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속좌담1-②] 대선과 이후 전망
    "2004년경 진보정당은 좌파 안철수"
        2013년 01월 03일 03: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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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번째 좌담회를 2회에 나누어 게재하려고 했는데, 분량이 너무 많아 3회로 게재한다. 좌담회 1회 게재분을 보시려면 여기를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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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의 높은 투표율과 보수화 문제
    손호철 “탈냉전적인 안보와 북한에 대한 사고방식의 변화”
    박재형 “단순한 반MB정서, 수구보수화를 애국심으로 동일시 하는 현상”

    정종권: 경제민주화와 복지 못지않게 청년실업 문제나 반값등록금 등 20대 의제도 대선에서 실종되었다. 하지만 청년과 20대의 정치사회적 의제는 실종되고 사라진 상태에서도 20대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은 활성화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이슈와 의제는 사라지고 형식만 남는 역설이기도 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박재형: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20대 투표율이 낮으면 ‘20대 개새끼론’이 또 나오겠다 했는데, 아니다 다를까 서울지역 20대 투표율 낮다니깐 서울, 경기지역 20대가 투표 많이 했으면 이겼을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생겼다. 그런데 실제로 대선 결과가 나온 이후에 나도 그런 소리를 들었고, 주위의 젊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 하더라. 그러다 이번에 언론에서 50대가 투표율이 높고 박 지지율이 높다고 하니까 다시 ‘50대 개새끼론’목소리가 나오면서 희생양을 만들고 있다. 총선 때도 20대 개새끼론이 있었다, 80년대 운동권들도 20대 너네들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비판을 많이 하더라.

    하지만 결국 유권자에게 누가 더 매력적인가 하는 문제 아닌가? 기본적으로 ‘그래서 너 찍으면 나한테 뭘 해줄 꺼냐’의 문제인 것이다. 너네를 찍으면 나한테 뭐가 도움이 될 꺼냐고 할 때 안타깝게도 문재인측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반독재냐 독재냐, 민주냐, 독재냐 라는 프레임만 제기했던 것 같고, 대선 토론회 때도 이정희 이야기는 계속 ‘다카키 마사오’ 이런 공격만 하고 어떤 의제들, 복지를 어떻게 한다든지, 20대에게 어떻게 하겠다는 호소와 어필은 없고 공격적인 태도만 보였다.

    문재인은 남자2호였다. 여자1호와 3호가 싸울 때 ‘난 어떻게 하지’ 하는 스탠스였다. 청년유니온 등도 함께 투표참여를 독려했는데 정작 주위 젊은 친구들은 문재인을 찍었건 박근혜를 안 찍었건, 문재인 찍으면 뭐가 도움이 되느냐 라고 했을 때, ‘그러게 뭐가 차이가 있지?’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물론 야당에서야 20대에게 뭘 해주겠다는 선언적인 공약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런 건 박근혜도 엇비슷하게 내걸지 않았나? 또 젊은 세대 중에서 이름이 있는 사람들을 캠프에 합류시켜서 20대를 포섭하기도 했는데 그게 반드시 효과적인 것만은 아니었다고 본다.

    물론 그 중에는 ‘나랑 같은 또래에서 저런 똑똑한 친구가…’ 하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관계 여부와는 상관없이 ‘쟤는 대체 얼마나 든든한 빽이 있으면 저런 데를 벌써 기웃거리나? 나중에 정치하려나보네’ 하는 생각을 한다.

    이건 새누리당에 있는 젊은 친구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청년후보랍시고 몇 명 국회에 입성하지 않았나? 그런데 대부분의 20대들은 그 사람들이 나한테 뭘 해줬는지 알지도 못한다. 홍보가 안 되는 문제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런 친구들 보면서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결국은 ‘내게 뭘 해줄거냐?’가 중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반독재 프레임으로 가면서 결국 청년 의제 같은 건 날아가 버렸다고 생각한다. 두 분 선생님들의 지적처럼 경제민주화와 복지 의제가 선거 도중에 실종되어 버린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본다.

