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속좌담3-①]진보의 현재와 미래
    진보정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어디로 가려는가?
        2013년 01월 22일 03: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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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대선에 대한 총론적인 평가와 이후 전망를 다루는 1차 좌담회, 중도세력의 평가를 다룬 2차 좌담회에 이어 마지막 좌담회를 진보정치세력들의 대선 평가와 이후 전망에 대한 주제로 가졌다.

    지난 18일 낮 3시 <레디앙> 사무실에서 진행한 마지막 좌담회에는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 진보신당 김종철 전 부대표, 민교협의 이도흠 공동의장, 노동자정당추진회의의 이성우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이 참여했다. 김소연 후보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사노위(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그룹에도 참여를 요청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참여하지는 못했다. 사회는 정종권 편집장이, 사진과 정리는 장여진 기자가 맡았다. 2회에 나누어 게재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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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의 패배가 진보진영의 패배인가?

    정종권: 문재인 후보의 패배 원인과 박근혜 당선인의 승리 이유가 무엇인가. 그런데 대선 직후 전체적으로 ‘멘붕’이 온 것은 문재인의 패배를 우리 전체의 패배로 봤던 시각이 강해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2007년 민주당의 정동영 후보가 패배했을 때는 그렇치 않았는데, 이번에는 문재인의 패배에 대해 왜 우리 모두의 패배라는 정서를 강하게 가지게 된 것인가?

    이정미: 대선 패배 원인의 핵심을 말하자면 민주진보진영 통틀어서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가 무엇으로 실현되어야 하는지를 잘못 읽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정권교체는 꼭 되어야 한다, 그러니깐 새누리당은 아니다, 그러면 당연히 민주진보진영의 표로 올 것’이라는 오만이 있었다.

    하지만 정권교체는 단순히 권력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중요한데 그걸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새누리당은 이미지 뿐만 아니라 일정 정도 민심을 얻기 위해 표면적으로나마 내부 쇄신을 했다. 경제민주화라든지 복지문제 등의 의제에 대해서도 대폭 수용했다. 또 실제로 그것을 실현해나갈 수 있는 안정적인 리더십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있다고 보여진다.

    보수진영의 단단한 연합도 잘 안착이 됐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논란이 없던 건 아니지만 파격적인 외부인사 수혈도 일정한 효과를 봤다.

    이것을 역으로 생각하면 민주진보진영은 새누리당의 쇄신보다도 해낸 것이 없다. 정권교체 그 자체에 매달리고 야권단일화 선거구도에 매달렸다. 그런데 그 단일화마저도 안정적으로 잘 진행시키지도 못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야권 후보의 리더십도 불안했다.

    종합적으로 보자면, 이번 대선은 87년 직선제 이후 실제로 보수진영 대 민주/진보진영의 완벽한 진영대결이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이라도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을 수용했던 세력과 그렇지 못했던 세력간에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래서 대선의 한축을 담당한 진보진영도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현재의 멘붕은 단순히 정권교체를 못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잘못하고 부족했던 게 처절하게 다 드러났기에 쓰라림이 멘붕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좌담회 전체 모습(이하 사진은 장여진)

    이도흠: 신자유주의 모순이라든지, 도가니 현상이나 안철수현상으로 대표되는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은 팽배했다. 검찰에서부터 모든 정의가 작동하지 못하는 사회 체제에 대한 분노와 신자유주의 모순으로 인한 불안들은 50대 뿐만아니라 전체 국민 속에서 팽배했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그것을 잘 이용했다.

    어디에서든지 분노와 불안은 다 있다. 문제는 누가 그러한 불안과 분노를 안정적으로 컨트롤 하느냐는 것이다. 보수우파의 큰 흐름에서 보면, 군사독재에서 민주화 10년이 왔고, 경제실패의 반발로 ‘범죄자라도 좋다’며 이명박 불러냈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극단의 신자유주의 모순체제로 가면서 경제위기 의식이 팽배해진 상황이다. 그것을 잘 못 읽은 민주당은 민중들이 원하는 것은 복지나 경제민주화같은 것인데, 유신과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면서 다시 민주화를 불러들이고 민주화를 회복하자는 것을 주요 이슈로 내걸었다.

