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세력의 미디어 감수성은 ?
    [축덕후의 정치직관] 축구 이야기 아닌 미디어 이야기
    By 시망
        2012년 12월 18일 02: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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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일에만 밀리고 밀려서 이제 대선이 코앞에 왔다. 축구에서야 메시가 90골을 쳐묵쳐묵하면서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것만을 제외하면 별 일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쪽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한다. 나란 잉여가 일하는 분야가 공동체라디오이다 보니 대선공약을 봐도 미디어에 관련한 분야를 유독 열심히 봐서 그렇기도 하고, 딱히 축구랑 대선을 연결할 아이디어가 없어서;;;

    이번 대선에서 김소연 후보와 김순자 후보라는 두 후보가 나오는 바람에 정책을 따져봐야 하는 내용이 두배로 늘어서 짜증을 확 내게 만들기도 했다는 사실을 짚고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김순자 후보 미디어정책에 대해 고민이 있기는 한가?

    먼저 김순자 후보의 미디어 정책이다. 김순자 후보의 미디어 관련 정책을 보면

    – 미디어의 공공화
    ; 미디어는 공공재이며 망(network) 중심이다. 산업적 구조와 발상을 폐기해야 공공성과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상파 TV와 같은 보편재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무료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한다. 민주적 언론 환경 조성을 위해 현재의 방송통신위원회를 해체하고 새로운 언론미디어 기구를 설립한다. 언론사업자 소유 규제 및 독과점을 전면 금지하고,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재심의를 통해 불필요한 전파 낭비를 방지한다.

    라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 이 부분이 딱 유일하다. 분명 미디어운동단체에서 정책제안을 동일하게 했다고 알고 있는데 나온 수준이 딱 이만큼이다. 공공성과 보편성을 이야기하면서 고작 미디어에 대한 정책은 ‘TV와 같은 보편재는 무료로 쉽게 접근’하게 한댄다.

    그 이외에는 방송통신위원회 해체, 독과점 금지, 종편 재심의 정도이다.

    이런 관점은 미디어에 대해 보이는 전형적인 좌파들의 (꽤 많은) 모습과 다르지 않은데 정치적으로는 급진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미디어에 대해서는 보수주의자들과 다르지 않다. 김순자 후보가 주장하는 정책과 노빠가 주장하는 정책의 차이가 얼마나 될까? 아주 냉정하게 말하자면 김순자 후보의 미디어 정책의 진보성은 민주통합당 수준에도 못 미친다.

    특히나 미디어 운동에 있어서의 핵심이 퍼블릭 액세스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김순자 후보는 퍼블릭 액세스에 대한 고민 자체가 없다고 생각할 밖에..

    김소연 후보의 정책, 과거와는 다르다.. 하지만..

    다음은 김소연 후보의 정책이다.

    – ‘시민참여 방송 활성화’를 위한 방송의 퍼블릭 엑세스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확장한다: 핵심시청시간대인 평일 오후 7~10시에 주4시간 이상 확보한다.
    – 공공기관이 생산한 저작물과 공적 지원으로 만든 저작물에 대한 시민의 자유로운 접근과 이용을 허용한다.
    – 지역미디어센터 건립과 운영을 통한 공동체라디오방송의 구축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시민미디어를 활성화한다. (현재 지역미디어센터는 부산, 광주 등 몇몇 지역에만 있는 실정이다.)
    – 방송통신발전기금에서 퍼블릭 엑세스 프로그램 제작비 지원을 대폭 확대해 1인 미디어 독립언론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 지역성 확보를 위해 지역방송의 무료보편적 로컬미디어로의 위상을 강화한다.
    – 시청자위원회를 전 미디어에 의무화하고, 실질적 기능을 확보한다.
    –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미디어 접근권을 확대한다: 자막방송 등 확대.

    일단 김순자 후보의 성의없는 정책에 비하면 꽤나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퍼블릭 액세스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고.. 김순자 후보에 비하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만족스럽지는 않다.

    제 11회 퍼블릭액서스 시민영상제 포스터(사진=시민영상제 준비위)

    본격적으로 정책을 들여다 보자.. 일단 눈에 확 보이는 정책은 ‘‘시민참여 방송 활성화’를 위한 방송의 퍼블릭 엑세스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확장한다: 핵심시청시간대인 평일 오후 7~10시에 주4시간 이상 확보한다.‘라는 부분..

