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모든 청소년을 위한,
    아주 특별한 시집
    [책소개] 『넌 아직 몰라도 돼』(신지영 글 박건웅 그림/ 북멘토)
        2013년 01월 26일 12: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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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멘토 청소년문학선 ‘바다로 간 달팽이’의 네 번째 책, 『넌 아직 몰라도 돼』가 출간되었다. 청소년소설, 동화, 평론, 기획 등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를 꾸준히 해온 다재다능한 작가 신지영의 청소년을 위한 시집이다.

    여기에 현실 정치, 사회, 역사 문제에 천착하여 깊이 있는 작품 세계를 보여 온 박건웅 화백의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그림이 보태졌다.

    보고 느끼고 저절로 생각하게 하는 ‘청소년을 위한 아주 특별한 시집’ 『넌 아직 몰라도 돼』에 담긴 30편의 시에는 세계 아동, 청소년 노동력 착취 문제와 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는 빈곤, 가정불화, 학교 및 가정폭력·다문화 문제 들을 다룬다.

    인상적인 한 편의 그림이 열어 보이는 여운 속에서 시라는 문학 장르를 빌려 어린이, 청소년의 생생하고도 순수한 육성으로 펼쳐 보이는 현실은 가슴이 저릿할 만큼 아프다.

    또 그림과 시가 은유와 비유로서 보여 준 풍광에 이어진 짤막한 에세이에서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가슴 아프면서도 때로 충격적인 현실을 한 컷의 그림과 시로 만나고 시인의 따뜻한 감성과 날카로운 직관으로 쓴 에세이를 읽는 동안 청소년은 물론 이 책을 읽는 모든 이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가 될 것이다.

    “넌 아직 몰라도 돼”

    어떤 이에겐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겐 별처럼 먼 꿈인 현실

    전 세계 축구공의 75퍼센트가 파키스탄의 어린 아이들의 손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명 브랜드의 신발과 파카가 필수품이 되어 버린 우리 십 대들 중에 거기에 어린 잔혹한 현실을 아는 이 또한 거의 없을 것이다.

    1부 ‘바느질의 여왕’은 거대한 세계 자본의 논리 속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생계에 발목 잡혀 독한 화학약품과 위험한 작업장에서 어른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강도 높은 노동을 하고도 제대로 된 대가는커녕 학대와 착취 속에 혹사당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본드로 밑창을 붙인 신발들이 층층이 쌓여 가도 / 본드 냄새가 빠져나갈 길은 공장에 없습니다 //

    내가 만든 신발을 신는 아이들은 알까요 / 자신의 걸음걸음마다 찍혀 나오는 / 나의 피곤을 / 졸음을 / 기억을……

    _「꿈꾸는 발자국」부분

    독한 접착제로 하루 종일 신발을 만드는 맨발의 아이, 그 아이가 만든 신발을 신고 달리는 아이, 이 전혀 다른 세계의 공존을 안다는 것만으로 어쩌면 가장 낮은 곳에서 학대와 착취를 맨몸으로 받아내며 ‘신발’처럼 일하는 저 아이들의 삶이 조금 나아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안다는 것, 관심을 갖는다는 것으로 ‘착한 발자국’이 시작되는 것이다.

    내가 울음을 터뜨리면 / 낙타는 더 빨리 뛰어가지 / 다른 아이보다 먼저 도착점에 닿아야 날 내려 줄 수 있을 테니까//

    나는 뜨거운 태양에 이마가 데고 / 낙타는 뜨거운 모래에 발이 데지 / 우리는 쌍둥이처럼 눈이 닮았지

    -「낙타 레이서」 중에서

    중동 상류층의 오락거리인 ‘낙타 경주’의 레이서는 어린아이다. 몸무게가 적을수록 낙타가 빨리 달리기 때문에 심지어 이제 겨우 두 돌을 넘긴 아이들이 낙타 등에 묶이는 일도 있다. 시인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탐욕 속에 버려진 이 어린 기수와 ‘쌍둥이처럼 눈이 닮은’ 낙타만큼은 집으로 돌아가 엄마 품에 안기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고 말한다.

    2부 ‘넌 아직 몰라도 돼’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이야기로 무상급식(「거짓말했다고 거짓말했다」), 임대-분양 아파트 주민간의 갈등(「가지 못한 길」), 강제 철거(「넌 아직 몰라도 돼」), 지나친 입시교육(「꺾인 꽃」), 빈곤(「텔레비전에만 있는 거야」) 등으로 힘겨워하는 어린 화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표제작인 「넌 아직 몰라도 돼」는 철거 예정 지역의 풍경을 집약적으로 보여 주면서도 그 현실을 동생에게 알려 주고 싶지 않은 아이의 순수한 이중성을 담아낸 수작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강제 철거가 강제 철거할 수 없는 것”이다.

    강·제·철·거·예·정·지·역//이제 막 한글 배운 동생이 / 문 위에 붙은 글자 / 또박또박 읽는다//틀리지 않고 읽어서 / 동생은 기분이 좋은가 보다//동생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 동생이 내 손을 잡더니 물었다//근데 저게 무슨 뜻이야?

    -「넌 아직 몰라도 돼」 전문

    묵직하면서 따뜻한 터치, 그림이 주는 깊이 있는 감동

    삽화를 그린 박건웅 화가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완벽하게 그림으로 풀어 주었다. 국외편인 1부에서는 판화 느낌을 충분히 살리되, 흑백의 조화 속에 아련하면서도 따스한 느낌이 담기도록 하였다. 국내편인 2부에서는 펜화 기법으로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가 특징적이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꿈꾸듯 직유와 은유를 넘나드는 그림에서 오는 감동의 여운이 깊고 길다.

    * 이 시집에 게재된 동시들은 <레디앙> 아동노동 동시 시리즈로 연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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