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심각한 직장 내 성추행
보령화력발전소 내 성추행 사건....사측은 피해자 해임
    2013년 01월 10일 01:07 오후

Print Friendly

지난 2012년 9월 12일 충남 보령에 위치한 한국중부발전(주) 보령화력발전소의 한 여직원이 해외교육 도중 직장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으나 피해자에 대한 피해 구제는 커녕 사건을 덮기 위해 심각한 인신공격과 협박까지 당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직장 내 성폭력을 예방하고 감시해야 할 의무를 가진 사측은 사건 발생 2개월 뒤인 11월 12일 인사위원회를 통해 피해자를 문서 허위작성, 직무상 의무위반 및 근무지 무단이탈로 해임했으며, 11월 26일 일방적으로 퇴직금을 입금했다.

회사측은 가해자와 2차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조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는 본인이 징계 처분을 받고 나서도 성추행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통보받지 못했다. 특히 성추행 사건과 관련 없는 문제로 피해자가 해임 처분까지 받게 된 것은 사건을 무마시키고,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에 대한 일종의 보복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들게 하고 있다.

충남지역 성추행사건 대책위 제안서(자료출처는 민주노총 충남본부)

직장 상사가 피해자에게 “몇 명이나 따먹고 다녔어?”

9월 이탈리아에서 교육을 받던 피해자와 가해자가 술을 마시다 피해자가 본인의 숙소로 가려하자 가해자가 강제로 침대에 눕히고 가슴을 만지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 완강하게 거부하던 피해자는 울면서 “여기서 그만하면 용서하겠다”고 하자 그제야 성추행이 중단됐다.

또한 가해자는 방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막고 ‘교육기간 동안의 체제비를 내주겠다’는 등의 말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

정황상 회사 관계사 직원과 가해자의 말을 종합했을 때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한 것을 인지하고 있던 전모 차장은 사건 발생일 8일 뒤인 9월 20일 해외에 있는 성추행 피해자와의 첫 통화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성적인 욕설, 인신공격을 했다. 전 차장은 피해자에게 “너 거기서 몇 명이나 따먹고 다녔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징계위에서 해임 처분을 받기까지 2달여간 2차 가해는 지속됐다. 전 차장은 피해자가 아직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기간에 전화로 사표를 쓰라고 압박했으며, “너희 집안은 사기꾼 집안이냐”, 넌 인간 쓰레기야”, “멍청한게…”, “너희 아빠 돈 있어?”라는 인신공격을 했다.

피해자가 한국에 돌아오고 난 직후에도 피해자의 컴퓨터 비밀번호를 바꾸고,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너 같은 건 우리 회사에 필요없어”, “제발 사표 쓰고 나가라”, “옷 좀 빨아입고 다녀 냄새 나. 네 옆에도 가기 싫어”라는 막말을 서슴치 않았다.

사건이 엉뚱하게 피해자의 근무지 이탈, 허위문서 작성 보고 등으로 몰고가며 감사가 시작되자, 피해자와 단둘이 있던 전 차장은 “그래도 너는 눈 두개는 있잖아. 나중에 눈알이 휙 돌아갈수도 있어. 귀가 안 들릴 수도 있어”라며 신변의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잠도 잘 수 없다며 힘들다고 호소할 때는 “자살은 하지 마라”고 빈정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피해자가 있는 교육팀의 이모 팀장도 “네가 머리 쓰면 우린 네 위에서 또 머리 쓴다”고 협박했으며, 사내에는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 성관계를 맺었다, 피해자가 꽃뱀이다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피해자는 결국 신경과 진료를 받았다.

성추행 피해자가 해임, 왜?

피해자는 이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피해구제는 커녕 오히려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문허 허위작성, 근무지 이탈 등과 관련한 감사를 받았다. 피해자가 해외교육 일정을 3주짜리로 기안을 작성해 실제로는 1주일만 교육을 받고 2주는 여행을 다녔다는 이유이다.

