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협의 공간-정치, 그 속에서의 다툼
    [진보정치 현장] 민간위탁과 민간대행, 차이에 대한 투쟁
        2013년 01월 23일 02: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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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빡시겠다.

    작년 10월, 집행부는 청소 업무와 관련하여 내가 수용하기 어려운 두 가지를 통보해왔다.

    대형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지금은 구청에서 직접 고용한 환경미화원들이 처리하고 있으나 민간이 대행하고 있는 재활용폐기물 수집․운반 업무와 통합하고, 다른 구․군청에서도 민간에서 대행하고 있으니 2013년부터는 우리 구도 민간 대행하겠다는 것이 하나였다.

    또 하나는 현재의 환경미화원 정원이 조정된 업무량을 반영하고 있지 않고 있어 업무량에 따른 환경미화원 정원의 적정성을 확인하고,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퇴직으로 인한 정원의 자연감소분 중 10명을 10개월의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는 점을 모르시냐고 했더니, 예산 절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고, 구청장 방침까지 받아서 추진하고 있으므로 되돌릴 수도 없다고 한다.

    덧붙여서 둘 중에 하나(대형폐기물을 민간 대행하지 않거나, 환경미화원을 직고용하는 것)라도 부의장님 뜻대로 해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고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이 두가지 사안을 내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집행부가 사전에 단호한 자신들의 입장을 통보한 셈이다.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장태수 의원(사진=장태수의원 블로그)

    빡시겠다는 생각이 뒤통수를 쳤다. 이 두 가지가 구청장 생각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고, 구청장이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일에 대해서는 타협의 여지를 별로 두지 않는 업무스타일이라는 점, 게다가 얼마 전 대구지역 일간지가 모두 받아쓸 정도로 구청장을 크게 비판한 뒤라서 더욱 어렵겠구나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환경미화원 노동조합이 대형폐기물 수집․운반 업무의 민간 대행을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만만치 않은 싸움을 예고했다.

    타협의 공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싸움

    시쳇말로 환경관리과장을 조진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환경미화원 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보니 싸울 태세는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대형폐기물 관련 업무를 민간에 주더라도 신규채용은 정규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여기에는 다른 범주에서의 경제적 이유가 있는데, 따로 밝히지 않겠다).

    어지간한 꼬투리를 잡아서 타협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 그렇다면 크게 벌여야 한다. 집행부가 추진하려는 이 일이 법적으로, 행정적으로 추진되기 곤란한 뭔가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의원직을 걸고서라도 이것을 가만 두지 않겠다는 결연함을 보여야 한다.

    우선 법적, 행정적인 문제점을 찾기 위해 관련 조례인 폐기물관리에 관한 조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관련 법령인 폐기물관리법 및 시행령도 살폈다. 특별한 게 나오지 않는다. 다음으로 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중앙정부의 지침, 권고 등을 찾아보았다. 별다른 게 없었다.

    이런 저런 자료를 찾다가 민간 대행이 결국 민간 위탁과 행정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고, 그에 따른 자료를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우리 구의 민간위탁촉진 및 관리조례를 찾아보니 위탁 대상 사무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위탁을 추진할 경우 의회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싸움의 실마리는 찾은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민간 위탁과 민간 대행이 다르다는 법제처의 해석이다. 실제로 법제처가 자치단체가 요청한 자치법규 해석에 관한 회신들 중에 민간 대행과 민간 위탁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면 민간 대행과 민간 위탁이 법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위탁은 행정기관의 권한을 수탁한 자가 그 법적 효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반면, 대행은 본래 권한자인 행정기관이 책임을 진다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위탁과 대행이 다르지 않다는 다른 의견도 제기되고 있으나 어쨌든 현재 법제처의 입장은 이러하다.

    민간 위탁과 민간 대행에 대한 법제처의 입장이 책상머리의 말장난 같지만, 행정영역에서 이미 권위를 가진 법제처의 해석에 대해 무대뽀로 대든다는 것은 행정기관을 상대로 하는 싸움에서 효과적인 작전은 아니다.

    보완할 만한 상당한 우군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 그래서 민간 위탁과 민간 대행에 대한 중앙부처의 또 다른 공식 입장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손에 잡힌 게 국민권익위원회가 2010년 12월에 의결한 지방자치단체사무의 민간위탁 운영 합리화 제도개선(의안번호 제2010-176)이었다.

    이 문서에는 위탁과 대행의 법적 차이에 대한 설명은 없으나 폐기물 수집․운반 업무의 민간 대행을 민간 위탁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이에 따라 폐기물 처리 업무의 민간 위탁 시 의회 동의를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위원회 의결로 표명되어 있었다.

