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감 재선거 이후를 고민하자
    [기고] 진보 교육감 패배, 반성에 기반해 다시 출발해야
    By 토리
        2013년 01월 07일 10: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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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8대 대선과 교육감 선거가 끝난 지 벌써 2주일이 넘었다. 대선과 교육감 선거의 결과가 미친 여파가 워낙 크기 때문에 사람들의 절망도 쉬이 잦아들지 않는 것 같다.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이길 줄 알았다’는 지인의 탄식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그러나 사실상 완패에 가까운 결과를 보면서 필자가 제일 처음 멘붕에 빠진 것은 교육감 선거 결과였다.

    여론조사에서 교육감 선거가 박빙이라고 나오기도 했고, 교육감 선거운동진영을 나름 믿고 있었던 것도 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진보교육감 후보 선출 과정에서 진보교육감 후보들의 학생인권조례 지지 의사를 이끌어내기 위한 여러 활동들을 함께 했고, 그 후에 본선에서는 진보교육감 후보에 대해 그냥 지지를 보이면서 선거운동을 맡겨두었다.

    교육감 선거 결과를 보면서 제일 뼈아프게 반성하는 부분은 이 부분이다. 사실상 진보교육감 후보 선출 과정에는 능동적,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인권운동 주체들이 본선에서는 그저 방기하고 있었고 그 결과가 어찌 될지 예측하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뒤늦지만 적어도 교육감 재선에 희망을 걸었던 이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중이다.

    문용린 후보의 당선 직후 방송의 한 장면

    교육감 선거는 적어도 학생인권조례로 대표되는 평등교육, 협동교육의 명운이 걸린 선거였다. 곽노현 교육감 재판 결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이미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교육청의 의지는 소실된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진보교육감의 재선으로 좀더 추진력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에 매우 부정적인 보수교육감 문용린 당선으로 그럴 기회가 날아갔다는 점에서, 학생인권조례 운동을 추진했던 진영에서도 이번 결과는 뼈아픈 결과이며 반성의 지점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대선에 묻혔던 선거였기 때문에 쟁점을 부각시키기가 힘들었었다 할지라도, 보수진영의 학생인권조례 공격에 대해 선거 쟁점으로 치밀하게 대응했어야 했다. 사실상 그런 고민조차 쉽지 않았던 점은 선본과 학생인권조례 운동진영의 무력함으로 얘기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선거에 진 이유는 여러 가지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진보정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진보운동 세력의 결집이 쉽지 않았다(이수호 후보에 대한 평가도 불분명했다) 대선에 올인하면서 민주당 쪽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보수 쪽은 과거 보수 교장 출신 후보가 아닌 교수이자 과거 교육부 장관 출신 후보를 내세웠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외한 자율형 사립고, 고교선택제, 무상교육 및 무상급식 등의 큰 쟁점에서 허무맹랑한 극우적 발언들은 나오지 않았다. 사교육 밀착 등의 혐의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 안정적으로 뽑을 수 있는 후보였던 셈이다.

    어찌 되었건, 앞으로 1년 6개월간 문용린 교육감 치하에서 어떻게 교육운동, 인권운동의 방향을 잡아나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시의회에서 했던 혁신학교 추가 지정 약속을 번복하는 등 문용린의 출발은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교육 정책과 맞물려 사실 문용린 호 교육이 ‘성과’를 포장해서 낼 가능성은 많다.

    현실적으로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할 수는 없겠지만 학생인권센터, 학생인권위원회, 학생참여단의 권한 등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유명무실화’를 꾀할 수 있다. 그는 취임사에는 즉각 학생인권조례를 수정하겠다고 하였지만 취임 후에는 오히려 유하게 “일부 조항이 교권 위축, 교사 지도력을 약화시킨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학생생활지도의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라고 답하기도 하고 있다. 즉, 학생인권조례 취지를 인권보장보다 생활지도로 포커싱을 옮기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조건 속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정착화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던 단위들 역시 문용린 호 교육을 감시하고 반동이 있을 시 맞서는 한편 다른 경로를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분명한 학교 현장의 ‘인권 침해’와 ‘생활 지도’ 프레임이 맞설 때 인권운동 진영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학생 인권은 보장받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지도받아야 하는 것인가. ‘지도가 아닌 인권 보장’이 더 나은 ‘교육’이란 점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쉽지는 않겠지만 학교 현장 속 인권 증진 방향을 고민할 때만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진보 교육운동 쪽 단위 역시 무상급식 이후 진보 교육 의제를 만들지 못한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선거 운동 후 오히려 문용린의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 공약이 학부모들에게 신선히 받아들여졌던 부분은 돌아보아야 할 부분이다.

    사실 이런 공약은 진보 교육 운동 쪽에서 더 효과적인 공약으로 만들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박근혜 당선자의 공약인 ‘초등학교 온종일 학교 운영’, ‘사교육비 경감’ 등도 강조점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진보 교육 쪽 아젠다와 큰 차별이 있지 않다.

    너무 많은 희망과 꿈을 넣은 대선이었던 한계가 있지만, 대선 때 더 중요한 교육 의제, 목표를 제시하지 못한 부분은 분명히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반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목표를 짜고, 그 목표를 중심으로 새롭게 교육 현장에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LGBT 인권운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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