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노동 동시-13 "진짜 달콤해"
        2012년 11월 14일 10: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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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인권운동과 노동운동에서 세계의 가혹하고 열악한 아동노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어린이이면서 노동자이고, 극한적 노동조건에서 가혹한 착취를 받고 있는 아동노동의 현실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 분노, 애정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레디앙은 전세계의 아동노동 현실에 대해 고발하면서도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시선을 담고 있는 동시들을 연재할 예정이다. 연재될 작품들은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건 동화건 시건 평론이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쓰고 있는 글쟁이이신 신지영 선생의 작품이다. 그림은 이창우 선생이 그려주셨다. 관심과 애정 부탁드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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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진짜 달콤해?

     

    2010년 9월2일 오늘

    350개의 카카오를 땄어요

     

    2009년 9월 2일에도

    350개의 카카오를 땄었지요

     

    2011년 9월2일에도 아마

    350개의 카카오를 딸 거예요

     

    아직은 키가 닿지 않아

    나무에 올라타다 자꾸 떨어지지만요

    얼른 내 손에 맞는 칼이라도 만들면

    몸에 나는 상처가

    반으로 줄어들 거예요

     

    요즘은 진짜 궁금한 게 생겼어요

    농장아저씨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초콜릿이 달콤하다고요

    혀도 녹을 만큼요

    그래서 좋아하는 마음을 전할 때 선물하기도 한 대요

     

    난 이해할 수 없어요

    카카오로 초콜릿을 만든다면

    당연히 짤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루 종일 흘리는 그 많은 땀이

    전부 카카오에 떨어져 젖으니까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도

    초콜릿을 먹어 본 애들은 하나도 없어요

    우리는 매일 상상해요

    초콜릿은 어떤 맛일까?

    누가 우리에게 말해주세요

    초콜릿이 진짜 달콤한 가요?

    작품 배경과 해설 :   해마다 2월14일이 되면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초콜릿을 선물합니다. 달콤하게 입안에서 녹는 그 맛은 상대를 얼마만큼 좋아하는지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굳이 특별한 날이 아니라고 해도 사람들은 초콜릿을 떠올리면 부드러운 달콤함을 연상합니다. 하지만 이 초콜릿이 노예처럼 팔려 와서 어른들에게 관리되는 아이들이 따낸 카카오에서 만들어 낸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어린이(출처: 지식채널e)

    세계 카카오의 3분의2 정도는 아프리카 서부해안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그중 거의 반 정도의 카카오를 코트디부아르에서 생산한다고 합니다. 그곳의 카카오 농장에서는 아이들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매까지 맞아가며 하루 12시간 씩 일합니다. 한마디로 노예라고 부르면 맞을 것입니다. 공부를 시켜준다는 말에, 가족에게 많은 돈을 보내 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말리, 부르키나파소 같은 주변나라에서 인신매매로 팔려온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제대로 된 보수를 거의 받지도 못합니다. 밤에는 경비원들의 감시를 받으며 잠이 든다고 하니 그 상황이 어떤지는 보지 않아도 그려질 정도입니다. 몸에 나쁜 농약이 잔뜩 뿌려진 카카오를 아무 보호 장비도 없이 따내야하니, 다치는 일도 빈번합니다. 세상 사람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줄 달콤함을 위해 아이들은 학대받고 있는 것입니다.

    더 아이러니한건 아이들은 그렇게 따낸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을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황당한 일입니까. 매일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지는 열매로 만든 것을 입에 대본 적조차 없다니요. 아이들에게는 초콜릿이 주는 맛의 즐거움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초콜릿이 달콤하다는 것은 거짓말 같은 사실일 것입니다. 자신들의 땀으로 젖은 열매가 혀끝에서 녹을 만큼 달콤하게 변한다니, 그걸 어떻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믿겠습니까.

    필자소개
    신지영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건 동화건 시건 평론이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쓰고 있는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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