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등 신용평가기관의 파렴치,
미국은 과연 이들을 징벌할 수 있나?
[기고] 미 법무부의 S&P 기소, 어떻게 볼 것인가?
    2013년 02월 12일 11: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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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미국에서는 금융시장의 개혁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 사건이 있었다. 미 연방 법무부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라는 미국계 신용 평가 회사를 기소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미 법무부 장관 에릭 홀더(Eric Holder)는 언론에 발표한 기소장에서 S&P가 2007년 전후 금융 위기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수천만 달러 이상의 수수료를 받아 챙기며 대략 총$5bn(50억달러)에 달하는 주택 담보부 부실채권들에 근거 없이 높은 신용 등급을 매겨주었다고 주장했다.

에릭 홀더

S&P를 기소하는 미국 에릭 홀더 법무부 장관

에릭 홀더는 다양한 금융 상품들의 신용을 평가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주장해온 S&P의 항변과는 달리, 이 기업의 고위직 인사들이 다른 기업들보다 높은 수임료를 받아 챙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실 채권들과 기타 파생 금융 상품들에 높은 신용 등급을 할당해 주었으며, 이 때문에 결국 선량한 투자자들이 심각한 손실을 떠않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미 법무부 S&P를 기소하다

특히 미 법무부는 S&P가 대략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주택 담보부 채권의 신용도를 평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분석 모델들을 시장 환경에 맞게 수정하거나 새로운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 결과를 업데이트하는 일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주택 가격이 떨어질 조짐들을 감지한 금융 분석가들이 신용 평가를 위한 기존의 분석 모델들을 수정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위직 임원들이 이 의견을 고의적으로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미 법무부 대변인은 이것이 주택 담보부 채권을 발행했던 금융 기관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그들로부터 보다 많은 수수료를 받고 결과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던 고위직 인사들의 불순한 동기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 법무부는 S&P의 고위직 임원들이 집값이 급속하게 떨어지면 결국 주택 담보부 채권도 부실화될 것이라는 점을 2007년 이전부터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익의 상충이냐 부패를 낳는 정실주의냐

사실 미 법무부의 이 같은 기소 내용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2008년 미 증권감독위원회(SEC)는 S&P를 포함한 3대 신용 평가 기관의 과실을 비난한 바 있었고, 금융 위기의 원인과 과정을 심문하고 추궁했던 미국 하원 특별 위원회(FCIC)도 자체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신용 평가 기관들이 얼마나 심각할 정도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었는지를 고발한 바 있다.

흥미롭게도 그들은 신용 평가 기관들과 그 의뢰인인 거대 금융 기관들 그리고 공중의 뒤틀어진 이해관계를 지칭하기 위해 ‘이익의 상충’(conflict of interests)이라는 표현을 썼다. 다시 말해 마땅히 공적인 이익을 위해 헌신했어야 하는 신용 평가 기관들이 거대 은행들과 결탁해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면서 공중의 이익을 철저하게 저버렸다는 말이다.

만약 당시 미 증권거래위원회나 하원 특별위원회 감사관들 가운데 일부라도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당시 국제통화기금과 미 재무부가 동아시아 금융 시장을 비난하기 위해 썼던 ‘부패’나 ‘정실주의’라는 말이 ‘이익의 상충’이라는 표현보다 과거와 현재의 미국 금융 시장을 묘사하기는 데 더 적절한 용어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바로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1기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 시장 안정화와 월 스트리트 개혁 법안 (Frank and Dodd Act)’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이 법안에 3대 신용 평가 기관의 기업 지배 구조를 개선하여 그 기관들의 공적 책임성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그들의 신용 평가 모델을 정기적으로 감사하고 평가하는 권한을 미 증권감독위원회 등의 연방 금융 감독 기관들에게 부여하는 조항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물론 이 개혁 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된 지 벌써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금융 산업계의 가공할 만한 로비와 압력에 밀려 이렇다 할 가시적인 시행령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거대 금융 기업들의 만행과 이번 기소의 의미

