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속좌담1-③] 대선과 이후 전망
    "일본식 보수 일변도 사회의 개연성"
        2013년 01월 03일 04: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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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번째 좌담의 1회분 기사2회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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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권: 손호철 교수의 지금 의견은 앞의 의견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민노당이나 안철수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양당 체제에 불만을 가진 무정형의 대중들이라고 했는데, 안철수 캐릭터가 민주당과 새누리당 중간에 있는 중도적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에 중도화되었다는 것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만과 비판으로 일정하게 대중들이 좌경화되었다는 지적과 좀 충돌하는 것 아닌가

    손호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과거 좌파정당에 대한 지지에 거품이 많았다는 것이다. 소위 영남의 합리적인 CEO도 자신의 이념지향과는 다르게 민노당을 찍었다. 그 사람들이 결국 안철수로 가는 건데 지금 제3당 노선을 추진했던 흐름을 반복하는 것은 자폐적이다. 진보정의당의 노선은 그럴 수 있지만 진보신당은 안철수와 경쟁할 건 아니라는 말이다.

    대중성과 정체성, 충돌인가 보완인가

    조희연: 손호철 교수나 저나 2011년 후반에 진보정치의 통합에 참여당의 합류를 그렇게 반대했던 것과 연관되지만 대중성에 대한 속류적인 인식이 있다. 그것이 참여당과의 통합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략적으로 좌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중간 대중이나 제3정당을 선호하는 욕구들을 전유하고 결합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본다.

    조희연 교수

    진보의 정체성을 기조에 깔면서 대중의 변화된 욕구, 다양한 대중들의 욕구를 결합하는 게 정치세력 특히 진보좌파정당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저는 계급성 정체성을 분명히 하자는 의견이지만 그것이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고 본다. 비정규직을 끌어안는 재구성이 필요한 거고, 생태주의, 여성주의와 결합하는 계급성 정체성의 확장적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단히 재구성을 모색하면서 자신의 기본 정체성 유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누리당이 보수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계속 변형을 시도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떻게 보면 진보좌파정당이 진보적 제3당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속류적인 대중성에 대한 영합이 아니라 반정치의 정치, 양당 체제를 뛰어넘는 제3당에 대한 요구, 무정형의 높은 평등주의적 기대들을 끌어안는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종권: 두 선생이 서로 같은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한데 좀 다른 측면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진보좌파정당, 리버럴 정당, 안철수 등, 이 세력들이 지지를 획득하려는 대상이 조희연 교수는 같다고 보고 손호철 교수는 다르다고 보는 것 같다. 조희연 교수는 지금 안철수가 전유 하고 있는 대중들을 진보좌파정당이 전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 같다.

    조희연: 2011년 후반에 진보대통합 논의 있었다. 속류적인 접근이었던 것은 유시민과 결합하면서 대중성을 획득하려는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결합되고 그 결합을 기초로 기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충분히 진보 정체성에 근거한 대중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고 본다.

    손호철: 조 교수의 말은 맞지만 그 프로젝트는 끝났다. 그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는 팀은 진보정의당이다. 조희연 교수는 진보신당을 특정해서 그렇게 가야한다는 것인데 지금 나머지 세력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 진보신당은 불특정한 대중을 잡아서 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종권: 손호철 교수는 그래서 2011년에 진보통합 실패했으니 그걸 반복하는 게 아니라 진보좌파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조희연 교수는 어게인 진보통합 2011년 하자는 주장은 아닌 것 같은데, 그와 유사하게 들리기도 한다.

    손호철: 나는 지금이라도 예를 들면 노회찬, 심상정이 깨고 나와서 다시 진보좌파쪽으로 하겠다고 하면 다시 가동시킬 수 있다고 보지만 그건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화시키자면 나는 오히려 지금이 김기식의 ‘빅텐트론’으로 가야 된다고 본다. 민주당에서 안철수부터 진보정의당까지 하나의 거대한 정당을 만들고 그 내부에서 중도보수에서 중도 진보가 공존하는 것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나머지 진보좌파정당들이 문제인데. 그것은 어차피 통진당은 통진당대로 갈 거라 본다. 나머지 진보신당, 노동자세력, 계급정당 한다는 그룹 등은 처음 생각할 때 남은 대안은 정말 범PD당 같은 것 빼고는 대안이 없다. 온건 세력이나 사민주의 우파나 자유주의 우파는 정의당으로 떨어져 나간 것이고 나머지 정당과 세력들이 중심으로 해야 한다. 그다음에 진보적인 대중을 전유하는 그런 경로로 가야되지 않냐고 본다.

