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비언협회의 주요 창설자,
버나드 쇼의 진면모를 볼 수 있어
[책소개] 『쇼에게 세상을 묻다』(조지 버나드 쇼/ 뗀데데로)
    2012년 12월 22일 10: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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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버나드 쇼를 익히 알고 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그의 묘비명을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최근 경이적인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어떤 책은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라는 쇼의 명언으로 시작한다.

해박하고 기지가 번뜩이는 ‘말과 글의 달인’ 버나드 쇼는 명언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그 뿐인가? 학창시절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은 버나드 쇼의 기나긴 영어 문장을 독해하느라 진땀깨나 흘렸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유명한 영국 문호의 저작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오드리 햅번이 주연한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원작 <피그말리온>을 제외하면, 국내에 온전하게 소개된 버나드 쇼의 작품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예술가이자 사상가이자 사회운동가로서 활약한 지식인 버나드 쇼

<쇼에게 세상을 묻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그간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던 버나드 쇼를 “제대로” 보여주는 최초의 책이다. 역사 속 위인들이 대개 그러하듯 버나드 쇼 역시 한 사람이 일생 동안 이뤘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업적을 남긴 놀라운 인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쇼를 단순히 극작가로만 알고 있는데 사실상 그는 극작가였을 뿐만 아니라 이름난 비평가였고, 역사가이자 사상가였으며, 정치가이자 사회운동가였다. 한 마디로, 행동하는 지식인이자 진정한 예술가였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의 공동설립자이기도 하다.

작가로서 버나드 쇼의 이력에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셰익스피어, 오스카 와일드와 함께 ‘영어권 3대 극작가’로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피그말리온>의 원작자로서 오스카상까지 석권한 전무후무한 인물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사상가이자 사회운동가로서 그의 이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는 소설 <타임머신>으로 유명한 H.G. 웰스, 20세기의 지성이라 불리는 버트런드 러셀 등과 함께 온건 사회주의자 단체인 페이비언협회의 중심 인물로 활약하면서, 영국 노동당에 사상적 토대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네루와 같은 제3세계 지도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인도의 초대 총리 네루가 캠브리지에서 버나드 쇼의 강의를 듣고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40대에는 약 6년간 런던 시의원으로 활동하며 직접 현실 정치에 뛰어들기도 했다.

<쇼에게 세상을 묻다>는 다방면에서 활약했던 버나드 쇼의 경험과 깨달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책이다. ‘모르면 당하는 정치적인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우리를 둘러싼 정치적인 환경을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버나드 쇼는 “정치란 사회생활의 과학”이지만 사람들은 “정치를 삶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다”면서, 자신의 정치적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요즘에는 누구나 정치에 관한 한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굴지만 사실 대부분은 아주 기초적인 것조차 알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돈키호테가 기사도를 현실과 연결짓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사회주의, 파시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기타 모든 종류의 낭만적 이상주의에 대해 그저 신문에서 주워들은 대로 떠들어대고 때로는 논쟁까지 벌이면서 현실세계와는 조금도 연관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든 여덟의 버나드 쇼는 기꺼이 팔을 걷어붙였다. 정치인들조차 잘 모르는 정당제도의 기원부터 금융의 미스터리와 토지 문제, 교육과 복지, 과학과 종교, 예술에 이르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면서, 보다 나은 삶을 꿈꾸고 갈망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고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때로는 짧은 희곡 형식을 빌어, 때로는 본인의 경험을 적나라하게 고백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가히 최고의 극작가답다.

1장 ‘인간의 본성’에 관한 질문부터 44장 ‘에필로그’까지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다 보면, 은행, 학교, 병원, 민주주의, 자본주의처럼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나머지 뭣 모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기존의 제도나 개념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사회의 갖은 해악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매일같이 겪는 일들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버나드 쇼 말대로, “현명함은 경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받아들이는 능력에 비례”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이 책을 쓴 것은?”

버나드 쇼는 “내가 이 책을 쓴 것은, 무지한 노인네가 그 동안 공부하고 일평생 세상사람들과 부딪히고 냉엄한 현실을 겪으면서 가까스로 알게 된 기초적인 사회정학을 그것조차 모르는 더 무지한 사람들과 나누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리학과 형이상학 자연사와 철학을 넘나들고, 사실과 연속성, 사고방식과 준거틀, 그리고 실제 사건들에서 타고난 이야기꾼들이 알기 쉽게 풀어낸 전설과 드라마까지 두루 짚는다.

그의 말대로 이 책은 정치에 관한 아주 기초적인 것들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례와 인용은 놀라우리만치 풍부하고 흥미롭다. 누군가의 말대로 “좋은 책이란 다른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면, <쇼에게 세상을 묻다>는 좋은 책일 수밖에 없다.

<쇼에게 세상을 묻다>를 읽다보면 버나드 쇼의 친구로 자주 등장하는 H.G. 웰스와 길버트 체스터턴에서부터 윌리엄 모리스와 러스킨, 경제학자 스탠리 제번스의 책까지 독서 욕구가 무한히 자라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생전에 버나드 쇼는 좌중을 압도하는 연설가로도 유명했다. 이 책에서도 역시 날카로운 분석과 논리를 선보이면서도 적절한 순간에 수준 높은 유머까지 구사하는 것을 보면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미국의 저명한 교육사상가 앨버트 제이 낙은 이 책에 대한 서평에서 이렇게 썼다. “버나드 쇼는 논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우리 시대의 유일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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