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를 위한 '철도 민영화'인가
    [기고] 재벌들의 이윤을 위한 민영화 추진, 재앙일 뿐
        2013년 01월 18일 1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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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의 출범을 준비하기 위한 인수위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철도 적자의 심각성에 대한 국토부의 보도자료가 배포되고 많은 언론이 이 내용을 그대로 실어 날랐다.

    기사의 제목중 하나를 보면 “코레일 경영부실 심각 – 7년 연속 1조원대 적자”라고 당장 철도공사에 대한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수서발 KTX 민영화를 추진하는 국토부 입장에서는 철도의 부실을 부각 시킬수록 자신들의 민영화 추진 논리가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러나 국토부의 보도자료 내용은 사실관계를 심각히 왜곡하거나 자신들의 정책실패를 운영기관에 떠넘기고 있는 것들을 교묘하게 은폐하고 있다.

    사실 철도 적자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매년 대통령 업무보고나 정권 교체시기의 인수위에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제기되는 단골 메뉴다. 철도적자의 문제가 얼마나 오래됐는지는 지난 자료에서도 확인 된다.

    38년전인 1975년 동아일보 6월 30일 자 기사를 보면 연간 200억이 넘는 적자의 해결책이 없음을 질타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철도 적자가 세계적인 현상이고 외국과 달리 정부의 보조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요금인상이라는 미봉책으로 유지되는 철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30여년전인 1982년 7월 24일자 같은 신문에도 1천2백98억원의 만성적인 재정적자 문제를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현재의 물가를 비교해 볼 때 1970년대나 80년대에도 철도는 엄청난 적자를 안고 있었다.

    이렇게 수 십 년간 적자구조인 철도에 대해 정부 당국은 경영부실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한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일관되게 관리된 철도가 경영부실이라면 철도를 이 지경으로 만든 정부의 정책 부실이 먼저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 가?

    정부, 다른 공기업은 실적 부풀리기, 철도는 부실 부풀리기, 왜???

    국토부는 “2011년 코레일 경영성적 보고서”를 분석하면서 실질 적자액이 8천303억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철도의 부실을 부풀리기 위한 편법에 지나지 않는다. 적자면 적자지 실질적 적자라는 것은 무엇인가?

    이미 법적으로 보장된 철도의 공익서비스 제공의무(PSO) 보상비를 제외시키지 않은 탓이다. 세계 각국이 당연히 정부의 의무로서 지출하고 있는 PSO 보상비용까지 적자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노약자, 장애인 할인이나 지방 벽지노선 운영에 따른 비용인 PSO 보상비를 제외하면 철도적자액은 5478억으로 국토부가 밝힌 액수보다 3000억 가까이나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정부부처는 자신들이나 산하기간의 성과를 부풀리는데 반해 철도만큼은 부실을 강조하고 전면화시키고 있다. 의도적으로 부실을 부각시켜 수서발 KTX 민간사업자 선정의 강행 명분으로 삼겠다는 심산이다.

    국토부는 철도공사의 경영부실을 이야기하면서 경영부실의 핵심 내용을 인건비에서 찾고 있다. 적자기업임에도 고액연봉을 받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는데 이것은 실상을 왜곡하고 있다.

    오래 동안 인력충원이 안됐던 관계로 철도공사 임직원들의 평균연령이 40대 중반을 넘고 평균 근속년수가 18년이 넘는다. 정부 산하 공기업 중에서도 하위그룹에 속하는 연봉을 받고 있고 매년 임금인상률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적이 없다.

    같은 논리라면 100조가 넘는 적자를 갖고 있는 토지주택공사나 다른 공기업의 임직원들은 구조조정을 하거나 급여를 삭감해서라도 적자를 메워야 하지 않는가?

    정부의 구조조정 지시를 어기고 인력감축을 등한시했다고 하는데 철도 현장은 인력부족으로 초과근무나 휴일근무가 일상화 되어 있다. 게다가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를 제기하며 공기업이 앞장서서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게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지시에 따라 최근 2년간 인턴제를 거쳐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공기업의 특성상 정부정책을 수행한 결과이다.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철도의 인건비 문제를 경영부실의 핵심으로 놓는 것은 역으로 철도는 심각한 경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 부재에 따른 문제라는 것을 증명한다.

