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론스타 ISD제소 "한국 이겨도 손해"
    여야 공방 중 안철수측 입장 모호
        2012년 11월 23일 04: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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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은행 매각시 ‘4조 먹튀’ 논란에 있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22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2조4천억원대의 투자자국가소송(ISD)를 제기했다. 앞서 론스타는 지난 5월 벨기에 한국대사관과 현지 법원에 중재의향서를 접수했고 6개월간의 협의기간이 끝난 데 따른 소송조치이다.

    론스타의 소송 이유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승인을 지연하고 차별적 과세로 2조4천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하나지주에 매각하면서 1조1천500억원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비롯, 투자금을 제외한 순이익만 4조6천원 넘게 챙겨,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론스타가 처음부터 산업자본 성격을 감추고 외환은행을 인수해 이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한국 정부는 이번 분쟁과 관련해 “론스타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국제중재재판부에서 론스타 주장의 부당성을 적극 제기하는 등 중재 수행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이 이겨도 40억원 국민 혈세 낭비

    하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외교통상위원회(위원장 송기호)는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민변은 23일 논평을 통해 “2003년 체코 정부는 미국인 로널드 라우더가 투자한 CME라는 회사에 1년 의료보험 예산에 맞먹는 3억6천만달러를 배상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이겨도 손해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3년도 예산편성에서 ‘국제투자분쟁 중재수행 및 대응’명목으로 39억6천만원을 배정했다. 론스타 소송 재판을 수행하느라 국민 세금 40억원이 낭비하게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민변은 ISD제도가 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기업 중 막대한 소송비용이 드는 ISD를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은 과연 몇 개나 될 것인가. 극소수 몇 개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들의 세금을 담보로 잡혀야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많은 국가들이 ISD제도를 도입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ISD의 위험은 이번 론스타 사태를 통해 충분히 증명되었다. 호주가 2004년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ISD 조항만은 제외시켰던 것은 호주가 무식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도 호주 정부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장(TPP, Trans-Pacific Partnership)에 포함될 ISD에서 자국을 제외하려 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TPP와 ISD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론스타 ISD 제기 사태는 결국 다음 정부가 맡아야 할 짐이다. 그런데 도대체 정부나 대선 주자들이 론스타 ISD 제기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모르겠다”며 “최근 인도는 ISD를 폐기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FTA등 통상협정을 맺은 한국, 싱가포르 등과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ISD 폐기를 주장했다.

    론스타와 한국 금융당국의 서신 내용 공개 해야

    참여연대의 시민경제위원회는는 22일 “론스타가 기망 행위를 통해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지배함으로써 막대한 부당이익을 취했으면서 오히려 한국정부를 상대로 수조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몰염치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수조원의 국민세금이 걸린 위험천만한 소송에서 론스타의 가장 큰 약점인 산업자본 문제를 공식 거론조차 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한국정부가 론스타 ISD에 대해 “예상하고 준비해왔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론스타의 결정적인 약점(산업자본)을 정면 공략하지 않는 한국정부가 다른 어떤 기막힌 전략으로 소송에 자신있게 임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라며 론스타측과 한국 금융당국 사이에 오고간 서신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론스타의 먹튀 이미지

    민변도 론스타가 ICSID(국제투자분쟁센터)에 제출한 국제중재신청서와 관련해 정보 공개를 요구하며 23일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외교관계에 관한 정부’라는 이유로 해당 내용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은행 불법 매각 단죄부터 시작해야

    투기자본감시센터(투감)도 같은 날 “ISD로 한국정부를 제소한 론스타 해법은 2003년 외환은행 불법매각에 대한 단죄와 처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론스타가 매각 승인을 지연해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투감은 “이는 순전히 론스타가 은행의 대주주 자격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는 법적으로 사모펀드로서 은행을 소유 지배할 수 없음에도 노무현 정권과 금융관료들이 불법적 방식으로 외환은행을 팔아 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투감은 “이 모든 사태는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며 “우선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하고, 다시 매각하게 한 그 전과정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국내 관련자인 금융위원회와 재경부 전현직 고위관료,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을 처벌”하며, “헌법재판소도 산업자본과 관련한 헌법소원 판결을 서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캠프 “ISD문제 심각해…한미FTA 재협상 요구 정당”
    박근혜 캠프 “한미FTA와 별개…ISD조항은 노무현 민주당 정부가 한 것”
    안철수 캠프 입장 애매모호…한미FTA 폐기나 재협상 발언 없어

