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 과거의 답습? (2)
[중국과 중국인] 변화와 과거로의 회귀, 중국은 어느 길로?
    2012년 12월 24일 11:34 오전

Print Friendly

중국공산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고 한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짧은 기간이자만 이후 10년 동안 중국공산당과 중화인민공화국을 이끌어 갈 두 인물, 즉 시진핑(习近平) 당 총서기기와 리커챵(李克强) 부총리(2013년 3월 초에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총리 취임 예정)가 단연 돋보이는 활동을 하고 있다.

떵샤오핑에 의해 쟝쩌민의 후계자로 지명된 후부터 그리고 총서기직에 오른 후부터 퇴임할 때까지 한시도 쟝쩌민의 견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후진타오에 비해 시진핑은 상당히 좋은 여건에서 출발하고 있다. 후진타오의 공청단 세력을 견제하려는 쟝쩌민 세력의 지지와 함께 반대로 쟝쩌민 세력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공청단 세력의 지원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앙군사위주석을 2년 정도 더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고 후진타오가 중국공산당의 가장 강력한 지렛대인 군권까지 동시에 넘겨줬기 때문이다.

리커챵의 움직임도 시진핑 못지않게 적극적이다. 후진타오와 원자바오의 강력한 지원 하에 미래 10년을 이끌 쌍두마차로 평가받으면서 방대한 행정부를 축소해 행정의 신속화와 관료들의 부패 방지라는 일석이조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히 리커챵은 2010년 2월에 통과된 중화인민공화국국방동원법(中华人民共和国国防动员法, 쟝쩌민 세력의 견제로 자신의 직계인 리커챵이 당 총서기를 시진핑에게 내주고 총리 직을 오르는 것으로 결정되자, 후진타오가 군대에 대한 발언권이 전혀 없던 총리에게 군대 동원권을 합법적으로 보장해 주기 위해 제정했다고 알려짐)으로 군부에 대한 최소한의 발언권을 확보했으며,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경제정책과 금융 담당 부총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었던 왕치샨(王岐山)이 당 기율위원회 서기에 임명됨으로써 좀 더 강력하게 행정부를 장악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했다.

동시에 그는 당 서열 3위가 임명되던 총리 직의 관례를 깨트리고 당 서열 2위를 차지했다.(중국공산당의 관례에 따르면 서열 1위는 당 총서기, 국가주석, 당 중앙군사위주석 직을, 2위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国人民代表大会)위원장 직을, 3위는 행정부(國務院)총리 직을, 4위는 정협(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中国人民政治协商会议) 주석 직을, 그리고 5위 이하는 각각 당의 다른 주요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전임 총리 리펑이 당 서열 2위이면서 총리 직을 수행한 전례가 있다.)

시진핑과 리커챵 쌍두마차의 처음 한 달은 전임자였던 후진타오와 원자바오의 임기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정치의 또는 중국공산당의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지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과거의 행태들 역시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새로운 중국의 양대 지도자인 시진핑과 리커창

최근 발매된 홍콩 잡지 쩡밍(争鸣)에 의하면, 새로 정치국 상무위원의 권좌에 오른 5인 중 당 기율위원회 서기에 임명된 왕치샨을 제외하면 쟝쩌민 계열로 알려진 장더쟝(张德江), 리우윈샨(刘云山), 위정셩(俞正声), 장까오리(张高丽) 4인은 정치국원 투표에서 이번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패한 공청단의 실세 리유엔차(李源潮)나 왕양(汪洋)보다 훨씬 적은 지지표를 획득했으며 정치국원 25명 중에서도 가장 적은 지지표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국 상무위원에 임명되었다.

최근 발표된 몇몇 지방의 성장(省長) 급 인사는 시진핑-리커챵 쌍두마차 체제가 갖고 있는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샨시성(山西省) 대리 성장으로 임명된 리샤오펑(李小鹏)과 샹하이 시장후보로 발탁된 양숑(杨雄)의 예로 살펴보겠다.

