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상보육 후퇴 논란, 해법은?
    [기고] 미래세대에 대한 우리세대의 책임
        2012년 11월 19일 12: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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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세 무상보육 후퇴

    0-2세 무상보육이 후퇴됐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소득하위 70% 이상 0-2세아 부모는 월 10-20만원의 부모부담금을 내야 한다. 2012년 한 해 동안 시행됐던 제도가 도입 1년 만에 철회된 꼴이다.

    작년 말 국회는 0-2세 및 5세아 무상보육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초 신년 국정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보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태어나서부터 다섯 살까지 어린이에 대한 보육지원 확대”를 약속했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정부는 2013년부터는 3-4세까지도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9월 ‘13년도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며, 그동안의 무상보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일방적으로 뒤엎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0-2세 무상보육 실시 이후의 시행착오를 보완한다며, 기존에 시설에 지급하던 기본보육료를 소득하위 70% 이하 부모에게만 지급하는 양육보조금으로 바꾸었다. 보육료의 나머지 차액은 맞벌이와 전업주부 가정을 구분해 종일제 및 반일제 바우처로 지급한다. 소득하위 70% 이상 계층에게는 양육보조금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월 10만원-20만원에 달하는 부모부담금이 생길 예정이다.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신, 정부가 자초

    제도 도입 1년 동안 0-2세 무상보육은 지방정부의 예산 부족을 야기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갈등을 불러 왔다. 또한 무상보육 실시로 인해 보육시설 이용 아동이 급격히 늘어 나면서 제대로 된 보육시설을 찾을 수 없다는 부모들의 불만도 제기됐다.

    무상보육 후퇴 규탄 기자회견(사진=공공운수노조 자료사진)

    그러나 현재 정부는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무상보육 후퇴라는 어이없는 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이는 정부뿐만 아니라 무상보육을 결정했던 국회에 대한 신뢰마저 깎아 내리는 조치이자,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대처일 뿐이다.

    무상보육 때문에 지방정부 재정난? 지방예산 편성부터 잘못

    지난 3월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무상보육 재원대책 마련 촉구를 시작으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간 갈등이 시작됐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예산 부족 사태, 혹은 그와 함께 대두된 지방정부의 재정난 문제는 무상보육 실시 때문만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제대로 된 예산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보육료지원사업은 국고보조사업으로 지방의 예산 배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무상보육이 확대되면, 이에 맞춰 지방정부의 예산도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2012년 지방정부 예산안은 2011년 9월 말인 중앙정부의 예산안 국회 제출 시기에 맞춰 편성됐다. 때문에 12월말 국회에서 통과된 무상보육 예산은 미반영했고, 신규 이용자 증가분 역시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다. 지방정부의 무상보육 예산부족은 충분히 예견된 사태였다.

    그러나 대책 마련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줄다리기가 한동안 계속되더니, 급기야 7월에는 김동연 기획재정부 차관 입에서 무상보육을 다시 선별 지원하는 것으로 전환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 나왔다. 사실상 0-2세 무상보육에 대한 정부 의지가 없기에 지방정부의 재정 문제를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심히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부자감세만 없었으면 무상보육은 하고도 남아

    지방정부의 재정난 문제는 무엇보다 부자감세로 인한 지방세입 감소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2008~2012년까지 16개 광역시도의 부자감세로 인한 지방세입 감소는 총 29조 1천억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해 보면, 1년에 6조원 꼴이다. 2012년 보육료 지원으로 인한 지방비 부담액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까지 합쳐도 2.9조원이다. 2013년은 3.4조원이다. 부자감세만 없었으면 무상보육은 하고도 남는 셈이다.

    복지는 향후에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 지방정부의 예산 대응은 단순한 지출구조 변경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답은 부자감세 철회와 증세다.

    부모는 국공립 선호 1위, 정부는 국공립 확대 외면

    무상보육 실시 이후 보육시설 이용아동이 급증하면서 제대로 된 어린이집 부족 사태는 아이를 기르는 집 모두의 고민이 되었다. 무상이라고 하지만 현장학습비, 입학료, 특별활동비 등 민간시설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또한 문제다.

