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속좌담2-②] 중도의 평가와 전망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안된다"
        2013년 01월 08일 04: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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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속좌담 두번째의 1회분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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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현재 쓰고 있는 책 내용에 담을 내용인데. 러시아 혁명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혁명은 혁명세력의 유능함 때문이 아니라 반혁명 세력의 무능함 때문에 성공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반대로 혁명세력의 무능함과 반혁명 세력의 유능함이 만든 결과라는 생각이다. 물론 혁명세력은 비유적 표현이다.

    기본적으로 지금까지는 보수의 분열과 진보의 결집 구도였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모두 총결집했다. 보수도 총 결집한 것이다. 경상도에서만 300만표를 먹고 들어갔다.

    문제는 50대가 진보적 투표의 잠재성이 있는데 왜 현저하게 보수적 투표를 했냐는 것인데, 이는 보수의 진화와 연관이 있다. 박근혜를 지지할 도덕적 명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박근혜가 피해자 이미지 뿐만 아니라 아버지 문제 등 정치적 문제에 대해 사과도 하고, 반복지 이미지를 벗어던지면서 일정하게 변신했다. 그 점에서 보수의 변신으로 봐야 할 것이 분명 있다.

    또한 여성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여성대통령과 민생대통령 이미지는 진보개혁세력이 이러한 보수의 진화를 뛰어넘는 공간을 만들지 못하면 실패한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정종권: 고원 교수 의견이 박근혜를 이명박의 연상으로 규정하고 낙인을 찍지 못한 것이 패인의 하나라고 했는데, 그것이 과연 가능한 접근법인가? 반이명박 반MB의 제1세력은 오히려 박근혜가 아니었나? 박근혜는 이명박 정권 내내 친이-친박으로 싸워왔다는 대중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반이명박의 내용과 지향이 무엇이었냐는 지적과는 별개로 대중적으로 박근혜는 이명박에 강하게 맞선 사람과 세력으로 인식되었고, 그래서 반이명박 프레임의 수혜는 박근혜에게 어느 정도 간 것은 아닌가?

    고원: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오바마 후보가 공화당 매케인 후보와 경쟁했는데 사실 매케인은 공화당의 비주류이다. 조지 W 부시와 굉장히 차별화를 많이 해왔던 후보인데 결국은 오바마 프레임에 의해서 그냥 부시와 매케인이 하나로 엮여버렸다.

    박근혜가 나름대로 이명박과 대립각을 세웠던 부분이 있지만, 박근혜는 세종시나 권력을 놓고 다투는 문제를 빼놓고는 기본적으로 민생과 법안 문제에서 대부분 이명박과 함께 했었다. 그나마 이명박의 인기가 떨어지니까 총선 전후로 차별화를 시도했는데, 또 어느 시점부터는 이명박 정부의 환심과 협력을 얻기 위해 타협하면서 물타기도 했다.

    경제민주화, 복지 이슈도 좀 후퇴시킨 것들을 이명박과 엮을 수 있었다. 국회에서 했어야 됐던 건, 이명박 정부의 나쁜 유산을 당장 청산하지 않으면 다 죽겠다는 쟁점을 터뜨렸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이명박과 박근혜의 동일성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데, 이슈 자체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둘의 동질성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다.

    이철희: 이명박근혜로 묶는 건 애시당초 힘든 것이었다. 본격적인 선거판에 들어가고 나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02년 선거에서 노무현은 2012년 박근혜의 위치였다. 김대중정부의 연장에 있었던 여당 후보였다. 문제는 너무 싸움 자체를 초보적 수준에서 이해한 것이다.

    또한 02년에도 보수와 진보가 총 결집했다고 본다. 권영길의 100만표를 빼더라도 50만표 이상의 격차로 이겼고 권영길 표까지 합치면 150만표이다. 보수가 결집하면 못이긴다는건 말이 안된다.

