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회는 전쟁중,
    주민에 대한 믿음이 희망
    [진보정치 현장] 공공도서관 건립을 둘러싼 갈등
        2013년 01월 22일 11: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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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내가 속한 행정사회위원회에서는 ‘옥곡지구 공공도서관 신축 공유재산 관리계획안’ 의회 승인의 건으로 새누리당 의원들과 첨예하게 대립했었다.

    2011년 옥곡지구 공공도서관 건립은 옥곡지구 주민 5000명의 서명운동을 통해 공공도서관의 설립을 요구했었고 다행히 경산시가 받아들여 지구단위계획변경 및 타당성 용역조사를 걸쳐 2013년 본예산에 설계비 5억을 편성했고 본예산 심의에 앞서 2013년도 공유재산관리계획 의회 승인을 심의하는 중 일부 의원들이 반대에 나섰다.

    새누리당 모의원은 “열악한 시 재정으로 볼 때 도서관 신축은 시급한 사업이 아니다. 경산도서관을 이전하려면 남부동 주민들의 의견대로 남부동 내 시유지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산시는 당초 44년된 경산도서관(행정구역상 남부동)이 노후되었고 도서관 주변환경이 모텔과 게임방 등 청소년들에게 유해함으로 경산도서관을 이전하려고 했으나 일부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가 있어 기존 도서관을 리모델링 또는 주민들이 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들이 절대로 옥곡동 도서관 설립은 안된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나는 옥곡동 도서관 설립은 타당성 용역조사에서도 타당성이 매우 높게 나왔고 무엇보다 인근지역에 초·중·고등학교가 위치하고 있어서 지역주민들 뿐만아니라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매우 절실한 문제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서부지구 옥곡동 도서관을 반대하고 남부동에 이전할 것을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남부동에 도서관이 필요하면 남부동 도서관설립에 함께 의원들이 힘을 모으자고 반대의원을 설득했었다. 그리고 이렇게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을 뿐만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강력하게 맞섰다.

    또한 반대 논리로 “현재 시장이 없는 상태에서 신임시장이 선출되면 그 때 심의하자”고 주장하는데 대해 나는 2013년 예산서 전체를 내년에 심의하자고 맞서면서 오전 내내 정회에 정회를 거듭하였다.

    나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만약 옥곡동 도서관 신축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보류하거나 부결시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며 말하면서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이렇게 대치하는 도중 상임위원회에서는 반대의원과 나를 밖으로 보내고 의논한 결과 이번 회기에서는 옥곡동 도서관신축 공유재산 관리계획안과 예산안 5억원을 보류 및 삭감하고 다음 회기까지 경산도서관 활용방안을 지역구의원은 대책을 마련하고, 설령 마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공유재산심의 및 예산을 행정사회위원회에서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결국은 양보를 했었다.

    공공도서관 서명을 받고 있는 엄정애 의원

    참으로 힘든 싸움이었다. 경산시에 공공도서관이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도 없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른 사업을 볼모로 잡는 나쁜 정치행위에 대해 반성도 없는 정치적 현실에 분노가 일어났다. 또한 경상도에서 소수 진보정당 의원임을 다시 한번 뼈져리게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 지역신문에 기사가 나갔고 이 사실을 안 ‘경산시작은도서관운동본부’ 회원들과 옥곡동 도서관 서명운동을 한 ‘옥곡동 도서관 친구들’ 학부모들이 경산시의회에 항의방문을 통하여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너무나도 절실한 옥곡동 도서관 신축사업이 왜 보류되었는지 의장에게 따져 물었고 이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하게 항의했었다.

    또한 일반 주민들이 경산시의회 홈페이지에 항의성 글을 올리기도 했었다.

    나 또한 지난 2년 의정활동 중 옥곡동 도서관 신축을 위해 타도시 견학, 관계공무원 협의, 부시장·시장면담을 통해 온힘을 다해 진행하였고 늘 생각하고 기도하면서 추진한 사업이라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다니는 성당 신부님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엄의원 오늘 부시장을 만났는데 엄바실리아씨가 참 일 잘하고 열심히 한다고 하네.. 그런데 옥곡동 도서관이 잘 안됐다고 하던데.. 무슨 일 있냐“라고 물으셨다.

    “반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잘될 거예요” 라고 답을 했었다.

    인자하신 신부님이 참으로 고마웠다. 얼마후 난 성당에 주일미사를 보려 갔었는데 주임신부님께서 미사를 마치고 공지시간에 “옥곡동 도서관 설립을 위해 엄정애 바실리아 자매가 많은 노력을 했었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본당 교우분들은 옥곡동 도서관 설립을 위해 많은 관심과 기도를 바랍니다.”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순간 당황도 했었지만 마음을 보태주신 본당 신부님이 너무도 감사했다. 교우분들도 도서관 만들자고 하는데 왜 반대하노 라며 힘내라며 응원의 말을 해주었다.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은 곳에서 마음을 보태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물론 모든 일이 개인의 의지대로만 되지 않는 것을 잘 안다.

    내가 생각하기에 정당하고 옳은 일이 상대가 있는 현실정치에서는 옳고 좋은 일이라도, 상대에게 이로운 것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정치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의정활동 동안 나의 득과실을 가려가며 일하지는 않았다.

    부족한 능력이지만 내가 추진한 사업이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과 경산시 행정을 견제하고 때로는 협조하며서 일을 추진해왔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양한 정치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척박한 보수정당 텃밭에서 진보정당의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늘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새누리당은 전국 단위의 조직을 갖춘 정예군이고 진보정당을 걸어온 나는 동지도 흩어져 있고 선거때마다 게릴라들이 모여 싸우고 있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외롭고 힘든 것은 사실이다. 이 긴 여정을 얼마나 오래 해야 할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의 동지들과 마음을 다하고 온 힘을 다해 그 길을 가면서 희망을 만들려고 한다.

    필자소개
    정의당 소속 경북 경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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