    박재형: 그 부분에 대해서 젊은 층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좀 있는 것 같다. 물론 야권 입장에서야 선거에서 졌으니 이합집산을 할 거라고 보지만, 문제는 결과적으로 원내에 진출한 모든 야권이 문재인에게 힘을 보탰다가 선거에서 패하지 않았나? 그게 야권을 지지한 많은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멘탈이 붕괴된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본다.

    게다가 지난 총선 때도 그랬지만 민주당 안에서의 지분 싸움으로 선거를 말아 먹은 경험이 있지 않은가? 물론 다른 대안을 제시해보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기는 하지만 이론상으로는 몰라도 실질적으로 그게(빅텐트론)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정종권: 손 교수 입장은 진보정의당은 어차피 리버럴과 같이 하겠다는 입장이기에 거기를 빼고, 또 통진당까지 같이 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나머지 범피디들이 하나로 가야 한다는 입장으로 들린다. 그런데 만약 진보정의당이 민주당과의 결합이 아니라 독자적인 진보정당노선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대선 때 만들어진 국민연대에 진보정의당이 참여했는데, 국민연대가 범중도연합정당으로 정리되더라도 그 정당에 합유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봐야 하나?

    역사와 정치의 ‘경로 의존성’, 그 때의 선택이 규정하는 경로들

    조희연: 내 의견은 지금 2011년 어게인을 다시 하자고 하는 건 아니다. 단 한 시기에 내렸던 정치적 선택과 판단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고 반성할 지점이 있다고 본다. 특정한 시기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길이 오류하고 밝혀졌다.

    저는 예전에 <레디앙> 좌담회에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동안 87년 체제하에서 진보우파(범 민주당 세력)와 좌파(진보정당)가 민주주의 블럭 내에서 세력 비율은 70:30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90:10이다. 민주당이 90 정도의 주도권을 가져갔지만 좌파의 역할에 따라 70:30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봤는데, 결과는 주체적 판단과 선택으로 99:1의 상태가 됐다. 주체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선택하는지의 문제에 변화의 폭이 달라졌다고 본다. 예를 들어 만일 다른 경로를 선택했다면, 즉 2008년 2월 3일 분당하지 않고 다른 경로를 걸었다면 70:30 정도의 세력 비율은 형성했을 것이라고 본다.

    박재형: 전적으로 동의한다.

    손호철: 그럴려면 2008년 분당 이전에 2007년 대선에 권영길이 안 나왔어야 됐다. (일동 웃음)

    조희연: 그런 경로였다면 60:40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2011년 9월 4일. 그날도 진보신당 탈당파에게 다른 선택하려면 그때와 다른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비극이 있다. 통진당과 비통진당이 결합하기 어렵다고 본다. 진보정의당의 분화도, 원래 문재인 정부가 성립되고 국민연대의 정당 전환이 현실화됐다면 정의당에서 국민연대 참여파와 비참여파로 분화가 나타났을 것이다. 그랬다면 국민연대 비참여파를 포함하는 범진보재구성의 가능성이 재현되었을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런데 지금도 수가 안 보인다. 하지만 순수성=선명성=대중성이라는 사고에서는 벗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정한 어떤 형태가 되든지 진보좌파정당은 연합정당, 진보연합정당일 수밖에 없다. 다중다양한 정치적 요구를 끌어안고 수렴해야 한다. 안철수를 지지하고 있는 대중들을 전유하고, 그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정종권: 범진보세력이라고 한다면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 계급정당 추진세력 등으로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다. 진보진영의 연합정당이라고 한다면 함께 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조희연: 중장기적으로 통합은 어려운 것 같다. 단지 중기적으로 보면 중도자유주의정당의 재편이 일어날 것이다. 안철수나 민주당이 어떤 형태가 되든 연합관계가 될 것 같다. 따라서 그보다는 빠른 속도로 진보좌파블럭이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방향의 재구성이 어렵다면 진보정책연합블럭 같은 거라도 만들어서 대중 앞에 어쨌든 쇄신된 모습을 보이는 건 어떨까 싶다. 쇄신된 연대의 모델을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박재형: 진보신당 마찬가지이고 다른 당도 마찬가지이지만 정치의 실패를 정당의 이합집산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박재형씨

    두번째는 노동자후보가 나왔는데 노동자들도 안 찍었다, 그런데 정치행동의 그 주체들이 우리 스스로에 대한 반성은 없고, 우리가 매력이 없어서 안 찍었다고 말하지는 않고, 대중들이 계급을 배신했다고 대중을 욕한다. 내가 매력적이지 않아서 표를 못받았으면 나를 바꿔야 하는데, 대중을 욕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신당도 마찬가지라 본다. 그래서 조희연 교수가 말한 순수성, 선명성, 대중성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거 동의한다.

