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량 권력에 맞선 ‘정면 돌파’
    [책소개]『노종면의 돌파』(노종면/ 퍼플카우)
        2012년 11월 17일 01: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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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정권이 들어선 지 겨우 5개월이 지난 2008년 7월 17일. 뉴스 전문 방송사인 YTN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MB 대선 특보 출신의 사장 선임안이 용역 깡패들의 비호 아래 날치기 통과되는 사건이 30초 만에 벌어진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YTN 언론인들은 ‘낙하산 사장 퇴진 투쟁’을 시작한다. 그들의 투쟁은 진중했으나 유머가 넘쳐흘렀다. 해직 기자들의 출근을 용역을 동원해 방해하자 모든 노조원이 가면을 쓰고 출근하는가 하면 오랜만에 출근을 시도한 낙하산 사장의 방문 앞에 ‘한동안 뜸했었지’를 하루 종일 틀어서 괴롭히는 식이었다.

    또 생방송 중에 ‘공정방송’이라는 로고가 화면에 뜨도록 하는 작전, 아나운서, 기자, 앵커들이 모두 검은색 옷을 입고 방송을 하는 ‘블랙투쟁’, 출근하는 낙하산 사장을 졸졸 따라다니면 염불 외듯 구호를 외치는 ‘염불 투쟁’ 등등 기발하고 재미있는 방식의 투쟁이 많았다.

    그러나 살아 있는 권력과의 싸움은 쉽지 않았다. 싸움을 시작한 지 몇 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노종면 위원장을 비롯한 6명의 기자가 해직당했고 6명 정직, 8명 감봉, 13명 경고, 총 33명에 대한 징계 조치가 내려졌다. 그리고 이후 4년 동안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아직도 그는 ‘해직 중’이다.

    <노종면의 돌파>는 해직 기자 노종면이 4년 동안 부당한 권력에 맞서 ‘정면 돌파’해온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나 사건 백서라기보다는 옴니버스식 콩트에 가깝다.

    <돌발영상>을 통해 기지와 위트를 십분 발휘하던 노종면답게 근엄하고 무게 있게 사건을 나열하지 않고 해학이 넘쳐흐르는 투쟁기를 완성해냈다.

    1부에서는 YTN 낙하산 사장 퇴진 운동의 과정을, 2부에서는 해직 이후 1인 트위터 미디어 <용가리통뼈뉴스> 운영과 ‘천안함 사건 언론검증위’ 활동, 해직 언론인들이 만든 인터넷 뉴스 방송 <뉴스타파> 앵커로 활약하기까지의 과정을, 3부에서는 긴 투쟁의 과정에서 느낀 여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눈물을 삼키고 분노를 삭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언론인들의 싸움 이야기인 이 책은 재미와 함께 이 시대 언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만드는 계기를 던져줄 것이다.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아릿한’ 사람 일기

    그의 투쟁기는 사람들에 대한 여러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 편이라고 믿었던 선배가 권력의 앞잡이로 변신하는 것에서 느낀 허탈함에서 힘든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잔함까지 교차한다.

    4년 동안 해직 기자 6명의 생활을 보전해주기 위해 ‘희망 펀드’를 만들어서 운영해온 YTN 사람들. 그 사람들 중 보직을 박탈당하면서도 후배들을 걱정하던 선배, 자신은 해고를 당했지만 정직당한 후배를 먼저 챙기는 해직 기자, 쟁의부장으로 활동하다 암에 걸린 후배 기자. 4년이라는 긴 싸움의 과정에서 아버지를 잃은 세 명의 해직 기자 등등의 이야기를 감정의 과잉 없이 진솔하게 풀어냈다.

    그는 4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바로 이 사람들에 대한 가슴 찡한 애정과 의리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언론 자유에 대한 해직 기자의 소명기

    유머와 위트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지만 언론인 노종면으로서 ‘언론 자유’에 대한 견해을 밝힌 대목에서는 사뭇 진지하다. 그는 ‘YTN 해직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통령’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언론사의 ‘출입처 제도’와 ‘입사 제도’가 그 뿌리에 있다고 말한다.

    출입처 제도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언론인 자체가 권력화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오늘날 대량의 언론인 해직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YTN의 구본홍, 배석규 사장과 KBS 김인규 사장 등은 5,6공 시절 집권당이나 청와대를 출입했던 정치부 기자 출신이다). 또 영어와 학점과 학력, 면접을 통한 사상 검증이라는 기준의 ‘입사 제도’ 역시 언론인의 보수화를 부추긴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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