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문재인 320만표, 이수호 200만표
    야권성향 120만표 이탈, 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성향 지지
        2012년 12월 20일 03: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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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은 대선과 더불어 서울시 교육감 선거도 함께 치뤘다. 그런데 이번에 투표를 행사한 유권자 7명 중 1명은 교육감 선거에서 무효표를 던졌다. 투표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투표장에는 갔으나 오기했거나 일부러 무효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제18대 대선에서 서울지역 유권자 중 약 3백2십만명이 문재인 후보를, 약 3백만명이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 무효표를 던진 사람은 3만1천명으로 투표인 수 대비 0.49%이다.

    반면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진영의 대표 후보인 문용린 후보는 약 2백9십만표를 얻었고, 민주진보단일후보인 이수호 후보가 약 2백만표를 얻었으며 무효투표수는 대선 무효투표수에 30배에 달하는 87만6천명이나 된다. 투표인수 대비 14.03%에 달한다. 대선 무효투표의 28배나 많은 숫자이다.

    이수호 후보와 문용린 당선자

    이는 투표일 5일전 사퇴한 보수성향의 이상면 후보의 지지 표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면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상면 후보의 사퇴 소식이 공중파 등 유권자에게 잘 전달되지 않으면서 이같이 무효표가 많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지지자 중 1/3은 이수호 안 뽑아

    주목할만한 점은 민주진보 단일후보인 이수호 후보의 완패이다. 문재인을 지지한 야권 성향의 유권자 중 상당수가 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성향 후보들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낙선자가 서울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지역은 관악구로 59.19%로 유권자 수 19만6천명에 해당된다. 역시 민주진보단일후보인 이수호 후보가 가장 많이 득표한 지역도 관악구로 43.13%를 얻었다. 유권자 수로 치면 12만1천명에 해당된다. 즉 7만5천여명의 야권 성향 유권자 표가 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 후보로 이탈한 것이다.

    반대로 관악구에서 박근혜 당선자가 득표한 수는 13만4천여명이었고 보수 후보인 문용린 후보가 득표한 수도 13만3천명으로 거의 비슷하다. 여기서 최명복, 남승희 후보의 표를 더한다면 2만7천여표가 더 늘아나며, 무효표 4만8천표까지 계산한다면 20만표 이상이 보수후보를 지지한 셈이다. 무효표에 이상면 후보의 사퇴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에도 최소 2만7천표의 야권 성향 표가 보수 성향 후보를 지지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낙선자가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인 강남구 또한 마찬가지이다. 강남구에서 문재인 후보는 13만4천표, 41.01%를 득표했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에서 이수호 후보를 뽑은 유권자 수는 7만8천여명으로 4만6천여표가 이탈했다.

    반대로 강남구의 20만5천이 박근혜 후보를 뽑았으며 문용린 후보를 뽑은 경우도 19만9천명으로 거의 비슷하다.

    결국 야권지지 강세지역인 관악구와 약세지역인 강남구 모두에서 대선후보와 교육감선거에서 다른 기준으로 후보를 뽑았다는 것이다. 서울 전체를 봤을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야권 성향 유권자 120만명이 같은 날 치뤄진 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진영 후보를 지지했다고 볼 수 있다.

    야권 지지자가 보수교육감으로 이탈하거나 무효표 던진 이유는?

    이같이 야권 성향의 지지자가 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진영 후보를 뽑거나 무효표를 던진 것은 이수호 후보에 대한 색깔론 공격 등 이념 공세가 먹혔다는 점과 곽노현 전 교육감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분석된다.

    민주진보 단일후보 선출 초기 민주통합당 내에서 ‘전교조 출신은 안 된다”며 교수 출신의 후보를 밀어붙이려다 문제가 커진 적이 있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전교조 출신에 대한 색안경이 고스란히 유권자들에게도 전달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의 허영일 부대변인이 문용린 후보와 문재인 후보과 성씨가 같으니 ‘문문’ 후보를 찍으라고 트윗터에 올리는 등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교육감 선거를 중요하게 보지 않은 시각 탓도 있다. 민주당에서 이수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임을 알리는 적극적인 노력도 없던 것도 중요하게 작동된 것으로 보인다.

    보수진영 후보인 문용린 후보의 전교조 물고 늘어지기 전략도 한 몫했다. 아이들에게 체벌과 소지품 검사를 금지하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박탈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나아가 학내 동성애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정치적으로 민주당 성향에 가까운 유권자들조차도 표심을 보수 성향으로 움직이게 했을 가능성도 크다.

    특히 제3차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박근혜 당선자가 공개적으로 이수호 후보와 전교조에 대한 이념공세를 벌여, 상대적으로 민주노총 출신에 반감을 가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어필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후보는 박근혜 후보 발언이 유권자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며 선관위에 고발한 바 있다.

    한편 곽노현 전 교육감에 대한 심판론도 있다. 후보 매수 혐의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유권자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곽 교육감이 끝내 유죄로 징역에 처해지면서 벌어진 재선거였기에 민주진보진영 후보의 흠결이 먼저 부각됐던 선거이기도 했다.

    이와 경남도지사 선거를 비교해보면 조금 뚜렷해진다.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권영길 후보가 받은 표는 70만표로 문재인의 72만표와 거의 유사하다. 또한 박근혜 후보가 받은 125만표와 홍준표 후보의 119만표도 엇비슷한 것이다. 거의 표가 일치한 것에 비해 서울교육감 선거는 좀 달랐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경남은 1:1구도이고 서울교육감은 보수 성향이지만 다수 후보가 난립했고, 또 경남은 정당 선거이기에 기호가 있었지만 교육감은 기호가 없었다는 요인도 부분적으로 작용했던 측면도 있다.

    또다른 이유는 이수호 후보가 교육감 후보로 약했다는 지적도 있다. 교사 출신이기는 하지만 교육계 출신보다는 노동계 출신이라는 점이 사람들 뇌리에 더 부각됐다는 것이다. 문용린 후보가 교육부장관인 출신인데 비해 이 후보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이 약했다는 지적이다.

    주요 이슈였던 학생인권조례 또한 유권자가 성인이라는 점에서 절박한 문제로 인지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오히려 자녀들의 인권보다 입시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층에게 학생인권조례의 폐기나 전면수정이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대선 이슈 자체에 교육감 선거가 묻히면서 후보의 차이점을 전혀 구별하지 못한 문제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압도적인 표 차이로 야권후보가 낙선한 것과 더불어 문재인 후보의 표가 이수호 후보의 표로 반영되지 못한 것은 민주당과 진보진영 및 시민사회연대에 있어 일정한 장벽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여 향후 이와 관련한 평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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