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유럽 국가, 유로존에서 배제해야
    [유럽통신] 네덜란드 자유주의 대부 볼커스타인
        2012년 05월 30일 01: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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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이 누구일까요? 네덜란드 리버럴(자유주의자)들의 대부로 불리우는 쁘리츠 볼커스타인(Frits Bolkestein, 1933년생, 79세)입니다.

    80년 하원의원(왼쪽)시절과 최근의 볼커스타인

    지난 주 네덜란드 공영방송의 집중인터뷰 프로그램 (Oog in oog)에서는 그를 초대해서 최근의 그리스 위기와 유로존의 장래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간단히 경력을 살펴보면 그는 로얄 더치 쉘에서 오랜 동안 근무하다가(1960~76년), 1978년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하여 1982~86년까지 경제부 차관을 거치고, 988~9년 국방장관을 거쳐, 1990~98년까지 자민련의 당수를 역임했고, 1999~2004년까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유럽 역내 시장, 관세연합, 세금 분야의 집행위원으로 근무하였습니다. 지금은 은퇴하였지만, 계속 개인 사무실에서 일과 독서를 하는 일벌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주의자들에게는 별명이 화이트 백드 고릴라(White Backed Gorilla, 고릴라 무리의 우두머리는 등이 희다고 합니다. 그래서 리버럴들의 정신적 지주인 그를 그렇게 별명 붙였다고 하네요. )

    지난 주 인터뷰에서 볼커스타인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건이 될 거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한창 유로화가 논의되던 시절에 자민련의 당수로서 당연히 깊숙히 개입했었기에, 그가 현재 유로화의 위기에 대해서 내리는 분석은 상당한 관심을 끌 수 밖에 없지요.

    보통 시민들은 그리스가 국가부채 위기와 경제위기를 맞은 이유를 회계조작으로 국가 빚을 감추다가 결국 드러나면서 문제가 되었다고들 얘기합니다. 결국 그리스 엘리트들의 도덕적 해이가 그리스를 국가부도사태로 몰았다는 것이죠. 하지만 볼커스타인은 다르게 얘기합니다. 애초에 그리스는 유로존에 들어올 자격이 안되었다는 거죠. 그는 한술 더 떠서 이탈리아를 유로존에 포함시킨 것이 유로화가 실패하게 된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이탈리아가 그리스를 유로존에 포함시키도록 밀었다는 것도 공개를 하였지요. 그럼 그가 말하는 대안은 무엇인가요? 그는 유로화에 남유럽 나라들(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을 포함시키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유로화는 실패한 프로젝트인가? 유로화를 포기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그는 유로화를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모든 회원국을 안고 갈려면 유로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하면서 지금이라도 재정이 건강한 유럽 중심권 국가들이 따로 새로운 유로화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탈리아 포함 남유럽 국가들, 유로화에서 배제해야

    이미 한국 언론에도 보도된 유로I과 유로 II의 구상이지요. 그 근거로 남유럽과 북서유럽은 비지니스 문화가 완전히 달라서 동일 화폐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둘을 분리하면 남유럽 나라들은 자국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서 회생을 도모할 수 있고, 북서유럽 나라들은 독일 마르크화가 그랬던 것처럼 화폐가치를 유지하면서 통화의 높은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독일은 왜 대부분의 유럽나라들을 유로존에 포함시켜 주었는가? 그는 유로존을 만들 당시의 독일 수상이던 헬무트 콜이 그런 결정을 내린 장본인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독일은 1,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고, 유태인의 집단학살을 저지른 원죄가 있기 때문에, 독일 마르크화를 부러워하던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 나라들을 다 끌어들였다는 겁니다. 유로화 도입으로 20세기의 빚을 갚은 셈이 되는 겁니다.

    그리스 총선이 6월 중순에 치러지고 급진좌파가 제 1당이 되어 연정을 구성할 경우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될 것 같습니다.

    비록 정계에서 은퇴한 몸이지만, 네덜란드 리버럴 정치계의 대부가 이런 말을 꺼낸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는 독일과 함께 국가 신용등급이 트리플 A를 받는 몇 안되는 나라 중의 하나입니다. 현재 자민련이 제 1당이고, 9월에 있을 총선에서도 제 1당의 지위를 지킨다면 당의 정신적 지주가 제시한 해법에 대한 당 내의 찬성의견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의 재정위기는 유럽연합을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증은 더 커져만 가고, 유로존의 나라들 모두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과거라면 미국이 대부답게 유럽내에서 쫙 정리를 해줬을텐데, 미국도 제 코가 석자라서 지금 위기를 완화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생각만 하면 이래 저리 잠 들기 힘들 것 같습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부도와 함께 미국발 세계공황이 왔었다면, 제 2탄으로 그리스의 국가부도와 함께 유럽발 세계공황은 이전보다 더 큰 재앙으로 전 세계를 강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위기를 잘 넘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발화된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문제점을 개선할 방도를 찾는 것도 아주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네덜란드 통신원/ 개인 이메일 jjagal5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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