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모델, 지속불가능해
내가 김소연 노동자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
    2012년 11월 23일 10: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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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은 대선 열풍에 쌓여 있습니다. 더 이상 착취공장과 같은 현실을 참을 수 없다는 여론을 이제는 똑똑히 인식하는 문, 안, 박 등 “주류” 후보들이 다 하나같이 무슨 만능의 주문처럼 “복지”를 외치지만, 그 중의 누구도 제대로 된 복지정책의 추진을 위해서는 중산층 이상의 계층에 대한 증세와 특히 기업세의 대폭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보편적 복지 실천에 대한 진지한 의지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죠.

그러나, 거의 모두들의 시선이 “단일화” 등 사실상 매우 주변적인 문제들에 쏠리고 있는 이 순간에는, 그 누구도 본격적인 물음들을 던져보려 하지 않습니다.

도대체 대한민국이 여태까지 살아온 방식으로 계속 살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기본적인 사회경제적인 모델이 무엇이고 이 모델이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빙산이 많은 해역에 들어와도 그 빙산들에 대한 관심을 도무지 가지려 하지 않는 것은 과연 <타이타닉>의 선장만이었을까,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특정 자본재 (선박 등)와 중간급 소비재의 수출로 먹고 삽니다. 독재 시절 말기에 대략 60%에 불과했던 무역의존도는 이제 “신자유주의적 민주화” 과정을 거쳐서 거의 80% 이상이 됐습니다. 남한의 총국민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43%인데, 산업구조가 다소 흡사한 일본의 경우에는 11%에 불과합니다.

실은 수출의존도 차원에서는 남한과 가장 가까운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특정상품 (석유) 수출국”입니다. 독일이 아무리 최근 10여년 동안 노동자 임금의 인위적 저하 (억압)와 저가 상품 수출을 통한 성장 등 “한국의 길”을 걸어왔다 해도, 그래도 아직까지는 수출의존도는 33%정도입니다. 참고로, 북조선의 무역의존도는 최근 많이 올랐지만, 아직도 충국민생산의 40% 정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비록 매우 가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자기완결성이 있는 경제구조를 지향해온 점은 분명합니다.

일부 자본재와 특히 특종 품목 (자동차, 휴대폰 등등) 소비재를 팔아서 사오는 것은 에너지와 식량입니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이 일본보다 약간 높은 51% (2010년 현재)지만, 곡물자급률은 산업화된 세계에서는 거의 보기 드문 26%입니다.

참고로 영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벨지움만 해도 곡물자급률은 51% 정도고, 한국과 공업구조와 소비재 수출을 통한 “성장” 전략이 흡사한 독일은 아예 106%에 달합니다. 쌀을 제외하기만 하면, 한국의 경우에는 “자급률” 운운할 것도 없습니다. 밀 같은 경우에는 0,4% (!) 정도 되니까요. 우리가 평소에 인식을 안하고 살지만, 한국에서의 농정의 총체적인 실패는 가히 재앙적인 규모입니다.

참고로 북조선의 식량자급률은 약 75% 정도입니다. 1990년대 초반에 쏘련으로부터 거의 공짜 가까운 “친선 가격”으로 공급돼온 석유 등이 끊겨 식량위기로 무수한 인민들이 굶어죽은 것을 우리가 다 기억하지만, 실은 에너지 분야에서의 대외의존은 남한은 북조선보다 더 심하고, 식량자급률은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만약 우리가 더이상 에너지 수입을 할 수 없게 된다면 과연 남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요? 그런 생각까진 아직 할 때야 아니겠지만, 여태까지 특정 품목의 제품을 수출해서 에너지와 식량을 사오는 “우리식 자본주의” (?) 모델에는 지금 빨간 불이 켜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 경제 (실제 최근 같으면 북조선의 경제까지도)를 뒷받침해온 중국의 급속성장은 이제 끝이 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금년부터 약 2-3년간 아마도 7%대의 성장이 유지되겠지만, 앞으로는 5%대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침체로 수출을 통한 성장 전략은 위기를 맞이한 것이고, 거기에다가 자본주의 경제의 고질병인 과잉중복 투자, 부동산 버블 등이 가세돼 앞으로의 전망을 매우 불투명하게 만듭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의 공장가동률이 90%이었는데, 지금은 60%, 즉 국내 평균 가동률보다 더 낮은 것입니다.