하지만 피해자는 교육팀에 발령된지 9개월 차로 전 차장이 타부서의 기획안을 참고해 기안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회사 내 타부서도 해외교육 일정에 관례처럼 개인 여행일정을 포함시키고 있었으며 보령화력발전소의 공공연한 관례였다. 특히 이것을 모두 알고 있던 전 차장은 기안 작성을 지시했고, 피해자가 결재로 올린 기안에 싸인 했다.

그런데 피해자가 성추행이 발생하자 전 차장은 전화 통화로 갑자기 피해자가 작성하고 본인이 결재한 일정을 문제 삼아 피해자가 근무지 이탈 등을 한 것으로 몰아갔고, 이것이 피해자가 감사를 받게 된 원인이다.

보령화력발전의 홍보과 차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도 “피해자가 징계를 받은 것은 3주간의 해외교육 일정 중 1주일만 교육을 받고 나머지는 여행을 다녀서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 특히 수료증을 발급해주는 A회사 나모 직원이 피해자가 교육도 이행하지 않고 3주짜리 수료증을 달라고 했다며 항의 전화를 해 회사가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측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피해자는 회사의 주장에 A회사 나모 직원과 전 차장 등과 4자 대면을 한 결과 나씨가 전화한 건 오히려 피해자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며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닌지 확인해보라는 전화였다. 나씨의 진술은 피해자가 녹취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모르겠다. 회사 자료에는 나씨가 항의했다고 되어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피해자가 내부 고발자로 일종의 보복을 당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도 있다. 팀내 막내 사원이 상사 지시로 작성한 기안을 가지고 ‘문서 허위 작성’ 혐의를 두는 것이 타당한 것이냐는 것이다.

회사측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가해자 또한 근무지 이탈, 회사 손실과 더불어 성추행 문제로 해임 처분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성추행 피해자까지 해임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문서작성을 피해자가 한 것이기에 피해자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측은 백 번 양보해 관례상 있었던 해외교육 일정에 사적인 여행을 다닌 것이 문제가 된다면 그에 대한 징계를 받겠다는 입장이지만, 온전히 그 행위를 피해자가 기획하고 주도한 것으로 몰아가 해임까지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피해자가 근무지 이탈, 회사 손실과 더불어 문서 허위 작성 혐의로 징계가 타당하더라도 해임 처분이 적절한 것이냐라는 것이다.

피해자 대리인에 따르면 보령화력발전에는 최근 한 직원이 기자재를 빼돌려 3천만원의 회사 손실을 입힌 비위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해당 직원은 3천만원을 배상하지도 않은 채 정직 처분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피해자는 400만원의 해외교육 일정에 든 금액을 모두 배상하고도 해임 처분 징계를 받았다.

피해자에 대한 징계이전에 성추행 사건부터 해결해야

피해자와 보령화력발전 성추행 사건 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의 입장은 피해자에 대한 징계를 내리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성추행 사건이 먼저 올바르게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측은 11월 12일 이미 해임 처분을 내렸으며 오늘(10일) 재심을 개최한다.

사측은 일관되게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징계 모두 비위 사실에 대한 징계라고 주장하면서 해당 감사 과정에서 가해자의 성추행 사실이 밝혀져 가해자도 해임처분 했으며 2차 가해자인 전 차장도 감봉 징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가해자에 대한 처벌 뿐만 아니라 성폭력을 예방할 의무를 가지는 회사와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 구제를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회사의 보살핌과 가해자의 사과, 재발방지, 피해자의 명예회복이다.

회사가 가해자에 대한 성추행 징계위원회가 아닌 피해자, 가해자 양자에 대한 비위 사실의 징계위원회를 추진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헛소문은 더욱 커져갔다. 가해자들로부터 사과도 받지 못했으며, 회사로부터 적극적인 피해 구제를 받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회사는 단순히 가해자를 징계했고, 징계 시점 이후에야 사내 성폭력 방지 규정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할 일은 다했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성폭력 피해 구제는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해당 징계는 성폭력이 아니라 피해자의 허위 문서 작성으로 발생한 징계”라며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피해 구제가 있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현재 피해자측은 사측이 강행하는 피해자에 대한 징계 재심 연기를 요청한 상태이며, 가해자의 사과와 재발 방지, 명예 회복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에 해당 사건을 제소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책위에는 보령화력발전 노동조합과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합류하고 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