    정당을 만들었는데 정치를 고민하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노동운동 어떻게 할 건지를 말하는 경우나 젊은 친구들 중 무장혁명 하자는 걸 공개적으로 말하는 이들도 있던데, 그럴꺼면 도대체 ‘정당을 왜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진보신당 내부의 갈등과 논란을 보면 진짜 한줌도 안되는 곳에서 헤게모니 싸움 하는 게 좀 안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제 진보신당 내에서 지도부 선거를 진행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 라는 이야기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손호철: 역사에서는 ‘경로 의존성’이 중요하다. 연애하다가 손목을 잡아, 말어, 뿌리칠꺼냐, 말꺼냐 이런 작은 게 인생을 바꾼다. 복지국가 같은 것도 초기에 복지 지지층이 형성되면, 그 지지층의 힘에 근거하여 그 길로 계속 가게 되는 경향이 있다.

    2007년 대선에서 권영길씨가 노욕을 부리지 않았다면 전혀 다른 정치적 경로를 밟았을 것이다. 역사의 간지라고 했지만 2011년 경기동부와 이정희가 유시민과 합치지 않았다면 다른 경로를 걸었을 텐데 그들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자폭한 현실을 보면 역사의 간지, 역사의 복수라는 걸 느낀다. 대중성과 변혁성은 양자택일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손호철 교수

    대중정치인과 활동가들의 선순환이 있어야 하는데 대중정치인은 진보정의당만 가버리고 활동가들만 남았다. 통진당은 활동가 중에 명망가들이 없으니까 이정희를 키우려 한 것이고, 그 배후에 있던 이석기씨를 대중정치인으로 키우려다 하다가 무리수를 둔 것이다. 진보신당과 같은 경우도 활동가들이 진보통합을 반대했다. 결국 본인들이 대중정치를 할 것이 아닌데, 활동가들의 정서와 논리 때문에 대중적 활력과 지지 유권자들을 잃은 것이다.

    결국 반신자유주의, 반종북세력을 기준으로 해서 넒은 의미의 좌파전선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실적으로 남아있는 세력은 진보신당, 변혁모임, 노동자추진회의(구 제안자모임) 이 세 가지 흐름인데, 그들이라고 하나로 묶이는 것이 필요하다.

    민교협도 진보정당이 완전히 신뢰를 잃었기에 거꾸로 아래에서부터의 진보적 사회운동을 다시 시작하자고 하며 김진숙을 대선후보로 추대하기 위한 진보연석회의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여기서 변혁모임이 참여하지 않다가 뒤늦게 김소연 후보를 내세웠다. 진보신당 자체도 내부적으로 분열해서 노동자 후보가 둘이 나온 결과가 되었다.

    진보교연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대선 이후에 장기적인 통합진보정당, 반신자유주의, 반종북주의 세력들을 모으기 위해서라도 김소연 후보를 어느 정도 도와줘야 했는데, 노동자후보들도 갈라져서 나왔고, 또 변혁모임쪽에서 당초부터 진보연석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변혁모임의 행보를 보면서 구체적 정치의 현장에서 처절한 패배의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만 같이 할 수 있다고 봤다.

    진보정치의 현실을 보면서 변혁모임과 같은 최대주의적 강령에 근거한 최소연합도 아니고 진보정의당 같은 최소주의적 강령에 근거한 최대연합도 아닌 최적주의 강령에 근거한 최적연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자기 비판을 하고 노동자들도 노동자를 안 뽑았다며 대중을 욕하기 전에 냉철한 자기 실력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밑바닥부터 다시 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더불어 진보정당의 운동은 노동, 노동운동의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민주노총이 항상 진보정치에 대해 지지하는 방침을 가졌는데, 이번에 그 방침을 철회하고 대안적 방침도 없으면서 노동세력들이 자유주의진영으로 갈 수 있는 알리바이를 줘버렸다. 족쇄가 풀리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문재인, 안철수진영으로 투항하는 걸 보면서 노동운동의 혁신 없는 진보정당 운동은 사상누각이라는 걸 느꼈다.