“사회주의”가 사문화 (死文化)되어 실제로는 “성장”, “개발”, “경제성공”으로 그 정통성을 유지해온 공산당은, 과연 이 새로운 조건에서는 계속해서 높아져가는 기층 인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위기적 상황에서 분열의 조짐을 보이지 않을까요? 10년전만 해도 중국과의 지역적인 분업구조는 한국 경제로서의 “확실한 성장요인”으로 인식됐지만, 지금 같으면 중국과의 “연동성장”의 한계부터 아주 뚜렷하게 보입니다. 연동 성장이 있는 자리에서 연동 위기도 불가피하니까요.

11월 14일 유럽 총파업의 날 행진 장면

국가가 주요 은행들을 다 소유해 은행부실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해주고 엄청난 규모의 부양책을 쓸 수 있는 “국가 주도” – 즉, 현실 사회주의 유산 – 덕에 중국은 그나마 성장이라도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보다 공고하게 뿌리 내린 유럽에서는 가까운 미래에는 유의미한 성장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내년에는 확실히 없을 것이고요, 문제는 사실 그너머에 있습니다. “유럽연합”이라는 모델이 과연 지속가능한 것인가요? 이 모델의 실체는 (수사를 제하면) 유럽의 공업화된 핵심부 (독일, 화란국, 벨지움, 불란서, 북부 이태리, 스칸디나비아) 자본과 상품의 그 주변부 (남구, 동구)에의 ‘자유로운” 이입, 그리고 주변부 노동력에 대한 “자유로운” 착취입니다.

그러나 지금 특히 좌파운동이 역사적으로 강한 남구부터 시작해서 이 모델에 대한 대규모의 반란을 일으키는 것이고,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주변부에의 수출 최대화를 위한 핵심부 노동자 임금의 억압은 이제 내수 침체 요인이 돼 총체적 경제부실화를 초래합니다. 실은 실업과 무제한적 착취에 노출된 주변부 노동자들에게도, 계속 임금이 깎이고 점차 비정규직화돼가는 핵심부 노동자들에게는 “유럽연합”이라는 게 그저 재앙, 敵일 뿐입니다.

이것을 완전하게 인식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유럽에서 약간이라도 민주주의가 남아 있는 한, 유럽연합은 분명하게 파열되고 말 것입니다. 파쇼 독재 정도 아니면, 장기적으로 이 괴물을 유지시킬 힘이 없습니다. 그러나 미래가 어떻게 되는 간에, 아마도 앞으로는 특히 남구는 전세계의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계속 동요, 교란시키는 태풍의 눈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중국 같은 준주변부든 유럽 같은 핵심부 지역이든, 신자유주의적인 세계질서는 점차 몰락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 몰락이 아직 시작단계인데, 그 속도가 정말 가속화되면 무역에 절대 의존적인 한국 경제에 사형선고가 내려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하도급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쥐어짜서 특정 품목의 수출로 재벌의 배를 불리는 지금과 같은 우리 경제모델은, 反민중적이고 비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하등의 지속성도 없으며 세계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내파되기가 매우 쉽습니다.

선원들이 계약직으로서 쥐꼬리만한 임금을 받고 1등객실과 3등객실 사이의 차이가 천양지차이었던데다가 “침몰 불가능함”도 그저 신화뿐이었던 <타이타닉>호와 다를 게 없습니다.

우리에게의 유일한 진정한 대응책은, 경제사회적 모델을 아예 바꾸어버리는 것입니다. 일부 부문 (주요 대기업, 은행, 교육, 의료)을 사회화시킴으로서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무엇보다 친환경 에너지 개발, 석유/가스 소비의 대체, 탈핵, 그리고 농업의 발전에 사회의 모든 자원을 집증시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저임금노동자들의 계획적인 대대적 임금인상을 통해 내수의 기반부터 잘 다질 수 있는, 인간 중심의 계획적인, 사회적인 경제만이 궁극적으로 대안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주류” 대선 후보자들 중에서는 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그 누구도 관심을 표명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저로서는 – 당선 가능선과 하등의 관계없이 – 김소연 노동자 대통령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착취공장” 모델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 모델의 최악의 특징 중의 하나인 비정규직 착취에 맞서 싸워온 여성노동자인 만큼, 김소연후보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앞으로 “우리식 자본주의” 모델의 해체와 인간 중심 사회 건설의 주역이 될 것입니다.

필자소개
박노자
오슬로대 한국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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