    국토부는 높은 인건비 비중으로 인한 경영부실을 질타하지만 철도의 기본 특성 중 하나가 수요에 따른 탄력적 대응이 힘들다는 점이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상품처럼 수요에 따라 공급을 늘이거나 줄일 수 없다. 휴가철이나 명절기간에 승객이 폭주한다고 선로를 늘릴 수가 없고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라도 선로나 역을 정상적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거대장치산업인 철도는 일상적 유지비가 필요하고 노동집약적 산업이므로 인건비 비중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인건비 비중이 낮아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철도의 토양이 바뀌어야 한다.

    철도가 경영상 효율을 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업키로는 최소 4500키로 이상이어야 한다고 전문가 들은 말한다. 3500키로 남짓한 한국 철도산업은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조건이 제대로 갖추어 지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조건에서 수서발 KTX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일부 재벌의 수익창출을 위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을 분할해 자생 능력을 제거하는 것과 같다. 기능의 중복과 거래비용의 증가 등 분할로 초래될 비효율은 철도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철도에서 생산성을 따지는 기준은 ‘노동자 1인당 수송량의 크기’로 정한다. 이에 따르면 인건비 비중이 높아 비효율적이라는 한국철도는 OECD 국가 중 5위 수준으로 상위권에 속하고 있다.

    이것은 협소한 철도 운영거리와 낙후된 철도 환경의 한계를 그동안 철도노동자들의 노력으로 극복해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철도의 발전지표로 삼는 복선화율과 전철화율, 자동신호체계 등의 전반적 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고속철도 건설과 개통을 전후로 한 최근의 일이었다.

    철도 경영부실을 질타하는 정부가 한 일은 ?

    철도와는 관계가 먼 비전문가를 사장자리에 낙하산으로 보내는 일이 반복되어왔다. 경찰청장 출신의 전직 사장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해 철도공사 사장의 경험을 살려 서울 북부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에 고속철도를 도입하겠다는 개그프로그램에나 나올 만 한 공약을 내놓을 정도였다.

    국토부는 민영화를 통한 효율적인 철도로 철도 교통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장담했던 인천공항철도의 부실이 심각해지자 슬그머니 철도공사에게 떠 넘겼다. 이 과정에서도 민간사업자들은 매각대금을 챙겨서 떠났고 부실은 고스란히 철도공사가 받아 안았다. 정부의 철도정책과 철도공사의 경영상태 중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국토부 주장의 하이라이트는 철도공사가 매년 내고있는 KTX 매출액의 31%에 이르는 1100억원(2010년 기준)의 선로사용료는 고속철도 건설부채의 매년 이자 4천 6백억도 갚지 못하는 수준으로 이런 부실 상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인데 국토부의 주장대로라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논리의 심각한 하자는 고속철도 건설 부채를 선로사용료로 감당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를 하나로 결합시켜 엉뚱한 결론을 내고 있다.

    미래의 대안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철도시설부분의 국가투자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세계 여러나라의 철도산업정책에 나타나고 있는 경향이다.

    정부도 철도의 운영과 시설부분을 분리시키면서 강조한 말이, 시설부분은 정부가 책임지고 운영기관의 부담을 줄여 철도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정부의 책임은 빠지고 시설공단의 거의 유일한 수익구조를 선로사용료로 고착화시켜 시설기관과 운영기관의 불신과 갈등을 초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KTX 매출액의 100%를 선로사용료로 내도 건설부채의 이자를 갚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흑자를 내고 있는 고속철도부분의 매출액을 전부 갖다 바쳐도 재무상황 개선이 이루어 지지 않는 현실이라면 다른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철도시설투자에 들어가는 것은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세계적 현상

    1987년 일본의 국철 개혁당시 일본 정부는 국철의 누적부채 37조엔(약 310조원) 중 31조엔을 정부에서 인수하고 경영안전기금의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급했다. 2011년 한국의 국가 총예산이 309조임을 감안하고 26년 전의 화폐가치까지 생각해 볼 때 31조엔의 부채 해소가 얼마나 엄청난 규모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철도왕국 일본의 신화는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유럽연합국가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독일은 1994년 구조개편 당시 건설부채를 포함하여 680억 마르크(약 42조)를 연방철도 자산관리국을 만들어 정부가 전액 인수했다.

