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 새로나기 특위 1차 토론회
    최순영, "민주노동당 빚 50억, 20억이 C&P에 나갈 홍보비"
        2012년 05월 31일 08: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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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4층 회의실에서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위 주최로 ‘민주주의와 소통, 통합진보당의 혁신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1차 쟁점 토론회를 개최했다.

    3차례에 걸친 연속 쟁점 토론회 중 첫번째 토론회인 이날은 당내 패권주의, 진성당원제, 폐쇄적 조직문화와 권위적 소통문화 등에 대해 성찰과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열렸다. 진행은 천호선, 패널로 박원석 특위 위원장과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정연욱 전 민주노동당 지방자치위원회 부위원장,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오유석 여성정치세력연대 공동대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참여했다.

    박원석 “정파등록제나 정파명부제 도입해야”

    주 발제를 맡은 박원석 특위 위원장은 정파문제에 관해서, 관악을 부정경선 문제때부터 ‘경기동부연합’의 존재가 회자되었는데 정작 이정희 전 대표를 비롯한 구 당권파들은 ‘경기동부라는 조직의 실체를 알지 못한다.’ 등 오리발 내밀기식 대응을 한 것을 지적하며 “정파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더 이상 실체가 있는 것을 없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 그래야만 공당에서 정파는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의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파의 실체도 모호하고 공식적인 책임도 지지 않는 써클적 구조의 다수파가 당의 발전이나 정치발전보다 정파 권력과 이익추구를 더 우선에 놓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권력을 전유”했다고 지적하며 “다수파의 패권주의는 스스로 정당성 없는 리더십을 만들어냈다”며 “기존의 관행과 습성, 적대 논리 뒤에서 유지, 관철될 수 있지만 환경이 바뀌고 더 공개된 정치적 검증의 장에서는 유지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새로나기 특위의 1차 토론회(사진=장여진)

    이에 박 위원장은 실체 없는 정파를 공개화하기 위해 정파등록제 또는 정파명부제를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정파등록제 등을 통해 당내 대의체계를 혁신하고 정파활동을 공개적인 장으로 이끌어낸다면 정파의 실체와 책임을 일치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진성당원제와 관련해서는 박 위원장은 “진보정당의 운영 원리이자 원칙으로 여전히 유의미하지만 언젠가부터 당의 권력, 혹은 당의 공직후보 선출 방안으로 절대화된 순간부터 당내 민주주의는 단순히 정파의 수적 우위 여부로 대체”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성당원제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당의 문턱을 더 낮추고 당원을 확대하여 정파의 동원과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으며 공직후보에 한해 선출권을 당원만이 아닌 국민에게도 부분적으로 개방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선거제도와 관리에 있어서는 박위원장은 “비례대표 심사위원회와 당 지도부의 심사, 결정을 통해 100% 전략공천하고, 이 전략공천된 후보들은 당원들의 찬반투표를 통해 거부권 또는 인준권을 줌으로써 진성당원제의 기본 취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진보정당의 조직문화에 관해서는 “진보가 듣는 것 보다는 말하는 것이 앞서고, 객관적이기보다 주관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듣는 정당, 제발로 찾아가서 낮은 곳에서부터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고 주장하며 2-30대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정당으로 거듭날 것과 정기적으로 당원과 국민들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여론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자고 제안했다.

    최순영 폭로 “민주노동당 빚 50억, 20억이 C&P에 나갈 홍보비”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2004년도에 그렇게 많은 의석을 받으리라 생각 못 했다. 10명의 당선자가 국회로 들어가 기자회견을 할 때 단병호 위원장이 눈물을 글썽이며 ‘그 동안 정말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국회의원 한명이라도 있길 바랬는데 오늘 10명이 들어간 것은 정말 감격이다.라고 말했다.”며 지난 민주노동당 시절 겪은 정파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최 전의원은 “당시 10명이나 국회에 들어갔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근본적인 문제가 됐다. 먹을 것 없을 때는 콩 하나라도 다들 나눠먹었는데 그나마 먹을 것이 생기니까 서로 먹겠다고 난리쳤다”며 “당시 민주노동당 1기 지도부 때부터 최고위원은 정파들이 다 나눠먹었다.”고 밝혔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시기에 비대위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최 전 의원은 “그때 제가 비대위하면서 정말 작심했다. 어떻게 하면 당을 살릴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런데 당을 살펴보니 빚이 50억이었다. 20억이 홍보비였다. 씨앤피가 했었다. 지금의 구 당권파다.”라고 폭로했다. 이어서 그는 “(당시 홍보와 관련한 사람)모두 대기발령시켰다. 내 손에 피를 묻히기로 각오했다. 당을 살려야 된다는 생각에 그랬다. 그때 정리가 되었다면 오늘날 이런 일까지 안 왔을텐데 무산됐다. 대기발령한 사람 모두 원상복귀됐다. 그렇게 3기, 4기 지도부까지 갔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 전 의원은 “진보정당은 권력을 내려놓고 비우는 마음을 갖고, 개인 권력이 아닌 국회의원을 통해 진보정당의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욱, “당내 소통 방식의 변화에서 활로 찾아야”

    정연욱 전 민주노동당 지방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용산사태(NL계열이 용산구위원회를 장악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이적해서 당권을 장악한 일) 당사자이기도 하다.”며 “제 스스로도 통렬하게 자기반성하고 성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패권주의 문제에 대해 “당내에서 패권 문제는 권력의 문제이다. 권력을 특정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가진 세력이 장기간 장악하려고 할 때 패권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한 2007년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에 관련해서 “특정 정파가 내부적으로 특정 대선후보를 선택하고 이를 관철시키려고 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밝히며 “당에 다양한 가치,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당직자들이 많다. 그런데 공식 회의에서 소통되고 논의되지 않고 특정 입장만을 대변하려고 하고, 새로운 의견들이 나오고 논의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하며 당 내의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오유석 “혁신비대위 더 강력한 리더십 발휘해야”

