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수급위기? 문제는 ‘프레임’!
        2012년 11월 26일 11: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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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다가왔다. 이에 따라 각종 구호와 정책, 정치 공학적 선거 전략이 난무하고 있다.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에서 보수 진영이 선점한 생각의 틀(프레임)을 전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프레임을 공격하지 말고 재구성하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프레임을 선점하기 위한 각 진영의 노력이 분주한 것 같다.

    프레임을 선점하고 유포하는 전략은 선거시기가 아닌 경우에도 통용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핵발전 정책이 전형적인 사례로 보인다. 정부는 “기후변화냐, 핵발전이냐”라는 이분법적인 프레임을 제시하고 “기후변화시대에 핵발전은 불가피하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최근에는 “핵발전이냐, 전력수급위기냐”라는 새로운 프레임이 등장했다. 정부는 이 프레임을 통해 전력수급안정을 위해서는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탈핵진영은 이미 찬핵세력의 프레임에 갇혀 버린 것 같다. 그리고 찬핵세력이 선점한 프레임을 공격하는 것조차도 힘에 부치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탈핵진영이 조지 레이코프의 조언대로 코끼리는 생각하지 않고 프레임을 재구성할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는 ‘핵발전’을 두고 ‘원자력발전’이라고 부르는 프레임에서부터 논해야 하겠지만 지면의 제약을 감안해 최근 제시된 “핵발전이냐, 전력수급위기냐”라는 프레임에 대해 살펴보자.

    전력거래소 홈페이지

    사실 이 프레임은 질문부터 잘못돼 있다. 핵발전소의 잦은 고장은 핵사고의 위험뿐만 아니라 최근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전력수급위기 또한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과 결과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게 말이 되는가.

    “기후변화냐, 핵발전이냐”라는 프레임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결과이고, 핵발전은 우라늄이라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 방식이다. 그런데 결과와 원인을 등치시킴으로써 왜곡된 결과를 도출하게끔 유도한다.

    겨울철 전력수급위기 문제는 2009년 12월, 16년 만에 처음으로 겨울철 최대전력 사용량이 여름철 최대 사용량을 넘어서면서부터 매년 반복돼왔다.

    정부는 지난 16일 ‘동계 전력수급 및 에너지 절약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밝힌 동계 전력수급 위기의 원인은 서민생활과 산업 경쟁력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돼 온 전기요금 등으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와, 특히 이번 겨울의 경우 영광핵발전소 3기의 정지로 인한 유례없는 전력난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와 같은 원인이라면 이에 맞는 적절한 원인 분석과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마땅하다. 수급조절기능을 상실한 전기요금 정책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리고 계속되고 있는 사고와 고장, 비리 의혹으로 점철된 핵발전 정책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단기적이고 효과가 불분명한 ‘선택형 최대피크 요금제’와 사전에 계약된 전력보다 사용량을 줄였을 경우 기존 전기요금의 10배가 훌쩍 넘는 보조금을 수요관리에 참여한 기업들에 지급하는 ‘수요관리시장’ 정책 등을 내놓았다. 여기에 각종 비리와 불안전한 부품 사용으로 문제가 된 영광 핵발전소를 조기에 재가동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금의 위기만 잘 넘기면 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밝힌 것처럼 2013년말 까지 700만kW의 전력이 신규 공급되면 2014년부터는 전력수급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늘어나는 겨울철 전력수요를 줄일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전력수급위기는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핵발전소의 무리한 가동과 조기 노후화로 인해 고장 사고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또 다시 주장할 것이다. “전력수급위기를 해결하려면 위험한 핵발전소라도 계속 가동해야 한다”고.

    박근혜 정부든 문재인 정부든 프레임을 바꾸지 않으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세력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필자소개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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