이와 더불어 이번에 미 연방 법무부가 나서서 기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기 이전에도 이미 많은 미국의 개별 주 정부 검찰이 개인 투자자나 각종 기관 투자자들을 대신해서 S&P를 고소 고발하는 일들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코네티컷 주와 아이오와 주, 컬럼비아 특별 주를 포함해 총 16개의 주 정부 검찰은 거대 신용 평가 기관들이 주 정부 재정 건전성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쳤다고 S&P와 무디스 등을 고소한 바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미국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 주 공무원 연금(CALFER)을 대신해서 S&P를 기소했고, 현재 이 사안은 법원에서 법률적인 심의와 변론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이 모든 전례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미 연방 기관들 가운데 법무부가 처음으로 나서서 신용 평가 기관에 대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2007년 금융 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후 무려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거대 은행과 금융 기관 및 신용 평가 기관들의 임직원들 가운데 그 누구도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이들 거대 금융 기관들은 미 연준과 재무부가 지급한 막대한 구제 금융과 유동성을 가지고 너도나도 보너스 잔치를 벌여왔고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가령, AIG 임직원들이 연말 초호화 특급 호텔에서 마약 파티를 벌였던 일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심지어 주택 담보부 채권의 부실화로 시작된 금융 위기가 급기야 실물 경제 위기로 파급되어 수백만 명의 선량한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되고 또 그 때문에 그들이 주택 융자 납부금을 연체하기 시작하자 이 금융 기관들이 했던 첫 번째 일은, 제대로 된 서류 심사도 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집밖으로 내몬 것이었다. 주택 구입 융자금 연체 상황을 엄정하게 심사하지 않고 고무도장을 만들어 주택 가압류를 실시했던 것이다 (소위 ‘고무 도장 robo-signing’ 사건).

물론 이 문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불거지자 미 연준과 개별 주 정부 검찰은 제이피 모건 체이스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 그리고 웰스 파고 등의 거대 은행들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불과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이 은행들은 자기들이 잘못을 했다는 사실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얼마 안 되는 벌금을 물고 사건을 종결시켰다.

이 모든 상식 밖의 행태들은 거대 은행과 금융 기관들이 미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까지 전횡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들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지난 5년간 금융 시장 안정화와 경제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 법무부의 S&P에 대한 이번 기소 조치는 그동안 유예되어온 금융 시장 개혁 작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기소 조치의 한계

물론 미 법무부의 이번 기소는 S&P 이외의 다른 신용 평가 기관들을 특정하지 않았다. 또한 이번의 기소가 신용 평가 기관들 이외의 다른 금융 기관들에게도 이와 유사한 책임을 묻는 일로 발전할 수 있는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S&P

S&P 회사 건물 모습

그러나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수수료 수익을 높이기 위해 처음부터 부실화의 위험성이 높았던 주택 담보부 채권과 각종 파생 금융 상품들에 서로 경쟁적으로 높은 신용 등급을 부여했던 것은 S&P만이 아니다. 소위 수익률을 기준으로 할 때 S&P (2012년 한해 총수익 19억달러)와 함께 3대 신용 평가 회사들로 분류되고 있는 무디스(Moody’s)(19억달러)와 피치(Fitch)(8억달러)도 더 심하면 심했지 결코 이 같은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만약 이들 3대 신용 기관들이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당연히 이들 신용 평가 기관들에게 부실 금융 채권에 대한 신용 평가를 의뢰했던 거대 은행들과 비은행 금융 기관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왜냐하면 바로 이들이야말로 처음부터 부실화될 위험이 높았던 파생 금융 상품들을 만들어 내고, 더 나아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 등급을 매겨주는 평가 기관을 찾아다니며 신용 평가 수수료를 은밀하게 협상했던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소위 ‘rating shopping'; 자신들이 만들어낸 파생 금융 상품들에 어떤 신용 등급을 매겨줄 수 있는지를 여러 신용 평가 기관들에게 미리 물어보고 가장 높은 신용 등급을 매겨주는 기관에 신용 평가 의뢰를 맡기던 관행을 지칭한다).