    조희연: 그래서 저는 아까 순수성과 선명성, 대중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봤으면 좋겠다는 거다. 참혹하게도 1기 진보정치의 폐허 위에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국민승리21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그 이후 주변적으로 참여했는데, 지금은 주변화에서 더 나아가 진보정치 폐허 위에 있는 것 같다.

    손호철: 진보정치의 4기라고 해야 한다. 해방기 때도 진보정치는 있었고. (일동 웃음)

    진보좌파의 과제는?

    조희연: 정파순수주의 관점에서 재단해서 안된다 본다. 과감한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 MB 5년동안 진보정당의 분열 분화의 궤적을 돌아보면서, 분열 분화의 국면에서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관점에서 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김세균 교수가 쓰고 손호철 교수도 강조하는 지점인데, 진보좌파정치라는 말과 같이 좌파라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 사회적 지형의 좌경화, 정치의 대중적 지형이 좌경화하고 있고 또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표현과 개념들을 적극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좌파, 생산좌파로 협소화할 필요 없다. 여성, 생태 등 현대적 좌파라는 의미를 적극적으로 부각시켰으면 좋겠다. 그래서 제가 낸 책의 제목에서도 의식적으로 민주주의 좌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손호철: 거기에 하나 더, 기존 진보세력 중 도덕적으로 파탄난 진보와 구분짓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조희연: 그런데 한국의 진보좌파가 대중적 좌파로 성장 전화하지 않으면 일본의 보수 일변도 정치지형처럼 될 개연성이 크다. 과거 유렵형 보수 VS 좌파의 경쟁모델을 생각해보면 현저한 후퇴라 본다. 그런 의미에서 손 교수가 종북좌파정당이 빨리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과는 좀 다르다.

    손호철: 없어지라는게 아니라 진보좌파가 종북좌파와 구별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조희연: 그런 의미에서 통진당도 빠르게 변화해야 된다. 통진당에는 어쨌든 반미자주화운동의 역사가 계승된 측면이 있다. 즉 그 세력은 이른바 종북주의이기도 하지만 급진적민주주의, 급진적 진보세력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완전히 벌거벗기고 대중적 낙인이 찍히면서 종북주의 좌파세력으로 각인되었다. 이런 상황을 스스로의 변신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반미자주화운동의 성과적 측면도 보존될 수 있다.

    아까 말한대로 현 상황에서는 진보좌파가 통진당과 함께 하기 힘들다고 본다. 중장기적으로 는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진보좌파들의 정책연합블럭같은 건 할 수있다고 본다. 반신자유주의 급진민주주의 블럭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연합적인 노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운동의 차원이고 의미이기 때문이다.

    잘 모르지만 이도흠, 손호철 교수와 함께 진보연석회의를 하면서 느낀 건 통진당을 제외한 좌파연합의 대선 후보를 내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사분오열됐는데, 그때 가장 중요한 세력인 민주노총이 무방침 무결정 상태에 처해있었던 것이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내에서 통합진보당 블록, 반미자주화블럭의 영향력과 주도성이 어느 정도는 있었는데, 통진당 사태와 그들과의 단절 때문에 내부 헤게모니와 주도권의 공백 상태였다고 보였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 내의 범좌파, 중앙파와 현장파의 연합이 필요했다고 보여졌는데, 그것도 실현되지는 못했다.

    그래도 긍정적인 현상은 전교조 선거에서의 결과나, 과거 민주노총 내부의 우파(민주노총 국민파, 범NL경향) 경향의 변화되는 모습도 일정하게 있다고 본다. 경계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김소연 후보의 경우는 2기 진보정치운동의 회생을 위한 나름의 고난의 행군을 했다고 본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 자체가 처절한 아름다움이 있기도 했지만 정치적 한계도 충분히 드러난 것 같다. 그 양측면을 평가하면서 재정비를 열린 마음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정종권: 마지막 질문이다. 백낙청 선생 등이 제기한 2013년 체제라는 화두가 있었다. 다분히 대선용 담론이라는 비판적 생각이 드는데, 지금 진보좌파에게 필요한 2013년 담론은 무엇인가?

