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Seat 1 - 뜨거운 의자 위에 앉아서
[봄비의 마음치유 이야기-12] 맘 속까지 따뜻해지는 의자
    2012년 12월 14일 12: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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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 깊어지면 hot seat 이란 작업을 한다.

뜨거운 의자 위에 앉아 온전히 주인공이 되는 작업. 동지로 동료로 선후배로 간부와 조합원으로 ~ 여러 가지 형태의 고정된 관계를 넘어 계급장 띠고 나이 차이 무시하고 ‘아픔을 함께 나눈 나와 너’로 솔직하게 만나주는 작업, hot seat.

가끔 아픈 이야기를 듣게도 되고 피하고 싶은 자신을 봐야 할 때도 있어서 앉아 있는 그 자리가 ‘앗 뜨거~’ 그래서 hot seat 이라 이름 붙여진 프로그램.

첫 번째 한진 그룹을 마무리 하는 hot seat 의 자리, 제일 먼저 뜨거운 의자에 누가 앉을까 서로 눈치를 보는데 과정을 통해 가장 적극적으로 변한 장조사가 선뜻 앞으로 나섰다.

숨겨놓은 스텝이 아니냐는 농담을 받을 정도로 과정 안에서 자유롭게 춤추던 동지였다. 처음 과정에 참여했을 땐 뒤에서 말없이 빙그레 웃기만 하던 그가 어느 과정에선가 맘속에 꽉 차 있는 억울함을 털어내지 못해 몸부림 친 날이 있었다.

숨을 쉴 수조차 없을 정도로 가슴이 답답하다던 그의 등을 손으로 힘차게 두들겼을 때 ‘아아악 ~~~ ’ 소리를 지르며 큰 울음을 터트리고는 얼마나 용을 썼는지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다며 두통을 호소했었다.

걱정스럽게 바라보자 가슴은 뻥 뚫린 것 같이 시원하다며 씩 ~ 맑게 웃어주던 장조사. 그 이후 답답해하면서도 자기 속을 털어놓지 못하는 동지가 생기면 그 사람 등 뒤로 다가가 등을 쳐주며 기운을 넣어주곤 했었다. “말해 ~ 말해야 살 수 있어~~” 하면서.

Hot Seat의 한 장면

맨 처음 준비된 자리에 앉은 장조사에게 동지들이 힘나는 보약을 한 그릇씩 건네줬다.

“성실한 사람이라고, 장조사의 진지함 덕분에 과정이 깊어질 수 있었노라고, 한결같은 모습이 믿음직스럽다고” 그런 말을 들은 장조사, 어린 아이처럼 뺨이 붉어져서 헤~ 웃는 모습이 귀엽고 친근했다.

과정 안에서 가장 형님이었던 눈사람의 차례가 기억난다.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새색시마냥 마련되어 있는 자리에 다소곳이 가서 앉은 눈사람.

눈사람은 한진 크레인 투쟁이 마무리 된 후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아 동지들이 걱정을 하곤 했었다. 투쟁이 벌어질 때 마다 작은 몸짓 어디서 그런 깡다구가 숨어있는가 싶게 저돌적으로 돌진한다는 눈사람, 동지들이 눈사람의 열정을 이야기하자 곁에서 같이 활동하던 후배가 눈사람에게 용기 있게 속마음을 내어놓기 시작했다.

“눈사람에게 위험한 기운이 느껴져. 왠지 모르게 사고 낼 것 같은 기운 말이야. 그런 기운이 느껴지면 나는 불안해. 이제 한진에 대한 짐을 좀 덜어놓았으면 좋겠어. 어깨에 짊어진 것들도 내려놓고. 눈사람을 보면 멍에를 못 풀고 있는 것 같은 어떤 죄책감, 그건 것들을 못 벗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져. 그거 눈사람 혼자만의 무게 아니거든, 우리가 같이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거든. 봐, 눈사람, 후배들이 크고 있잖아. 후배들 믿고 눈사람이 좀 홀가분해졌으면 해.”

스스로 멍에가 무거웠었을까, 애정 어린 후배의 이야길 들으며 눈사람이 고개를 끄덕 끄덕이고 있었다.

그 동지의 말에 이어 또 다른 동지가 이야길 이어갔다.

“눈사람은 진짜 바른 생활 사람이야. 내가 본받아야 할 점이기도 해. 믿음직한 후배가 적다고 느끼겠지만 눈사람의 활동이 뿌리가 돼서 그 뿌리에서 싹이 나오고 열매가 맺고 그랬던 거야” 따뜻한 지지를 하자 또 다른 동지가 “정이 너무 많아서 상대방을 챙기고 뭔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눈사람을 찾게 되곤 하는데 진짜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소하게는 밥 좀 꼬박꼬박 먹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자 모두 “맞아!” 메아리를 쳐 주었다.

