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도의 사상가
    [책소개] 『속도의 사상가 폴 비릴리오』(이안 제임스/ 앨피)
        2013년 02월 11일 09: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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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테크놀로지, 속도, 질주학, 속도공간, 빛시간, 가상화, 시각기계, 가상 현존, 사막화, 원격현전, 순수전쟁, 제4전선, 정치 공간, 정치 시간, 시간정치, 예술 사고…….

    폴 비릴리오는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이래 우리 시대의 정치와 사회, 예술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독특한 위치의 사상가이다. 비릴리오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사상가인 것은, 아마도 그의 저작이 테크놀로지 문제에 대한 철학의 지속적 관여에 근거하기 때문일 것이다.

    21세기를 사유하는 현대 사상가

    폴 비릴리오Paul Virilio(1932~ )는 근본적으로 지각과 체화embodiment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나, 사회와 정치 발전 문제에도 깊은 조예를 드러낸다.

    속도의 사상가

    그는 지속해서 다양한 주제에 관여하여 전쟁 및 군사전략의 문제, 영화의 역사, 현대 매체 및 통신의 속성, 우리 시대 문화 및 예술 생산의 형편 등을 다룬다. 그의 사유 폭은 놀라우리만치 넓어서 다방면의 학문에 없어서는 안 될 준거점을 제공한다.

    정치와 국제관계이론 및 전쟁학, 매체 및 사회이론, 미학, 도시계획 및 환경 사유를 망라하는 비릴리오의 광범위한 관심사 안에서 테크놀로지 문제가 중심이 되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테크놀로지는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비릴리오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사상가인 것은, 그의 저작이 테크놀로지 문제에 대한 철학적 사유에 지속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릴리오의 저작은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왜 지금까지 인간 경험의 형성 및 역사 발전에 근본이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인지를 보여 준다.

    우리는 테크놀로지를 주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 다시 말해, 특정 목적에 사용하는 도구로 본다. 이때 이 도구 자체를 중립적 혹은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곧잘 가정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분명 우리의 일상과 운동, 통신 형태가 우리가 사용하는 테크놀로지로 구조화되고 결정된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비릴리오는 “인간과 테크놀로지가 순환 관계에 놓여 서로를 결정짓고 서로에게 작용”하는 방식을 고찰한다.

    속도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었나

    처음부터 비릴리오는 인간과 테크놀로지 사이에 존재하는 이 순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특히 운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전송 테크놀로지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비릴리오는 속도의 사상가이자, 전송속도 증대가 개별 지각을, 사회생활과 정치 생활 및 문화생활을 결정지은 방식을 사유한 사상가로 널리 알려졌다.

    비릴리오는 속도나 상대운동을 우리 경험이 펼쳐지는 고유 영역 혹은 매체로 바라본다. 현대 운송 및 통신 테크놀로지로 인해 우리는 빠르게 이동 및 통신할 수 있지만, 그 대신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일이 늘었다. 이렇듯 그는 시간 및 공간 조직과 상대운동, 즉 감속과 가속이 개별 및 집단의 시공간 파악력을 결정짓는 방식에 관심을 기울인다.

    벤야민과 후설의 영향

    비릴리오의 전망과 접근법은 20세기 초 큰 영향력을 발휘한 사상가들과 연속성을 갖는다. 비릴리오는 테크놀로지 형태에 따른 감각 지각의 ‘조직’이나 ‘훈련’을 이해하려 한다는 점에서 발터 벤야민의 뒤를 따르고, 지각에 대한 이해에서는 에드문트 후설이 세운 현상학의 사유 방법에 기댄다.

    그 결과, 비릴리오는 현상학적 사유의 전통을 계승하기도 하고 넘어서기도 하면서 테크놀로지의 현대성과 우리 시대의 사회, 정치 및 문화 형식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요 불가결한 개념적, 이론적 자료를 계속 제공하는 영향력 있는 프랑스 사상가로 꼽힌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색다른 경험

    이 책은 비릴리오 저술에 깃든 철학적 관점은 물론이고, 그가 이론적 분석에 일으킨 주요 개념의 혁신을 소개한다. 현대 매체문화 내에서 경험의 가상화와 관련한 그의 주요 주장을 소개하고, 전쟁과 정치 및 예술에 대한 그의 사유를 다룬다.

    그의 주장은 시종일관 지각과 시공간 경험 조직에 뿌리를 두고 진행된다. 이 책은 비릴리오가 테크놀로지의 현대성에 대해 무엇을 사유하는지뿐만 아니라, 어떻게 사유하는지도 보여 준다.

    비릴리오는 매우 특이하여 곧잘 독자를 당황시킨다. 비릴리오를 읽는다는 것은, 놀랍고 도전받고 도발당하는 경험이다. 그러나 그 도발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비릴리오는 분명 세상을 색다르게 바라보는 길로 인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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