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16일 총기류 규제조치 발표
    2013년 01월 17일 03: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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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 시간으로 1월 16일 오후 오바마 행정부는 총기류 구입과 관련된 새로운 규제 조치들을 발표했다.

과거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정부가 미국인들의 총기 소유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개인의 행복 추구와 자기 결정권에 관한 수정 헌법 조항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판결의 영향 때문에 수많은 보통의 미국인들이 총기류를 소유하는 것을 개인의 자유와 관련된 중요한 권리라고 생각해왔고, 주요 정당 정치인들 가운데 그 누구도 개인의 총기류 보유에 대해서 이렇다 할 반대론을 설파한 적이 없다. 매년 총기에 의한 대량 살상 및 인명 피해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총기류 매매에 관한 한시적인 규제 조치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지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운용되었던 이 조치도 2004년 말에 종료되었고, 조지 부시 행정부에 접어들어서는 그 어떠한 의미 있는 규제안도 논의되지 못했다.

총기규제 발표 후 어린이들과 포옹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그러던 중 지난 해 말 코네티컷 주의 소도시 뉴타운의 샌디 훅이라는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전례없는 인명 살상 사건은 미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정신병력이 있는 20대 초반의 남성이 수십명의 어린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수만명의 미국인들이 온라인상에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한달도 되지 않는 사이에 수십만 명의 미국인들이 정부가 포괄적인 총기 규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이에 부응하여 오바마 대통령은 1월 16일 총기 구입과 관련된 일련의 감시와 규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법안을 발표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번 법안은, 비록 개인의 총기류 구입 그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 제안된 규제 방안들 가운데 가장 획기적이고 포괄적인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법안은 (1) 그동안 대량 인명 살상에 이용되어 온 군대용 다연발 자동 소총을 구입할 수 없게 하고, (2) 다연발 자동 소총에 사용되는 탄창과 총알의 수를 제한하며, (3) 총기 판매업자가 모든 총기류 구입자의 신상 정보와 범죄 및 정신병 병력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이를 사후에 보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4) 오바마 대통령은 20여 개의 행정 명령을 내려 연방 정부 부처간의 공조 체제를 강화할 것을 지시하고, 이를 통해 정신 병력이 있는 사람들의 총기 보유 여부를 체계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이 법안은 (5) 불법적으로 총기류를 판매 구입하거나 밀거래를 하는 것에 대해서 엄중하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총기류들 가운데 40% 이상이 불법적으로 매매된 것이라고 한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이같은 불법적인 총기류 매매를 각종 행정 명령과 법 집행을 통해서 봉쇄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조치들이 과연 미 연방의회에서 통과되고 또 실제로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을지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이 법안의 세부 시행령이 의회의 갑론을박을 거치면서 어떻게 수정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이같은 규제안에 대해 극렬하게 반발하는 이익 집단과 사회 세력이 어떻게 반응하고 여론을 선동할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대량 인명 살상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그래왔던 것처럼, 전미 총기 협회 (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는 이 사안과 관련해서도 대대적인 로비와 규제 반대 캠페인을 벌이면서 총기 소유에 대한 일체의 규제 시도에 반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뉴타운 사건이 발생한 직후 적극적으로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거론하기 시작하자, 전미 총기 협회의 고위 간부들은 그를 히틀러나 스탈린 등에 비유하면서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뉴타운 사건과 같은 일들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은 미국 내의 모든 학교에 무기를 소지한 안전 요원을 배치하는 것이지 총기 소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결국 전미 총기 협회의 ‘극우주의적 선동’이 어느 정도까지 미국민들의 여론에 영향을 미칠지가 오바마 행정부의 규제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고 실효성을 갖출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분석과 보도 기사로는 데모크라시 나우의 1월 16일자 보도와 토론, 뉴욕 타임즈의 관련 기사그리고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보울링 포 컬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 (2002)를 참조할 수 있다.

필자소개
신희영
뉴욕 뉴스쿨 대학원(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현재 오하이오 주립대학 (Wright State University)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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