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와 학생의 2000일 연대기록
[서평] 『빗자루는 알고 있다』(김세현 오수빈 용락/ 실천문학사)
    2012년 12월 22일 10: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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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렇게 일하는 건, 빗자루만 알지.” -8쪽

<빗자루는 알고 있다>는 연세대학교의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모임 살맛이 노조 결성을 전후로 연대한 2000여 일간의 기록이다.

출간되기 전부터 이런 게 나온다더라 하는 얘기를 듣고 잔뜩 기대하던 책인데, 배경이 된 연세대학교에 내가 다니고 있어서 특히 그랬다.

새내기인 나로서는 작년에 청소노동자들이 전면파업을 했다는 것도,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 살맛과 학생들의 존재도 신기할 뿐이었다. 선배들이 한 토막씩 들려주는 얘기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창 하고 있던 때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2007년,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되자 이랜드는 직접고용 중이던 비정규직 노동자 700여명을 계약해지했다. 이는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으로 이어졌고, 연세대학교 학생 몇 명도 그들과 함께했다. 2학기가 시작되어 학교로 돌아온 그들의 눈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투명인간’들이 보였다. 바로 청소노동자, 경비원, 식당 조리원들이었다.

학생들은 학내 청소노동자 실태조사를 하기로 마음먹고 무작정 그들의 휴게실에 찾아간다. 내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공유하면서도 한 번도 겹친 적 없었던 그들의 삶이 마침내 포개지는 순간이었다.

학내 전역에서 조사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당시의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급여, 원청인 학교로부터의 불법적인 업무지시, 욕설과 성희롱 등이 만연했다. 이야기를 더 나누면서, 노동자들의 삶이 자신과 자신들의 부모님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 학생들은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노동이 평등한 세상, 노동이 살맛나는 세상을 꿈꾸는 학생모임 <살맛>이 만들어졌고, 부단한 노력 끝에 다음해 1월 연세대분회가 출범했다.

3억 5천만 원에 달하는 3년치 체불임금을 받아내는 것부터 시작해, 책은 만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세대분회와 살맛이 일궈낸 명랑한 승리를 기록한다.

대단원은 역시 2011년의 연고이병(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고려대병원) 단체협상과 이어진 전면파업이다. 생활임금과 원청사업주의 사용자성 인정을 요구하며 시작된 이 투쟁은 학생사회의 지지를 받으며 최저임금의 벽을 깨는 승리로 끝났다.

장한 일을 해놓고도 살맛은 자신들의 연대에 대해 세 가지를 돌아본다. 노동자들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의 양면성, 그들의 투쟁을 다른 곳에서보다 쉽게 만들어준 연세대학교라는 공간적 배경, 노동자들과 가장 많이 부딪친 교직원 등을 이해하려는 노력 등.

책은 여기서 끝이 나지만 삶은 끝나지 않는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백양로에는 하얀 플랑이 걸렸고 연세대분회 조합원들과 학생들은 건물 안팎에서 손이 얼도록 지지 서명을 받았다. 용역업체 중 하나가 어용노조를 만들어 연세대분회에서 조합원이 이탈했고, 내년도 용역 공개입찰은 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본관에서의 담판으로 ‘노조 탄압이나 부당 노동행위를 한 용역업체는 퇴출시키고, 기존 노동자 고용과 협약을 승계하며 노동조건 하락이 없도록 하고 대학사업장 집단교섭에 성실히 임한다’ 는 확인서를 받아냈다고 했다. 그래도 아직 원청 사용자성 인정이나 생활임금 쟁취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저자들은 담담하고 겸손하게, 자신들의 부족함을 아파하면서 이 책을 써냈지만 <빗자루는 알고 있다>는 연세대분회와 살맛이 이뤄낸 것들 그 자체만큼이나 의미가 있다. (나를 포함해) 연세대학교 안에서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다른 모든 곳에서 비슷한 시도를 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필자소개
학생. 연세대 노수석 생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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