    정종권: 그렇다면 이번의 20대 투표율은 다른 세대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이전의 다른 선거에 비해 20대 투표율은 상당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선에서 20대 투표율이 왜 높았다고 보는가?

    박재형: 중요한 건 투표율이 높으면 그 표가 다 문재인한테 갔을 꺼라고 생각했지만 꼭 그렇게 간 것은 아니라고 본다. 높은 투표율은 어떤 당위같은 요인들이 작용했다고 본다.

    정종권: 20대들에 대해 탈정치, 정치무관심 세대라는 세상의 낙인과 규정에 대한 반발 같은 걸 말하는 건가?

    박재형: 욕 먹기 싫어서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결정적 이유는 결국 MB가 싫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두 분 선생님께서 제기했던 것처럼 MB정권에 대한 분노와 좌절을 누가 수렴했느냐 라는 문제는 별개라고 본다. 모두가 그랬다는 건 아니지만 야권 일각에서 젊은 세대에 대해 가지는 분위기는 ‘닥치고 투표’라든지, ‘깨어있는 시민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었는데, 그런 슬로건을 내세우는 태도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이었다고 본다. 그러니 젊은 층은 물론이고 대중들 중에서 그런 계몽적 태도에 대해 반발심이 나올 법도 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선거라는 게 이후에야 어쨌든 유세 기간 중에는 유권자들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사정을 하고 호소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유권자들에게 닥치라고 하고, ‘나랑 같은 생각 아니면 넌 잠자고 있어’ 라고 하는데 그런 태도를 좋아하겠나? 물론 그런 의미에서 당위적으로 찍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젊은 세대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왜 방청소 하려고 하다가도 부모가 청소하라고 타박하면 반발심에 안 치우려고 하지 않나? 그런 것과 유사한 경우라고 본다.

    좌담회 모습(사진=장여진)

    정종권: 보통 선거 전문가들은 40대의 표를 얻으면 선거에서 이긴다고 하는데, 이번 선거는 달랐다. 또 40대에서 이기고 수도권에서 이기고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의 필승이라고 했는데 그 요인을 대부분 충족시켰지만 야권이 패배했다. 왜 그런가?

    손호철: 세대 투표는 이전부터 시작됐다. 2002년 대선이 세대 투표의 성격이 첨예하게 나타났던 선거였다. 그 때 2030세대와 5060세대의 격차가 25% 가량 되었는데, 이번에 그 격차는 그보다는 적었던 것 같다. 그걸 보면 2030세대가 5060세대보다 진보적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2030세대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박정희, 이건희인데 이들과 딱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북한과 미국 문제이다. 이 세대들은 탈냉전적이다. 북한에 대한 레드컴플렉스나 미국에 대한 컴플렉스도 없다. 그런 걸 보면서 예전에 정치학자로서 앞으로 한나라당은 절대 대선에서 못 이긴다고 생각했었다. 절대 다수의 대중들이 탈냉전적으로 가니깐. 그런데 2004-5년 되니깐 20대 대학생층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40% 넘게 나오기 시작했다. 청년실업, 아파트값 문제 등 때문에.

    2007년 대선을 보면 오히려 세대간 차이가 별로 없어진다. 역설적으로 노무현의 중요한 업적 중 하나가 사회통합을 이루고, 세대갈등을 없앴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젊은 세대들도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2010년 지방선거부터 세대 갈등이 다시 나타났다. 천안함 사태 등 탈냉전적인 쟁점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재밌는 칼럼을 썼는데 경제문제, 내 표현식으로는 신자유주의 문제가 핵심이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가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노무현 때보다 더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2030세대가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반면에 5060세대는 정확하다. 몰투표를 했을 때 왜 그랬을까? 그래서 5060세대를 잡기 위해서는 과연 보수화하고 중간으로 가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박재형: 물론 지금 젊은 세대가 미국과 북한에 대해 탈냉전적이라는 점은 동의하지만,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관점이 애국적이라는 인식이 내면화 되어 있는 친구들이 제법 많기 때문에 박근혜를 찍은 경우도 많았다고 본다. 실제로 젊은 친구들 중에는 문재인은 안보 문제에서 불안하기 때문에 박근혜를 찍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는 손 선생님이 말씀하신 연합정치의 실패와도 연관이 있는 거라고 본다. 또 젊은 세대가 상대적으로 더 정치를 불신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안철수 현상에 대한 2030의 높은 지지율과 연결되는 것 같다.

