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부의 철도 '관제권' 이관 시도
    ...민영화를 위한 집요한 전략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철도민영화 완성하려는 국토부
        2012년 12월 11일 11: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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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으로는 잠잠해진 듯 보이는 정부의 ‘철도 민영화’ 방안이 속으로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철도공사가 맡고 있는 ‘철도 관제권’을 환수해 철도시설공단으로 넘기려고 하고 있다. 철도의 기능을 쪼갤수록 민영화를 도입하기는 쉬워지지만, 국민의 안전은 위협된다.

    철도 관제권이란 무엇인가? 총체적인 열차 운행시스템을 관장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운행하는 열차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합해 열차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의 열차 운행계획과 이에 따른 선로배분, 사고 등 비상시의 응급조치 등 사실상 철도 운영과 관련해서 모든 것을 주관하는 핵심기능이다.

    전 세계적으로 철도 운영의 핵심기능인 관제권은 철도 운영기관이 수행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철도가 민영화된 영국이나 유럽연합의 ‘경쟁도입 지침’을 수용한 일부 국가에서만 시설관리 기관이 관제권을 맡고 있을 뿐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철도 선진국인 프랑스나 철도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는 모두 철도 운영기관이 관제권을 갖고 있다.

    선진국들은 철도 관제권을 운영기관에 맡기는 데서 더 나아가 운영과 시설기능을 통합하는 데 주력한다. 그러는 편이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프랑스에서는 ‘철도 경쟁 도입’의 일환으로 철도의 운영과 시설을 분리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기능 중복으로 연간 1조4500억원~2조2000억원에 달하는 불필요한 지출이 늘었고, 사고와 열차 기능 장애가 빈번해졌다. 결국 프랑스는 ‘분리 정책’을 철회하고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을 원래대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철도교통관제센터의 표지판

    국토부의 이번 ‘철도 기능 쪼개기’는 프랑스의 추세와는 정반대의 방안이다. 관제능력이란 오랜 기간의 숙련된 경험과 훈련이 필수적이라서 단순히 조직을 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관제업무를 시설공단이 담당하게 했던 일부 국가들에서도 한국처럼 폭력적으로 하루아침에 관제권을 이관시키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국토부만 자신들의 민영화 목적 달성을 위해 안전을 내팽개치고 있는 형국이다.

    국토부가 관제권을 넘기려고 하는 철도시설공단은 KTX 민영화 논란이 한창일 때 직원들에게 민영화 찬성 댓글을 강요해서 물의를 빚었던 기관이다. 국토부 고위직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으며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된 김광재씨는 공공연히 수서발 KTX 민간경쟁체제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철도시설공단은 ‘철도공단 장기조직 검토’라는 보고서를 통해 철도공사로부터 인수받을 역사 및 시설 유지보수 분야와 관제권을 관리할 조직을 신설하고 이에 따라 인력을 충원하는 계획을 서둘러 마련했다.

    국가의 철도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철도정책부서도 관제권을 회수하겠다며 항공의 예를 들고 있는데 한국철도의 미래를 볼 때 암담한 현실이다. 이들은 항공사가 관제를 하는 데가 어디 있냐며 항공처럼 관제권을 독립된 기관이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번 양보해서 이것이 국민들을 설득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내건 주장이 아니라 실제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한국 철도정책부서의 천박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다.

    항공관제는 공항을 중심으로 이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기능이다. 제주공항에 접근하는 항공기의 관제를 인천공항에서 하지 않는다. 반면 철도는 선로 위를 운행하는 모든 열차에 대해 종합관제실과 상호 주고받는 신호를 중심으로 관제가 이루어진다. 물론 항공기도 신호체계가 있지만, 이는 반드시 선로 위를 달리고 이 선로 점유상태로부터 신호를 받는 철도의 신호 시스템과는 성격이 다르다.

    철도 관제는 종합적 열차 운행계획에 따른 중앙 집중제어식 관제와 지역적 특성이 특화된 로컬관제 및 사고와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긴급 관제 등이 중충적이고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항공이 운행경로에 대해 상대적 자율성이 있는 반면 철도는 반드시 하나의 선로 위에 순차적으로 존재하고 이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중요한 차이점이다. 철도 전문가들은 철도는 기차가 단순히 운행되는 게 아니라 기차와 선로와 신호가 하나인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철도안전을 위해 관제권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국토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세계최고수준의 정시 운행율과 고속철도의 무사고 운행을 자랑하는 일본철도가 왜 관제권을 운영기관이 갖고 있는지를 납득시켜야 한다. 설사 철도의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항공의 예를 들더라도 이를 제대로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할 국토부의 철도정책 담당자들이 앞장서서 억지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한국 철도의 앞날이 어둡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제권을 철도에서 환수해라….민영화를 관제고지 장악 목표

    국토부가 추진하는 철도공사로부터의 관제권 환수는 경쟁도입과 민영화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철도공사로부터 관제권을 빼앗아 와야만 새롭게 진출하는 민간철도 사업자에게 공정하게 선로를 배분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구나 국토부의 관제권 환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 방침은 철도공사를 영구적으로 관제권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민영화를 위한 대못을 박아버리겠다는 심산이다.

