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고] 통합진보당 탈당의 변
    "진보정당은 1인정당이 되어서는 안돼"
        2012년 12월 18일 06: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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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 오전에 온 투고 글인데, 필자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느라 하루가 늦어졌다. 투고의 성격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사퇴선언에 대한 비판과 이에 대한 필자의 탈당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정희 후보의 사퇴 선언의 정치적 결정에 대한 비판과 더 강한 측면으로는 사퇴 결정 과정이 전혀 민주적이거나 진보정당스럽지 못하다는 내용이다. 하루 늦었지만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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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대학로 유세장에서 집단탈당했던 <다함께> 전 당원들을 만났다. 놀랍게도 노랑색 <이수호 교육감 후보>의 잠바를 입고 있었다. 암튼 간만에 만나 인사를 하고 대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내가 먼저 질문겸 의견을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을 들라면 다함께의 ‘문재인 지지선언’이다. 다함께의 그간 정치적 행적을 보면 논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결코 동의가 안 되는 황당한 결정이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어짜피 이정희는 사퇴할 것이 뻔한 거 아닌가? 그래서 차선책으로 문재인을 지지선언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단호하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만일 사퇴를 한다면 탈당으로 정치적 책임을 다하겠다”라며 답했더니 설마하며 매우 놀라는 눈치다.

    그리고 “그간 다함께의 정치적 성향이라면 오히려 처음부터 김소연이나 김순자 후보지지운동을 해야하는 것이 좌파로서 기본을 지키는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더니 “진보진영 단일후보를 내지 못한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아쉬운 점”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다함께가 문재인을 지지할 요량이라면 다함께의 탈당 역시 정치적 의미가 없든지 잘못된 정치적 판단이 아닌가”라고 물었더니 “그건 차원이 좀 다른 문제이며 그쪽 생각일 따름이다”라고 답을 해서 다함께 스스로 명확한 자기답변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생각하여 간만에 만난 자리에서 필요이상의 과열은 불필요하단 생각에 서로 여기서 멈쳐야 했다.

    다함께의 대화에서 보듯이 그동안 3자 짬뽕당 통합시 탈당할 기회에 간신히 눌러참았다가 ‘당파괴범들’의 반란으로 잠시 미루어 두었다가 이정희 후보사퇴를 계기로 오늘 ‘탈당’을 공식화 했다. 단지 미루어 두었던 탈당이 이번 계기로 확정된 셈이고 이번 대선에 대한 의견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정희의 사퇴를 마치 ‘대승적 결단’으로 미화를 하고 있는데 참으로 우려스럽다. 지난 9.16 임시당대회에서 채택한 결의문을 한번 보자. 당대회에 내걸었던 사진 속의 플랭카드를 보면 당파괴사태를 계기로 ‘당원이 주인이다’를 내세우며 진성당원제에 기반한 진보정당을 전면화하면서 이제 좀 제정신을 차렸나하고 느낌을 줬었다.

    “통합진보당은 일부 상층 명망가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표류하는 정당이 아니라 <진성당원제의 정신이 확립된 대중 주체의 당, 상향식 민주주의를 구현한 당원 중심의 정당>으로 나아갈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출세와 탐욕에 눈이 멀어 투쟁을 회피하고 국민눈높이라는 미명 아래 의회주의에 안주하려는 사이비 진보와 철저히 결별할 것이다. 우리는 야권연대를 진보정치의 정체성 훼손과 정치적 출세주의로 악용하려는 우경화 기도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우리는 통합진보당의 독자성 강화에 기초한 야권연대를 추구할 것이다. – 2012.9.16 제1차 임시당대회 결의문 중에서“

    상향식 민주주의를 구현한 당원 중심 정당을 말하고 있지만 이번 후보사퇴 과정에서 과연 당원과 지지자들은 있었는가?? 방송토론 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대중들의 변화의 에너지를 수용하기보다는 오히려 겁을 먹고 어쩔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다는게 본인의 판단이다.

