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연 "노동자가 정치 주체 되어야"
    15일 김소연 노동자 대통령 후보 기자간담회 열려
        2012년 11월 15일 05: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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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대통령 후보로 나선 김소연 캠프가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15일 오후 12시 민주노총 13층 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출마의 계기와 의미,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에 대한 명확한 입장, 선거투쟁본부의 주요 강령과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소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도 여과없는 대화를 나눈 자리였다.

    1895일간의 농성 끝나지 않았다

    김소연 후보는 “구로공단에 처음 발을 내딛고 노동운동을 시작했을 때 당시 대부분 정규직이고 오히려 일손이 부족해 차로 노동자들을 모셔가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 2002년 새로운 현장으로 기륭전자에 입사했는데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똑같이 일해도 임금은 절반밖에 되지 않았고, 인격적 대우도 받지 못했을 뿐더러 말도 안되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는 상황을 보며 노조를 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소연 후보는 2005년 7월 노조를 결성해 비정규직 파견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그런데 사측이 조합원 일부를 해고하면서 1895일간의 극한 투쟁을 시작했다.

    김 후보는 2006년 30일간의 단식 농성을 하고 2008년에도 공장 옥상에서 94일간의 단식 농성을 강행하는 등 불법파견 철폐 운동의 선두주자였다. 김 후보 스스로 아쉬운 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2010년 11월 사측과 해고된 일부 비정규직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타결됐다.

    김 후보는 그 때의 투쟁에 대해 “투쟁 당시 노무현 정권이었다. 참여정부 하에 정리해고법과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지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그마저도 일자리를 빼앗기는 상황이었다”며 “다들 실현 가능성이 있냐고 했지만 불법파견 정규직화만이 해답이라 생각하고 싸웠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김 후보는 “당시의 우리의 요구가 맞았는가, 합법적 파견노동자는 정당한 것인가, 하는 고민도 들었다. 당시 우리의 파업 때문에 구로공단 대다수 공장이 3개월, 6개월로 고용하고 부서별, 라인별로 나눠 ‘합법적 도급’이라고 편법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라며 당시의 복잡한 심경도 밝혔다.

    이어 김 후보는 “그래서 현행법으로는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명확하게 나눌 수 없으니, 노예법이나 다름없는 파견법을 없애자고 투쟁했다”며 “기륭전자 타결 이후에도 당사자로서 내 문제는 해결됐지만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며 ‘희망버스’도 기획하며 일상적으로 연대활동을 해나갔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 통합 반대하며 민주노동당 탈당해

    민주노동당에서 열성 당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앞두고 탈당했다. 그는 “우리가 싸웠던 당사자들과 한 식구가 될 수 없다.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세력은 안 된다고 호소했지만 결국 통합됐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정치와 거리를 두고 현장투쟁에만 열심히 했지만 지난 4.11 총선 때 비정규직법을 주도했던 이목희 전 열린우리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자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김소연 후보는 당시 상황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 사람을 지지해야 하는 조건에 내몰렸다”며 “새누리당 아니면 민주통합당만을 선택해야 했기에 너무나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거대 양당 체제에서 노동자들의 선택이 강요된 것”이라며 “대선에서만큼은 새누리당을 이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표로 가야 한다. 우리가 누구에게 기대는 정치가 아니라 그동안 싸워왔던 우리가 주인이 되고 주체가 되어 함께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라며 대선 목표를 ‘노동자의 정치 주체화’라고 강조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중단’이 아니라 ‘철폐’

    김소연 캠프는 ‘선거운동’이 아니라 ‘선거투쟁’이라고 명명했다. 대선에 뛰어든 여타 다른 세력들과 김소연 캠프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정치에 대한 입장과 태도’라며 “빼앗긴 민중들의 연대, 공동의 요구와 직접행동이 곧 ‘정치’라는 것을 선거의 전 과정에서 공세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박성인 대변인이 설명했다.