    국토부는 여러 가지 논리로 관제권 이관을 위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실 현재의 시행령으로도 철도시설공단에 관제권을 맡길 수 있다. 시행령 50조에는 국토해양부 장관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이나 철도운영자 중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에도 시행규칙만 바꾸면 관제권을 조절할 수 있음에도 안전 등의 명목으로 관제권 환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 운운하며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시행령 상에 있는 관제권 위탁대상에서 아예 한국철도공사를 배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철도교통관제 운영개선 연구’라는 용역을 발주해서 국토부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논리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많은 정부기관이나 민간기업들이 객관적 현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 연구용역 중의 일부는 정부기관 등이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악용되고 있다. 정부기관 스스로가 발표하는 것보다는 전문 연구 집단의 제 3자적이며 객관적인 연구로 포장해서 정부기관의 입장을 대변시키려는 방편으로 연구 용역을 이용하는 것이다.

    MB 정권 시절 용산참사나 각종 노사분규 현장에서 용역폭력이 빈발했는데 실증적 연구를 가장해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게 만드는 이런 연구 용역도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심각하다.

    특히 국토부는 관제권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과업지시서를 통해 노골적으로 연구 용역의 결과를 유도했다. 민영화와 제2사업자 진출을 염두에 둔 “향후 철도운영의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 복수의 철도 운영자에 대한 철도교통관제 업무 수행의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 새로운 철도교통관제기관이 관제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라고 명시함으로써 결론을 이미 유도해 놓고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발표하려고 벼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미 2007년 국토부(당시 건교부)는 현재 진행되는 연구용역과 같은 내용으로 똑같은 연구기관에게 용역을 발주했고 그 결과가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다. ‘철도교통관제업무의 효율적 위탁관리 방안 연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연구는 현재 진행되는 것과 유사한 동기와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 연구 결과는 제2사업자가 진출하지 않는 조건에서는 현행대로 철도공사가 관제권을 관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토부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놓은 것이다.

    국토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관제권 이관 조치가 ‘경쟁체제 도입’이 아니라 ‘철도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2007년 보고서조차 시설 유지 보수와 선로 배분을 담당하고 있는 철도공사가 관제권을 행사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토부는 불과 5년 전에 같은 내용으로 수행된 연구용역의 결과를 연구수행기관에게 정반대로 뒤집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국토부의 관제권 환수 조치는 철도 민영화의 기초를 만들어 놓겠다는 포석이다.

    국토부가 이토록 자신감을 갖고 철도 민영화의 사전 작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차기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집권가능성이 높다는 확신 때문이다. 철도 민영화에 확실한 반대 의사를 밝힌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와 달리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측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과거 총선을 앞두고 민영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자 박근혜 후보는 “지금 같은 KTX 민영화는 반대”라며 한 발 물러서는 것처럼 보였지만 “장기비전을 마련하고 어떤 노선을 민영화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서 민영화 자체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았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더 이상 득표를 위해 유권자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다면 국토부는 마음 놓고 민영화를 밀어 붙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MB정권 말기에 시도한 KTX 민영화가 권력의 힘이 약해지는 레임덕 시기와 맞물려 추진력을 잃었다는 상황 판단 속에 정권 초기의 새로운 힘으로 KTX 민영화를 속도전으로 완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KTX 민영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사업자 선정 절차 재개 등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야당이 대선에 승리하더라도 관제권을 철도공사로부터 회수하게 되면 철도 민영화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강력하게 관제권 환수를 추진하고 있다. 설사 민영화에 반대하는 야당이 당선되더라도 경쟁을 통한 효율화의 명목으로 제2철도공사론을 띄울 준비를 하는데 이것이 최후의 카드이다. 민영화를 잠시 미루더라도 제2공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산하기관을 늘려 자신들의 몸집을 불리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세력의 바람대로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명박근혜 정권의 완성은 철도 민영화를 통해 구현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시작하고 박근혜 정권이 완성하게 되는 철도민영화는 새로운 재앙의 출발역이다.

    재래시장이 무너지고 골목 구멍가게들까지 재벌에 장악된 한국 사회에서 막 기지개를 펴며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 철도까지 공공성을 내팽개친 채 이윤과 수익성 논리에 빠져든다면 우리 사회가 품을 수 있는 희망의 크기가 보잘 것 없이 작아질 것이다.

    민자 지하철들과 민자 도로 등에서 확인했듯이 손실은 서민들이 감당하고 이익은 토건금융자본들이 챙겨가는 사태 속에, 기차를 타고 만주와 시베리아를 넘어 달리는 것은 그저 허황되고 불가능한 꿈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필자소개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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