    안철수 현상과 제3의 정당의 가능성

    정종권: 높은 투표율의 원인이 변화에 대한 열망이라고 한다면 문재인에 대한 지지는 그 변화의 속도가 더 크고 빠르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의 이념이나 비젼보다는 야권이니까 정권교체가 되면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동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즉 박근혜를 찍든 문재인을 찍든, 높은 투표율은 현 상태의 ‘변화’를 바라는 공통점을 가진다는 것이다. 다만 박근혜의 변화보다는 문재인의 변화가 현재에서 더 많이 더 빠르게 변할 것이라는 변화 속도에 대한 차이와 선호도는 있었다는 것이다. 20대의 높은 투표율과 상대적으로 문재인 지지가 많았다는 것은 현 상태의 변화를, 그것도 점진적보다는 빠르게 변화하기를 바라는 심리라는 분석인 게다. 상대적으로 5060세대는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변화를 선호하였다는 의미이다.

    조희연: 자연스럽게 안철수 현상에 대한 주제와 연동되는 건데, 박정희 시대를 거치면서 거대한 두 주체가 생겼다. 강력한 계급적 기득권 세력과 높은 평등주의적 기대를 갖는 대중이 그것이다. 박정희의 착취와 탄압 속에서 두 개의 주체가 생긴 것이다. 높은 평등주의적 기대에 비추어보면 기성 질서에 제도화되어 있는 정당들에 대한 불신이 높다. 묻지마 불신과 묻지마 변화 욕구가 상존하는 사회이다.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라 본고 안철수 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첫 번째 요인 탓이라 본다.

    두번째로 중도자유주의정당의 한계가 있다. 386, 486 정당이지만 이미 기득권화된 정당이라는 것이 대중들의 생각이다. 안철수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이 광주 전남이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또한 좌파정당의 몰락과 주변화라는 문제도 있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2004년이나 2000년대 초반 국면에서는 좌파 안철수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대중의 높은 평등주의적 기대와 급진적 변화 욕구가 투사된 것이 진보정당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진보정당과 좌파정당이 왜 국민적 개혁세력으로 부상하지 못하고 주변화되었던 것인지 고민해야 된다.

    이 과정에서 중도자유주의정당은 언제나 딜레마적 상황에 봉착된다. 좌경화를 할 것인지 우경화를 할 것인지, 보수화를 지향할지 급진화를 지향할지 등 소위 쉐보르스키의 딜레마에 빠진다. 중도적 중산층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점과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수렴해야 한다는 갈등적 상황, 묻지마 변화와 같은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는 젊은 대중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고 또 한편에서는 현실적인 감수성을 갖고 있는 50대를 획득해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된 것이었다.

    박재형: 거듭 말하지만 20대 투표율이 높았던 건 이명박이 싫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최대의 욕은 ‘MB 같은 놈, 부시 같은 놈’이다. 심지어 친구 사이에 말다툼을 하다가 한쪽이 상대에게 ‘이명박 같은 놈’이라고 하니깐 차라리 ‘부모 욕을 하라’고 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민주당과 문재인 지지하는 쪽에서 닥치고 투표하라든지, 깨시민이라고 말하는데 의외로 그런 말 하는 그 사람들 빼고는 그런 말을 많이 싫어한다. 닥치고 투표하라고 하는데 그럼 난 생각하지 말라는거냐, 깨시민이라는 건 난 자고 있고 나는 멍청이라는 것이냐는 반발 심리도 제법 많았다.

