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재엽 구청장 항소심 1차공판
    [기고] 과거 보안사 직원들도 고문 관련한 증언 기피해
        2012년 11월 23일 03: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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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에 근무하면서 재일동포 유지길씨를 간첩으로 조작하기 위해 고문했던 사실을 속여서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추재엽 양천구청장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이 지난 21일 오전 10시30분, 서울고등법원 302호 법정에서 열렸다.

    서울고법 형사6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추 구청장은 1심에서 했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해 별 대책 없이 항소심 재판에 임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날 공판에서 추 구청장의 변호인은 “추 구청장의 고문 가담 사실을 증언한 증인들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1심 법원이 증거로 채택한 유지길씨의 확인서와 동영상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유지길씨에 대해서 법적 대응을 하지 않는 모순되는 태도를 보였다. 재일동포 유지길씨는 암과 투병중이어서 법정에 출석해 증언하는 대신 확인서와 동영상으로 “추 구청장이 자신을 고문한 것이 맞다”고 증언했었다.

    또 지난 1일 추 구청장에게 고문을 당한 나종인씨가 “추재엽이 나를 고문하는데 가담했다. 추 구청장을 엄하게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데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법적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증인 신청을 하겠다며 결심공판 연기를 요청했다. 추 구청장 변호인은 “행방이 묘연하지만 재판 진행을 위해 중요한 증인이 있다. 추 구청장과 같이 근무했던 김정남씨를 찾아서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겠다. 그러나 그를 찾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 결심공판을 연기해 달라”고 했다.

    추 구청장은 1심이 끝난 뒤 자신에게 유리하게 증언해줄 보안사 동료 수사관들과 교섭했으나 이들이 모두 증언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추 구청장의 동료 수사관들은 이번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기를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에서 잘못 진술했다가 자신도 위증죄로 처벌될 것을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추 구청장 자신이 위증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데다 당시 보안사 동료 수사관 고병천씨도 간첩혐의로 구속됐다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재일동포 윤정헌씨에게 위증 혐의로 고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추 구청장의 변호인은 “행방이 묘연한 김정남씨를 찾아 증언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김정남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니 항소심 선고를 1월10일에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2월 이내에 선고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재선거 시기 늦춰, 측근들 기득권 보장하려는 속셈 

    이날 공판에서 항소심 선고 일시가 쟁점이 된 것은 양천구청장 재선거와 관련이 있다. 추 구청장 쪽은 재판을 최대한 연기시켜 재선거를 치루지 않고 현재의 직무대행체제를 유지하면 구청과 산하기관에서 측근들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선거법과 대법원 내규는 당선 유무효를 다투는 재판은 최대한 신속하게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법은 당선유무효를 다투는 재판은 1심은 공소 제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항소심은 1심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대법원 확정판결은 항소심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재판을 끝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 내규에는 당선 유무효를 다투는 재판에 있어서 항소심은 재판 접수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끝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재엽 구청장 사퇴 촉구 시민사회 기자회견(사진=민동원)

    추 구청장 사건이 항소심 재판부에 접수된 것은 지난달 24일이다. 따라서 항소심 재판부는 12월 24일까지 선고를 해야 한다. 선거법은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재선거 사유가 발생하면 4월 마지막 수요일에 재선거를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 구청장에 대한 당선 무효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년 3월 31일안에 이뤄지면 내년 4월에 재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날 공판을 방청한 한 관계자는 “추 구청장이 재판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동료수사관인 김정남씨의 소재를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앞으로도 이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을 뜻하는데, 소재가 확실한 다른 동료들을 놔두고 연락이 되지 않는 사람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새로운 증거를 내세워 1심 판결을 뒤집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재판을 연기해 다른 이익을 얻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 구청장과 동료 수사관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또 다른 관계자는 “김정남씨는 이민 가겠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를 지금까지 국내에서 찾지 못했다면 다른 나라로 이민을 떠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추 구청장이 지난 14일 신청한 보석을 지금까지 허가하지 않고 있다. 보석 허가는 신청한 날로부터 2~3일안에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한편 추재엽 구청장의 보안사 근무 경력과 고문 가담사실을 폭로했던 김병진씨가 절판된 저서 [보안사]를 다시 출판하기로 하고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출판사는 이매진(대표 정철수)으로 정해졌으며 12월초에 발매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진보신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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