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t Seat 2 - 동지들의 삶 이야기
    [봄비의 마음치유 이야기 13] 정직한 사람들의 이야기
        2012년 12월 21일 11: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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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봄비의 마음치유 이야기 13편을 올리는 날이다. 지난번에 이어서 한진중공업 동지들의 치유 이야기이다. 고단한 생활과 힘든 현장활동 속에서 감추고 있었거나 서로에게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의지가 되고 마음의 응어리들이 풀리는 시간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오늘 한진중공업의 한 동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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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과 함께 했던 치유 그룹, 그 두 번째 hot seat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그 날은 한진이 텐트 농성을 결의한 날이였고 언제 끝날는지 모르는 긴 투쟁을 시작하는 날이기도 했다. 과정을 마무리하며 방 한 가운데 뜨거운 의자를 준비했다.

    그리고 30년, 20년, 10년간 같이 살아오면서 말하지 않았던 흘려보냈던 마음을 표현하기로 했다. 정직한 보약, 건강한 보약, 아프지만 힘이 되는 보약을 서로에게 건네주기로 했다.

    오랫동안 조합 활동을 해 온 행복이 뜨거운 의자에 앉았다. 평소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과 잘 섞여 지내는 성격도 아니었기에 행복이 동지들의 속 깊은 이야길 들을 기회는 평소에 많지 않았었다고 했다. 동지들도 행복에게 아쉬웠던 마음을 내어놓기 시작했다.

    “행복이 술을 잘 안마시고 그냥 혼자 열심히 일만 해서, 오랫동안 만나왔지만 속 깊은 이야긴 나누지 못했던 거 같아 아쉬워.”

    “너무 조용해서 존재감이 안 느껴져. 뭔가 분노에 차서 이글거리는 것 같은데 그래도 가깝게 다가가기는 힘들어.”

    “혼자 이것저것 챙기며 사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사는 모습도 좋은데 혼자만 떨어져 지내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술이라도 한잔씩 같이 마시면 좋을 텐데 그것도 없고”

    “너무 완벽을 추구하는 것 같아. 스스로가 남에게 피해도 안 주고 듣기 싫은 소리도 안하고 그래서 투쟁하면서도 쉽게 섞이지 못하고 그랬던 거 아닌가 싶어”

    다들 거나한 술자리 경험이 없는 행복의 조용한 성격을 아쉽다고 말하는데 한 동지가 “성격상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인데 편안하게 다가가지 못해서 미안해. 내 고민도 나누고 그랬어야 하는데 .” 라며 미안한 마음을 내어놓기도 했다.

    동지들의 이야길 들은 행복이 자기 이야길 천천히 하기 시작했다.

    “가정적인 여건도 많이 안 좋았어.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해서 저녁 늦은 술자리도 가기 힘들었어. 누구에게도 내 허점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그저 어느 자리에서나 내 할 일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묵묵히 하다 보면 세월이 가겠지, 생각했었어. 사람들과 섞여 지내는 것도 어색하고 술은 언젠가 파업 끝나고 회사 간부들하고 간담회 하면서 먹은 적이 있는데 저녁에 마음 터놓고 술 마시며 한 이야기를 아침에 언제 그랬냐는 듯 술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할 때 너무 화가 나서 다시는 술을 안 먹겠다고 다짐했었어.” 라며 한진 싸움이 진행되면서 어려워진 부부관계, 아이들을 돌봐야 했던 가정 형편, 술 한 잔 마시면 당장 그 다음날 힘들어지는 일상 때문에 피하게 되었던 술자리 등 지난 사정들을 말하자 술고래 동지들이 새삼 행복의 마음 곁에 머물며 “힘들었겠다.”고 그 마음을 위로하였다.

    행복도 꼭 술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이야길 내놓고 나누며 살겠노라고 수줍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뜨거운 의자, ,Hot Seat의 한 모습

    행복하고는 다르게 누구하고나 잘 어울리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논리적인 사또가 뜨거운 의자에 앉았을 때다.

    평소 하고 싶은 말을 툭툭 잘 내뱉는 사또가 긴장이 되는지 슬그머니 의자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과정원이 “과정 중에 버리고 싶은 거 말할 때 사또가 네모난 자기 성격을 버리고 싶다고 했는데 그거 진짜야? 헷갈려 ~.”라고 말하며 사또를 쪼기 시작했고 형님 한 분도 “사또가 좀 팍팍하고 각지긴 했지.” 라고 말하자 “그래, 사람들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지”라고 맞장구치는 동지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부담스러웠는지 젊은 후배 한 명이 나서서 사또의 다른 매력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또, 그게 매력 있어 보여. 툭툭 내뱉을 때 처음엔 불편하고 긴장되곤 했는데 지금은 그게 매력적으로 다가와. 결정해야 할 순간에 빠르게 판단하는 능력, 일을 추진해 가는 힘은 아주 뛰어난 사람이야.” 그러자 다른 후배 한 명도 “그런 사또의 매력, 혹은 힘을 잘 이해 못하는 사람들은 안티가 되기도 하지, 나도 처음엔 거부감을 가지고 그랬는데 세월이 지나다 보니까 사또의 진심이 느껴져서 참 닮고 싶은 선배로 변했어.” 라고 사또를 칭찬해주자 다른 친구 한 명이 “사또는 참 따뜻해. 자꾸 옆에 가서 장난치고 싶어져. 정겹기도 하고”라며 사또의 다른 면을 비춰주기도 했다.