    어제 대학로유세에서 만난 대중들은 ‘정권교체도 하고 완주도 할 수 있다’는 열기를 내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관성에 쩔은 대다수의 당활동가들은 오히려 완주에 대한 확신보다는 후보자 전권 운운하며 자신들이 함께 책임져야할 것을 후보에게 전적으로 던져버리는 무책임함과 무능력을 목도하면서 절망감을 느꼈다.

    둘째, 대선방침에 대해 후보자의 전권 내지 결단으로 내려진 당 시스템 붕괴의 문제다. 도대체 언제부터 진보정당의 대선방침이 후보자에게 전권을 주었는가? 이것은 진보정당을 창당하면서 보수정당의 보스중심 정치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내세웠던 진성당원제의 정신에도 위배되고 후보자에게 전권위임이라며 후보자 결단이란 미사여구속에 정치적으로 사리분별도 못하는 선대본부의 무능함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과 같다.

    당파괴범들의 이탈로 당권을 독점하는 자주파들의 당운영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본다. 그렇게 자신감과 배짱도 없는 놈들이 오늘까지도 선거자금이 부족하다며 펀드에 들라고 선동을 하고 있다. 무슨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지들 필요할때만 불러 세우는 자판기인줄 아는가? 이런 우려때문에 특당비외에 펀드에 대해서는 완주여부를 확인하고 입금하려고 했던 본인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당원들은 딩권파 니들이 필요할때만 줄세우는 거수기가 아닌 것이다. 선대본부는 똥폼으로 만들었느냐 말이다.

    세째, 보수정당이라면 전격적인 이런 결정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있으나 진보정당에서 벌어진 이번 사퇴결정은 특정개인에게 지나친 권력과 결정권을 허용함으로써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대상화시키고 사당화시켜 버렸다. 급할 때만 ‘당원은 주인이다’란 구호는 보수꼴통들이 선거때만 서민타령하는 것과 도대체 무엇이 차이가 있는가?

    보수고 진보고 대한민국 정치를 말아 먹는 첫번째는 바로 빠도리정치다. 이정희가 아무리 능력이 탁월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그 능력과 진정성조차도 당에서 통제하지 못하는 권력이라면 지난 시기 명망가들의 당파괴활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듯이 언제든지 정치적 입장변화에 따라서 당은 도구화되고 당원들은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아무리 이정희를 존경했기로서니 그 전제는 당적 질서를 뛰어 넘는 방식에 대해선 결코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게 빠도리정치를 경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째, 당후보의 사퇴로 그나마 고군분투하는 김순자, 김소연 후보같은 진보후보들 또한 사퇴론의 파도에 노출시킴으로써 그동안 최소한의 방파제 역할마저 포기함으로써 진보진영간의 연대연합보다는 중도보수들과의 관계설정을 더 고민해야 처지에 놓였다.

    그동안 힘들게 선동운동하며 늘상 들었던 사표론을 몸소 실천하면서 남한사회의 다양한 정치적 실험과 도전들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으며 진보정치를 종속화 희화시켰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결코 용서하기 힘들다.

    다섯째, 사퇴를 하려고 했으면 최소한 부재자투표와 해외주재자 투표가 시작되기 전에 충분한 대비를 해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단 한표라도 충분히 의미를 살릴 수 있었어야 함에도 사표를 만들었다. 이것은 진보라고 하면서 전체주의적 세계관 속에 길들여진 관성으로 지지자의 뜻을 사장시켰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야할 지점이다.

    여섯째, ‘진보정치 엘리트들의 대리정치에 박수치는 것으로 진보정치를 전락시킬 수 없습니다 – 이정희 출마선언문’라고 하더니 결국 보수정치 엘리트들의 대리정치판으로 진보정치를 갖다바치며 진상하면서 진보정치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 셈이다.

