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북핵 실험 가능성 고조, 해법은?
    2013년 01월 28일 04: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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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3일 새벽(현지 시각 22일),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를 규탄하면서 기존 결의 1718/1874호를 확대·강화한 결의 208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 결의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를 주관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등 단체 6곳과 백창호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위성통제센터소장 등 4명을 제재목록에 추가(제5항)했다.

그러나 그 외는 △북한 금융기관 관련 모든 활동에 대한 감시 강화, △공해상 의심선박에 대한 검색 강화 기준 마련, △제재 회피를 위한 대량 현금(bulk cash) 이용 수법 환기, △결의 1718/1874호 지정품목이 아니더라도 회원국 판단에 따른 수출통제 강화, △대북제재위원회 임무 강화 등을 촉구, 장려, 강조하고 있으나, 권고적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북한의 추가 발사 또는 핵실험이 있을 경우 중대한 조치를 취할 것”(19항)이라는 결의를 명시한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무효화 선언, 3차 핵실험 시사 등 북한의 강력한 반발

북한은 23일 안보리 결의안이 발표되자마자 외무성 성명을 발표하고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은 사멸되고 조선반도(이하 한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하였다”며 “앞으로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한 “…핵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인 군사력을 질량적으로 확대 강화하는 임의의 물리적 대응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핵실험을 시사하는 내용을 포함고 있다.

북한 지도부의 회의 TV방송 장면 캡쳐

이어 25일 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도 1992년 채택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완전 백지화, 전면 무효화를 선언했다. <노동신문>도 25일 정론을 통해 “핵시험(실험)은 민심의 요구”이며 “핵시험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해야 한다는 것이 인민의 요구”라고 밝혔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최초로 공개된 것으로 중국 공산당의 대외영도소조와 유사한 것으로 판단됨)에서 “실제적이며 강도 높은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할 결심”을 표명했다고 노동신문이 27일발로 보도하기도 했다.

3차 핵실험, 추가 제재의 악순환이 현실화될 가능성 높아

실제적이며 강도 높은 국가적 중대조치의 내용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3차 핵실험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위성 발사 등을 지속하겠다는 것은 이미 표방한 것이고, 국제 사회가 북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 대표적인 행동이자 결코 압력에는 굴하지 않겠다는 북한식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핵실험이기 때문이다.

3차 핵실험이 강행될 경우, 이번 결의안 19항에도 천명되었듯이 국제 사회는 다시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다. 참고로 제재는 상대가 아파해야 그나마 유효한 해결책이 될 수 있으나, 이번 2087결의안도 북에게는 별로 아플 것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에 대해 제재를 해봤자, 장거리로켓 발사 등에 브레이크를 걸 수는 없다. 그것은 북의 로켓 부품을 수거·조사해 발표한 국방부의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듯이, 북이 관련 핵심 부품을 모두 국내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결의안 통과에 찬성하였으나, 막판까지 대북 제재 결의안에 반대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경제 압박에 동참할 가능성도 아주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명박 집권 후 대북 강경책과 6자회담의 난항 속 2009년 실시된 북의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의 악순환 상황을 그대로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예상된다.

이미 그런 악순환의 과정 속에서 천안함·연평도 포격 사태 등 남북관계 파탄과 함께 북의 핵능력 증강 등 안보불안이 심화되고, 미국과 중국의 남과 북에 대한 영향력이 증가하는 한편 한국의 외교·안보적 입지는 현저히 약화되었다.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과 한국 정부의 ‘평화체제-비핵화’ 병행 타결의 전략적 결단 요구돼

오바마 정부는 1기에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하에 북한에 대한 무시와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했다. 물론 그 배경에는 2009년 정권 출범 초기, 대북 정책 등을 관장할 실무진도 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강공책으로 자신의 체코 프라하 연설에 찬물을 끼얹은 북한의 행태가 불쾌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등 뒤에 숨어 대북 정책을 전개하면서 북의 우라늄 고농축 현실화 등을 허용한 것은 자신이 역점을 둔 세계적 비핵화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대이란 정책에도 큰 구멍을 내는 행위였다. 뒤늦게나마 2012년 2·19합의에도 불구하고, (북의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알고 있으면서도 ‘2000년 북-미 미사일 합의’의 발전적 승계 등 대안을 모색하지 않고) 현재까지의 악순환을 방치하고 만 것은 미국의 전략적 무능이요,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에 대한 회의를 스스로 증폭시킨 것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북한의 핵개발은 용납할 수 없으며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지만,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포함한 대화의 창은 계속 열어두고자 하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이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는 이명박 정권 대북 정책의 무능을 되풀이하지 않아야한다는 우리 사회 공통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핵 개발 용납 불가’ 외에 이 문제를 해결할 전향적 원칙이나 구체적 정책이 부재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 핵 문제가 불거지는 속에 대북 지원 등 교류·협력도 원활하게 전개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므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이 본격적인 실험대에 올려졌다 할 수 있다.

이번에 북한이 ‘6자회담과 9·19공동성명 사멸, 한반도 비핵화 무효화 선언’ 등을 한 것은 현 단계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궁극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입장이다.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은 평화체제와 비핵화가 서로 맞물린 톱니바퀴 혹은 수레의 두 바퀴 같은 것이라는 점에서 상대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없는, 자신의 입장만을 강변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으로, 미국과 한국 정부도 비핵화만을 앞세우며, 양 문제를 병행 논의하고 처리해나가야 한다는 북한의 이 사태 전개 전의 입장, 아니 9·19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내용을 애써 무시해왔다는 점도 부정할 수는 없다. 이제는 유관된 모든 관계국들이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북한은 자위 운운하며 핵을 보유한 채 고립과 경제 침체의 지속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한반도 비핵화’와 ‘인민이 쌀밥과 고깃국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나라 건설’이라는 김일성 주석 유훈의 현실화를 선택할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과 한국 정부 역시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무시-무대응 정책의 비핵화 전략과의 충돌을 계속 감수할 지, 적어도 미-중 갈등 요소의 증폭 속 한국을 동맹의 틀에 묶어 두고 MD체제 참여 등 대중국 동맹의 전위로 삼는 것에 만족할 지, 아니면 냉전체제의 종식을 동아시아에서도 완수하고 북한을 미-중이 함께 하는 공존과 공영의 질서에 편입시킬 지에 대해서 선택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선택지는 더 분명하다. 제재가 별다른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나 대북 강경책이 안보 불안과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 주도권의 상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대북 강경책이 미국에게 있는 일말의 이익조차 한국에게는 없는 것이다.

해법은 (원론적일 수 있으나) 분명하다. 북의 핵 보유를 결과적으로 인정하고 핵군축 논의에 들어갈 것(불안의 장기적 구조화와 미-중에 대한 의존 심화)이 아니라면,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한반도 평화포럼을 통한 평화체제’ 논의를 병행적으로 전개하고 포괄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허가받지 않은 대북 비밀접촉의 여파 속에 인수위원이 낙마한 상황에서 여의치 않을 수도 있으나, 박근혜 당선인이 스스로 결단해 이런 문제를 북한과 터놓고 이야기할 대북 특사 파견을 적극 고려하기를 바란다. 중국이 반대할 리는 없고, 미국도 전략적 결단을 내려 박근혜 당선인의 이런 행보에 자율성을 인정하고 오히려 미국 국내 정치의 부담을 회피하여 돌파구를 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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