논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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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전력산업구조 개편 논의는 1990년 들어 정부독점 구조였던 전력산업에 신자유주의 논리가 영향을 미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1997~1998년 김대중 정부시절 IMF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전기사업법’ 개정과 ‘전력산업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국전기위원회와 한국전력거래소가 설립되고 한전의 발전부문이 6개의 자회사로 나뉘게 된다. 이 중 남동발전소가 우선매각대상으로 선정돼 민영화가 추진되었으나 시장여건의 악화와 노동조합의 반대 투쟁으로 인해 무산되면서 1차 논쟁은 임시 봉합된다.

    2차 논쟁은 한전에서 배전회사를 분리하는 개편단계에서 발생했고, 참여정부 시절 시민단체와 노조의 반대, 외국의 전력산업자유화에 따른 가격 불안정성 등이 드러나면서 중지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집권 초기 여론 악화에 따라 공공 산업에 대한 민영화 추진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9년 ‘전력산업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의 시효 만료 예정에 따라 3차 논쟁이 시작되었고, 한전 재통합을 요구하는 근거와 주장들이 노조와 국회를 통해 강하게 제기되면서 구조개편안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된다. 이에 따라 KDI는 경쟁과 효율을 높이는 방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력산업개편 방향을 제안하게 된다.

    전력산업구조 개편 문제는 이처럼 지난 20여 년 동안 논쟁을 거듭해왔고,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꺼내 들었으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다. 상자를 열 때마다 혼란만 계속될 뿐, 상자 안에 남아 있어야 하는 한 줄기 ‘희망’은 아직 발견되지 못한 것 같다.

    싸고 풍부한 전력공급을 위한 정부와 시장의 경쟁?

    지금까지의 전력산업구조 개편 논의는 어떤 구조와 소유방식이 전력산업의 효율과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가능하게 하는가에 집중돼 있다. 싸고 풍부한 전력의 공급이라는 정책목표를 실행하는 데 공공과 대기업 중 누가 우월한가를 따지는 이분법적 논의에 국한된 것이다. 이번 제6차 전력수급계획 발표와 이에 따른 논란도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먼저 전력산업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력산업은 왜 애초에 공기업이 되었을까? 전력은 전체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공재이고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국가든지 초반에는 정부가 ‘자연독점’으로 전력산업을 관리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즉 대기업이 성장하면서 공공재의 관리를 시장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부-시장의 이분법적 논의는 가렛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 담론에서 제기된 바, 공공자원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중앙집권적으로 관리하거나 개인소유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 같다.

    환경과 민주주의로 공유의 비극을 넘어

    하지만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이 <공유의 비극을 넘어>를 통해 밝혔듯이, 수많은 사례들에 대한 경험적인 연구에 따르면 “사용자들이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세계 도처의 공유자원 관리체계에서 나타나는 정교한 제도적 장치들”을 현실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이는 정부의 역할과 준시장적인 요소가 제도적으로 결합된 해결책들이다.

    또한 정부의 전제에는 두 가지 한계가 있다. 첫 번째는 공유자원이 한정돼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 또한 한정된 자원이고, 전력생산을 위한 환경파괴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싸고 풍부한 전력공급이 목표인 상황이다. 두 번째로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있다. 국민들이 전력이라는 공공재를 관리할 수 있는 진정한 ‘주체’임에도 이들을 그저 전력 ‘소비자’로 한정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되는 과정에서도 ‘환경’과 ‘민주주의’를 고려하지 않은 행태는 계속됐다. 온실가스 감축과 지역주민에 대한 고려 없이 대기업 석탄 화력발전의 비중을 지나치게 높였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본적인 절차조차 수행하지 않은 채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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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 입구를 막아선 경찰

    현행 전기사업법에 공청회나 설명회 규정이 없어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는 바, 국민과 해당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추가해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에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환경적 검토가 계획수립과정에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만큼 사전 환경성 검토 등을 첨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공공성을 위한 노동과 환경의 연대 필요

    전력산업 민영화에 대한 논의 역시 국민의 의견을 묻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신동아>가 1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력산업을 공공성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응답(63.9%)이 시장 논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26.5%)보다 많았고, 발전사 민영화 반대가 71.3%로 찬성보다 높았다. 물론 한 번의 여론조사가 모든 것을 대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논의를 어떤 방향으로 시작해야 하는지는 알 수 있다.

    이제 전력산업을 공공성 중심으로 환경과 민주주의를 고려하면서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누구’와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우선 민영화를 반대하는 노동조합과 석탄화력을 반대하는 환경단체가 만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대규모 발전설비와 송전설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이 ‘만남’이 판도라의 상자에 남아 있는 ‘희망’일 것이다.

    필자소개
    녹색연합 에너지기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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