    그동안 정부는 국공립 확대보다 부모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국가 재정을 민간시설에 투여해 왔다. 이는 엄청난 국가 재정을 쏟아 붓고도 일부 민간공급자의 배만 불려 줄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만 받게 됐다.

    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어린이집은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저렴한 비용과 신뢰를 그 주된 이유로 꼽는다(2009년 전국보육실태조사). 2012년 4월 기준 국공립어린이집 대기자수만 해도 17.9만 명으로, 국공립어린이집 이용 아동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반면, 전체 보육시설 중 국공립 시설수는 5.3%, 이용아동수는 10.6%인 14.3만 명에 불과하다(‘11). 스웨덴의 75%(‘05), 일본의 53.4%(’06)에 훨씬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 정부의 국공립 신축 계획은 10개소, 공동주택리모델링사업(아파트 어린이집 국공립 전환)은 19개소에 불과하다. 2012년 지방정부의 국공립어린이집 신축요구는 69개소였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단 20개만을 선정했다(국회 자료). 2013년 역시 국공립 신축 12개소, 공동주택리모델링 19개소에 그친다. 정부의 국공립 확대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국공립어린이집 특별회계’ 설치 필요

    현재 국공립 확대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중앙정부의 불합리한 예산편성 기준 때문이다. 국공립 신축에 필요한 토지구입비는 지방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하고, 건축비의 상당액도 지방이 내야 하기 때문에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국공립 확대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공립어린이집 특별회계(가칭)’를 설치하면 어떨까?

    국공립 확대에만 예산을 사용하고, 확대시 중앙정부가 전액 지원하는 ‘국공립어린이집 특별회계’를 통해 지역별 편차없는 전국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민간 시설을 매입하거나 공공기관의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아파트 내 보육시설을 국공립으로 전환하고, 대학과 연동해 부지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국가가 나서서 전면 지원해야 한다.

    국공립어린이집은 공공성 확대의 좋은 선례

    한동안 공공시설이라고 하면 저소득층만 이용하는 낮은 질의 서비스, 낙후된 시설 등을 떠올리는 국민들이 많았다. 공공병원 확충이라는 정책도 그다지 국민들에게 선호되지 못했고, 공공복지 확대라는 구호도 진보의 상투적 어법 정도로 인식됐다.

    때문에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한 부모들의 선호는 복지 공공성을 획득하기에 매우 좋은 선례이다.

    물론 공공성이라는 화두가 단지 국가가 직접 설치하는 인프라 구축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이 누려야 할 기본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입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 방기다.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서비스는 국가가 책임있게 나서서 공급해야 한다. 운영에의 참여는 부모와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해, 경직되고 관료화된 운영이 되지 않도록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 특성상 서비스 가격은 올라가고, 고용된 노동자들의 임금은 낮아지고, 이윤이 남지 않는 지역은 소외될 수밖에 없어 지역간 불평등까지 초래할 것이다.

    대선후보들의 국공립 확충 공약, 반드시 지켜져야

    심상정 후보의 국공립 확충 50% 공약, 문재인 후보의 40% 공약, 안철수 후보의 30% 공약을 포함해 박근혜 후보조차 매년 150개(신축 50개, 리모델링 100개)를 늘리겠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국공립 확대가 아니다. 매년 2천개 가량 늘어나는 보육시설 중 국공립 확대가 150개에 그친다면, 오히려 국공립보육 비중은 지금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 국공립 확대를 모든 대선후보가 얘기하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확대 수준의 정도는 결국 누구의 이해를 더 많이 대변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누가 되든 국공립어린이집의 획기적 확대는 다시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빈곤의 대물림을 막고, 모든 아동이 안심하고 자랄 수 있는 기본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미래세대에 대한 우리세대의 기본적 책임이다. 무상보육을 넘어 공공보육이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아이들을 살리는 지름길 중의 지름길이다.

    필자소개
    진보정의당 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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