    대학생이었을 때 2004년 총선 때 지역구는 민주당을 찍더라도 비례투표는 민주노동당을 찍자는 분위기가 대학 내에서 상당히 강했다. 기존의 정치 틀을 바꾸고 싶다는 심리가 그런 방향으로 강하게 형성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안철수가 진보라고 이야기하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야기 듣다보면 운동단체나 시민사회에서 꽤 저명하신 분들조차도 안철수가 진보라고 이야기를 한다. 안철수가 제3의 정당을 만든다는 소문이 있을 때 그가 김문수 경기도 도지사랑 정당을 추진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런데 하필 그때 김문수가 춘향이 발언이나 소방서 전화사건으로 망해서 안됐다고 하는 카더라 통신도 있었다. 이런 루머는 차치하더라도 내걸었던 구호라든지, 안철수의 포지션은 잘 봐줘도 민주당과 새누리당 사이의 어디쯤이지 않은가?

    손호철: 두 가지만 추가하겠다. 하나는 안철수의 등장과 안철수 현상은 진보정당의 실패와 몰락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동의하는데, 뒤집어 말하면 안철수를 통해서 그동안의 진보정당의 성과를 다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진보정당, 제3당으로서의 민노당 등의 위상과 성과라는 것이 사실은 거품이었다고 본다. 진정한 의미의 지지, 정체성에 동의한 지지가 아니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당체제가 싫었던 제3정당에 대한 기대이고 바람이었던 것이다. 영남에서 한나라당은 싫은데 민주당 찍기는 힘든 사람들이 제3정당으로서 민노당을 지지한 것이다. 진보정책과 정치의식에 근거한 것이 아닌 일종의 거품이었던 것이고 이제 그 거품이 빠져나갔다고 본다.

    두번째는 중도자유주의정당으로서의 딜레마(중간에서 오른쪽과 왼쪽으로 끊임없이 동요할 수밖에 없다는 쉐보르스키의 딜레마)를 말했는데 그건 민주당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그런 노선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안보, 복지, 경제 문제 등 이슈와 의제별로 중도의 기준도 다르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양당체제가 싫다는 것이지, 이념적으로 중간으로 가자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 정치체제에 대한 불신의 결과로 제3의 정당(흐름)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노당을 지지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민주당보다 더 보수적인 안철수도 지지할 수 있는 거다. 이념이 중요한 게 아니니깐. 민주당의 실패는 너무 좌경화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보다 자기 혁신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더 구린 이미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중도라는 것과 안철수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한다고 본다.

    정종권: 사회학자와 정치학자의 보는 시각의 차이같은 걸 느낀다. 조희연 교수는 기존 정치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평등주의 지향의 대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2000년대에는 좌파정당이 그런 흐름을 흡수했고, 지금 좌파정당이 몰락한 상황에서 안철수 현상이 그것을 대체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 같고, 손호철 교수는 그런 흐름이라고 하는 것을 잘 살펴보면 이전 민노당의 제3당, 10%를 넘는 지지율이 결국은 상당부분 거품이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한다.

    조희연: 기본적으로 안철수는 문국현과 유사한 흐름과 계보에 있는 인물이다. 이념적으로 보면 온건 보수주의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에 걸쳐있다. 문국현과 안철수의 공통된 특성은 기존 체제에서 성공한 엘리트라는 점이다. 공동체와 공화주의적 마인드가 있는 성공한 기업 엘리트인 것이다. 그 이념적 스펙트럼은 온건보수주의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에 걸쳐 있다.

    안철수와 안철수 효과와 안철수 현상은 다를 수 있다. 안철수 효과는 오히려 거두었다고 본다. 만약 안철수가 온건 보수주의 정체성으로 경도되어 새누리당에 가서 박근혜와 결합했다면 이번 대선은 2007년처럼 일방적으로 진행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수진영에서는 박근혜라는 강력한 후보가 있어서 후보 지위를 넘볼 수 없고, 나름의 이해관계도 있어 범민주세력으로 합류한 것이다. 즉 보수세력으로 가지 않아서 안철수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이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좌파 안철수의 이미지가 진보정당들과 상당히 겹쳐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통진당도 어려운 조건이고 진보신당도 몰락하는 상황에서 안철수 현상을 안철수가 아닌 진보좌파세력이 획득할 가능성과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안철수가 정치의 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진보정당이 안철수가 전열 정비를 하기 전에 안철수에 대한 대중의 열망(안철수 현상)을 진보와 좌파 방향에서 전유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전열정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