    개인적으로 후보 요인이 작용됐기 때문에 박근혜가 51.6%를 득표한 것이다. 프레임을 아무리 잘 짜도 후보가 좋으면 어쩔 수 없다. 후보 요인은 문재인이 너무 착한 사람 이미지라서 비난하기는 좀 어렵지만 패배요인으로는 냉정하게 짚어줘야 한다.

    고원: 2004년 미국에서도 진보가 총 결집한 선거였고 존 케리도 문재인처럼 착한 사람이었는데 부시가 이겼다.

    이철희: 그때도 반 부시 정서가 매우 컸는데도 민주당이 깨졌다.

    조희연: 패배한 후보가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문재인의 경우 다시 대선 후보로 복권될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

    좌담회 모습

    정종권: 민주당의 한계와 무능이 지적되었는데, 민주당은 어떻게 개혁되고 바뀌어야 하는가? 이해찬, 박지원 등 지도부의 무능이라는 것은 개인적 측면인가 아니면 민주당이라는 틀과 구조의 문제인가?

    이철희: 기성정치에 대한 반발로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지만 그 바람이 보수로 안가고 진보로 와서 진보가 폭탄을 맞았다. 권력 시스템을 잘 봐야 하는데 정치관계법을 개혁했던 것(소위 오세훈 선거법)이 결정적으로 민주당의 패착이 됐다. 지구당을 없애면서 밑바닥을 스스로 파괴한 것이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진보가 이기는 건 골목(지역과 현장)에서 정치를 잘했기 때문이다. 골목 정치에서 만나는 3대 주요 세력이 자영업자, 주부, 노인인데 지금은 민주당이 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초조직이 없다. 다 무너진 것이다. 지역 가면 국회의원 개인 선거조직은 있어도 정당조직은 없다. 그런데 지역사회 가보면 알겠지만, 보수쪽은 정당이 아니더라도 자신들의 네트워크가 있다.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 새마을 등 온갖 지역 네트워크들이 다 있다. 그런 조직이 다 연결되어 있어서 보수세력의 기반으로 역할을 하는데 야권쪽은 그런 것이 없다. 다 허물어져 버렸다. 어떤 젊은이가 지역으로 가서 정치를 하려고 해도 지역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초조직이나 기반이 없어서 못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고원: 이번 대선에서 50대 현상이라는 돌발 변수가 선거를 치명적으로 좌지우지했다. 그런데 그런 민심의 기류에 대해서 민주당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가 왜 생기느냐. 민주당 내부의 지배구조와 당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내부적으로 계보적 구조, 패권적 구조가 있으며 어느 한 정파의 독식이 힘들면 계보끼리 나눠먹는 구조가 되어있다. 아무리 좋은 인적 자원이 당 내에 있어도 결국 총선 때 외부에서 수혈 받아 내보낸다.

    본인이 정치적으로 생존하고 뱃지를 달고 싶다면 패권주의나 계보정치에 순응해야 하고 밑보다 위를 쳐다봐야 하는 줄서기 문화가 만연한 것이다.

    이철희 소장도 말한 것처럼 정치개혁 과정에서 지구당을 없애버리니 안 그래도 부실했던 풀뿌리 조직까지 더 약화되고, 내부 지배구조와 맞물려 민심과 소통할 수 없는 정당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문제의 개혁 필요성에 대해 대선 때 많이 드러났는데, 이후 쇄신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해서 제도적으로 반영, 개혁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2014년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확실하게 가야 한다.

    이철희: 민주당의 지배구조는 2004년의 열린우리당 체제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 당시의 체제와 변화가 없다. 사람들이 밑에서 위로 치고 올라가고 정치적 긴장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다. 그래서 냉정하게 386정치인들의 책임을 거론해야 한다. 역대 운동권 세력 중 386이 가장 무능하다. 이 사람들이 벌써 꼰대가 되었다. 이들이 민주당의 기존 체제에 대항하고 변화를 추진하는 모습을 한번이라고 보여줬나? 한 번도 없다.