    엉거주춤 앉아 이야기를 듣던 사또가 약간은 거칠게 또 약간은 단순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것저것 다 갖추면 그게 신이지, 사람이냐. 나는 내가 참 반갑다. 정말 나에게 ‘반갑다’라고 이야길 하고 싶다. 투쟁 끝나고 집에서 몇 개월을 쉬니까 밖에 정말 나가기 싫어지더라. 사람을 만나는 것, 전화를 하는 것 이런 것도 하기 싫어지더라. 그런 시점이 나에게 생기더라. 그런 시점에서 내가 이걸 한 거야. 그러면서 집 밖에 나오기 시작했고 사람들 만나다 보니까 많이 좋아진 것 같기는 해. 뒤풀이 하면서 사람들 하고 산에 가는 조직도 만들고 아무것도 아닌데 그런 것들을 말 나온 김에 모아서 진행도 구상하고. 운동도 시작하고 여러 가지로. 그래서 나는 이런 내가 반가워.” 힘 있게 이야기 하는 사또가 멋져 보였다.

    사실 사또는 이 과정에 참석한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치유 모임을 만들면서 몇 번이나 같이 하자고 제안했을 때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관심조차 없다는 듯 반응했던 사또가 첫 모임 하는 날 슬그머니 모임 장소에 나타났었다.

    의외의 출연이라 다들 환호성으로 반기며 맞이했던 사또, 그 사또는 과정 중에도 마음속에 올라오는 이야길 가감 없이 내어놓는 그 모습이 참 담백한 사람이었다. 표현은 딱 경상도 사나이 그것이지만 마음속에 흐르는 정은 따뜻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한 정열의 사람, 의리의 사람이었다.

    사또와는 또 완전히 다른 차돌이란 동지가 있었다. 말이 없는데 한 마디 내어 놓을 때는 정곡을 찌르는 듯 정확했다. 같이 일하는 후배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차돌은 얼굴만 알았지 이야기를 해 본 경험이 적어. 수년간 이야기 해 본 적이 거의 없었어. 이렇게 속내까지 털어놓을 수 있어서 굉장히 기뻐. 같이 있으면서 하는 말을 들으면 내가 경험하지 못한 뭔가가 느껴져. 저렇게 선비 같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운동하지 싶을 땐 정말 경이롭기도 하다니까. 지금까지도 든든했지만 앞으로 더 든든하게 이 자리를 지켜줘.” 라고 대선배에게 어려운 마음을 내보였다.

    또 다른 동지도 “항상 든든하지만 멀게 느껴졌었는데 여기서 과정하면서 참 많이 알게 되었어. 특히 과정 끝나고 한 번씩 술 자리할 때 이야기를 나누면 뭔가 자꾸 다가가고 싶은 생각이 들곤 했어. 우리 같이 지리산 둘레길 자전거를 타고 가보자.” 고 즉석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한참 어린 후배는 차돌에게 “차돌을 보면 참 계획적이고 일을 잘 하는 사람 같아. 근데 그게 다가가기 어렵게 하더라고. 게다가 말을 잘 안하는 사람이고 말 하는걸 자주 보지 못했는데 여기 와서 이렇게 반말을 하고 같이 장난을 치면서 알게 되니까 너무 좋아.” 라고 말하자 또 다른 동지는 “어떤 결딴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는 항상 차돌의 말을 들었던 거 같아. 어떨 때는 굉장히 냉정하게 상대방에게 이야기하기도 하고 너무나 이런 일에 익숙한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 뒤풀이 같이 가자고 하면 ‘왜 가야 하는데, 나는 됐어.’ 라고 말하곤 했는데 점점 장난기가 나오고 농담도 하고 어린 후배들에게 뭔가를 말해 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따뜻하게 느껴져. 그래서 차돌이 너무 반갑고 좋아.” 마음을 담아 이야기 하자 또 다른 친구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2년 동안 같이 간부하면서 옆에서 봤는데 어떤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강함이 서려있었어. 어렵기도 하지만 가까이 있고도 싶은 선배야.” 라고 그동안의 느낌을 이야기하며 “차돌도 화 낼 때 있어?” 라고 뜬금없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차돌이 “그럼, 나도 화 내지. 나도 인간인데 ~ ” 라고 대꾸하면서 “나도 인간이고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으니까 화내고 싶을 때 화내기도 하고 우는 건 잘 없지. 우는 건 잘 안했어. 엄마 돌아가셨을 때도 안 울었으니까. 한참 뒤에 눈물이 나더라구. 자꾸 완벽하고 다가가기 힘들다는 이야길 듣는데 사실 완벽하지 않고 같이 어울리다 보면 다 빈틈이 있고 그래. 다가가기 힘들다고 하는데 사실 술 한 잔 먹으면 안 그래. 느낌으로만 중압감을 느낀다고나 할까. 나이도 있고 오랫동안 활동하고 그랬으니까 지금은 주로 간섭 안하고 관여 안하고 지켜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어떻게 보면 있는 둥 없는 둥 그렇게 살고 있기는 해.’ 라며 덤덤하게 자신의 지금 모습을 이야기했다.

    정직한 사람들의 이야길 듣고 있으면 사람은 자기 자신 그 자체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런 모습 때문에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게 아니라 그저 하나하나가 다 자기 모습이기에 자기 삶의 순간들이 녹아져 있는 몸이기에 아름답고 특별하다고 느끼게 된다.

    지금 내가 뜨거운 의자에 앉는다면 친구들은 나에게 어떤 이야길 들려줄까?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지금, 가까운 친구들과 뜨끈 뜨끈한 보약 한 재를 돌려 마셔야겠다.

    필자소개
    이수경
    홀트아동복지회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아리랑풀이연구소 그룹 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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