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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핵-공공성 연석회의가 필요
    [에정칼럼] 성공한 연대는 추억과 무용담, 실패한 연대는 악연을....
        2013년 01월 23일 04: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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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인수위의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경부에 통상기능까지 부여하는 정부조직개편안에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자는 시민사회의 외침은 단칼에 묵살되었다.

    에너지부문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노동계의 요구는 민간발전소와 가스직도입 대폭확대로 가닥을 잡아 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진흥과 안전 기능을 분리했지만, 다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회귀하게 됐다. 두 달여 후에 공개될 박근혜 인수위보고서가 담고 있을 에너지․기후분야 국정과제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단련됐다고 자위해 보지만, 답답함을 떨쳐버리기엔 역부족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누구와 함께 저항하고, 그리고 공동의 대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탈핵과 공공성 의제를 논의하자

    진보신당 대표선거에 출마한 김현우는 지난해 “탈핵 노동시간 단축법 3종 세트 만들자(기사링크)”는 제하의 레디앙 칼럼을 통해 제조업의 심야노동 제한법, 사무직의 칼퇴근법, 대형매장과 편의점의 운영시간 제한법 등을 노동계에 공개 제안한 바 있다.

    여기에 탈핵기본법과 에너지공공성기본법을 추가해, 5개의 의제를 기초로 노동-정당-시민사회 연석회의를 개최하면 어떨까?

    기존의 많은 연대기구가 있는데, 불필요한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존의 탈핵 연대기구가 대중적 힘으로 강력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노동은 탈핵에 미온적이고, 정당은 당파적이며, 시민사회는 오직 탈핵을 외쳐 온 것은 아닐까? 탈핵과 노동을 고민하는 진보진영은 박근혜의 5년을 어떤 목표와 전략, 그리고 무기를 가지고 대응할 것인가?

    경계를 넘어 무지개동맹을 만들자

    공공운수노조와 의정포럼․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기후정의연대, 민주당․진보정의당․통합진보당․진보신당․녹색당과 핵없는 세상/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과 탈핵 교수/법률가/의사 모임 등 에너지전환을 고민하는 다양한 조직과 연대기구들이 있다.

    2005년 열렸던 노동과 환경을 연대를 모색하는 심포지움(자료사진)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키워드는 ‘탈핵’과 ‘에너지 공공성’이다. 두 의제를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공동의 캠페인․교육․정책 활동을 중앙과 지역차원에서 전개하고, 조직을 동원하는 큰 행사를 1년에 한 두 차례 정도 진행한다면, 이것을 한국판 아폴로동맹(미국, 청정에너지와 좋은 일자리, 노동-환경 연대 기구)으로 명명해도 되지 않을까?

    일단 거창한 연대조직을 만들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느슨한 네트워크 접근으로 각 단위의 집행책임자들의 차모임이나 호프모임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도 방법일 듯 싶다.

    네트워크의 형식보다는 오히려 공동의 요구사항을 담은 팜플릿 하나가 더욱 소중한 실천일 수 있다. 아울러 탈핵과 공공성 의제를 중심으로 한 연대가 지체되고 있는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하나의 입구가 될 수도 있다.

    5년 후 집권의 콘텐츠를 준비하자

    묻지마 야권연대의 시대는 지난 총선을 끝으로 이미 소멸한 것일지도 모른다. 원칙과 논리뿐만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 대중의 요구이다.

    한편, 당면한 구조조정이나 환경파괴의 위협에 올인하는 전략은 노동-환경진영의 체질을 약화시켜 왔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지금이 박근혜 이후를 준비할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소위 대선 멘붕은 역설적으로 지지자를 결집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주는 측면이 있다. 향후 정치일정을 보면,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으로 이어진다.

    각 국면마다 진보-녹색진영이 얼마나 제대로 준비하느냐가 관건인데, 역시 핵심은 집권의지를 채워줄 콘텐츠에 있다. 기존의 진보-개혁 씽크탱크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제 정당연구소와 노동․시민 연구소, 그리고 대학연구소 등이 협동연구를 진행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예컨대 탈핵과 공공성 의제를 정치일정과 연계해 공동 정책보고서를 발간하고, 언론사와 연계해 토론회 등 기획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우선적으로 지방선거 대응 정책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부터 논의할 수 있다.

    연대의 시너지를 교육과 캠페인으로 확장하자

    다수의 연대는 일회적이거나 단면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 함께하는 조직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의식적 노력이 강화될 때 효과적인 공동대응이 가능한 것이 상식일 것이다. 문화적 공감대의 확산이 지속가능한 연대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대의 내용과 형식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정책연대의 과정에서 조직 간의 교차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낮은 차원에서는 프로그램과 강사진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의 교육사업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을 프로그램화해서 발전시킨다면 더욱 생산적인 일이다. 어쩌면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자산인 사람의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연대의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연대는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동일하다면 사실상 한 조직인 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연대사업은 자신과 상대를 지치게 하곤 한다. 성공한 연대는 추억과 무용담을 남기지만, 실패한 연대는 악연을 만들곤 한다. 짧은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연대의 시작 시점에서 참가단위 간에 목표․활동․기간․책임을 분명히 할 때, 상호간의 과도한 기대나 책임 떠넘기기, 얄미운 잇속 챙기기 등 힘겨운 정신노동 없이 소기의 성과를 얻는다는 점이었다.

    세 사람이 모이면 일을 시작할 수 있고, 다섯이면 재밌는 판을 만들고, 열 이상이면 소기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개인적 믿음으로 “탈핵-공공성 연석회의”를 제안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상상력과 연대, 그리고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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