무소불위의 시장 권력 기관이 만들어내는 반복되는 비극

미국의 거대 금융 기관들과 신용 평가 기관들의 견제 받지 않는 시장 권력, 따라서 이익은 철저하게 사유화하되 비용은 철저하게 사회화하는 그들의 만행은 당연히 미국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 불과 6개월 만에 우량의 신용 등급 단계에서 최저의 신용 등급인 파산 상태로 국가 신용 등급을 강등 당했다. 그 이전까지 해외에서 유입되던 초단기 금융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대외 채무 부담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 주체들의 신용도를 자산과 부채의 현황을 가지고 평가하고, 이들의 재무제표가 다시 금융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자본 자산에 대한 변동성 높은 가치 평가를 통해 시시각각 변화할 수밖에 없는 당시와 현재의 금융 시장 구조에서, 신용 평가가 갖는 이 같은 경기 증폭성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단기 자본의 유입에 따른 자산 가격의 앙등과 경제의 펀더먼털을 구별하지 못하고, 경제 주체들의 자산-채무 구조의 중요성과 취약성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으면서도, 동아시아의 경제 주체들과 금융 상품들의 신용도를 엄정하게 평가했다고 자임하던 미국계 신용 평가 회사들은, 당시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핫머니’의 자산 관리사들과 함께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불러일으킨 중요한 행위자들 가운데 하나였음에 틀림없다.

그리스와 남유럽 국가들에서 재정 위기가 불거져 나올 때에도 S&P 등은 이와 비슷한 구실을 했다. 미국 발 금융 위기가 2009년 말부터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로 변모하던 그 순간까지, S&P 등은 국제통화기금과 함께 그리스 경제의 높은 투자율과 성장률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게오르게 파판드리우가 이끌던 범사회주의 운동당 관계자들이 그리스의 이전 보수당 정부가 정부 회계를 조작하여 그리스 정부의 실제 재정 적자 규모를 은폐해왔다고 폭로하는 일이 발생하자 S&P 등은 서로 경쟁적으로 그리스 정부에 대한 신용 등급을 내리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이 과정에서 미국계 투자 은행 골드만 삭스가 보수당 정부 관료들로부터 막대한 수수료를 받아 처먹으며 이 회계 조작을 직접적으로 도왔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그런데 S&P는 이렇게 조작된 회계를 바탕으로 발행된 그리스 정부 채권들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높은 투자 등급을 매긴 당사자였다.

그러나 자신이 저지른 이 모든 일들에 대해 S&P는 단 한 차례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들이 한 일은 주요 국면마다 그리스 정부 발행 채권의 신용도를 대대적으로 낮추면서, 국제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금융 투자자들의 무리 행동(herd behaviors)을 부추기는 것뿐이었다.

이번에는 과연 제대로 할까?

그동안 S&P 등은 자신들이 금융 상품 발행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매겨준 신용 등급이 복잡다단한 금융 자산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하나의 ‘의견’에 불과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 헌법 조항을 들먹이며 거의 모든 법적인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해왔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발행되는 채권의 98% 이상에 신용 등급을 매기고, 보다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채권 발행자들에게 비례적으로 높은 신용 등급을 매겨온 이 집단들의 ‘의견’은 더 이상 단순한 의견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의 의견은 그나마도 비대칭적이고 불완전한 시장 정보를 배타적으로 독점하면서 금융 시장 참가자들의 무리 행동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견제 받지 않는 준 독점적 지식 권력이다.

그들이 정말로 자신들의 신용 등급을 하나의 의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 금융 시장 참가자들이 그들의 신용 등급을 무시해도 좋은 수많은 의견들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게끔 이 신용 평가 기관들을 산산이 해체하여 그들의 독점적인 지위를 박탈하거나, 아니면 자신들이 공표한 의견에 대해서 이 기관들이 무한대의 책임을 지게끔 철저하게 규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과연 미국 법무부의 이번 기소가 S&P를 포함한 미국계 신용 평가 기관들과 미국식 금융 시스템의 부조리들을 만천하에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대안적인 금융 시장 제도를 설계해 나가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까?

필자소개
신희영
뉴욕 뉴스쿨 대학원(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현재 오하이오 주립대학 (Wright State University)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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