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투신…기관사 처우개선 급선무
    강박증에 시달리는 기관사들
        2013년 01월 21일 05: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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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오후 4시30분경, 서울도시철도공사 수색 승무관리소(6호선) 소속 황 모 기관사가 출근하겠다고 집을 나섰으나 아파트 옥상에 올라 투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기관사 업무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던 고인은 지난해 10월 출입문에 핸드백이 끼는 사고를 겪은 이후 강박장애를 겪었고, 최근에는 불면증 등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져 외상후 스트레스나 공황 장애 비율이 높은 기관사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서울도시철도노조쟁의대책위에 따르면 황 기관사는 투신 사망 전 “누워 있어도 쉴 수 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열차 교대시간을 놓칠 것을 우려하고, 통상적인 업무 절차에도 제대로 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컸다.

    지하철 모습(사진=대구시)

    지하철 모습(사진=대구시)

    이는 앞서 지난해 3월 공황장애로 고통받던 故이재민 기관사가 선로에 투신 사망한 것과 유사한 케이스이다.

    기관사들의 작업장은 밀폐되고 어두운 지하 터널로 장시간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극단적인 공포에 휩쓸리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등 이상 신체증상이 나타나는 공황장애에 노출되어있다.

    이재민 기관사 또한 공황장애를 호소했으나 도시철도 측의 아무런 대처가 없어, 교대 기관사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자신이 17년간 일했던 선로 위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이재민 기관사의 자살 이전에도 2003년 서민권 기관사, 임채수 기관사가 자살했다. 또한 2006년 8월까지 32명의 기관사가 정신질환에 걸렸으며, 2007년 실시된 기관사 특별건강검진 결과 기관사의 우울증 유병률이 일반인의 2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4배, 공항장애는 7배나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이재민 기관사 사망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분향소를 방문해 기관사 처우개선을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했으며, 도시철도측 또한 기관사 최적근무위원회를 설치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5월 15일 해당 위원회 본교섭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개최됐다.

    이후 9개월 동안 10여차례 실무교섭을 진행했으나 단 하나의 처우개선책도 합의하지 못하고 사실상 결렬됐다. 7월에는 이재민 기관사는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에서 불승인이 나 현재 행정소송 중에 있다.

    결국 지난 19일 황 모 기관사가 투신 사망하기까지 도시철도는 기관사 신경정신질환 장애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것이다.

    황 기관사가 경위서를 쓰게된 지난해 10월 출입문 사고는, 한 여성의 핸드백이 출입문에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한 황 기관사가 급제동을 걸고 열차를 세워 만일에 있을 사고를 방지했다. 끝까지 CCTV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도시철도측은 해당 핸드백이 스크린도어의 열차 정지 센서를 훼손했다며 해당 사고를 기관사의 부주의와 자질 문제라고 몰아붙였다. 근무 환경 자체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문제를 기관사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에 공공운수노조와 도시철도노조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황 기관사의 죽음은 전적으로 공사의 책임이 분명하다. 작은 사고 하나라도 나면 해당 기관사에게 모든 책임을 몰아 매도하는 조직 문화와 통제 위주의 조직관리속에서는 앞으로도 또 다른 이재민과 황 기관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도시철도측에 “교번제 실시 등 전향적 자세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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