    정치적 민주화에 대한 문제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민주/진보진영 전체가 공통으로 부담해야 하는 실패였다. 누가 먼저 분노와 불안을 조직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50대는 36%만 상근직이고 나머진 비정규직이거나 자영업자이기에, 경제적으로 불안한 세대이면서도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추구한 경험을 가진 계층이었는데도 민주진보진영이 이들을 조직하지 못했다.

    또 민주당이 몰랐던 것은, 노무현 정권 심판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간과한 점이다.

    경제민주화나 복지 정책 등에 대해 조금이라고 체감되고 축적된 경험이 있었다면 국민의 강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는데, 민주당 시절에 그런 경험이 없었다. 민주정부 시절 비정규직이 남발했고, 노동자 탄압이 더 심했기에 경제민주화나 복지 정책을 바라는 사람들이 선뜻 문재인을 찍기 어려웠던 것이다.

    문재인은 정권교체만 강조하고 본인이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게 없었다. 좋은 아저씨 이미지만 보여줬다. 문재인을 찍으면 내 삶이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이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컨트롤 타워 부재, 지도부 문제 등은 부차적이다. 분노와 불안을, 특히 불안 문제를 누가 선점할 것이냐가 핵심인데 보수우파가 성공했다. 그들이 정치쇄신, 경제민주화나 선별적 복지 등 의제를 선점했다. 그런데 이쪽에서는 유신이나 독재정권, 정권교체에 방점을 두면서 의제 설정에서도 뒷북만 친 꼴이다.

    김종철: 문재인의 패배가 진보진영의 패배냐 라는 질문에 답을 하자면, 진보정치가 거의 흔적도 없이 망했다는 표현은 어렵겠지만, 너무 지리멸렬해서 대선에 큰 영향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 대선 결과는 진보정치의 실패라고 하는 범주를 넘어서는 문제이다.

    또한 여기 계신 분들도 모두 진보진영 속해있는 사람인데, 문재인의 패배를 우리가 해석해야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서글프다. 문재인의 승리라는 것이 마치 진보진영의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다는 기대가, 그래서 그렇게라도 바뀌길 바랬던 마음으로 분석하게 되니 안타깝다는 것이 답변의 전제다.

    내가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정권교체만 되면 차라리 진보정치에 나름의 가능성이 있겠다는 측면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겠다. 우선, 높은 투표율에도 100만표라는 큰 차이로 패배한 게 주요하다. 결론적으로는 박근혜가 너무 큰, 너무 센 후보였다는 거다.

    적어도 50대 초반부터는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 큰 피해를 입은 사람 아니면, 박근혜 후보를 아주 싫어할 이유도 없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은 자신들의 젊은 시절과 성장시대가 맞물려, 괜찮은 추억의 시대인 것이다. 굉장히 피곤하긴 했지만 열심히 일하면 돈 벌수 있는 시대였다. 박근혜는 비극적으로 죽은 아버지의 후계자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박근혜는 실수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연배 있는 중장년에게는 호소력 있는 후보였다. 또한 50대는 1차 베이비붐 시대인데 여기 세대의 인구층이 아주 많다. 그게 그대로 이전하면서 젊은 층이 아무리 많이 투표 하더라도 보수화된 층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

    결정적으로 2개의 패배 원인이 있다. 안철수 단일화 과정이 지리멸렬해지면서 안철수를 지지한 중도층이 민주당에 질려버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이도흠 교수도 지적했듯이 민주당은 과거에 대한 평가전략으로 갔다. 그것도 너무 오래된 과거였다. 미래를 위해 파격적으로 뭘 하자는 제안이 없었다.

    또 부차적 이슈였이긴 했지만 TV 토론회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강경하게 박근혜를 공격하면서 중간층에서 오히려 일부 박근혜 동정론이 일었고, 이런 것이 조금씩 누적되면서 박근혜가 당선된 것이라고 본다.

    이성우: 진보정치의 패배인가? 사실은 박근혜, 문재인을 보수-진보라고 나눈 것 자체가 하나의 잘못된 프레임에 갇힌 것이라 본다. 나는 기본적으로 박근혜-문재인을 보수진영으로 보고 있다. 윤여준씨의 문재인 지지 연설을 보면 문재인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문재인이 어떤 사람인지 명확히 드러났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의 패배가 진보정치의 패배라고 보는 것은 전혀 다른 프레임의 문제이기에 동의하기 어렵다.

