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텔레토비’ 보다
    더 신랄 재밌는 스케치쇼의 뒷모습
    [미드로 보는 세상] 인간적 이해와 소통 꿈꾸는 <스튜디오 60>
        2012년 12월 24일 04: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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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케이블에서 방송되는 SNL((Saturday Night Live) KOREA가 화제다. SNL KOREA에서 하는 ‘여의도 텔레토비’라는 코너가 대선시즌을 맞이해서 19금 캐릭터들의 쌍욕이 난무하는 정치풍자로 트렌드를 만들고 있고 매주 초청되는 호스트(설명첨부)들의 솔직하고 망가지는 모습들도 연일 화제다.

    이제는 처음 장진 감독의 연출아래 한국판 SNL이 시작된다고 했을때 나왔던, 날카로운 정치풍자와 어떤 금기와 한계도 없다고 여겨질 정도로 놀라운 풍자능력을 장기간 보여준 미국 원조 SNL의 팬들의 우려는 일정정도 불식된 듯 하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종영된 SNL KOREA의 ‘여의도 텔레토비’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라이브 스케치쇼’인 SNL KOREA의 인기는 최근 개그프로그램들에서 정치, 시사풍자가 큰 인기를 끄는 것에도 효과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인기 개그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는 최근에 소재고갈과 매너리즘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충분히 인상적인 시사풍자의 트렌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SNL이나 개그콘서트의 이면, 그러니까 그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작가들과 피디, 배우들의 생생한 현실은 어떠할까?

    이번에 소개하는 미드《스튜디오 60 온 더 선셋 스트립》(Studio 60 on the Sunset Strip 이하 스튜디오 60)은 바로 이 라이브 스케치 쇼가 기획되고 제작되며 방영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도 한편에서는 특유의 시사풍자와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한창 한국에서도 SNL KOREA와 같은 라이브 스케치쇼가 인기를 얻고 있으니 지금 보게 된다면 매우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명작 정치드라마 <웨스트윙>의 작가인 ‘아론 소킨’이 웨스트윙이 2006년 종영되자 바로 시작한 작품인 <스튜디오 60>는 미국의 전국방송사인 NBC에서 방영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같은 NBC의 인기 라이브 스케치쇼 프로그램인 <SNL(Saturday Night Live)>를 상징하는 가상의 <스튜디오 60>라는 스케치쇼를 무대로 대본을 총괄하는 작가와 연출피디, 그리고 각 배우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정치풍자의 대가인 ‘아론 소킨’의 작품인 만큼 시즌 내내 아주 날카로운 사회비판적 내용들을 다룬다. 전작인 <웨스트윙>이 주로 백악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정치라는 세계를 진지하게 다룬다면 이 <스튜디오 60>는 가상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양한 시사문제를 아론소킨식의 고급스러운 유머를 통해서 다룬다는 차이가 있다.

    스튜디오 60는 1시즌만에 끝난 비운의 작품이다

    이 작품 <스튜디오60>은 비록 시청률이 저조해서 시즌1 22편의 에피소드로 단명한 비운의 수작이다. 아론소킨 특유의 화려한 대사와 인상적인 에피소드, 그리고 인종, 종교, 전쟁, 문화다양성 등 다양한 사회이슈에 진지한 접근들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비슷한 시기 조금 더 가벼운 주제의식으로 시작한 방송가 뒷이야기를 다룬 <30ROCK>이 큰 인기를 얻으며 장수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주제의식이 너무 무겁지 않았나하는 아쉬움도 든다.(실제 아론소킨은 경쟁프로그램이자 사실상 성공한 <30ROCK>에 카메오로 출연해 자조적 개그를 연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스튜디오 60>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게스트들도 볼만한데 ‘스팅’, ‘세릴 크로’, ‘나탈리 콜’, ‘코린 레일리 베’등의 가수들이 직접 에피소드 마다 게스트로 출연해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장면들은 매우 아름답다.

