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살고 나 살자, 그래 "함께 살자!"
        2013년 01월 03일 10: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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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살자’ 연대모임의 토끼뿔님이 보내준 투고 글이다. 노동자와 민중의 절망과 절규가 전국 곳곳에서 울리고 있는 현실에서 작은 실천들이라도 하나씩 모아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자발적 모임이다. 이 연대모임의 활동이나 참여를 요청하는 글들을 계속 게재할 생각이다. 이글은 <레디앙>만이 아니라 <슬로우뉴스>에서도 동시에 게재한다. 많은 응원과 격려, 동참을 부탁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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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기라는 건 늘 아주 사소한 것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내 학생 중 한 명이 부산에 며칠 머물면서 한국어 회화 실전연습을 하고 왔다.

    돌아와서는 “한국엔 펜시용품이 정말 많아요”라면서 한국에서 산 예쁜 노트와 앙증맞은 펜 한 자루를 여행 기념 선물이라고 하면서 내게 주었다.

    그 날은 자민당이 여당이 된 일본 총선거가 끝나고 삼일이 지난 수요일.. 수업을 끝내고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아이패드로 한국 대통령선거의 개표 상황을 보고 있었다.

    수업 전에 투표율이 높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밝았던 기분이 점점 우울해지고 있었다.

    며칠 후 무심코 선물받은 펜을 꺼내서 메모를 긁적이다가 페이스북을 보니 네번째 자살자의 소식이 올라왔다.

    네 분…. 한진중공업 최강서, 현대 비지회 이운남, 민권연대 최경남, 그리고 외대노조 이호일..12월 19일 선거가 끝난 다음날부터 매일 한 명씩 자살한 것이다. (그 다음날은 이기연 외대노조 부위원장이 빈소를 지키다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하기까지 한다)

    그 날은 유난히 울컥했다. 매일 매일 새로 사람이 죽어가는 걸 페이스북으로 목격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컴퓨터 모니터가 가로막아서 그 죽음을 말릴 수 없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자살 소식은 인터넷으로 즉시 접할 수 있는데 그 죽음의 현장에는 닿을 수 없는 내가, 마치 생목숨이 죽어가는 걸 눈 앞에 보면서도 몸이 묶여 움직일 수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다.

    “이게 지옥이구나…”라고 선물받은 펜으로 노트에 쓰고 있었다. 밤중에 사회적 파업연대기금(https://www.facebook.com/groups/JINSUK85fund/)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용기내어 포스팅을 했다.

    지금 현장에서 투쟁하는 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만 손편지라도 쓰자고….

    대한문 농성장에서 그린 전국 농성 현황 지도

    농성장으로 보낸 손편지

    사실 사파기금은 이미 많은 일을 하는 훌륭한 모임이다.

    <일인 만원 기금>을 모아 농성현장에 생계비지원을 하고 농성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꾸준히 보내고 있는 정말 대단한 모임이다. 그러나 기금을 모아 연대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는 좀 더 다양한 활동이 필요해 보였다.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받는 고통은 생계비는 물론 손배소의 어마어마한 금액이라는 금전적 압박도 상당하지만, 정작 우리가 함께 하고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늘 듣고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해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옥이구나”라는 내 마음을 무심코 쓰고 있는 내 손과 펜을 보면서 손편지라면 마음을 전달할 방법이 되지 않을까하고 문득 생각했다.

    (사파기금에서는 결국 12월 말 송년회에서 농성장에 손편지를 쓰는 모임을 가졌다)

    이틀 후에 페이스북에서 누군가 또 사파기금 담벼락에 올린 손편지 얘기를 꺼냈다. 담벼락에서 설왕설래 하다가, 뭔가 하려면 그룹을 만들자…로 이야기가 확대되었다. 그냥 바로 그 자리에서 그룹을 만들고 채팅을 시작했다.

    함께살자 연대모임 (https://www.facebook.com/groups/hamggesalza/)이 만들어졌다. 채팅을 하면서 이 연대 그룹에 관심이 있을 법한 페친들을 멤버들이 서로서로 초대하고 의견을 내놨다.