    다만 야권연대를 했던 진보정의당이나 통진당 입장에서 보자면 패배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와는 다른 저같은 입장에서는 노동자 독자후보가 나와야 한다고 했지만, 끝내는 같이 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진보진영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한 게 없는 것 같다. 철저하게 무력감에 빠져 있었고, 존재감도 없었던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

    서글픈 것은 민주노동당 시절인 2004년 국회의원 10명씩 되고 했을 때, 2012년은 진보정당이 정권을 잡는 것으로 목표로 삼았던 해였다. 그런데 오히려 존재하기는 하지만 모든것이 사실상 무로 가버린 해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를, 차라리 이렇게 철저히 깨진 상태에서 진보정치가 새롭게 시작하는 장정을 시작하는 해로써 의미를 두었으면 한다.

    대선 독자출마와 야권연대 방침에 대한 다른 목소리들

    정종권: 입장을 서로 바꿔서 토론을 해보자. 진보정치 내에서 이번 대선에 대한 입장과 방침이 달랐다. 결과가 왜소했다하더라도 노동자 후보도 있었다. 진보정의당은 야권연대를 선택했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독자후보 전술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김종철 부대표는 통진당과 정의당의 야권연대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해보자. 또 이도흠 교수는 민교협과 진보교연이 추진했던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만들어내기 위한 연석회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의미에 말해줬으면 한다.

    이정미 “시기상 전략적 전술일 뿐 습관적이라는 말에 동의 못해”

    이정미: 지난 과정을 복기해보면 통진당 만들어질 당시, 3자 세력 통합은 2012년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목표가 분명히 있었다.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같이 있는 해이고, 총선의 성과를 기반으로 진보정당이 대선을 어떻게 주도해 나갈 것인가라는 계획이 나름대로 있었다. 실제로 그 계획이 잘 성사될 수도 있었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

    이전에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갖는 여러 한계 중의 하나가 그 당시 정권이 보수세력과의 연합에서 탄생되었다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정권교체 과정이 보수진영의 힘을 빌리는 게 아니라 진보진영과의 굳건한 연대 속에서 권력교체를 이뤄냈을 때, 정책적 정치적 과제를 새정부 아래에서 보다 진보적으로 구현하고, 더 좋은 정치를 만들 수 있지 않겠냐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민주당이 진보진영과 연대할 수 있는 조건을 총선 때 어느 정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것을 얻자마자 다 까먹어 버렸다.

    통합 당시 정치적 목표는 일치했지만 조직적인 준비들은 충분치 못했다. 김종철 부대표는 진보세력의 지리멸렬이라 표현했는데, 난 괴멸적 상태라고 본다. 2004년만 하더라도 국민들은 저기(진보정당)는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잘 키워주면 좋은 일을 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볼 꼴, 못 볼 꼴 다 보고 이게 진보정당 본 모습 아니냐, 그래서 심판의 대상 아니냐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조건에서 대선을 치룰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이 없었던 게 아니었다. 정의당 안에서는 우리가 이런 정책을 갖고, 평가를 받겠다고 대선 후보를 내는 것이 못할 짓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바라는 요구에 작은 힘이나마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고, 그나마 진보적인 정책연대, 가치연대를 주도할 수 있다면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대선 예비후보로) 출마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우리가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주요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보정당, 진보정치가 그래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인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새로운 진보정치의 도약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가 대선이 된다면, 연대 과정에서, 야권연대 위기가 닥쳤을 때, 안철수가 급작스러운 사퇴할 때, 당파적 이익을 떠나 그 당시 국민들이 바랬던 요구에 부응하는 것(후보 사퇴)을 결정한 것이다.

    이런 것들이 큰 영향력이나 존재감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다음 단계로 차분히 준비해 나갈 수 있는 그런 과정은 되었다고 본다. 야권연대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선거 패배도 중요한 축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진보가 하나의 진영으로 비춰졌고, 진보진영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번 대선은 진보정치의 패배이기도 하다는 걸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김종철: 저는 기본적으로 진보세력이든 어떤 정치세력이든, 대선에 독자후보를 내야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완주하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번 대선에서 끝까지 완주해야 했던 것인지는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사실 한국 정치체제가 양당제가 있는 다수 대표제인데다 소선거구제, 비례대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소수세력이 소선구제에서 선택받을 수 있는 여지가 좁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5년동안 민주당이 하도 진보인 척 해서 사람들이 민주/진보를 구분하지 못하기에, 민주당 진짜 진보인지 한 번 맡겨보고, 그것이 아니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때 대중들이 또다른 평가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종철 진보신당 전 부대표

    그런 점에서 선거연대같은 건 독자후보가 여러 명이 있으니깐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보는데, 끝까지 완주했던 김순자 김소연 후보는 존재감이 너무 없어서 문제였고, 이정희, 심상정은 왜 나왔는지 모르겠고 애매했기 때문에 존재감이 없었다. 출마하면서부터 (민주당과) 단일화하겠다고 했는데 누가 무슨 관심을 왜 갖겠는가.