    김소연 후보 기자간담회 모습(사진=장여진)

    진보정당을 포함한 야권 대선 후보들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과 관련해 ‘철폐’ 아닌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야권에서 기업의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시키는 것은 근본적으로 기업의 파산을 노동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비정규직을 절반으로 줄인다고 해서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김소연 후보는 비정규직과 정리해고와 관련한 야권 공약에 대해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해야 된다지만 악은 그냥 악이다. 칼자루는 우리에게 없다. 민주당 조차도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이유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우리가 당선되지 않더라도 우리와 같은 요구가 있어야 야권도 ‘좌클릭’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성인 대변인도 ‘진보적 정권교체’와 관련해서도 “아무리 진보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하더라도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이해를 철저하게 대변할 수 없다”며 특히 “정권교체 그 자체가 더욱 쟁점화 될수록 진보적 요구와 노동자 민중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여지와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진 기획위원도 “이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권력 문제이다. 각 후보들이 자신들의 온정에 의해 노력하고 있지만 구체적 규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의 권력을 제한하고 스스로의 투쟁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상황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노동자 후보 김순자 청소노동자

     진보신당의 김순자 청소노동자가 대선 독자대응안이 부결되자 이에 반발, 탈당 후 무소속으로 노동자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진보신당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해 한 차례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김소연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실제로 이를 위한 당대회 개최 연서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논의와 우여곡절 끝에 노동자대통령 후보로 선출됐고 공동대응 중단을 선언한 진보신당에서조차 적극적 지지를 표명한 상황에서, 두 후보간 단일화 요구는 김소연 캠프 입장에서 당황스러울 상황이다.

    하지만 김소연 후보는 김순자 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담담했다. 그는 “그간 노동자대통령 후보를 내기 위한 논의과정에서 수많은 후보가 거론되었다. 저는 그 과정에서 함께 투쟁했던 이들의 결의로 나서게 됐고 동지들의 의지를 모아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우 상황실장은 “저희가 진보적인 내용과 가치관을 가진 노동자 출신 후보들 중 최선의 후보를 찾는다는 맥락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투쟁했던 주체들이 참여하는 운동의 측면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희망버스와 쌍용자동차 투쟁 등이 사회적 연대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선거투쟁의 핵심을 이루는 투쟁 주체들이 직접 연대를 확산시키며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우리 선거투쟁본부의 김소연 후보와의 다른 후보와의 차별성은 개인의 출신이나 자질이기보다는 현실화된 세력이 자기 후보를 만들었고 노동자대통령으로 상징화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득표수보다 함께 참여하는 주체가 더욱 중요

    기존 정당과 달리 거대 정치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진보정당처럼 조직적으로 세액공제를 받기에도 어려운 상황에서 후보 개인의 재정상태를 궁금해하는 기자가 있었다.

    이에 김 후보는 “개인 재정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출마는 동지들의 십시일반으로 하게 됐다”며 “목표 세액공제는 10만원씩 1만명”이라고 밝혔다.

    목표 득표율과 관련해 정진우 상황실장은 “우리는 득표 전략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조직화 전략이라고 말한다”며 “선거투쟁 과정에서 정치적 주체로 참여하는 개인과 세력들의 현실적 힘을 어떻게 예측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선 이후의 당 건설 계획에 대해 이호동 선거투쟁본부장은 “이번 대선은 4대 과제 10대 강령 중심으로 김소연 후보가 어디를 방문하고, 누구와 함께 하며, 누구를 대변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자리”라며 “현재까지도 모색 중이며 연대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대선 이후 선거평가 하는 자리에서 열린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4대 과제와 10대 강령

    노동자대통령 김소연 선거투쟁본부의 4대 과제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투기와 경쟁과 삶의 불안이 없는 세상 △차별과 배제가 없이 함께 사는 세상 △핵과 전쟁과 환경파괴가 없는 세상이다.

    10대강령으로는 △일자리가 위협받지 않는 사회,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이 완전히 보장되는 사회 △시장과 이윤이 아닌 필요와 연대에 기반한 사회 △학비 걱정 없는 사회, 경쟁 없는 사회 △삶의 불안이 없는 사회 △부동산 투기가 없는 사회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 △민중의 생존권이 보장되는 사회 △여성과 소수자의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는 사회 △모든 정치적 억압의 폐지와 직접민주주의가 확대되는 사회 △핵무기와 전쟁과 제국주의 없는 세상 등 총 10가지의 대안 사회를 제시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소연 노동자대통령 후보와 더불어 이호동, 장혜경 공동선거투쟁본부장과 박성인 대변인, 정진우 상황실장, 김혜진 기획위원, 동행팀의 박수정 선거운동원, 쌍용자동차 해고자이자 ‘희망버스’의 이창근 전 대변인이 함께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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