    솔직한 심정은 그냥 방송국을 접수하겠다고 하는게 어떨까?? 라는 느낌을 주는 시작이다. “미디어 활동가들이 술자리에서 농담으로 하던 말을 정책으로 만든 느낌”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너무 와 닿는 내용이었다. 주 4시간은 그렇다 치는데 핵심 시청시간대라니.. 패기돋는다..

    두 번째 줄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지역미디어센터 건립과 운영을 통한 공동체라디오방송의 구축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시민미디어를 활성화한다. (현재 지역미디어센터는 부산, 광주 등 몇몇 지역에만 있는 실정이다.)’ 라는 부분..

    지역미디어센터의 건립과 공동체라디오의 구축이라는 것이 어떻게 연관이 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공동체라디오는 사실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미디어센터의 건립이나 운영을 통해서 해결할 부분은 전무하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현재 지역미디어센터가 몇몇 지역에만 있다는 것은 조금만 자료를 찾았으면 하지 않았을 실수이다.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 30여개의 미디어센터가 적다고 판단할 수는 있겠다만 개인적으로 미디어센터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해도 된다고 본다.

    ‘지역성 확보를 위해 지역방송의 무료보편적 로컬미디어로의 위상을 강화한다.’

    이 부분은 내가 몇 번을 읽어봤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무료보편적 로컬미디어라는 말의 의미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를 전혀 모르겠다.. 내가 무식해서 그런지 몰라도 무료보편적 로컬미디어라는 단어를 처음 듣는다.. 혹시 아는 사람이 있다면 좀 알려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미디어 접근권을 확대한다: 자막방송 등 확대.’

    장애인, 성소수자의 미디어 접근권을 이야기하길래 “우와~~”라고 했던 기분이 자막방송 등 확대라는 부분에서 “뭥미???”로 끝난 정책.. 김소연 후보.. 미디어 접근권이라는 개념을 완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가 될 듯 싶다..

    전체적으로 김소연 후보의 미디어 정책을 이야기하라면 과거에 비해 발전은 있다(진보진영에서 미디어 정책관련해서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온 적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하지만 누가 정책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자료를 찾았다면 하지 않았을 실수와 조금의 고민만 했어도 하지 않았을 일관성없음은 아쉬웠다.

    결론을 짓자..

    마니아존이라는 칼럼 주제를 벗어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내가 공동체라디오에서 밥을 벌어먹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현장에서 느낀 진보진영 사람들의 미디어에 대한 감수성은 아쉽게도 보수진영 사람들과 딱히 차별성을 느끼지 못 하기 때문이었다.

    주요하게 등장하는 단어인 퍼블릭 액세스를 놓고 볼 때, 이 단어를 미디어 접근권으로 해석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미디어 접근권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개념을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면 김소연, 김순자 후보와 같은 실수를 하게 된다..

    퍼블릭 액세스(미디어 접근권)는 단순히 시청권이 아니라 교육받을 권리, 콘텐츠를 창작할 권리, 미디어를 통해 나눌 권리, 더 나아가서는 공동체 라디오 등의 미디어를 민중들이 가질 권리까지 포괄한다. 그런데 김순자 후보는 덜렁 시청권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소연 후보는 퍼블릭 액세스와 미디어 접근권이 같은 개념이라는 사실을 알기만 했어도 하지 않았을 실수를 장애인, 성소수자 부문 정책에서 했다.

    김순자 후보의 정책은 사실 더럽게 짧아서 깔 여지도 별로 없다..(그걸 노렸다면 성공이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의 정책을 좌파정책이라고 하기에는 쪽팔려 해야 한다..)

    김소연 후보의 경우는 미디어운동진영에서 제안한 내용을 거의 전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받아 적기라도 했으면 중간은 했을텐데 뭔가 잘 하겠다고 첨삭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작 그 부분에서 다 에러가 발생했다는게 안습..

    김순자 후보의 개념없음에 비하면 낫다고 평가를 할 수 있지만, 에러가 발생한 부분을 보고 있으면 미디어에 대한 감수성이 훌륭하다고 도저히 평가하기가 어렵다..

    기존의 미디어들이 문제가 많다는 것에는 나도 인정하고 지금 이 재미도 없이 거지같이 길기만 한 글을 읽는 당신도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좌파진영에서 내고 있는 정책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깝게도 당신들이 허구헌날 까는 민주통합당만도 못하다. 더 안타까운건 그렇다는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거나 인정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진보진영의 미디어정책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후졌다’이다.. 지금도 다르지 않고.. 그런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서 참 마음이 아프다..

    필자소개
    지역 공동체 라디오에서 기생하고 있으며, 축구와 야동을 좋아하는 20대라고 우기고 있는 30대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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