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의연구소 대선평가 토론회
    박상훈 "사민주의 지향 분명히 해야"
        2013년 01월 08일 10: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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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의당 부설 진보정의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18대 대선, 박근혜 정부 5년, 그리고 진보정당’ 토론회에서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가 “진보라는 말을 쓰더라도, 내용과 이념적으로는 사민주의를 적극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조현연 소장의 사회로 박상훈 대표가 발제를 맡았으며, 토론에는 김제남 의원과 천호선 최고위원,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서복경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 정상호 서원대 교수가 맡았다.

    이날 발제에서 박상훈 대표는 발제를 통해 16가지의 화두를 던졌다. 대선 평가 이전에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일반 이론부터 정당정치를 강화하는 방법, 나아가 진보정당의 이념적 지향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정당이 아닌 정당체제가 개방적이어야”

    박상훈 대표는 발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정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정당을 더 민주적으로 운영한다고 민주주의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년간 어떻게 정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두고 다투었지만 강한 정당이 없다면 정당간 경쟁의 민주적 효과는 나지 않는다”며 “정당은 자율적 결사체로 그 자체가 민주적인지 아닌지는 그 당원들이 결정하지만, ‘정당 체제’는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진보정의당이나 진보정당이 추구해야 할 것은 당을 더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문제가 아니라 더 강한 정당이 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시민집단의 열망을 더 민주적으로 전체 체제(다당제 구조안의 정당 체제)에 투입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핵심 테제인 정당체제 민주화의 핵심은 기존 정당이 대표하지 못하는 넒은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것”이라며 “대표되지 않는 세계는 우리 사회의 중요 생산자 집단이라고 하는, 보통은 민중이라 부르는 중하층 계층의 배제된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며, 그걸 대체로 진보정당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계급투쟁 이전에 계급형성이 우선…위력적인 정당 만들기 시작해야”

    박상훈 대표는 “맑시스트의 계급 관점이지만 ‘계급투쟁 이전에 계급형성이 우선이다’라는 말은 맑스주의가 현대 민주주의를 설명하는 데는 문제가 많지만, 이 테제는 사실”이라며 “정당 만들기 (Party Making)가 더 위력적으로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서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정당 만들기’라는 과제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통진당을 처음 만들었을 때 시간 제약 때문에 암묵적 합의는 일단 선거를 치루고 정당을 만들자며 유예했다”며 “그런데 선거 결과가 좋게 나오자 정당 만들기 비용을 누구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선거연합체제 내부 갈등과 균열을 고스란히 드러냈고, 13석의 의석이 생기면서 오히려 더 큰 균열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좋은 정당 만들기 핵심은 ‘리더십’…중층기구 줄여야”

    좋은 정당 만들기를 위한 핵심과제로 박상훈 대표는 “리더십”을 첫 번째라고 꼽았다. 그는 “특히 진보파들은 리더십을 이야기하면 권위주의적이라 생각하지만 잘못 된 것”이라며 “정당을 만드는 요체는 작동 가능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며 일하는 조직을 만든 다음에 그 성과에 따라 민주성을 넒혀 가는 것이 조직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정의연구소 토론회(사진=장여진)

    이어 그는 “정의당을 포함한 진보정당은 본인들이 더 얼마나 진보적인가를 과시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이라며 “민주노동당 때부터 대의기구가 왜 그렇게 많은 것인지, 대의기구의 중층성은 당이 커짐으로서 늘려야 하는 것인데 초기부터 그렇게 하면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 당 내 정파들이 제도 안에 숨기 가 용이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한 리더십을 위해 “중층적 대의기구를 줄이거나 의제범위를 제한해서라도 리더와 활동가들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사민주의의 이념 지향을 분명히 드러내야”

    이념과 관련해 박상훈 대표는 사민주의를 강력하게 제시했다. 그는 “조봉암 선생이 처음 진보당을 만들었을 때 진보의 의미는 자유민주주의였다. 민중운동이 커지면서 사회주의, 좌파라는 말을 쓰지 못할 때 비슷한 의미로 표현한 열정의 덩어리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 시효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영어로 Progress라고 설명하면 그 말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부르주아 정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보의 내용은 더 구체화해야 한다. 정의라는 말로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은 아테네 민주주의와 로마의 공화정이며 그 다음 위대한 것은 사민주의”라고 강조하며 “전후 유럽 민주주의가 미국 민주주의보다 더 나았던 것은 사민주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집권하기 위해서는 진보만으로 안된다. 자유주의 안에서도 개혁적인 사람들과 연대해야 한다. 진보적 자유주의가 사민주의와 가깝다”며 “넒게 연대하기 위해서는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 사민주의는 진보정의당도 안에서도 다양한 국가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이념”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박상훈 대표는 국회의원 보좌관 특별당비 폐지 또는 시한부 운영과 시도당 중심의 강력한 지방당 등을 제시했다.

