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 관전기
[프라우다의 야구야그] 홍성흔 김주찬이 자이언츠 떠난 이유
    2012년 11월 20일 12: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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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열 한 명의 선수가 FA를 선언했고 그 중 여섯 명은 원 소속팀과 계약을 맺었다. 시장에 나온 다섯 명은 자신을 더 많이 인정해주는 구단과 계약을 맺고 팀을 떠났다. 그 와중에 자이언츠는 2번 타자와 4번 타자를 다른 팀으로 보냈다. 당장 타선을 짜기가 힘들어졌고 좌익수 자리가 빈다. 베어스와 타이거즈에서 어떤 선수가 보상선수로 선택될지에 따라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지금 김주찬과 홍성흔이 떠난 자이언츠의 타선은 허술해보인다.

친정팀 베어스로 이적한 홍성흔

2009~2012 홍성흔 기록

 

팀을 버리고, 팬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간 선수들은 대개는 비난을 받는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트레이드로 팀을 떠나거나 FA 선언 후 원소속팀의 푸대접에 팀을 떠나는 선수들이 ‘그 팀 가서도 잘 하라’는 격려를 받는 것과는 달리 FA 자격으로 자기 뜻에 따라 팀을 떠나는 선수들이 흔히 받는 대접이다. 그럴줄 몰랐다, 지금까지 팀과 팬에 대한 애정은 다 거짓말이었다, 하여간 별별 얘기를 다 듣기도 한다.

옮겨간 선수의 등번호를 마킹한 유니폼을 가지고 있는 경우, 싼 물건도 아닌지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참 곤란해지게 된다. 무엇보다도 다음해부터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내 팀을 상대해야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팬의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뒤집어놓고 생각해보자.

선수 입장에서의 구단은, 직장이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기와 가족들이 먹고 살 돈을 버는 곳이다. 직장에서 마주치게 되는 사람(주로 윗사람)중에는 불편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이 꼭 있게 마련이고 때로는 회사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한다.

보통 ‘이 회사는 전망이 없어’로 요약되는 직장인의 불만의 상세 내역은 다양하다. 월급이 적다고 생각하거나 일이 너무 많다거나 승진이 잘 안 될 것 같다거나, 아니면 윗사람들 하는 짓에 속이 터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때로는 정말로 회사 자체가 휘청거리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타이거스로 이적한 김주찬(사진=KBO)

2001-2012 김주찬 기록

바보같은 팀장, 임원에게 말도 안되는 지시를 받고 그걸 맞추느라 휴일까지 나와서 날밤 새고 일해본 경험, 직장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해보셨을 것이다.

그렇게 고생을 하고 나면 숨을 돌릴 여유가 있어야 할텐데 바로 다음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한숨을 푹 내쉬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중에 승진시켜준다거나 연봉을 올려준다거나, 아니면 주재원으로 보내줄테니 조금만 참으라는 이야기를 위안삼아 피곤한 날들을 보냈는데 어느날 갑자기 그 윗사람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자신은 그 자리에 남아 바보가 되는 일 또한 회사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원생이나 전업주부나, 혹은 그 누구라도 비슷한 경험은 있을 것이다.

그럴 땐, 불쑥 회사를 옮기고 싶은, 무언가 판을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가. 보통은 그럼에도 용기가 없거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그냥 타들어가는 가슴에 소주를 부으며 ‘견딘다’. 그런데 만일, 이런 순간에 그에게 새로운 판짜기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연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자 몇 명이나 될까.

저정도 급의 기량과 실력을 갖춘 선수는 극소수이다. 2012년 8월 25일 KBO 주관으로 실시된 한국 프로야구 신인선수 지명회의에 참가한 고졸, 대졸 선수는 모두 670명, 그 중 9개 구단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모두 95명으로 나머지 575명(그리고 지명회의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선수들)은 대학 진학, 신고선수 등록 등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구단의 지명을 받는다고 모두 저런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동안 기본연봉 2400만원보다 조금 더 되는 정도의 연봉을 받으며 2군에 머무르다 방출되는 선수도 많고 중간에 여러가지 이유로 야구를 그만두는 선수도 있다.

적어도 프로야구 1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정도의 선수라면 비록 지금은 수비가 어떻네 타격이 엉망이네 하며 욕을 한몸에 받아먹고 있다 하더라도 모두들 ‘야구 잘 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선수들이다.

그 중에서도 발군의 성적을 내고 있는 스타급 선수들은 대단한 인물들이다. 그들에게, 팬들을 위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팀에 남아있으라고 말해야 옳은가?

이번에 팀을 떠난 두 선수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는 얘기는 하겠지만 “그 팀 가서 잘 하라”는 말은 선뜻 못 하겠다. 아마 내년부터는 상대팀 선수로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배신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지 않다. 그들도 결국 윗사람 눈치도 보고 위로 아래로 옆으로 속상한 일도 많았을, 그래서 새로운 혹은 예전에 떠나온 팀으로 다시 옮겨 자리를 잡아야 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직장인 아닌가. 이건 연봉의 많고 적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니.

어쩌면 이 두 선수들이 팀을 떠나겠다고 작정한 것은 최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바닥에서 기던 팀을 단번에 상위권으로 올려놓은 감독, 그리고 우승 전력도 아닌 팀을 이끌고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던 감독을 우승을 못 했다는 이유로 덜컥 잘라버리는 회사에 상처를 받은 것은 아닐지.

필자소개
프라우다
뒤늦게 야구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동네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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