    민주당이 너무 구리니깐 내용상 차별있는 진보정당으로 여기기보다는 스타일이 괜찮은 정치계 스타 아이돌의 모임이라는 느낌을 대중들은 진보정의당을 보며 갖고 있는 것 같다. 통진당 출범 때 그렇게 보여졌다. 조직적으로 강한 곳으로 보여도, 상층부만보면 스타정당이다. 신세대 정당으로 인식됐고 그걸로 갈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사실 민주당의 선거전략은 안철수를 어떻게 끌어들일 것이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문재인 지지 연설을 한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지지 연설의 파급력은 윤여준이 가장 컸다. 그의 연설 핵심은 ‘문재인은 진보가 아니다, 성품이 원만하기에 당신들이 걱정하는 급격한 개혁을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걸 믿어달라는 거였다.

    사회와 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다면 지지 연설로 심성정, 노회찬을 내세웠을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의 태생적 약점이 아니라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앞으로 계속 갖고 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이다. 민주당은 진보가 지지해주면 좋고, 안해줘도 (너희들이) 어쩔꺼냐는 식일 것이다. 민주당은 중도층을 잡는 방향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종권: 질문의 취지와는 조금 달랐던 답변들 같다. 그래도 가보자. 진보신당은 김소연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조직적 방침이었는데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성적표에 만족하는지, 불만족하다면 이유가 무엇인가?

    김종철: 말할 수 없이 참담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진보정치의 패배와 문재인의 패배가 같은 것이 아니라고 차마 말할 수 없었던 게, 그정도의 영향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김소연, 김순자가 그나마 단일화 됐다면 약간의 시너지라도 있었을테지만 그 시너지의 규모가 크다고 예상하기는 어려웠을거다. 또 진보진영이 몰락되고 있는 조건에서 대선 성적표가 좋을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나는 독자후보 노선 자체가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정종권: 참담하다는 것은 결과인 것이다. 참담함의 원인은 뭐라고 보는가?

    김종철: 우리의 능력이 부족하고 안 된 것이다. 하지만 대학입시를 봐야하는데 입시 자체를 보지 말자고 할 수 없으니깐.

    장여진: 비유가 좀 틀린 것 같다. 진보신당은 대리 시험을 본 거니깐.

    김종철: 큰 전제는 어떤 세력이건 진보후보가 나왔어야 했고, 또 독자 완주라는 걸 강경하게 내걸고 단일화 협상을 하든 했어야 했는데, 나름 진보에서 유력한 후보가 민주당과 단일화를 하겠다고 먼저 선언했으니 당연히 파급력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정미: 원론적으로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처해진 상황과 조건이 있는 것이다. 통진당 사태가 없었고 진보 나름의 자기 위상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후보 전술의 운용 폭이 넓었을 거라고 본다. 한마디로 당이 찌그러진 상태에서 길목이 좁아졌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선택지가 다양할 수 없었다.

    독자후보도 마찬가지이다. 입시를 치뤘어야 했는데 그 성적표 자체에 평가를 하자면, 후보를 낸 건 존중하지만, 그 결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그 자체가 평가의 중요한 축이 되기가 어려울 정도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독자후보가 대선에서 어떤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종철 “습관적으로 야권연대하면 국민들은 같은 당인 줄 안다”

    김종철: 통진당이 쪼개지고 당 위상이 쪼그라들어서 연대전략을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출범할 때의 통진당 노선 자체가 모두 연립정부를 선택한 노선이었다. 그런데 무슨 전술 운용을 할 수 있나. 우리는 완주할 수 있다, 이런 정책 안 받으면 완주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 하는데 통진당은 총선 때부터 연립정부 노선으로 일관했다. 그것이 진보정치의 가장 큰 위기 요소의 하나이다.