전임 총리 리펑(李鹏: 가장 존경받는 공산당원 중의 한 명이자 중화인민공화국의 초대 총리인 조우언라이(周恩来)의 양자로 보수파의 거두)의 아들인 리샤오펑은 전력공정(电力工程)을 전공한 후 집안에서 운영하던 중국 최대 에너지 관련 회사인 중국화능집단공사(中国华能集团公司)에서 일하다 2008년 아버지의 후광으로 곧바로 샨시성 부(副)성장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으며 당 내에서의 평가도 높지 않아 리펑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18차 당 대회에서는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 투표에서도 낙선했지만 지도부의 압력으로 171명의 후보 중앙위원 중 말석을 차지했다. 그런데 최소한 중앙위원 급이 임명되는 대리 성장에 임명되었다.(중국정치에서의 대리(代理) 직은 임시직이 아니라 정직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

샹하이시 부서기에 임명된 양숑 역시 리샤오펑과 비슷한 경우이다. 그는 18차 당 대회에서 후보 중앙위원에도 당선되지 못했지만 당 중앙위원회가 직접 개입해 시장에 임명될 수 있는 상무부서기에 임명되었다. 게다가 샹하이는 직할시이면서, 정치 수도는 베이징 경제 수도는 샹하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지역인데, 후보 중앙위원에도 선출되지 못한 양숑이 시장 후보로 임명된 것은 쟝쩌민의 아들 쟝미엔헝(江绵恒)의 측근이라는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샤오펑과 양숑의 사례는 중국정치의 미래가 좀 더 규범화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데 여전히 커다란 암초가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진핑과 리커챵의 개혁적인 조치들과 행보 뒤편에는 훨씬 거대하고 완고한 기득권 세력이 여전히 경계의 눈빛으로 이들을 감시하고 있다.

특히 당 내에서 시진핑의 권력기반이 확고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시진핑의 정책에 반발하거나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선 쟝쩌민 계열로 분류되는 4명의 신임 정치국상무위원들은 현재 숨죽이고 관망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들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지키기 위해 개혁적인 조치들에 반격을 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뒤늦게 정치에 입문한 시진핑 보다 당무 경험도 더 많고 다양하다. 이들은 분권적인 중국공산당의 구조에서 자신들의 권한을 충분히 활용해 개혁적인 조치에 저항할 것이다.

동시에 샹하이방이나 공청단 세력은 좀 더 동질성을 갖고 결집력이 강한 반면 태자당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면에서 모두 샹하이방이나 공청단보다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정치 분야에만 한정하더라도 태자당 출신의 인물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시진핑을 제외하고도 정치국 상무위원인 왕치샨과 위정셩, 쟝더장, 정치국원 중에는 리유엔차오, 리우옌동(刘延东), 마카이(马凯)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적 입장과 속한 파벌은 제각각이며, 시진핑이 이들의 리더도 아니다.

후진타오와 공청단 세력의 확장을 견제하려는 샹하이방과 당 보수파 원로들의 개입으로 시진핑이 당의 총서기가 되었지만 만약 시진핑이 자신을 당의 최고 책임자로 밀어준 세력들의 이익을 보장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기득권을 제한하려는 개혁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그들의 시진핑에 대한 지지는 언제든지 철회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당 기층에 자리 잡고 있는 변화를 원하는 기층 간부들은 원로들의 정치 개입과 파벌 세력의 이익 챙기기에 염증을 느끼고 있으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이미 국무원을 장악한 리커챵은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고 있으며, 당과 정부에 폭넓게 자리하고 있는 공청단 세력의 도움이 없이는 시진핑 자신의 권력 강화와 중국정치의 변화라는 자신의 목표달성도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변화와 과거로의 회귀의 가능성은 양날의 칼처럼 공존하고 있다. 리커챵 본인의 배경 그리고 국민경제를 직접 책임지고 또 그들과 접촉하고 있는 국무원은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또 그 권력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하려는 중국공산당과 그 당의 총 책임자인 시진핑의 입장에서 새로운 정치적 요구를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당의 명운과 직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변화와 과거로의 회귀, 둘 다 쉽지 않으며 정반대의 이유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고 어중간한 중간적 입장을 취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다가오는 2013년은 시진핑-리커챵의 중국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필자소개
중국의 현대정치를 전공한 연구자. 한국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