동지들의 솔직한 이야길 들은 눈사람이 “내가 후배들을 위해 뭔가를 좀 물려주고 싶어도 그런 마음은 많이 있는데 내가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해서 내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했어. 오늘 이런 이야길 들으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 정직하다는 말은 부담스러운데 어쨌든 편안한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오히려 불안하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까운 동지를 둘이나 눈앞에서 하늘나라로 보낸 눈사람, 그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는 눈사람에게 후배들의 따뜻한 걱정이 힘이 되는 모양이었다.

또 다른 동지, 야식이의 이야기도 기억이 난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사람을 편안하게 대하는 야식에게 어떤 동지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야식을 보면 힘든데 분명 힘든 데도 웃어. 그러니까 참 의지가 되고 뭔가를 부탁해도 딱 해결하고 올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기대가 돼. 근데 전화를 잘 안 받아. 가끔 잠수를 타서 연락이 안 돼. 그러지 좀 마~” 라고 말하자 또 다른 동지가 “야식은 나와 동갑인데도 뭔가 형님 같아. 자기 할 말을 똑 부러지게 하고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한 것이 부러워. 사람들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말하는 것이 너무 보기 좋고 배우고 싶어. 근데 뭔가 발표해야 하면 목소리가 이상해져 ~ ”라고 놀리듯 이야길 하자 야식이 공감된다는 듯이 큰 웃음을 터트렸다.

또 다른 동지는 “야식은 용의주도해. 진짜 정보과 직원 같다니까. 전화기도 자기 필요할 때만 켜놓아. 그래도 밉지 않은 게 진짜 흠 잡을 때 없이 일을 처리해. 사람관계부터 자기가 맡은 일은 진짜 믿음직스럽게 해 내거든.” 칭찬을 하자

야식이 “저 ~ 소심한 A형입니다. 남들 보기에는 꼼꼼해 보이지만 혼자 있으면 좀 특이합니다.”라며 자기 이야길 시작했다.

“뭐 저는 힘들 때 방에 들어가 혼자 음악 듣고 그렇게 지내요. 한, 두 달 동안 집을 안 나온 적도 있었어요. 사람 만나서 상처 받았던 때도 있었고요. 남의 이야기는 잘 들어주는데 진짜 내 고민이 있을 때는 혼자서 그냥 틀어박혀 버리곤 해요. 한진이 힘들어지고 어떻게 해야 할까 혼자 이런 고민에 많이 빠져있었어요. 너무 힘들었고 무엇을 하든 뭐가 달라지겠는가, 참 힘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 졌어요. 처음에 이런 프로그램 한다고 할 때 정말 궁금했어요. 어떻게 하는 걸까, 양복입고 깔끔하게 뭐 그런 자리일까 그랬는데 처음 참석할 때부터 느낌이 좋더라고요. 장난을 치며 막 발을 얼굴에 대는데도 인간미가 느껴지고, 지금까지 우리가 많이 웃지 못한 것, 이 시간에 편안하게 웃을 수 있었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고 친구가 될 수 있었어요. 끝난다니까 아쉽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어요.”

치유모임을 하며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노라 투박하게 이야기하는 야식의 고백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뜨거운 의자에 앉으면 가슴이 콩닥 콩닥거린다.

아플 때 같이 그 아픔에 머물러 주었고 울 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어 주었던 시간들이 쌓여 터져 나오는 이야기들이기에 간혹 들을 때는 쓰기도 하나 받아먹으면 힘이 되는 귀한 이야기들이다. 그 이야기는 그냥 듣기 좋으라고 도닥거리는 소리가 아닌 정직하게 보살피는 케어의 목소리고 밉다고 거칠게 내던지는 소리가 아닌 아프더라고 이겨내야 한다고 따뜻하게 대면하는 소리이기 때문에 귀가 종긋해지고 오랫동안 내 안에서 울림이 되어준다.

그 시간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해서 나를 바라봐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이고 편견 없는 시선으로 비교하지 않는 온전함으로 나를 되비쳐 주는 거울 같은 시간이다. 내 발로 서서 내 얼굴을 지긋이 바라볼 수 있게, 내 마음에 귀 기울여 그 이야길 들을 수 있게 해주는 보약 같은 시간이다.

가끔 나는 누군가의 hot seat이 되고 싶다. 두 눈을 바라보며 올라오는 정직한 느낌을 나누며 지친 어깨를 토닥이고 싶다. 또 나는 가끔 뜨거운 의자에 앉아 누군가의 정직한 케어와 따뜻한 대면을 받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그 어깨에 기대어 울고도 싶고 온 통 내 세상이 되는 듯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화려해지고도 싶다.

바람 쌩쌩 부는 겨울 날, 맘속까지 따뜻해지는 뜨거운 의자가 그립다.

필자소개
이수경
홀트아동복지회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아리랑풀이연구소 그룹 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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