    만약 문재인이 당선되고 민주당이 여당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음 총선인 2016년에는 야권연대 안 하겠다고 할 수 있겠는가?

    습관적으로 야권연대를 하면, 국민이 볼 때 같은 당인 줄 아는 게 당연하다. 차라리 다수정파 민주당, 소수파 진보정당로 하나의 당 내로 묶이는 것이 국민에게는 솔직한 정치적 태도이다.

    이정미: 야권연대를 하나의 상수로 두고 습관적으로 했던 것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난 총선 과정의 방침은 당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과연 총선이라는 시점에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보느냐의 문제였다. 민주/진보세력이 원내의 다수의석을 확보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진보가 한 축이 되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주당과도 일정하게 목표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진보적 정권교체라는 것을 목표로 야권연대의 큰 틀을 추진한 것이다. 보수진영 대 민주/진보진영의 싸움에서, 진보가 주요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한 거다. 그런데 그 정치적 힘을 총선 후 (통진당 사태로) 잃어버리면서 정치적 선택의 폭을 잃어버린 것이다. ‘습관적 야권연대’라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정종권: 새로운 용어 나왔다. ‘습관적 야권연대’. 이정미는 조건과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라 하는 것이고, 김종철은 그 전략적 판단이라는 것도 사람들 눈에에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한데 그걸 대중들은 습관적인 것으로 봤다는 지적같다.

    김종철: 습관적이라는 표현이 문제면 상시적 야권연대라고 바꾸겠다.

    정종권: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는가. 민교협은 진보연석회를 통해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내고 그걸 추진하다가 좌절한 것 같은데, 어떻게 평가하나?

    이도흠 “김소연 후보가 유일한 진보진영 후보”

    이도흠: 근본적으로 우리는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현실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신자유주의 모순이 극단화되서 전체 국민이 극단의 위기에 있다는 것과 기득권의 카르텔이 더욱 공교해져 견제 장치는 다 무너지고 국민들을 자살 직전의 위기로 몰렸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극복할 건지가 과제였다고 본다.

    이도흠 민교협 공동의장

    대선 국면에서 반자본주의까지는 못 가더라도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구축했어야 한다. 그런데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구축했을 때 과연 국참당계가 진보진영이라 할 수 있나?. 민주당은 당연히 아니다. 민주당은 신자유주의 15년을 20년으로 연장하는 것의 의미 밖에 없었다. 진보는 분열되어 있고 통진당 사태로 인해 정당성의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형성하고 정책 대결을 분명히 했다면 이길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실패로 간 것은 근본적으로 진보진영이 분열되었고, 그 결과로 민주노총 이 조직적으로 단일한 입장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처음부터 진보연석회의에 참석했는데, ‘참관’단체에서 ‘참여’단체로 바꾸지 못했다. 그 이유는 민주노총 내 정파들의 입장이 다 달랐기 때문이다. 당연히 연석회의에 힘이 안 실렸다. 정의당도 당시 통진당에서 분당하기 전 상황이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저는 그때도 심상정 의원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말한 게 노회찬,심상정,조승수 3명이 진보진영을 단일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최대치이고, 최소치는 민주당 곁방살이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대치와 최소치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국민참여당계와 결별할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제안했는데 거부당했다.

    결국 진보세력으로 모을 수 있는 최대치는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한 통합진보당 당권파 빼고, 자유주의 경향의 국참당 빼고 나머지 전체를 아우르자는 거였는데 실현되지 못했다. 그렇게 반신자유의 전선 형성에 실패하면서 문재인도 중도세력의 이미지, 좋은 아저씨의 이미지로 가면서 진보의 경제개혁 복지문제 의제는 수사적으로나마 박근혜에게 뺏겼고, 또 진보세력은 유의미한 정치적 역할도 못하고 궤멸해버린 꼴이 되었다.

    나름대로 김소연이 진보적 의제로 독자후보로 나선건 의미가 있었고, 이념적으로도 유일한 진보의 정당성이라는 점에서는 김소연이 유일했다. 그런데 득표수가 적었다는 것은 진보세력이 반성할 문제이다. 진보세력이 도덕적 정당성의 위기에 놓였고, 또 대선이 박빙으로 가면서 결국 진보 표가 박근혜 당선을 도와줄 수 있다는 사표심도 작동된 것이다.