    프랑스 또한 1997년 구조개편 당시 누적부채 308억 유로(약 37조)의 2/3인 205억 유로는 시설공단으로 이관하고 나머지 1/3인 103억 유로는 정부특별 부채계정으로 처리했다.

    이탈리아는 운영회사의 부채 35억 유로를 정부로 이관하고 매년 구조개편 기금으로 약 10억 유로를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해 10월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명목으로 실시됐던 시설과 운영의 분리가 철도의 발전에 장애가 된다며 통합을 선언했다. 통합적 체제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철도 선진국들은 정부의 적극적 재정지원과 부채인수로 만성적인 재정악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들 나라는 왜 이렇게 철도에 엄청난 재정을 쏟아 붇는 것일까? 철도가 발생시키는 사회적 이득이 눈에 보이는 적자를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철도교통의 특성 중 하나는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 철도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긍정적 기여를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서울시에 지하철이 없거나 8% 남짓한 수송분담률을 갖고 있는 경부선 화물열차의 수송을 도로로 전환시킨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될 교통혼잡비용, 사고처리비용, 도로 유지보수비용, 도로 추가건설에 따른 건설비와 국토파괴에 따른 손실비용, 환경오염 비용, 유류비용 등을 따진다면 철도 적자액과는 비교될 수 없는 천문학적 사회적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경우 이런 비용을 계랑화해 “사회경제적 한계비용”이란 개념을 도입하여 철도의 사회적 기여도만큼 선로사용료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도입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고 있다. 우리 국토부도 수년전 철도의 사회경제적 창출 비용에 대해 연구용역을 실시했고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를 받았음에도 창고 한 켠에 유치시켜 버렸다.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노동자의 모습(사진=철도노조)

    ‘철도 민영화’ 위한 억지 논리들

    국토부가 철도 부실을 소리 높여 강조하면서 내놓은 대안은 결국 민영화이다. 수서발 KTX 민영화를 통해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이에 자극 받은 공기업인 철도공사도 경영개선 노력을 통해 자생력을 갖게 된다는 단순 논리가 철도정책 담당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나 국토부가 불과 2년여 전인 2010년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업무내용을 보면 수서발 KTX 개통으로 철도공사의 재정상황이 상당히 호전되어 철도적자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했다. 수서발 KTX 개통으로 한계에 다다른 서울역 중심의 선로 포화상태를 해소하고 이용객들의 분산과 새로운 수요 촉발로 철도공사의 재무구조가 호전되면 그 만큼 국민들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새로 개통되는 수서발 고속철도가 창출하는 수익을 민간재벌사가 독차지 하는 순간 철도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은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 수도권 동남쪽의 열차 이용객 분산으로 철도공사의 수익성은 심각하게 저하될 것이다.

    철도민영화를 통해 우리사회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영세한 영업키로를 나누어 통합의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없고 관제우선권과 선로배분권을 놓고 운영기관의 갈등이 첨예화될 것이며 시설공단과 운영기관들과의 선로사용료와 유지보수문제를 둘러싼 대립도 일상화될 것이다. 그리고 영국의 철도 민영화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한 뒤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시민들은 철도를 근심걱정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떠올리게 될 것이다.

    적자를 줄이고 효율화를 달성한다는 명목의 뒤에 숨은 철도산업의 민영화는 한국철도의 미래를 볼 때 재앙에 가깝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분단으로 인한 고립으로 한국은 섬과 다름없는 세월을 보내왔고 겨우 3500여 키로의 운영거리로, 철도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부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남북의 평화협력, 대륙철도 연결의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철도의 내실있는 발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철도의 시대적 사명을 외면한 채 반도 남쪽의 철도 노선을 이리 저리 쪼개어 재벌의 수익창구로 전락시키려는 국토부의 철도 정책은 한국철도의 발목을 잡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이라도 국토부는 미래지향적 철도정책으로 전환해서 국민을 위한 철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한다. 맹목적인 경쟁논리와 민영화를 통한 해법은 이미 유통기간이 지난 처방이다.

     

    필자소개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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