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성하고 재결합, 독자후보 내야
    당권파 빼고…다시 민중의 당으로
    아픈 이재영, 아픈 진보를 말하다③…재결합 최소 요건들
        2012년 05월 27일 10:46 오전

    Print Friendly

    통진당 비당권파 + 진보신당 + a 

    – 경기동부 얘기를 쭉 했지만, 사실 경기동부 내부에 직접 들어가 얘기를 듣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그 외적인 구술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형태만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어쨌건 한국 진보정당운동이 이런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드러난 것은, 그 저변에 깔려있는 비민주성과 성과주의 같은 문제들이 있었고, 이에 대해 방조 혹은 용인이라는 판단 미스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어쨌건 진보정당운동을 여기서 그만할 수는 없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크게 보면 2개의 세력이 있겠죠? 더 여러 개 세력이 있지만.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은 둘 다 어렵다고 봐요. 진보신당은 자존과 자생이 굉장히 절박한 위기인, 암4기 환자 같은 상황이고.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의 장점이라는 게 도덕적 우위인데, 사람들이 ‘너희 뜻은 좋고 말은 맞는데 힘이 없으니 다음에 봐’ 이거였는데, 앞의 전제가 부서진 거죠?

    사람들이 볼 때 과거 자민련이나 한나라당 같은 세력이 지금과 같은 사태 일으키면 ‘걔네 원래 그래’ 했을 거예요. 그런데 통합진보당이면 ‘이놈들도 그러나’ 그러는 거고, 도덕적 우위가 날아간 것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이름, 컬러, 테두리로는 재생을 할 수 없다. 그렇게 봐요.

    그래서 만약에 (통합진보당이)분당이 된다면 경기동부연합, 민주노동당 구 당권파라는 세력을 배척하는 것이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사실은 경기동부연합 같은 행태를 하는 사람들이 경기동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죠. 다른 NL, PD도 유사한 행태를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동부와의 절연은 상징적이죠. 남아있는 세력도 (그런 행동에 대한)조직적 반성을 하는 것이니까. 더 크게 잘못한 한 놈을 잘라, 자기도 안 하겠다는 반성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조직적 반성이 1단계로 완성되는 거고.

    2단계는 대선 문제죠. 진보신당은 전부터 대선정당이라고 얘기했어요. 어차피 총선에서는 그렇고(어려워질 확률이 높았고), 반면에 통합진보당은 대선 (치를)가능성이 낮은 정당이죠.

    1999년 8월 진보정당 창당준비위 발기인대회

    하지만 독자후보 운동은 역사적으로 확립된 하나의 조류에요. 백기완 선본이나 민주노동당 뿐 아니라 87년 이래 25년 정도 이어져 온 하나의 역사적 조류에요. 진보신당이 (독자후보를)‘안 한다 못한다.’고 해도, 누군가 깃발을 들고 나오면 됩니다. 왜냐면 그건 현실적인 준비정도를 초월하는 하나의 역사적 조류이기 때문에. 때문에 진보신당이 대선국면에서 적극적으로 임하면 진보정치운동에 혁신을 이룰 가능성이 있어요.

    현재 상황은 통합진보당이 저렇게 된 상태이기 때문에, 만약에 조직적 반성의 1차 관문인 분당을 하게 된다면 다른 여건이 생기는 거죠. 즉, 그때는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이 합당할 수 있는 개연성이 생기는 거예요. 문제는 그것이 대선 전이냐, 대선 후냐에 대한 판단이죠. 대선 후라면 진보신당의 조금 더 혁신적인 이니셔티브가 조금 더 크게 발휘될 수 있을 것이고, 전이라면 더 큰 정당인 통합진보당의 이니셔티브가 좀 더 발휘될 수 있을 거예요.

    합당의 최소 요건

    하지만 분당된 상태에서는 따로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 때문에 같이 할 가능성 높아지는 거고요. 그 최소여건은 2가지에요. 우선은 통합진보당 노선에 대한 공개적 공식적 반성, 얼렁뚱땅 연합에, 목표가 불가능한 무조건적 단결에 대한 거죠. 그리고 대선에 있어 야권연대를 암묵적으로 깔고 있는 정당, 그런 정당과는 합당을 못해요. 그 두 가지에 대한 공식적 반성이 있어야 해요.

    두 번째 조건은 진보신당 세력이 당 내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분이 보장되어야 해요. 이는 진보신당 세력이 이득을 얻고자 함이 아니라 앞서 얘기한 통합진보당 노선이 옳지 않다는 반성과 독립적 진보정치 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다면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것이 지분이기 때문이에요. 약속만 해봐야 틀면 그만이니까. 이 두 가지 조건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다면 두 당이 대선 전에 합당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 경기동부를 비롯한 이른바 당권파를 제외한 진보정치세력, 통합진보당 비당권파라고 할 수 있는 세력과 진보신당 세력이 합치고, 그 전제 조건은 과거에 대한 반성과 독자후보에 대한 확고한 의지다. 그리고 이 조건이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진보신당의 스피커를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런데. 유시민 씨는요?