    천호선 “완주하지 않은 것은 자성과 성찰을 드러낸 것”

    토론에서 천호선 진보정의당 최고위원은 대선 이후 당 내 평가와 관련해 “우리는 별로 평가할 것이 없다. 후보를 낸 뒤 완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이정희 후보의 TV토론 직후 당원들의 후회는 있었지만, 통진당 시절부터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발언의 책임을 정의당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천 위원은 “정치적 현명함이 없는 도덕적 자기고백 같지만 끝까지 완주하지 않는 선거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때는 자성과 성찰을 드러내겠다고 한 것이다. 국고보조금을 받고 지상파에서 멋지게 토론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우리당의 현실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상훈 대표가 강한 리더십를 주장하며 제기한 대의기구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도 국민참여당 출신이지만 참여민주주의의 확대가 필요하다. 지금 시기에 정당 내부의 리더십, 국민 참여도를 높이는 것과 리더십 강화가 모순되고 충돌되는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에 박 대표가 “참여민주주의론의 주요 이론은 정당과 국가에 비판적인 풀뿌리민주의의나 시민의 직접 참여에 기반하는 것인데, 그 이상을 공유하지만 이행 경로에 대해서는 뒤집어서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호 “5년단임제도를 뛰어넘기 위해 강한 리더십 구축해야”

    정상호 교수는 박상훈 대표의 발제에 “절대적 동의”라고 표현하며 그의 견해를 보완해 “작동하는 정당 만들기가 최상, 최대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5년 단임제가 이념과 정책보다는 인물 중심의 선거 경쟁 패턴을 강제하고 있다”며 “이러한 게임의 룰을 바꾸기 위해서 진보정당은 대선과 총선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든지 아니면 공동정부와 연합정부의 틀 속에서 지분 확보 전략을 펼치든지, 선택을 강제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최대 난관은 이념이든 정책이든 진보정당 자체의 안정화가 우선이며, 이는 진보정당들 뿐만 아니라 민주당조차도 동일한 과정에 봉착해 있다”며 “강한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는 정치적 기획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서복경 “유권자의 변화 욕구 확인된 선거…제3정당 자리 열려 있어”

    서복경 교수는 이번 대선 평가와 관련해 “민주화 이후 선거에서 유권자 선택 기준이라는 측면에서 터닝포인트를 지나고 있다”며 “민주화 이후 5번의 대선과 6번의 총선을 치루면서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에 학습된 선거였다. 내 표현대로 하면 하이리스크와 하이리턴이 로우리스크와 로우리턴의 기조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영삼, 김대중 정권의 출현은 민주화 이후 준비된 과정이기보다는 오래된 야당의 준비였고, 노무현, 이명박의 출현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선택의 결과였다. 반면 이번 선거는 다른 어떤 기준보다 정치집단의 수권능력이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에 그는 “50대가 상당히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은 총선과 이후 평가지표로서 ‘안정’을 판단했다는 점이 컸다. 이번 선거는 75.8%의 투표율로 지난 대선과 비교해 12%가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년간 투표율 하락도 빨랐지만 회복도 빨랐다는 점에서 사회적 에너지나 정치에 대한 압력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 교수는 바로 이점에서 “유권자들의 욕구와 에너지가 크다는 것이 확인됐기에 향후 정당시스템 차원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은 학습되고 있는 반면 정치 시스템에 대한 변화의 욕구는 크기 때문에 제3정당의 자리가 열려있다고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유권자는 당내 민주주의보다 문제 해결 능력을 보는 것”

    진보정의당과 관련해 그는 “유권자들은 당내 민주주의가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는 관심이 없다. 유권자들이 관심 있는 것은 정당이 내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누리당도 주기적으로 리더십이 교체되고 불안정했지만 유권자들의 판단은 스스로 해결할 능력 여부를 보는 것”이라며 “민주당이나 통진당의 문제 해결 과정 자체가 유권자들의 회의감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 교수는 “통진당 사태는 통진당 당원들뿐만 아니라 2012년 대선 결과에 대해서도 궤멸적 결과를 보여줬다”며 “TV토론에서 이정희 효과라 말하지만 그것은 이미 봄, 여름에 있었던 본지진의 여파인 여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통진당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민주화 이후 진보정당이 탄생한 이후 가변적 변수가 아니라 상수였던 세력이다. 이들이 2012년에 갑자기 행동패턴이나 스타일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 상태로 있었던 것”이라며 “그것을 ‘우리는 몰랐다’거나 ‘알았지만 컨트롤 할 줄 알았다’거나 하는 것은 유권자들 눈에는 핑계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출마 의아…정당이라면 유권자 앞에 존재 능력 보였어야”

    심상정 후보가 중도에 사퇴한 것을 두고 서 교수는 “정의당은 2012년 봄 사태(통진당 사태)에 대해 자신의 언어로 공식적인 선거공간에서 자신을 평가하고 기회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기회를 차단한 것”이라며 “공당으로서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인지, 정의당 내부에서 반드시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흔히 수권능력을 국회의원 숫자와 당원과 지지자의 규모 등 양적 크기로 평가한다”며 “하지만 작은 정당이라서 유권자들이 수권능력을 기대하지 않는 것인가. 내부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하나의 집단으로서 유권자 앞에서 존재하고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무리 작은 정당이라도 자신의 언어가 있어야 한다. 의원이 있든 없든, 지지율이 1%이든 정당으로써 가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진보정당의 포지션과 전략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 이후 진보정당들은 큰 정당의 견제가 주요한 전략으로 선택됐지만 지금은 변화된 조건인데도 이슈선점에 있어 체크 정도의 포지션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적합한 것인지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7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사회자, 발제자, 토론자 이외에도 노회찬, 조준호 공동대표와 이홍우 최고위원 등 당원 30여명이 참석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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