    박재형: 개인적으로 문국현때도 그랬지만 CEO 출신은 정치하면 안 된다 본다. 물론 누군가의 정치참여 권리를 박탈해야 한다는 그런 뜻은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아무튼 대중적 인식으로는 그들이 제법 민주적 사업체의 대표이기는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업은 이익집단이다. 민주적으로 운영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거기에 익숙한 CEO들의 방식이라는 게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 물론 성공신화나 더 많은 물질적 부를 욕망하는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MB에게 그렇게 실망을 하고도 여전히 CEO 출신에 대중들이 열광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안철수와 관련해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할 때 그런 이야기를 한다. 김미화가 대선 출마하냐고 물어봤더니, 이런 표현을 했다, “루비콘강을 이미 건넜고 다리는 이미 불살랐다”라고. 난 그게 단순한 비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인임을 선언한 사람의 워딩이, 하필이면 민주주의 하겠다는 사람이 자신을 시저와 비교하다니 놀랐다.

    진보정당의 포지션,
    좌파의 정체성 추구와 대중적 지지를 확장하는 제3당 지향

    손호철: 안철수를 문국현과 비교하는 건 틀렸다. 문국현은 민주당과 민노당 사이의 중간지대에 있었던 사람이지만 안철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중간지대에 서 있다. 그래서 전혀 다른 포지션에 있는 것 같다.

    과거 민노당을 지지했던 대중들이 안철수로 갔다는 것은 제3당(흐름)의 포지션이 왼쪽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중도지대에 들어서게 된 거을 의미한다. 대중들이 왼쪽에 있다가 지금은 중도로 돌아선 게 아니다. 그 대중들의 열망을 대변했던 세력이 이전에는 좌파정당이었다면 지금은 중도 포지션의 안철수가 그 열망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중도지대에 그 흐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신당이 과거와 같이 당파성도 없고 제3당의 포지션으로 합리적 대중을 결집하기 위해 스스로를 규정한다면 안철수와 경쟁해야하지만 그 시도는 민노당처럼 실패할 것이다. 진보적 정체성을 가진 대중을 대상으로 해야지, 불특정 다수의 양당체제에 불만을 가진 사람을 정치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은 진보정의당의 방식이다. 그래서 안철수에 타격받은 건 오히려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이다.

    진보신당은 워낙 그런 경향을 반대했던 세력이기에 전혀 다르다. 진보정의당의 노선은 분명히 안철수와 경쟁해야 하는 거지만 그 현실화의 가능성은 낮다. 진보신당은 오히려 노동자 대중 등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박재형: 기성 정치권에 대해 갖고 있는 대중들의 정치불신도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본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이 무소속으로 당선된 것도 마찬가지지만 기존의 정당을 신선하지 않다고 보는 것 아닌가? 이런 대중의 열망이 매 선거 때마다 뉴페이스를 찾는 식으로 표출되는 거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민주노동당이 2008년 분당되지 않았더라면, 또 통합진보당에서 2012년 부정투표 문제로 대중에게 실망을 주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만일 그랬더라면 이번은 어려웠을지라도 언젠가 진보정당이 실력을 키우면서 선거 때마다 표출되는 새로움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짊어지고 집권도 가능했으리라고 본다.

    물론 통합진보당 분들은 부정선거가 아니었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시지만, 그 사건으로 진보정당이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르다는 대중적 인식이 사라졌다. 기존 정당과의 차별성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게다가 아는 사람이나 그 차이를 알지, 대중의 인식에는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정의당이나 진보신당이나 다 같은 놈들이다. 아닌 말로 이름도 헷갈리지 않는가?

    웃자고 하는 소리이지만 휴가 나온 군 장병들이야 군복을 칼같이 다림질을 하고 나와서 차별화를 노리지만 지나가는 시민들 눈에는 그냥 다 같은 군인 아닌가?

    아무튼 다른 대안의 가능성이 진보정당이 가지고 있었던 유효한 무기였다고 보는데 그게 사라졌고, 그래서 그 열망이 결국 이번에는 안철수라는 인물로 드러나고 선택한 거라고 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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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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