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의당, 어느 길로 가나?
        2013년 01월 14일 10: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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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의당이 12일 국회 헌정기념관서 개최한 전국위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대선 평가 토론회를 가졌다. 개괄적인 대선 평가와 진보정의당의 향후 진로와 방향에 대한 중앙당 평가 초안을 둘러싸고 다양한 입장들이 제시되었다. 2단계 창당의 방향에 대한 진보정의당 내부의 의견 차이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

    진보정의당 3대 목표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해

    이날 대선 평가에서 각 지역의 대선 평가를 종합 발표한 권태홍 사무총장의 발제, 기조 토론, 자유 토론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된 의견은 진보정의당의 3대 목표인 △진보적 정권교체 △당 조직 기반 확대 △대표 진보정당의 위상 세우기 등 그 어떤 것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권태홍 사무총장도 대선 평가 발제를 통해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진보적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과연 진보적이라는 내용이 충족됐던 것인지, 결국에는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연대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아니었나 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진보의 대표주자로서 각인됐느냐는 문제에서도 회의적 평가가 많다”며 “결국 현행 정당 구조에서 야권단일화에 참여하긴 했지만 야권 내에서 정의당의 위치와 역할이 무엇인지 정립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에 대한 성토도 이어져

    권태홍 사무총장은 국민연대와 관련해 “지역에서 민주당의 오만한 태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며 “민주당의 선거운동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공통적으로 지적됐다”고 밝혔다.

    진보정의당 전국위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사진=장여진)

    홍용표 서울시당 위원장도 기조 토론에서 “민주당은 제대로 된 선거전략은 고사하고 유급선거운동원마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침 저녁으로 우리는 뇌가 얼 정도로 떨며 유세를 하는데 민주당 선거운동원들은 보이지 않더라”며 “민주당이 진 것은 정직한 결과이다. 이번 대선 결과로 민주당이 총체적으로 무능하고 한계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힐난했다.

    홍용표 서울시당 위원장, “당 정책 재점검해야”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책, 한국 경제 현실에서 가능하겠냐”

    국민참여당 출신의 홍용표 서울시당 위원장은 이번 대선 패배의 원인을 “진보가 보수보다 무능하고 능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홍 위원장은 “이 결과 앞에서 민주당이나 계속 정치를 하겠다는 안철수나 진보진영 스스로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우리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했던 것들에 대해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국민들 입장에서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세력이 정치를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재단하고 운동했던 것”이라며 “선악 프레임으로 정치를 하면 국민들이 악의 손을 들어주겠냐는 승리의 낙관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악 프레임 속의 야권 단일화 문제도 지적하며 나아가 “선악의 이분법적인 정책과 담론”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가 진보이고 선이고 선별적 복지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생각을 한 것은 아니냐. 선진국도 선별적 복지부터 시작한다”며 “복지프로그램은 우선 순위와 혜택 대상, 급여, 재원 대책, 로드맵 등과 같은 것들이 우리 처지에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 (국민들로부터) 승인 받는 것이지 선악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정규직은 정상이고 비정규직은 비정상이라는 개념을 갖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정규직화 대책, 청년고용할당제 등을 정책으로 제시했지만, 과연 한국 기업과 산업, 현실 경제에서 가능하겠느냐. 원점에서부터 검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장담론과 관련해서도 “진보진영이 대안적 담론 형성보다는 성장 자체를 통으로 시장만능주의, 보수주의로 몰아붙이지 않았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홍 위원장은 “우리 당 공약의 평가, 정책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 2단계 창당에 도움될 것이라는 제안이 많다”며 “우리의 정체성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같은 홍 위원장의 정책의 ‘우클릭’ 주장은 서울 중구의 우정환 전국위원이 지지하기도 했다. 그는 유시민 전 대표의 저서를 언급하며 민주당 문재인 전 후보의 군복무 기간 축소와 같은 공약이 중도세력의 표를 이탈하게 하는 원인이라며 군비 감축 없는 한반도 평화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진보신당 탈당파 전국위원들의 의견은 다소 달랐다. 대선 패배의 원인과 진보정의당의 위상 제고 실패 등의 이유를 노동중심성의 이탈,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철회 등을 원인 삼으며 노동중심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특히 김형탁 전국위원은 향후 진보정의당의 제2창당 과정에서 민주노총 등의 대중조직 세력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제시하며 성찰과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연합 출신의 박인숙 전국위원도 여전히 연합정치가 유효하다고 주장하면서 의제와 관련해 “진보정의당이 어느 세력을 대변하는 정당인지 토론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스탠스와 정의당은 달라야 한다. 우리가 중도적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급히 판단하지 말고 우리가 무엇을 지향하는 정치집단인지, 민생정치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기호 “중도층이 원하는 안철수식 정치개혁 받았어야”
    “안철수 신당과 연대하면 더 좋겠지만…”

    친 안철수 성향을 보이고 있는 서기호 의원의 의견은 더 파격적이었다. 그는 ‘진보적 정권교체’라는 구도에 대해 “핵심은 얼만큼 중도층이 바라는 정치혁신의 모습을 잘 받아냈느냐”라며 “안철수가 그나마 정치혁신을 강조하고 심지어 국회의원 정수 축소라는 파격적인 이야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박근혜 중심으로 가던 대선 국면이 안철수가 등장하면서 정치혁신을 내세워 이슈를 선점해 중간층이 동요했고, 안철수쪽으로 흡수될 뻔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이 때 민주당은 안철수의 정치혁신을 받아안지 못하고 결국 단일화가 실패하면서 중간층과 부동층이 막판에 박근혜로 쏠려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그것에 정의당도 일조한 것”이라며 “왜냐하면 안철수가 의원정수 축소 등 파격적인 주장을 할 때 정의당은 은근히 안철수가 정치도 모르면서 무리한 주장을 한다고 생각하며 결국은 문재인으로 단일화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가지며 문재인과의 단일화만을 준비했던 것이 아니냐”고 제기했다.

    서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정의당은 아무런 역할은 하지 못하고 민주당의 2중대 같은 역할을 했다”며 “그 당시 진보적 정권교체가 아니라 중간층이 바라는 정치혁신을 말하면서 선거구 재편이라던가, 국회의원 연금 축소나 폐지를 제시하며 기득권 정당과 다른 참신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정치혁신에 앞장서는 공약을 내세웠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에서 더 나아가 정의당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 그는 “우리가 너무 진보, 노동중심성에 집착해 그런 쪽의 의제를 던져야만 정체성이 확립되고 뭔가 살아나갈 길이라 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기존에 진보정당을 해왔던 분들의 관성적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도 새누리당도 싫지만 정치가 바뀌었으면 하는 분들이 한결같이 열망하는 것이 국회의원 특권 폐지같은 정치혁신”이라며 “그렇다면 정의당은 제3당으로써 그런 국민들의 의제를 적극 받아 안철수 신당과 연대하면 더 좋겠지만 못하더라도 그 비슷한 주제들을 던지면서 민주당의 관성이나 정치권의 기득권을 과감하 깨고 던지는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의 회의에서 제기된 의견들은 진보정의당의 향후 진로와 방향이 순조롭지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2단계 재창당을 하겠다는 진보정의당 기존의 입장이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보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중도정당’으로 이동하려는 것인지, 진보정치의 재편 과정에 적극 참여할 것인지, 아니면 소위 안철수 신당 등의 중도적 흐름에 적극 참여하는 방향이 될지 그 모호함을 드러낸 회의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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