    노동조합 조직률 50%는 누가 해주는게 아니고 스스로 조직해야 하듯이 진보정치는 보수엘리트들의 대리정치를 통해 절대 달성될 수 없는 것이다. 이정희 후보 참신성, 헌신성, 도덕성 모두 높았지만 진보정치에 대한 철학적 이해와 근간은 걸음마 수준임을 사퇴를 통해 스스로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후보사퇴를 통해 정치적 위상을 높였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진보정당을 움직이는 기본적인 시스템인 진성당원제를 부정함으로써 1인 정당화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점에서 보수정당의 의사결정시스템과 별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각종 핵심정책에서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정책공조 협약도 종북공세에 대한 공개사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권이 실정을 하거나 진보정당의 정책과 상반되는 정치행위를 하더라고 대중들이 보기엔 정권창출에 공동책임이 있게 비쳐지는 상황에서 날을 세워 비판하고 견인하는데는 한계를 보일 것으로 본다.

    진보정당의 자기역할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덫에 걸린 것이다. 대중들이 민주당 2중대가 이제와서 웬 뻘소리냐고 물을 때 뭐라고 답을 할 것인가??

    어제까지만 해도 잡아먹지 못해서 난리치던 노빠류의 환호성을 보자면 이정희의 사퇴로 이정희 개인은 정치적으로 살아나는 재미를 봤을진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론 진보정당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에는 부정적 환경을 조성했다고 단언한다.

    특히 앞으로 닥칠 각종 선거에 독자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부족해질수록 진보정당을 제물로 삼는 선행된 학습과 경험은 진보정당운동에 독이 되어 돌아 올 것이라 본다. 임시당대회에서 결의한 ‘통합진보당의 독자성 강화에 기초한 야권연대를 추구할 것이다.’에서 야권연대는 어떻게 저렇게 했다치고 도대체 당의 독자성 강화는 어떻게 달성되었는지 누가 한 번 답해주기 바란다.

    당권파 니들 믿고 15년을 버텨 온 것이 고작 이 정도였나? 차라리 민주당에 한자리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왼쪽방을 차지하든지 진보정당의 꿈을 꾸는 당원들을 숙주로 삼고 허수아비로 만들지 말기 바란다.

    내 비록 지금까지 세속적으로 정치적으로 출세를 하지 못했으나 그동안 적을 두고 남들이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미우나 고우나 버텨왔던 믿음과 꿈들이 한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소중히 꿈꾸어 왔던 것들이 언제든지 해체될 수 있다는 근본적 불안감에서 탈당계를 제출하는 것이다.

    최소한 진보정당이라고 내세우려면 당대회든 아니면 긴급하게 <중앙위>든 말썽많았던 <전국위원회>든 아니면 <최고위원회>라도 최소한 열어서 사퇴든 완주든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무슨 콩가루집안도 아니고 후보자의 결단으로 브리핑하는 아마추어적 관성으론 죽었다 깨어나도 집권하기 글렀다. 니들은 10%이하의 지지율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 자각해도 진보정치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알 수 있을텐데 그 10%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개뿔이 집권은 무슨 집권이냐? 결정적일때 보수정당 2중대나 하는 것들이 말이다.

    이렇게 보면 당의 인적 물적 자산을 전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성과는 물론 이미지 개선까지 1타2피를 한 이정희가 진짜 여우라면 여우고 가장 정치적 수혜를 독식한 당사자이지 결코 순교자가 아니다.

    이게 당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제2의 통합사태를 겪어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 본다. 진정성으로 느껴질 만큼 내같은 독종도 완벽하게 속아 넘겼으니 <후흑학(厚黑學)>의 저자인 이종오(李宗五)가 울고 갈 정도로 모범사례로 남겨도 충분할듯 하다.

    진보정당이 당의 주인으로 당원을 주인으로 세우지 못할 때 민중을 과연 주인으로 세울 수 있겠는가? 구호정치에 속지 말고 진짜 주인행세하는 당원으로 거듭나길 촉구하는 바이다. 암튼 당권파입장에서나 이정희 입장에서나 손해보는 장사는 결코 아니지만 고통받는 민중의 입장에선 통째로 진보정치를 도독맞은 셈이라 하겠다.

    필자소개
    전 통합진보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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