    2004년 열린우리당 체제가 8~9년 동안 유지되는데는 386의 책임이 크다. 386들이 정동영, 정세균보다 결기가 더 없다. 한 번도 집단적으로 싸운 적이 없다는 거다. 친노에 들어가 있는 386을 봐라. 친노색깔이 더 강하지 386의 색깔은 없다. 그런데 그 밑의 세대나 다른 대안 세력은 민주당 내에 있나? 없다. 갑갑한 정당이다.

    그래서 (민주당 개조를 위해서라도) 안철수 변수를 활용하는 게 불가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붙어야 한다. 그래서 세대교체를 하든, 주류 비주류로 격돌하든,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리더십이 창출되지 않으면 몰락하고 사라졌던 20세기 초의 영국 자유당 꼴이 날 것 같다.

    조희연: 왜 유능한 사람이 (민주)당에 들어가면 귤이 하수를 건너 탱자가 되듯이 탱자가 되는 걸까. 안철수도 제도권 정당 들어가는 순간 탱자가 될 꺼라 본다. 기본적으로 기성정치에 대한 높은 불만과 변화 욕구가 있다. 이 불만과 변화 욕구가 상존하는 것인데 이런 현상은 지구적으로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지구화 시대에 우리처럼 민주화 이행기 정치가 불안한 곳도 있고, 지식정보화 산업시대가 해체되어 불안해지는 등 여러 층위에서의 불안요인들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서 대중의 높은 불만과 변화욕구가 기성정당에 대한 ‘묻지마 불만’으로 나타난다. 이런 구조와 상황에 대한 변화의 전망이 없이 누구든지 뛰어들면 탱자가 되는 구조이다.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든다. 무조건 변화만 추구하면 신뢰성이 떨어지는 딜레마가 있다. 단절성을 드러내는 변화와 신뢰성을 담보하는 연속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보면 DJ식 해법이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당 외부에 신정치세력이 출현하는 것이다. 당시 김대중은 이 세력들을 집단적 정치적 실체로 인정하고 또 그들의 대중적인 잠재력을 믿고 통합을 했다. 지분도 상당히 파격적으로 민주당과 김근태라는 세력인 국민회의를 7:3으로 통합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의 기존 구조와 관성에 변화를 주고, 인적 변화도 만들어 냈다. 즉 DJ는 손도 안되고 민주당을 혁신한 것이다.

    이런 것과 유사하게 단절적 변화와 연속성을 조화하는 의미로 민주당이 혁신되어야 하는데, 그 혁신이 전당대회에서의 경쟁을 통한 것 외에도 당 외부 세력과의 통합 등을 통해 새로운 인물로 교체하고 변화시키는 것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철수가 되든 누가 되든 다 탱자가 된다.

    일동: 탱자론이다. (웃음)

    정종권: 현재의 민주통합당이 그런 세력 통합의 과정을 일정하게 형식적으로라도 거쳐 왔던 것 아닌가?

    고원: 제3의 대안이라 할까, 항상 어떤 선거에 대한 패배나 위기가 올 때마다 제시되는 대안이라는 게 ‘세력과 틀을 바꾸자, 인적 집단을 청산하자’ 이런 거였다. 하지만 인적 집단을 청산해도 수혈할 사람이 별로 없다. 계보간에 치열하게 싸워봤자 권력투쟁의 양상을 벗어나질 못한다.

    어떤 것이 혁신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세력들을 바꾸고 모아봤자 그 최대치가 총선 전 민주당인 것이다. 그래서 제도적 대안,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소위 정치쇄신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문제에서 그 출발은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들, 특히 정당의 자기 쇄신에 대한 중요한 의제들이 도출됐다고 본다. 공천권을 당원과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등의 정당 기득권을 내려놓은 의제같은 경우이다. 조금 부족하지만 이런 의제들은 많이 제기됐다고 본다.