    진보세력이 궤멸적 상태인 것에 대해서는 성찰해야 하지만 득표수가 적었다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여러 불리한 조건에서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이순신이 ‘아직 10척의 배가 있다’고 말한 것처럼, 진보도 성찰하고 다시 일어선다면 길이 있다고 본다.

    정종권: 이도흠 교수의 평가는 생각보다 낙관적인 평가다. (웃음)

    김종철: 사회자 바꿔달라. 너무 편파적이다. (웃음)

    이정미: 이번 대선에서 김소연 후보의 1만6천표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 득표수가 적더라도 그걸 토대로 이후에는 16만표, 160만표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질 때 의미를 갖는 거라고 본다. 김소연 후보가 출마해서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이도흠 교수의 평가는 지금은 1만6천표밖에 못 얻었지만 다음에 16만표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주어야 정당성을 갖는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가 주장하는 정책을 대선이라는 연단에 올라가서 주장하고 떠들었다는 것만으로는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본다. 1만6천표가 16만표, 160만표로 확장할 가능성과 전망을 이번 대선에서 제시했다고 보지 않는다.

    이성우 “김소연 독자후보 자기만족적…야권연대도 존재감만 잃어”

    이성우: 독자후보에 대해서 이도흠 교수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1만6천표든 3만표든 표가 중요하지 않다고 봤고, 실제로 그 김소연 선본은 표를 중요하게 보지도 않았다.

    일단 선거라는 공간에 나왔으면 그 의미를 살리는 활동을 잘했어야 했다. 그런데 선거운동 과정에서 출마의 의미를 충분히 대중적으로 설파했나, 아니었다고 본다. 이건 표의 숫자와는 조금 다른 문제이다.

    이성우 노동자정당추진회의 운영위원

    어쨌든 독자후보는 이것이 고스란히 진보정치의 발전과 확정으로 이어지는 씨앗의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노동자정당추진회의 입장에서는 진보진영의 폭 넓게 단결하여 진보세력의 독자후보를 내자는 거였다. 하지만 연석회의 등의 과정에서 논란이 심화되고 하나로 모이는데 실패하면서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 전술을 포기하고 굶고 가자는 방향으로 정리했었다. 물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들 역량에 대한 자기 반성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독자후보를 내세웠다고 한다면 자기만족적 운동을 하는 것에 머물러서 안 된다. 진보세력의 철학과 비전들에 대해 최소한 같은 진보진영내에서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줬어야 했는데, ‘그나마 우리라도 있었기에 독자후보가 가능했고, 그래도 대선 공간에서 노동자 중심의 선거운동이 가능했다’, 이런 식의 자족적 평가여서는 안된다고 본다.

    애초 대선에 대해서는 득표의 결과보다는 진보 결집의 과정을 봤어야 했다. 그런데 그 과정의 의미에서는 실패한 것 아닌가. (명확한 진보정당의 자기 중심이 없는 조건에서) 진보세력의 독자후보는 좀 더 일찍, 좀 더 폭 넓게 갔어야 한다고 본다.

    진보정당의 큰 흐름을 되짚어보면, 통합진보당이 분당하고 진보정의당이 창당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동중심성에 대해 주장하고 강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대선 과정에서는 그 얘기들이 완전 실종됐다. 김소연은 그 이야기를 했지만 그 소리를 우리들 일부에서의 메아리를 벗어나지 못했고, 진보정의당 등이 노동 중심성 얘기를 많이 했지만 실제 창당과정이나 대선 과정에서는 그 정체성을 완전히 포기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자기 모습을 ‘대중성’이라는 이유로 회피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현재의 정치지형은 진보정당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진보정당은 비록 당을 따로 하더라도 탈자본주의,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사회에 대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 과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단 그 실패를 인정하고, 이번 대선과정에서는 새로 진보정치를 시작하는 마음이어야 했는데, 오히려 야권연대의 길 독자후보의 길 등 자신들의 이해에 집착하면서 각각 따로 갔고, 진보세력은 다시 존재감이 없어지고 무력해진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아쉽고 안타까운 대목이다.

    진보세력들은 이번 대선에서 야권연대를 취했건 독자후보를 선택했건 철저히 실패했다. 이후 노동정치, 진보정치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어떤 정체서을 가지고 어떤 과정을 통해 복원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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