    손호철: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두번째는 배려, 힐링(치유)이랄까. 새로운 연대의 기초, 공감대같은 것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진보는 조금의 차이만 있어도 서로를 비판하고 단정하고 갈라지는 경향을 반복해왔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무언수행하듯이 2013년에는 진보진영이 입은 닫고 귀는 열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박재형: 진보정당이 이제라도 정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운동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정당을 왜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재밌는 건 의회주의에 대해서 회의적이 아니라, 아예 부정하는 분들조차도 정당을 만들려고 한다는 거다. 더해서 대의제를 부정하는 그 분들의 조직운영 방식도 철저히 대의제이기도 하다.

    아무튼 거기에는 과거의 타성에 젖은 측면도 있다고 보지만 그분들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닥치고 투표도 말이 안 된다고 보지만, 투표를 잘하고 정당정치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상은 높은 곳을 향해야겠지만, 굳이 체 게바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현재 내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가? 거듭 이야기하지만 운동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한 정치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진보정당의 연대활동은 매우 중요하다고 보지만, 그건 정당정치 밖에서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현실조건 속에서 정당정치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그런 인용구를 싫어하긴 하지만 지금 현재는 서로 치고 받고 싸우기만하고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담론은 전무하다고 본다. 갈등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지금 진보진영에서는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이 건전하지는 않은 것 같다. 정작 싸워야 할 상대는 따로 있는데 엄한 곳에서 치고 받는 꼴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까 두 분 선생님이 언급한 힐링이라든지, 말을 줄이고 귀를 열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대중에 대해 멋대로 규정하는 것도 그만두어야 한다고 본다.

    진보진영 다수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말하자면 필요할 때는 혁명의 잠재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기대를 배신하면 여지없이 우매하다느니, 각성하지 못했다느니 그런 소리 하지 않나? 아까 민주당에 대한 평가에서도 말한 거지만 급한 건 우리가 아닌가? 왜 높은 곳에서 내리깔고 이야기를 하나? 대중에게 우리에게 언제 기회나 줘보고 못 믿겠다는거냐고 말할 게 아니라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통 사정을 해야한다고 본다. 지도하려는 그런 생각을 버리고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야기하다보니 너무 추상적이고, 원론적으로 말하는 것 같긴 하지만 그만큼 진보정당은 기본적인 걸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정당이지 않은가? 대중정당을 왜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동자? 계급? 거기에 대한 함의와 각자의 입장은 차치하고라도 이들을 끌어안고, 또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럼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지지 안 받을 건가? 우리가 서로 최소주의식으로 동의하고 있는 점들에 대해 점차 외연을 넓히고, 운동과 함께 제도적인 변화를 수반하기 위해 정당하는 것 아닌가?

    아까 손 선생님 말씀처럼 진보정당 내의 활동가들의 진정성과 순수주의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중정당으로서 정치를 하고자 할 때는 때로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고 본다. 물론 원칙은 지켜야겠지만 우리에게는 정치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본다. 제발 새해부터라도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희연: 아까 얘기한데로 진보좌파 정치세력, 노동세력과 민중세력이 기존의 보수나 중도자유주의세력과 차별화된 진보좌파세력으로서의 정치적 이미지를 만들어가는게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로 인해 우리 컨텐츠의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성취하려던 복지국가를 진보개혁세력이 주도하는게 아니라 보수세력이 주도하면서 복지민주주의로의 수동혁명적 이행의 성격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수동혁명 자체가 현실적 복지국가의 한계이다. 그 싸움에서 우리의 희망을 재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나는 책에서도 진보좌파세력이 생태, 평화, 사회적 민주주의세력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사회적 민주주의의 의미는 20세기의 개량적, 공산주의적 민주주의로 분리되기 전의 사회적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사회적 민주주의는 급진민주주의이고 급진적 입헌주의였다. 언제나 그런 점들은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자본권력에 의해 대중이 신민화 되는 과정에서 급진적인 반독재 반자본 민주주의투쟁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본이 전 사회를 지배하려 하는거고 대중의 분노와 좌절도 거기에 있다. 대자본의 독점적 사회지배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좌절을 끌어안고, 대안 이념으로 생태, 평화, 사회적 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 자본의 사회지배에 저항해야 한다. 낮은 포복으로 그런 관점과 자세로 나아간다면 희망이 있다고 본다.

    손호철: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 같이 난리를 칠 필요는 없다. 삶은 계속된다. 최초의 복지국가를 만든 건 가장 보수적인 비스마르크였다. 역사는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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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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