    오유석 여성정치세력연대 공동대표는 “가장 생각해야 할 문제는 당의 리더십이다. 당의 리더십이 정치적 무능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통합진보당에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권위있는 유일한 실체는 강기갑 혁신비대위원회라고 생각한다”며 “권위라는 것은 권력과 달리 우리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동의해주는 힘”이라며 이러한 지지 기반을 가진 권위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오 대표는 “혁신비대위가 당의 권위체로서 단호한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부탁한다. 그런데 현재는 당론을 위반하는 당원 징계 조치가 확고하지 않다”며 “해당 행위나 혁신비대위를 비롯한 당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한 리더쉽 발휘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조희연, “급진적 방식으로 매력적인 진보정당 되어야”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진보정당은 특정한 정치 지형 내에서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경쟁하는 기구이고 사회운동은 사회적 지형을 바꾸는 것”이라며 “한국의 진보정당은 이러한 이중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 두 가지의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아직 한국 사회에서 실현하지 못한 ‘계급정당’과 대중정당으로서의 ‘포괄정당’을 설명하며 “이 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사회운동 정당이 진보정당이며 계급정당을 지향하면서도 대중노선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 교수는 “진보정당이 온건해지고 말랑말랑해지는 것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체계가 완성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재벌개혁론이 가지는 의미도 있지만 그것이 가지는 제한성을 넘어서자고 하는 주장도 있다. 이런 이중적 긴장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의회 민주주의 정당으로서의 완성도에 집작하게 되면, 선거주의 정당, 절차주의 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그간 대중정당의 길을 모색하면서 나타나는 일정한 우경화를 비판하였다.

    특히 조 교수는 “애국가 부르는 문제도 양심의 자유라는 인권적 차원에서 진보정당이 꼭 수용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통합진보당이 혁신과 쇄신의 과정에서 “너무 극단적인 우경화가 되지 않는 방향에서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패권주의의 행태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했다. “2008년 이후 당권파의 패권에 대한 비판이 상식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진상보고서 결과는 특별히 당권파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지만 당권파는 그것을 자신들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역설적으로 당권파에 대한 비판이 상식화되었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정파 문제에는 “87년 이후 민주화체제 하에서 특정한 형태로 정파가 고착된 듯하다. 포스트 민주화 이후 정파의 재구성 과제가 있었다”며 “내용으로 NL은 급진민족주의 PD는 노동계급의 급진주의 정파로 정립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념 공유 집단으로서의 ‘정파’, 당내 패권적 다수파로의 ‘정파’, 다수파적 지위를 활용하는 ‘이익독점’이라는 개념들을 설명하면서, 특히 당내 패권적 다수파로의 정파 문제는 소수파가 다수파가 될 수 있는 여지와 공간을 주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수파적 지위를 활용하는 이익독점 집단에 대해서는 최순영 전 의원의 ‘C&P 20억’발언을 언급하며 “투명성의 문제이다. 내부의 투명성을 통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젊은 유권자에게 새로움과 급진적 자유를 지향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지 않겠느냐”며 새로운 정치성향을 가진 세력이 진보정당이 아닌 안철수 등과 같은 인물 지지로 가는 문제에 대해 “훨씬 더 급진적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상훈, 정파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리더의 문제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진보정치는 진보적이기만 하면 곤란하다.”며 “진보 안에 더 많은 세계를 거꾸로 집어 넣어서는 안된다. 진보는 정치적이어야 한다. 정치적이지 않으려는 것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 대표는 “진보의 민주주의를 특별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다른 보수 민주주의랑 다르다, 대의민주제가 아니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진보정치 파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민주주의는 절차적 민주주의 기초에서 성과가 있는 것이지 절차적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도한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을 꼬집었다.

    정파 문제에 대해서는 “정파는 정치의 오래된 조직이자 정치적 본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파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정파가 가지는 긍정성을 제대로 잘 수렴할 것이냐는 문제일뿐 정파등록제나 정파명부제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파 문제 해결 방안으로는 “강한 리더십 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의 기초는 강한 대중과 당원”이라며 “당의 리더가 정파와 거래하지 않으면 된다.”고 제시했다. 또한, “제도가 정파를 바꿀 수 있는게 아니다. 앞으로 제도로 만든다면 그건 당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당을 제대로 만들고 더 많은 다원적 대표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라며 “정파 문제는 특별한 문제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어느 곳에나 있다. 정상적이고 보편적 방식으로 접근해야”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오후 약 2시간 30분 가량 쉼없이 진행됐다. 전반적인 패널들의 의견에 큰 차이는 없었지만 세부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는 조금씩 시각이 달랐다. 특히 ‘경기동부연합’등으로 대표되는 정파 갈등에 관해서 박원석 위원장은 정파등록제 등의 제도화를 제시했고 박상훈 대표는 의견을 달리했다. 조희연 교수도 단기적으로 정파 제도화는 동의하지만 장기적으로 정파 지형이 바뀔 수 있어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토론회 결과는 앞으로 있을 2, 3차 토론회 내용과 종합하여 새로나기 특위의 단일한 입장으로 정리해서 통합진보당의 새로운 노선과 비전을 제시한다. 다음 토론회 주제는 ‘통합진보당의 새로운 가치와 비전의 재구성’으로 6월 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신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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