    이같은 사태에 대해 민주통합당 문재인캠프 진성준 대변인은 22일 오후 “론스타의 한국정부 상대 ISD 국제중재 제기는 예견된 위험”이었다며 “우려했던 것처럼 ISD조항이 독조소항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대변인은 “이런 예견된 위험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이 국민 앞에서 ‘ISD협약에 가입한 이래 우리나라가 한번도 제소당한 적 없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고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문재인 후보와 담쟁이 캠프는 더이상 무능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에 이 문제를 맡기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FTA 재협상에 적극 나설 것이라 밝혔다.

    론스타 규탄 집회의 장면(사진=외환은행노조 자료사진)

    이에 새누리당 정옥임 중앙선대위 대변인이 23일 브리핑을 통해 민주통합당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정 대변인은 민주당이 한미FTA 재협상을 ISD를 근거로 정당화한다며 “론스타 사안이 제기된 근거는 1976년 발효된 한-벨기에 BIT(양자투자협정)”라며 “노무현 정부때인 2006년에 협정이 개정됐으며 당시 협정에 페이퍼컴퍼니를 배제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론스타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미 과거 체결된 BIT 관련 규정을 한미FTA와 같은 ‘높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개선, 보완의 노력이 필요할 뿐 민주당의 주장은 정치적 공세라는 것.

    또한 정 대변인은 “복잡한 한미FTA 조항에 무지한 민주당이 노무현 정부 때 만든 ISD조항에 대해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채택한 내용마저 독소라고 강변하며 재협상하겠다고 주장하니 안타까울 뿐”이라며 “더욱이 정부는 국회 요구에 따라 지난 3월 15일 한미FTA를 발효하며 ‘ISD재협의’를 위해 민간전문가 TF를 구성해 검토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정 대변인은 “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김대중 정부 당시 한국에 들어왔고 외환은행을 인수해 금융시장에 진출한 시점은 노무현 정권 때인 2003년”이라고 강조하며 “여당에 대한 맹목적 비난 이전에 수권 10년 동안의 실정과 문제에 대해 우선 성찰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무소속 안철수 캠프의 입장도 다소 새누리당의 입장과 가까웠다. 23일 정연순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이 비록 한미FTA의 ISD에 관한 것은 아니나, 현재 우리가 많은 나라와 맺은 FTA나 BIT에 ISD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가운데 ISD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국제중재에 회부된 첫 사례이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미FTA와의 관련성에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정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정부의 신속하고 현명한 대응을 요구한다며 △론스타의 중재의향서 정보공개 △외환은행 매각과정 적법성 여부에 대한 정부의 답변 △제2의 론스타 문제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 대변인은 한미FTA와 관련해 폐기나 재협상과 관련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한편 진보정의당의 심상정 대선 후보는 “한미 FTA에 대한 저의 오랜 경고가 하나하나 현실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잘못된 협상을 폐기되어야 마땅하고, 특히 ISD는 즉각 폐기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ISD에 대해 “국민의 권리, 국가주권과 민주주의라는 가치 대신, 자본의 이익을 취우선시하는 헌법질서를 어지럽히는 제도”라며 “국내 사법제도가 없어지지 않는 한 ISD는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의 김미희 선대위 대변인도 “론스타의 제소는 단순한 소송이 아니다. 일개 투기자본이 우리나라 금융규제라는 공공정책의 멱살을 잡는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ISD에 대해 “행정력 낭비나 배상금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의 법과 제도를 투기꾼의 입맛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사실”이라며 “한미FTA는 우리나라 법과 제도를 미국식으로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다. ISD가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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