    이것을 대선 이후 정당 내부 구조의 쇄신 과정에서 확실하게 반영시켜야 하는데 누가 반영시킬 것인가? 지금 현재 있는 친노가 할 것이냐, 비노가 할 것이냐? 답이 잘 안나온다. 시민의 방식같은 것으로 챙겼으면 좋겠다. 민주당에 일정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민주당이 받아서 일종의 배심원 같이, 밑으로부터 구성해서 계파나 정파에 의해 조작불가능한 방식으로 (공천) 해야 한다. 그런 방식으로 해야만 계보간의 대결구도를 뛰어 넘으면서 폭 넓은 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종권: 안철수가 대선판에 등장하면서 제일 먼저 들고 나왔던 것이 정치개혁 화두인데, 두가지 측면에서 문제적이었다고 본다. 하나는 대선의 의제 설정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 담론이 아니라 ‘정치개혁’이라는 화두를 부각시키면서 경제와 복지 담론을 실종시키는 블랙홀의 역할을 했다는 점이 하나이다. 또 하나는 정치에 담론에서 정치를 약화시키는 반정치적 정치개혁 담론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의원 정수 축소 문제만을 지칭하는 건 아니다. 마치 정치개혁이라는 포장을 쓰고 나왔지만 정치를 약화시켰던 오세훈 선거법 개혁 당시의 담론과 유사한 효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정치쇄신과 개혁을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반정치적 경향을 부추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철희: 정종권의 말에 한 표를 던진다.

    조희연: 안철수의 반정치적 편향성이 드러난 것이 의원 정수 축소문제이다. 이미 그 캠프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대선 전에 한 정치선언을 진성성있게 밀어붙여야 한다. 전통 야당인 민주당, 안철수 세력, 시민사회세력 등 3자가 연합하여 중도개혁정당을 개혁해야 한다. 가장 큰 개혁은 인적 전환이다. 바깥에 있는 사람이 안에 있는 사람보다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안철수나 시민사회세력이 바로 당에 개입하는 것보다 일정하게 정치적 결사체로 출현하고 당 대 당이나 3자통합을 통해 민주당의 인적 자원과 구조를 쇄신해야 한다. 안철수가 정치를 계속하려면 민주당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정치적 결사를 만들고 민주당과 연합이나 통합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원: 안철수식의 반정치 담론이라는 것은 과도한 규정이라 생각한다. 의원 정수 축소 문제가 그런 지적의 핵심적인 근거가 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사실 의원 정수 축소는 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데도 그것이 본질적인 것처럼 안철수가 굉장히 집착했다.

    집착을 하게 된 원인을 짚어보면 정수 축소같은 탈정치에 대한 이데올로기적이라는 신념의 소산이라기보다는 (안철수와 다른 이들 사이의) 불통의 소산이다. 그래서 안철수가 다시 정치 재개할 때 그런 담론을 얼마나 잘 극복하고 나올건지 아니면 그런 한계를 구조화시킬 것인지 봐야 한다.

    안철수, 문재인, 진보정의당, 시민사회 등 여러 세력이 제기한 정치쇄신과 정치개혁에 대한 담론이나 아젠다를 모아서 민주진보진영 내부의 정치적 제도화로 연결해야 한다. 그걸 집약해낼 수 있다. 그걸 통해서 안철수도 상대화되는 것이다.

    현재 안철수 신당이라는 말도 나오고 안철수를 구원투수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민주당 안팎에 다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가 조만간 커밍아웃해서 재개한다, 안철수가 정치세력을 구축한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민주진보진영의 결정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철희: 안철수든 문재인이든 박원순이든 정치적 역할을 모색하려면 패배를 수습하는 과정이나 야권의 재편 내지는 혁신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안철수는 정치권 내에서 본인이 정치를 하면서 변화하는 게 불가피하다. 지금부터 정치틀에 뛰어들어서 자기 것을 보여주고 소통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진화해 좋은 정치인으로의 성장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적 인기만 가지고 정치를 하려고 하는 건 도의가 맞지 않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박원순 시장도 자신의 역할을 방기했다고 본다. 민주당이나 야권의 재편에 침묵하고 있다. 지도자로서 온당한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문재인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시점 지나고 나면 자신의 역할을 해야한다.

