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개국 진보지식인 552명 성명
"박근혜 반대...불의와 억압 회귀 우려"
    2012년 12월 17일 11: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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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8개국 552명의 지식인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집권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15일 오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은 서울 대한문 앞에서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세계 지식인 연대 성명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에서 독재자의 2세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민주화가 이룩했던 것 모두를 부정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의 루이스클라크 대학의 동아시아-한국학 교수인 마틴 하트랜즈버그(Martin Hart-Landsberg)는 “자신의 민주화투쟁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한국인들이 과거의 파괴적이고 반민주적인 정책으로 회귀하려는 세력을 거부하리라 희망한다. 만일 보수 세력이 한국사를 잘못되게 다시 쓰는 일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요구에 진정하게 상응하는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비극일 것”이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런던씨티대학 등의 교수이자 세계적인 여성학/평화학자인 신씨아 코번(Cynthia Cockburn)도 “박근혜 후보는 단지 가족관계로 독재자 박정희와 연관된 것이 아니라 정치철학으로 연관되어 있고, 그래서 당선된다면 이미 오래전에 종식되었다고 간주했던 불의와 억압, 폭력의 시기로 한국이 되돌아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인권법-반테러법 전문가인 레자 라흐만 레닌 Rezaur Rahman Lenin도 “과거 정치적 유산의 수혜자로 간주되고 있는 독재자의 딸 박근혜가 여러 부패 혐의에도 불구하고 주요 보수정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선거에 나서는 것은 우려스렵다. 그것은 또한 한국의 민주화운동이 민주적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해왔던 노력과 성취를 무너뜨리고 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많은 나라의 지식인들이 박근혜 후보의 집권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지식인 '박근혜 반대' 성명(사진=김진석님 페북)

이같은 성명서는 지난 10월 초 방글라데시의 지식인들이 민교협으로 제안하면서 발전된 것으로, 성명의 초안 역시 방글라데시의 지식인 그룹이 작성해 민교협에서 번역했다. 자발적으로 이같은 성명서를 메일로 전파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로 퍼져나가 많은 지식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공동성명에서 이들은 “한국의 시민들 다수가 독재의 추억을 회귀시키는 흐름을 저지하는 것은 한국에만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큰 영향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성명에는 가나,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니카라과, 독일, 러시아, 르완다, 말리, 미국, 멕시코, 브라질, 스위스, 스페인, 영국, 아일랜드, 이집트, 이탈리아, 캐나다, 케냐, 코스타리카, 체코, 포르투칼, ㅍ랑스, 피지, 핀란드, 헝가리, 호주, 네팔, 대만, 말레이시아, 몽골, 몰디브, 미얀마, 방글라데시, 베트남, 부탄, 스리랑카, 싱가포르,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요르단, 이라크, 이란,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캄보디아, 태국, 터키,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필리핀, 홍콩, 한국, 등 58개국이 참여했다.

아래는 연대 성명 전문이다.

<유신 독재를 기억하는 세계 지식인 연대 성명>

아시아 민주주의의 귀감으로 받아들여지는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선거가 12월에 열린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열리는 이번 대통령선거는 한국의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아시아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늠하는 의미심장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 이유는 한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집권보수당의 후보로, 군사쿠데타를 통해 집권하여 잔혹한 철권통치를 했던 독재자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두 차례 민주세력의 정부를 경험하고 한 차례 보수정부를 경험한 다음, 한국의 보수권력은 박정희의 딸이자 박정권 당시 사실상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다. 박근혜 후보는 구 독재자의 치적을 앞세우며 독재자의 복권을 추구하면서 상당한 지지를 누리고 있다.

독재자 가문과 명문 가문의 2세들이 쉽게 유력한 정치지도자가 되는 많은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 이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87년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바라는 강력한 민의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문과 재력과 영향력에 힘입어 쉽게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2세 승계의 관행을 허용하지 않아왔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의 자녀들까지 사업이나 정치활동에서 매우 엄격한 법적 여론적 검증을 받고 처벌까지 받았을 정도이다.

박정희 통치와 유신독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이 민주주의의 미래에 매우 암울한 전조라고 생각하며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측근들이 미화하는 것과 달리, 박정희 독재시기는 매우 불안한 정치적 위기의 연속이었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일본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 전체주의적 통제와 희생을 강요하였다.

60-70년대 한국은 비극적인 시대였다. 아시아와 세계의 지식인들은, 전 일본군 장교 박정희가 만든 체제에서 무고한 시민들과 야당 정치인에게 가해지는 납치, 감금, 고문, 협박, 세뇌 등 거대한 폭력을 목격했고, 한국 사회가 부패와 밀실정치로 무너져가고 국가 전체가 거대한 병영으로 변하는 과정을 아직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우리의 이 기억은 충격이었고 경종이었고 함께하는 행동과 연대성의 계기였다. 다행히 우리는 그후 한국 시민들이 엄청난 저력을 가지고 군부독재 세력을 권좌에서 몰아내고 아래로부터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우리의 각 현장에서 민주화를 위해 함께 노력했다. 이는 필리핀, 타이완, 인도네시아 등의 민주화와 결합하여 아시아에서 거대한 민주주의 영감과 파도를 이루어내었다.

한국에서 구 독재자의 2세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당선 가능선에 있다는 것은 다시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아시아에서의 민주화는 그 훌륭한 진보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과두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매우 불완전한 민주화였다. 한국에서 구 독재자의 2세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이것은 아래로부터의 민주화가 이룩했던 것을 모두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박정희시대와 그 전통을 잇는 과두독점 세력들의 화려한 부활을 의미한다.

아시아에서 아래로부터의 민주화가 국경을 넘는 파급효과를 가졌듯이, 이제 신/구 과두세력의 부활은 국경을 넘는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경제위기와 정치불안과 결합하여 과거로 회귀하는 파급력을 만들어낼 우려도 있다.

우리는 과거 군부독재가 그 억압적인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안보위협을 과장하여 군과 군사주의를 비대화하고, 국내 비판 세력의 비판을 위협으로 과장하여 탈법적 폭력을 정당화하고, 이를 명분으로 부와 권력과 언론을 독점하여 평민들의 생활을 파탄에 빠지게 한 것을 기억한다. 이런 면에서 독재의 추억을 간직한 과두세력의 부활은 21세기 한국과 아시아에 매우 불길한 전조를 드리우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시민들 다수가 독재의 추억을 회귀시키는 흐름을 저지할 것이라 믿지만, 독재/과두 가문의 2세정치가 불가능했던 한국에서 새롭게 유신독재의 계승자가 세력화되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우리에게 이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우리의 이러한 관심은 한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생길 때 함께 우려를 표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실질적으로 정의를 가져오는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그리고 국경을 넘어 민의 행복과 권리 증대를 위해 서로서로 힘을 모으는 새로운 아시아를 만들어가는 취지로, 우리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유신의 추억이 부활하는 것을 다같이 막아내자고 호소하면서 위와 같이 뜻을 모은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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