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하는 시민을 위한 교과서
    [책소개]『노동을 보는 눈』(강수돌/ 개마고원)
        2012년 12월 16일 12: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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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하는 노동 얼마나 알고 있나요?

    우리는 거의 모두 노동자이거나 예비 노동자다. 학교 공부를 마치면 취업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학생 때도 때때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은퇴 후에도 파트타임 일을 찾게 된다. 엄청난 행운을 타고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사람들은 모두 노동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정규 교육과정에는 사실상 노동 교육이 없다시피 하다. 노동자가 될 사람들에게 노동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에 비해 선진국들은 초등학교 교과과정에서부터 노동문제를 가르치고 있다. 예컨대 독일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모의 노사교섭’이 일상적인 수업으로 자리 잡혀 있어, 학생들이 스스로 노사 대표가 되어 협상을 하기도 한다.

    책에 따르면 독일은 중등 사회 교과서에서 4분의 1 정도, 프랑스는 고1 사회 교과에서 3분의 1 정도가 노동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국은 가장 기본인 근로기준법과 노동3권이 중학교 2·3학년 사회 교과서에 다섯 문장 정도 언급된 게 전부다.

    그 결과 노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철학은 매우 빈곤하다.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노동자도 많으며, 도심에서 파업이 일어날 때 시민과 노동자를 분리해서 생각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노동하며 살면서도 노동에 대해 좀처럼 성찰하지 않는다. 노동과 인간 삶의 관계에 대해 오랫동안 천착해온 학자 강수돌은 이 책 <노동을 보는 눈>에서 노동하는 모두가 알아야 할 노동 이야기를 들려준다.

    12개 주제로 풀어가는 노동 교육

    이 책은 앞으로 사회로 진출하여 노동자가 될 이들에게 노동에 대한 바른 가치관과 노동문제들을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눈은 틔워주는 것을 목적으로 12개의 주제로 노동을 다루고 있다. 노동 교육이 전무한 한국 상황에서 채워줄 만한 노동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노동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노동유연화와 노동자 경영참가 같은 최근 노동계의 주요 이슈를 비롯해 최저임금제나 감정노동 같은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까지 노동이라는 큰 주제의 핵심 사항들을 담고 있다.

    서술에서는 쌍용차나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등의 현실의 사례들을 다수 끌어들이면서, 그 안에 담긴 근본적인 노동문제들을 풀어낸다. 이런 ‘노동의 이해’를 통해 독자는 자기가 몸담게 될 노동의 세계에 대해 비판적 시선과 자기만의 가치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장, 우리가 하는 노동, 우리가 하고 싶은 노동: 이 장에서는 노동의 철학과 기원, 노동 개념의 변화 양상을 서술하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노동이란 어떤 의미인지 밝힌다.

    2장, 우리는 언제부터 돈을 받고 일하게 됐을까: 왜 우리가 먹고살려면 노동을 해야 하는지 자본주의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인간 노동력이 상품으로 된 역사적 과정을 설명한다.

    3장, 1등 노동자만 대접받는 세상: 성차별, 인종차별, 국적차별, 능력차별 등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는 차별들을 다루면서, 왜 그런 차별이 존재하고 이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이야기한다.

    4장, 마음대로 해고할 자유 VS 마음 편히 일할 자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으로 노동유연화가 무엇인지 왜 문제가 되는지 밝히며, 노동의 유연성이 가져오는 인간 삶의 경직화를 고발한다.

    5장, 직장에서의 당근과 채찍: 기업이 노동자를 어떤 식으로 통제하고 관리하여 이용하는지 방식들을 설명하며, 노동의 인간화 방안을 모색한다.

    6장, 일하다 죽어도 좋아?: 삼성 백혈병 문제 등 직업병과 과로사 문제를 다루면서 노동현장에서의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죽도록 일하게끔 만드는 부당한 사회 구조를 지적한다.

    7장, 노동자가 사장을 투표로 뽑을 때: 노동자 경영참가의 필요성과 그 방식과 종류를 다루고, 한국에 있는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 사례를 소개한다.

    8장, 노동자와 기업의 끝나지 않는 싸움: 노사간에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하면서, 서로간에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조건들을 설명한다. 노?Z사?B정 사이의 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9장, 도대체 파업은 왜 하는 걸까?: 파업이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라는 것과 어째서 파업이 필요한지 밝히고, 노동운동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부정적 태도를 분석한다.

    10장, 노동자가 귀족이라고?: 이른바 ‘노동 귀족’ 주장의 허구성을 고발하고,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11장, 최저임금제의 명암: 최저임금제의 기원과 그것이 노동자와 사회에 가지는 의미를 설명하고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를 소개한다. 또한 아르바이트의 권리를 알려준다.

    12장, 세계화, 절망의 노동과 희망의 노동: 세계화 시대 노동이 어떻게 변화해나갈지 전망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들의 행복한 노동 만들기

    대개 노동운동 진영에서는 ‘노동해방’이라는 말을 많이 써왔다. 해방이라는 말이 궁극적인 자유를 뜻한다면 노동해방이란 결국 노동의 자유가 된다. 이 노동의 자유란 무엇일까? 노동 안에서의 자유일까 아니면 노동으로부터의 자유일까? 아니면 노동을 맘대로 할 자유일까? -본문 226쪽

    저자가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노동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피고 우리가 노동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인간답게 살 수 있는지 밝히는 것이다. 저자가 스스로 말하듯 “누가 뭐래도 ‘즐겁게 일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바로 이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자 목적이다”. 저자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노동의 자유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말하는 노동의 자유는 세 가지가 있다. 노동을 할 자유, 노동 안에서의 자유, 노동을 하지 않을 자유가 그것이다.

    ‘노동을 할 자유’는 누구든 공부하고 성장하고 나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한다. 노동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둘째, 노동 안에서의 자유란 누구든 일터에서 억압과 차별을 받지 않고 안전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경영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노동시간이 줄고 복지가 확대되는 것이 노동 안에서의 자유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셋째 노동을 하지 않을 자유란 가장 급진적인 제안으로, 먹고살기 위해 얽매이는 노동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자유이다. 자유 활동을 하면서도 생계를 해결할 뿐 아니라 자아실현 및 삶의 보람을 느끼는 상태, 저자는 이것을 최상의 가치로 둔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이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우리의 노동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 것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이상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문제를 개선하는 보탬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어떻게 노동하면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면서 독자에게 ‘노동’이란 두 글자를 깊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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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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