    한편 매회 에피소드들의 무게감도 만만치 않다. ‘티비 채널을 돌리시오! 이 방송들은 쓰레기입니다!’라는 쇼의 총감독의 무대난입과 방송계 비판으로 시작하는 첫회의 오프닝은 가히 압권이다.

    중간에 개그 소재의 표절에 진지하게 사죄하거나 민감해하는 방송 태도 등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며 ‘매카시즘’에 희생된 늙은 방송작가에게 바치는 헌사나 할렘가에서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하던 젊은 흑인 방송작가를 픽업하는 장면들은 큰 감동을 자아낸다.

    아론소킨의 전작 <웨스트윙>이 주로 미국 공화당 내 강경보수파를 타겟을 설정하고 이들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것으로 시리즈 전체를 이끌어 갔다면 <스튜디오 60>가 주 타겟으로 설정한 집단은 미국내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가 방영되던 당시기 미국내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에 대한 비판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을 시기였기에 이와 맞물렸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스튜디오 60>는 시즌 내내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 이어진다. 그런데 정작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이자 <스튜디오 60>상에서 각본을 총괄하는 ‘맷 알비’는 극중 여주인공 ‘헤리엇’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데 이 ‘헤리엇’이 바로 ‘기독교 근본주의’를 신앙으로 삼고 있는 개그맨이라는 것이다.

    아론소킨은 정치적 올바름과 지적 성숙의 문제와 인간적 관계와 고뇌, 사랑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는 아론 소킨의 최근작인 <뉴스룸>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오히려 진보파의 지나친 이념지향적인 태도와 경멸과 조롱에 가까운 공격방식이 상대에 대한 예의와 다수의 동의와 공감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공화당 ‘릭 센토럼’을 지지하는 ‘흑인 성소수자’에 대해 인격적 모독과 공격으로 일관한 앵커의 반성과 후회를 통해 비판하기도 한다.

    <링크 설명 : 최근 뉴스룸의 파일럿 오프닝이 웹에서 화제인데 정확하게 스튜디오 60에서 같은 방식의 충격적인 오프닝을 이미 사용한바 있다.>

    마찬가지로 속성상 조롱에 가까운 풍자를 주된 소재로 하는 <스튜디오 60>는 오히려 ‘진보적인 것보다 정치적인 것이 그리고 정치적인 것보다 인간적인 것’이 중요하다는 정치학의 오랜 명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 역시 최근에 시사 주제를 이용한 개그가 활발하다. 꼭 개그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각종 팟캐스트나 인터넷에서는 조롱에 가까운 상대방에 대한 정치적 공격과 비판이 난무한다.

    물론 모든 정치적 열정은 때로 과하다 싶은 측면이 있게 마련이며 이것이 정치적 지지자들을 결속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데 유의미함은 당연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런 현상들은 성역 없이 더 고무되고 확산되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 우리는 또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방식이 진정 정치적으로 다수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것인지 풍자의 언어가 생활의 언어로 또 정치의 언어로 그대로 이전되는 것은 바람직한지 말이다. 어쩌면 때로 우리가 정치적 견해의 차이로 인해 상대방의 인격과 그들의 절박하고 또 역사적인 처지에서 나오는 고뇌들을 너무 쉽게 조롱하고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스튜디오 60>에서 여주인공 ‘헤리엇’이 기독교 근본주의를 믿는 가난하고 가부장적인 시골마을 가정에서 왜 ‘유머’가 삶을 지탱하는 요인일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자신의 삶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올바름을 찾아가려 나름 노력하고 있음을 담담하게 한 고급교양지 기자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보며, 현실에서 우리도 수많은 사람들의 그와 같은 고백과 이야기들을 함께 듣고 나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소개
    청년유니온에서 정책기획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제민주화2030연대와 비례대표제 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술, 담배, 그리고 미드와 영화를 좋아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가장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대부분의 사업계획이나 아이디어를 미드나 만화에서 발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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