    조희연: 안철수는 프리미엄을 얻고 있다. 모든 좌절된 정치적 희망의 기표 같은 것으로 과잉기대를 받고 있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안철수가 정치판이라는 진흙탕으로 와야 한다고 본다.

    안철수는 온건보수주의에서 진보적 자유주의까지 정치적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 특별히 사회경제적 정책에 대해 적대적 갈등이 없다. 그래서 안철수는 사회진보적 개혁주의에서 진보적 자유주의로 결합해 나가야 한다. 박근혜가 이미 ‘CEO식 보수’에서 일종의 ‘온정적 보수주의’로 변화했다. 하지만 안철수가 공화주의적 미덕을 갖는 성공한 엘리트의 그 위치만을 가지고는 치열한 적대적 갈등이라는 정치의 공간에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본다.

    정종권: 요즘 민주당까지 다 스스로를 진보라고 부르던데 그런 호명과 표현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나? 진보라는 말이 그렇게 대중적으로 공감대를 얻었다는 것인가, 아니면 진보라는 표현이 오히려 어떤 날카로운 내용을 담지 않는 무른 개념이 되었다는 뜻인가? 또 조희연 교수의 말대로 중도개혁정당이 재편되어야 한다면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이 같은 정당 내에 있지 못하는 이유가 있나?

    조희연: 나는 현 시기를 민주화 시대에서 민주화 이후로 이행하는 것으로 본다. 이 포스트 민주화 체제는 민주화 시대에 존재했던 민주당, 열우당으로 상징되는 단일 리더십 또는 단일 헤게모니가 균열된 시기라고 본다. 그래서 당분간 중단기적으로는 연합정치의 시대라 본다. 표현을 어떻게 하던지 중도개혁 자유주의정당과 진보정당의 연합이 불가피한 시대이다. 그래서 중도우파블럭은 자기식대로 하고 진보좌파정당은 자신의 방식대로 자기혁신을 해서 대중적 신뢰를 재획득하면서 연합을 해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철희: 논쟁하자는 건 아니지만 바람직한 정치구도가 양당제, 다당제냐,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기로에 서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다른 제도적 정치구조의 변화를 만들지 못하면 양당제로 가는 것, 또는 그런 경향성이 커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당제로 가면 3당 내지 4당체제로 갈 것인데 보수의 분열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다당제는 위험하다.

    조희연: 양당체제로 간다면 보수야당(자유주의정당)으로 수렴되지 않는 진보적 대중의 문제가 있다. 제도를 혁신해 보수양당 승자독식형 87년형 민주주의를 결선투표제, 비례대표 확대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종권: 그런 큰 제도적 변화가 없더라도 현재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이중 당적 금지 규정만 없어져도, 자신들의 독자적 정당을 유지하면서 연합정치나 선거연합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길 수도 있다.

    이철희: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과연 보수가 분열될까? 라는 개인적 의구심이 있다.

    고원: 결선투표제가 민주진보진영의 관점에서 얼마나 실효성과 유의미성을 갖는지 모르겠다. 그것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목표와 현실의 효과 사이에 연결고리가 두 단계 정도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연합정치와 관련해서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은 통진당 사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진보우파로서 민주당, 진보좌파로서 통진당의 구도로 가면서 이 양자가 생산적으로 연합정치를 하면 장기적으로 한국정치에 긍정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통진당 사태 이후 진보좌파가 다 무너진 상황이다.

    다시 그런 독자적 대오를 세워서 한국 정치의 유의미한 세력으로 다시 발돋움할 수 있을까라는 점에서는 조금 회의적이다. 주관적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한국 정당체제가 양당제, 다당제로 갈 것이냐라는 이분법적인 논쟁에는 빠져서는 안 된다. 다원성을 충분히 강화시키는 방향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크게 집을 지을 수 있지 않겠느냐. 물론 총선 전 빅텐트론은 잘못된 판단이라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달리 생각해보지 않을 수 있을까 한다.

    정종권: 오늘 대화는 이정도에서 마무리를 하겠다.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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