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지하철 참사 10주년,
    우리의 철도 지하철은 안전한가?
    [기고]사고 건수가 아닌 근본적인 예방대책 마련이 중요
        2013년 02월 04일 02: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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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방화로 일어난 화재이다.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로 인해 2개 편성 12량(6량×2편성)의 전동차가 모두 불탔으며 192명 사망, 151명이 부상자가 발생하고,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최대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뒤 열차는 불에 타 뼈대만 남았고, 중앙로역도 불에 타서 2003년 12월 30일까지 복구를 위해 영업을 중지했다.

    이 참사가 일어난 지 만 10년이 되었다. 철도와 지하철은 우리 사회의 기간 교통시설이지만 그 안전성 문제에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과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 공공성과 안정성 위주의 대중교통이 아닌 민영화나 구조조정과 같은 비용감소의 논리가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이러한 기간 교통시설의 상황과 안정성에 대해 이영수 연구위원이 글을 투고해서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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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한지도 10년이 되어간다. 대구지역 시민사회 및 노동단체들은 대구지하철 참사 10주기를 맞아 추모위원회를 결성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도시철도의 안전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는 사업을 벌인다고 한다.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지하철 안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각심이 실제 현장에서 철도지하철의 안전을 담보하는 활동으로 연결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는 철도지하철 안전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8월 27일, 40여명이 병원에 입원한 부산 지하철 1호선 대티역 전동차 화재 사고가 대표적이다.

    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집전장치(팬터그래프)에서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지하철역이 정전까지 되면서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대피 안내 방송은 물론 대피요원의 지원도 없어서 자칫 대구지하철 참사가 반복될 수도 있었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철도지하철운행 환경은 또 다른 대구지하철 참사를 잉태할 가능성이 높다.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의 모습(자료사진)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의 모습(자료사진)

    물론 전체 철도지하철사고 건수로 보면 2010년에 317건을 기록하여 10년 전 640건에 비해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는 있다. 사망자 수도 감소하고 있으며 사망자는 주로 자살이나 건널목 사고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운행 장애도 5년 간(2005~2010) 36%나 감소했다. 수치적으로 보면 철도지하철안전은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왜 철도지하철 안전에 대한 우리들의 우려는 여전히 높으며 대티역 화재와 같은 대형사고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철도지하철 사고 건수의 감소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인식과 그에 맞는 해소 방안이 강구되지 않으면 철도지하철사고 건수의 감소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금부터 이 문제를 살펴볼텐데 먼저 이론적인 이야기가 조금 필요하다.

    널리 알려진 사고관련 이론 중에서 James Reason이 제시한 스위스 치즈 모델(Swiss Cheese Model)이라는 것이 있다. 스위스 치즈 모델을 통해서 다양한 부문에서 벌어지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스위스 치즈 모델은 간략하게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어떤 조직의 프로세스에는 스위스 치즈의 구멍(holes)과 같은 결함이 존재하고 이 결함은 상황에 따라서 확장되거나 축소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결함에 대한 방어막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재적 위험이 스위스 치즈의 그 구멍을 일직선으로 통과하게 될 때가 있다. 바로 이럴 경우, 잠재적인 위험이 실제로 사고라는 형태로 현실화 된다고 이 모델은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대구지하철 참사는 어떤 정신이상자에 의해서 우연히 야기된 사고가 아니라 화재사고라는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 대구지하철 조직이 제대로 방화벽을 마련하지 못함으로써 스위스 치즈의 구멍이 일직선으로 뚫리면서 현실화된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개념으로 앞에서 언급한 부산 지하철 1호선 대티역 화재사고도 살펴보자. 부산 지하철 대티역 화재사고가 발생한 직접적인 원인은 노후화된 차량 때문이었다.

    부산지하철 노조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일어난 6건의 차량 사고 중에서 3건이 내구연한 만기(25년)가 도래한 차량에서 발생되었다고 한다. 차량 노후화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차량을 교체하든지 아니면 유지보수를 더욱 강화했어야 했다.

    하지만 부산교통공사는 오히려 검수주기 연장과 검수 인력 감축 등을 단행했다. 결국 노후화된 차량이라는 잠재적 위험이 부산교통공사의 부적절한 조치에 의해서 상쇄되지 못하고 대티역 화재사고로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만약에 화재사고가 대피가 어려운 역과 역 사이 중간지점에서 발생했다면 인명피해는 더욱 늘어났을 것이다. 천운으로 사망자가 날 정도의 화재사고로는 번지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건이 부산지역 뿐만 아니라 서울 지하철 1~4호선에도 해당된다는 점이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은 개통한 지 20~30년이 경과하여 기존 시설 및 설비가 매우 노후화되었다. 하지만 시설 교체는커녕 그동안 계속된 구조조정으로 유지보수 기능마저도 약화된 상태이다. 서울 지하철도 부산 지하철과 같이 잠재적 위험도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위험을 상쇄하는 방화벽 또한 부실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티역 화재사고와 같은 안전문제가 발생한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도시철도(지하철) 뿐만 아니라 최근에 사고가 잦은 철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 정부는 철도 선진화 계획을 통해서 5115명의 인력을 무리하게 감축했다.

    철도안전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도 이러한 무리한 인력효율화가 철도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속철 차량의 경우는 이미 동력접촉기, 전력변환장치, 제동장치, 모터/감속기, 공기스프링 등 주요 부품에서 노후화에 의한 고장이 증가하고 있다.

    시설물의 노후화도 심각한데 철도구조물(교량, 터널) 중 50년 이상 노후 구조물이 전체의 33%, 내구연한(15년)을 경과한 주요 신호설비도 약 46%에 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철도공사는 KTX에 대한 검수기준을 기존 3,500㎞에서 5000㎞로 늘려 점검 횟수를 줄였다. 신호 설비는 2주 점검에서 월 점검으로 점검 주기를 늘려버렸다. 무선 설비나 역무자동설비도 매월 1회에서 3개월 주기로 점검 주기를 늘렸다. 철도도 지하철과 같이 잠재적 위험이 안전사고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철도의 경우는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 간에 상하분리가 되면서 가좌역 노반 붕괴사고(’07.6월)와 경원선 월계~녹천 간 비탈면 붕괴(’11.6월) 사고 등도 일어났다. 구조적으로도 철도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공황장애로 기관사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끊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사고에 대한 두려움과 직무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인데 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되고 있다. 기관사들이 건강하고 유쾌하게 일을 할 수 있어야지만 승객들의 안전도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의 문제로 바라보고 대처해야 한다.

    정리하면 철도지하철 안전사고 건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차량과 시설물의 노후화와 기관사들의 공황장애와 같은 잠재적 위험이 더욱더 증가하고 있다. 철도의 경우는 상하분리라는 구조적인 문제까지 겹쳐있다.

    그럼에도 철도지하철 운영기관들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조정에만 집중하면서 이러한 잠재적 위험에 대한 방화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 또한 철도지하철 운영기관들의 상업적 운영을 부추기고 있고 충분한 시설투자도 지원하지 않아서 근본적인 예방대책을 방기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이 점점 더 누적되면 대티역 화재와 같은 대형사고는 일상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안전사고는 한 번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야기되기 때문에 예방만이 최선의 대책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단순히 철도지하철 사고건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철도지하철 안전이 보장되고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앞에서 언급한 잠재적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하며 사고가 현실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다양한 방화벽 또한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운이 없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필연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철도지하철안전 문제를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공공운수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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