    정부 공식 기관이 폐기물 관련 업무를 민간 위탁으로 해석하고 있고, 게다가 의회의 사전 동의를 구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까지 공식화하고 있으니 상당한 우군인 셈이다.

    또 한 편의 우군은 행정학 교수의 해석에서 찾았다.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을 역임한 경일대학교 최근열 교수께 자문을 요청했다. 다행히 최 교수께서는 나와 같은 입장, 즉 대행과 위탁의 차이를 법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행정적으로 동일하게 보는 것이 맞고, 청소 관련 업무에 있어서는 위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와중에 환경관리과에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허점을 찾기 위해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이 자료더미 속에서 소중한 걸 발견했다. 무엇인가 하니 환경관리과 담당 직원이 생활폐기물 민간 대행 업소를 지도․점검하러 나간 출장명령 공문서에 의하면 출장의 근거를 사무의 민간위탁촉진 및 관리조례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즉, 조례에는 우리 구가 민간 위탁업체를 지도․점검할 수 있고, 이 경우 업체는 협조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환경관리과 스스로 청소 업무의 민간 대행을 사실상 민간 위탁으로 받아들여 왔고, 또 그 민간 위탁 조례에 근거하여 지도․감독하고 있다는 것은 집행부로서도 발을 빼기가 곤란한 상황.

    정치에서 타협은?

    관련 내용을 잘 챙겨서 본회의장 구정질문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대행과 위탁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대형폐기물 민간위탁에 관한 질문이라고 밝혔고, 민간 대행이라는 용어를 피했다.

    다행히 집행부는 위탁과 대행의 법적 차이에 대한 시비를 하지 않았고, 위탁의 일반적인 문제점에 대한 나의 시비를 일반적으로 응대하였다. 일단 민간위탁으로 못 박아 놓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꺼낸 카드. 민간위탁촉진 및 관리조례에 의하면 의회 동의를 사전에 얻도록 되어 있는데, 왜 의회 동의를 얻지 않고 구청장 방침으로 추진하느냐, 오죽하면 국민권익위원회가 의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까지 의견을 내놓겠느냐는 일침을 가하자 환경관리과장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 때, 어차피 의회에서 논란이 벌어지면 의원들의 이해를 구해야 할 터이니 의원들을 향해 쐐기를 박는 발언, “조례에 의회 사전 동의를 구하라고 되어 있는데, 조례도 지키지 않으면서 구창장 방침으로만 일을 하려는 건 의회 권위와 권한을 무시하는 처사다.”(우리 의원님들 다른 건 몰라도 의회의 권위와 권한 앞에서는 단결투쟁이거든요.^^)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한 환경관리과장은 대답을 못 했고, 나는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연을 눈빛을 던지며 발언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그 뒷일은…… 자세히 옮기진 않지만, 환경관리과의 대행업체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명백한 하자를 언론에 도배하여 기 싸움에서 일단 누르고, 대행과 위탁이 다르다는 집행부의 뒤늦은 의견 제시에는 최근열 교수의 해석과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결로 받아치면서 행정소송까지 해서라도 가만 두지 않겠다고 압박한 후, 결국 상당히 진행된 대형폐기물 민간 대행은 양해하고 환경미화원 정원 유지와 신속한 정규직 채용으로 타협하였다.

    물론 이 타협 과정에서는 환경미화원 노동조합의 의견과 소송으로 갈 경우 위탁사무라는 점을 확신하기 어려웠던 정황 등이 뒷받침되었다.

    환경미화원 노동조합은 이 타협에 대해 고마워했고, 집행부는 관련된 언론보도로도 체면을 구기고, 부서에서 제출한 기간제 관련 예산을 스스로 수정하여 체면을 구기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장태수 부의장한테 걸리면 안 된다는 농담 반 진담 반, 불편함 반 칭찬 반의 말을 남겼다.

    이번 일에서도 가치의 충돌(경비 절감이 효율이라는 작은 정부 vs 사회적 삶에 책임을 지는 정부)을 실정법의 경계(대행과 위탁에 대한 말장난 같은 차이)를 뛰어 넘는 치밀한 싸움(유리한 사회적 해석의 확보와 여론화, 관련 부조리와 실책 찾아내기와 공론화)을 통해 타협(싸움의 한 당사자인 환경미화원 노동조합의 처지와 완전한 승리에 대한 환경적 불안을 고려한 절반의 쟁취)하는 것이, 도대체 정치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우리의 정치는 그 각각의 단계 단계마다 어떤 역할을 남겨 두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글 읽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러분들의 정치는 그 각각의 단계에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요?

    필자소개
    장태수
    노동당 대구시 서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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