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고도 바간(버강)
    2012년 12월 31일 04: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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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으레 누구나 잊고 싶은 기억들을 지우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하게 만드는 시기이다. 다가올 새해에 대한 기대를 하며 어디서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다 예전에는 새해를 어디서 보냈었는지 떠올려 보게 된다.

몇 년 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모여 갑자기 떠났던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가 밤에 출발하여 눈을 떠보니 창 밖으로 새해의 첫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매일 뜨고 지는 해에 우린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강렬한 태양을 바라보며 하는 생각과 의지들은 남다르다.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북쪽으로 올라 낭우(Nyaung U) 공항에 내리면 천년의 고도 바간(버강)지역이 나온다.

천년 전 미얀마 최대의 통일 왕국의 수도였던 바간에 4,500여개의 크고 작은 파고다가 세워졌고 이후 전쟁과 자연재해로 2,000여개가 파괴되고 2,500여개 정도의 파고다만 남아있다. 건조한 바간, 고대 파고다가 몰려있는 올드 바간(Old Bagan)에는 마차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옛 분위기를 고취시킨다.

대평원에 저마다의 건축양식과 크기로 말없이 우뚝 솟아 있다. 자기 능력만큼의 파고다를 세우기도 하고 불교의 역사와 시대적 전설이 벽화로 담겨있기도 하다. 파고다가 많다보니 일출과 일몰풍경으로 유명한 명당자리 파고다도 있기 마련이다.

어두컴컴한 새벽 한계단 한계단 조심스레 높은 파고다를 손전등 하나 켜고 오른다. 어둠에 적응될 때쯤 저 멀리 붉은 빛이 감돌며 첫해가 모습을 드러내려 한다. 서서히 해는 떠오르고 보이지 않던 대평원의 파고다가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시야거리에 들어오는 파고다만 해도 어머어마 하다. 저 멀리 내 시선에 들어오지 않는 파고다까지 내가 거대한 파고다 숲에 있음을 실감케 한다.

대부분 가까이에 있는 크고 멋진 파고다들에 심취한다. 하지만 빛이 밝아오고 존재감을 드러내듯 하나둘 파고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냥 무심코 지나치면 보이지 않을 작은 파고다들,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둘러보며 더 많이 보인다.

2012년의 해가 지고, 2013년의 해가 뜰테다. 내년에는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천천히 움직여야 겠다.

새해 福 많이 지으세요.

필자소개
서윤미
구로에서 지역복지활동으로 시작하여 사회적기업 착한여행을 공동창업하였다. 이주민과 아동노동 이슈에 관심이 많고 인권감수성을 키우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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