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희망버스'와 경기지역
[기고] 1월 26일 쌍용차 희망버스의 연대를 요청하며
    2013년 01월 23일 03: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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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지난 1월 5일 수원에서 출발하여 울산 현대차와 부산 한진중공업으로 다녀 오는 희망버스 안에서 1월 26일 쌍용차로 가는 희망버스 제안이 있었다.

쌍용차가 평택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경기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서 문제 해결에 나서자는 것이었다. 흔쾌히 동의하면서, 경기 지역에서 있었던 에바다 투쟁, 경제자유구역 반대 투쟁,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의 연대활동의 역사를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

에바다 투쟁은 비리 시설 이었던 에바다를 정상화하고 민주화하는 투쟁이었다. 비리 이사장에 반대하는 에바다 학교의 선생님들과 평택과 경기 지역의 노동자, 학생, 시민단체가 결합하여 주된 동력을 형성하였고, 전국에서 연대하는 대오가 형성되었다.

에바다 문제는 김대중 대통령이 해결하겠다고 공공연히 수차례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하지 못한 사안이었다.

당시 김대중 정권은 자민련과의 지역연합에 기반하고 있었고, 자민련이 지배하고 있던 평택시와 비리 이사장 사이의 관계가 돈독하여 이를 끊을 경우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므로 건드리지 못한 것이었다.

7년 동안의 투쟁 끝에 굳게 닫혀 있던 에바다의 문이 2003년 5월 말 지역 노동자와 학생의 진입투쟁으로 열리고, 최모 구 재단 이사장 일파가 완전히 축출됨으로써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

에바다는 도가니에 등장하는 광주 인화학교의 사례보다 더 극적이고 역동적이었다. 시설 아동 성추행에서, 사망 사건, 장부 조작, 비리 횡령 등 있을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을 볼 수 있었고, 해결 과정에 똥물 투척, 동원된 농아 깡패들의 폭행이 이어졌다. 그것은 사적 폭력이 난무하는 전쟁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직 중의 업적에 대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각종 개혁이 실종되고 한 것이 없지 않냐는 질문에 에바다를 해결한 것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사실은 비리 이사장과 투쟁 대오들 사이의 격렬한 대립이 이어지는 와중에 참여 정부 초기에만 예외적으로 잠시 경기 경찰청이 중립을 지킨 것이 전부이다.

현지 경찰, 검찰, 평택 시청은 일관되게 비리 이사장의 편이었다. 에바다 학교 선생님들과 지역의 연대 대오가 해결의 주체였던 것은 오해의 여지가 없다.

에바다에 이어서 전개된 경제 자유구역 반대투쟁에서는 경기도 전체를 무리하게 경제자유구역으로 설정하려던 당시 손학규 도지사의 시도를 좌절시킬 수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던 손학규 지사는 참여정부 등장 이래 2003년도에 제기되었던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정책을 받아 들여, 경기도를 통째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설정하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무리수를 둔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었다. 사상 유례 없는 경기 지역 총파업, 위력적인 가두시위 등에 경기 지역의 노동자들과 다양한 시민세력들이 함께 함으로써 도 전체가 경제자유구역이 되는 것을 저지할 수 있었다.

경제자유구역에서는 지구적 수준에서 움직이는 초국적 자본이 지역에 직접 근거지를 두고 지역의 노동조건 뿐 아니라 환경파괴 등 다양한 생활조건의 악화를 바탕으로 이윤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노동기본권은 제한되고, 환경 규제는 철폐된다.)

자유무역협정(FTA)이 상품의 교역조건과 자본의 투자 조건과 관련된 협정이라면, 경제자유구역은 설정된 지역에서 자본이 교역을 통하지 않고 직접 해당 지역의 노동자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이윤을 뽑아 낼 수 있도록 한다. 이에 경기 지역에서는 노동자 뿐만 아니라 환경, 교육, 의료 등 다양한 시민 사회단체가 광범위하게 반발하였고, 공동 행동에 돌입하였고, 승리를 끌어낸 것이다.

2008년도에 촛불항쟁을 거치면서 경기지역에서는 기존의 노동 시민 사회단체들에 더해 새로이 촛불부대가 결합하였다.

이들은 경기희망교육연대를 결성해 2009년 경기교육감 선거에서 승리를 끌어내었다. 선거 강령은 단체들이 모여 만들었고, 이후 전국에 파란을 일으키고 한나라당의 추락을 야기했던 무상급식은 수십개의 요구안 중에 한 꼭지였다.

MB 정권이 등장한 후 야권이 계속 패배하면서 기승을 올리던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파열구를 내는데에는 성공하였지만,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 경기 지역에서 내세웠던 권오일 후보와 민교협 중앙(!)에서 추천하여 뒤늦게 등장한 김상곤 후보 사이에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하는 방식으로 경기희망교육연대의 후보가 정해지면서 잡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 민노당 등 제도정당들은 교육감 선거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 당들의 일부 정파들의 입장이 주도하면서, 위로부터의 정치가 아래로부터의 정치를, 중앙의 정치가 지역의 정치를 압도한 것이다.

선거 후 경기희망교육연대는 아쉽게도 사실상 해체되고, 경기지역의 공동행동은 무기력해졌다. 교육감 선거 이후 경기 지역에서 있었던 선거에서 야권은 연속적으로 패배했다. 작년도 총선 대선에서도 경기도에서의 패배는 결정적으로 야권 패배의 원인이 되었다. 선거 정치는 지역주민의 직접 정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하였으며, 이는 거꾸로 선거 정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에바다, 경제자유구역, 경기교육감 등의 사례를 볼 때, 경기 지역에서는 노동, 복지, 교육 등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지역의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대응해 왔던 전통을 볼 수 있다. 자발적인 아래로부터의 운동과 서로간에 연대하는 기풍이 여러 차례 승리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들 사안들은 비록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전국적이고 지구적인 모순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운동의 발전 – 그 한계를 포함하여 – 역시 이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쌍용차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경기도의 평택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라 일차적으로는 해고된 노동자와 지역 경제의 문제이지만, 정리해고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90년대 초반 이래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노동유연화 정책, 신자유주의 지배전략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문제이다.

상하이차, 마힌드라 등 중국, 인도 자본들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소위 먹튀 자본으로 불리우는 해외 자본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지구적인 수준에서의 자본 운동과 맞물려져 있다.

경기 지역의 제 단체들은 지난 수년간 공동 행동이 잠시 잠잠했었지만, 과거 역사에서 수차례 승리를 끌어냈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다시 결집하여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자고 나선 지금, 일차적으로는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서는 지난 시기 드러났던 한계들까지 넘어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1월 26일 쌍용차로 가는 희망버스가 그 시작이다.

 

필자소개
한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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