    몇시간 동안 채팅을 해보니 사실 다들 잘 몰랐다. 이 동네는 저 동네 이야기를 모르고, 저 동네는 이 동네 이야기를 몰랐다. ‘희망밥차’는 진보신당 당원 자발성 실천활동인데 농성현장을 돌면서 식사를 제공한다. 그런데, 밥차와 비슷한 활동이 경남지역에도 몇 개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 잘 모르고, 수도권 밥차 활동을 아는 사람도 경남권 밥차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전국에 과연 몇 군데의 파업 및 농성현장이 있는지도 다 알 수 없었고, 각 농성현장마다 사정이 다 다를 텐데, 대체 어느 현장에 어느 규모의 사람들이 모여서 농성하고 있으며, 의식주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으며, 해고자로 현장을 포기한 사람들은 얼마나 되고 그 사람들이 겪고 있을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지를 남겨놓고 농성현장을 등지는 고통에 대해서도, 정작 농성현장에서 농성을 지속하는 사람보다 더 힘들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새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잘 아는 사람, 농성현장에 늘 합류하는 활동가들은 페북에 잘 나타나질 않아서 정보를 물어보고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물론 그들은 너무 바빠서 그렇다.)

    우선 정보를 취합해야하는 게 급선무였다. 손편지를 쓰자로 시작한 논의는 결국 우리가 농성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결론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손편지는 물론 좋지만, 손편지를 쓰기 위해서라도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 있는 사회적 파업 농성현장은 어디일까, 누구와 함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만 할까를 제대로 모른다는 막막한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우리가 사회적 파업을 지지하는 진보적 시민이라고 해도 지금 오늘도 어딘가에서 계속되는 농성현장을 모른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를 반성해야했다. 구속자, 농성자, 해고자라는 각각 다른 종류의 투쟁현장을 파악하는 것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정보를 지역별로 나누어서 찾고 참여자들은 자기가 아는 정보를 모두 내놓기로 했다. 문서로 정리하고 참여자간에 공유하고, 팀을 나누어서 손편지팀과 방문팀으로 구성하고 나머지 활동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대로 팀 구성을 하기로 했다.

    아직은 정보를 파악하고 이 활동을 알리는 단계지만 아이디어를 더 확대해서 농성현장에 힘이 되는 활동이 될 수 있게 노력하려 한다. 너무 늦은 거 아니냐는 의견도 들었다. 작년까지 쌍용자동차 해고 사망피해자는 23명이다.

    단일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자살과 질병사망자로서는 지나치게 많은 숫자라서 공론화되고 치유센터 와락도 생기고 “의자놀이”라는 책도 나오고 농성현장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또 희망버스도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 버스를 타고 김진숙 지도위원이 올라선 크레인 위를 사람들이 올려다보면서 공감하는 연대활동이 가능했다.

    그러나 마음만 있는 평범한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마음만 가득한 평범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연대할 수 있는 활동,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들어야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치적 이해와 빠와 까를 가르는 구별을 넘어, 그저 한 인간으로서 인간의 삶과 생명을 이해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단순하고 명확한 가치만을 생각하는 그런 활동이 있어야한다는 공감이 “함께 살자 연대모임”안에 있다고 믿는다.

    이 연대모임은 조직이 먼저 있고 그 조직을 위한 사업이 있는 활동이 아니라서 활동의 목표가 있거나 중대한 다음 단계가 설정되어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

    일단 무엇보다 당장 직면한 농성장의 현실에 대해 공감하고 알리고 서로 손을 잡아서 다음 희생이 나오지 않아야한다는 그 마음만이 유일한 우리의 목표이다. 모임의 성격도 정치적인 성향이나 입장 등을 초월한 것으로 누구든 가입신청을 하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다.

    아이디어를 찾는 와중에 재밋는 활동을 하는 연대의 소식도 찾아낼 수 있었다. 소리연대(https://www.facebook.com/Soriyeondae)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농성현장에서 스마트폰 등으로 들을 수 있는 녹음파일을 올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 참여자들의 방문 연대 활동을 통한 취재기를 레디앙을 통해 연재하려고 합니다. 이 연대 활동을 같이 하고 싶으신 분은 페이스북에서 “사회적 파업 연대기금” “함께 살자 연대 모임”이나 “소리연대” 등 공개모임그룹과 페이지를 찾아보시고 가장 본인의 경향에 적합한 활동에 합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글쓴이>

     

    필자소개
    '함께 살자' 연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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