    “유시민 세력을 떨쳐내는 것은 힘들어요 현재로서는. 합당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합당의 조건이기는 어려울 거예요. 노회찬, 심상정 씨에게 유시민 씨랑 떨어지라고, 그것을 확약받기보다는 앞서 말한 두 가지 조건이 중요해요. 우회적 반성과 지분. 이것이 있다면 (국민참여당계의 참여를)상쇄할 수 있을 거예요.

    현실정치에서 그림이 마음대로 그려지지 않잖아? 애들은 책상에서 자로 줄긋고 칼로 38선 팔 수 있지만, 정치세력은 마음대로 그렇게 하기 어려워요.”

    유시민, 떨치기 어렵더라도

    – 첫 번째 전제가 충족이 안 될 경우, 즉 분당이 안 될 경우, 다시 한 번. 현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같이 들어올 경우는요?

    “말짱 황이죠”

    – 그때는 진보신당이 독자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겠죠.”

    – 바꿔 말하면, 당권파를 떨쳐내지 못한다면 통합진보당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벗어날 길이 없는 거구요.

    “통합진보당은 할 게 없겠죠. 통합진보당의 원래 계획은 그랬을 거예요. 2가지 목표가 있는데 하나는 대선을 빌미로 총선에서 실리 챙기는 거고, 그런데 그건 당권파 세력이 챙겼고. 두 번째는 대선을 치르면서 민주당과 거래할 수 있는 교환카드를 갖는 것인데. 지금 민주당이 제 정신이면 통합진보당이랑 왜 해요?”

    – 마이너 제치고, 그냥 메이저리그로 확 가겠죠?

    “네. 옛날에는 그냥 민주당은 똥 묻은 개였고, 진보정당은 조금 고고한 척 하는 놈들. 힘없는 늑대 정도였는데. 지금은 민주당이 똥 묻은 개라면 통합진보당은 아예 똥통에 빠진 거야, 변소에. 게다가 그건 지가 기어 들어간 거지, 그런데 민주당이 왜 하겠어요?”

    – 통합진보당 비당권파 괄호 열고 플러스 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 뭔가 이상한 그림인데요?

    “합당 후 독자적 대선 후보를 낸다면, 만약에 그렇게 되면 노동운동 좌파세력도 결합할 거라고 봐요. 분당 이후 이 세력의 1/2만 진보신당을 하고 나머지 공중에 떠 있었는데, 그 세력도 오고, 원래 민주노동당에 참여하지 않은 더 좌파세력도 오겠죠, 새로운 연합이 생기는 거예요.

    옛날에는 진보정치 운동이라고 칭해지는 세력은 일종의 우파연합이었어요. 지금 통합진보당은 극우라고 볼 수 있고요. 하여간 이걸 중좌연합으로 만들어야 해요.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민주노동당보다 힘은 없을지 몰라도 그림은 더 큰 거죠.

    민주노총 초기 연합이 다시 생기는 거죠. 이른바 중앙파+평등파 형태의. 민주노총 초기가 그 형태였지만, 민주노동당을 만들 당시에는 평등파가 참여하지 않았었죠. 만약 그런 연합이 생긴다면 민주노총 초기 연합을 복구한 거죠, 민주노동당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구요.”

    민중의 정당

    – 단지 경기동부 등 당권파를 제외하는 것만으로 당시 민주노동당보다 더 중좌연합을 만들 수가 있는 건가요? 

    “그걸로 다 되는 건 아닐 거예요. 그건 얼개 짜기이고. 근본적으로 한국의 진보정치운동 사회운동세력, 속칭 운동권이 민중세력인가에 대한 반성과 노력이 있어야 해요. 내가 보기에 민중이 아냐. 노조는 중상층이고, 당은 인텔리고, 그들의 소득과 사회적 관계망, 의식은 이미 민중에 벗어나 있어요. 민중을 그들이 잊고 있고요.

    한 달에 100만원 받는 식당아줌마나 캐시어, 빨간펜 선생님, 비정규직. 비정규직도 여러 가지지? 노가다판의 잡부라거나 외국인 노동자거나 이런 사람들이에요. 그들은 전노협 때 당시 조합원보다 수도 많고,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더 크고, 더 열악하고 소외되고 배제되어 있어요. 그들에게 한국의 운동권은 접근하지 않아요. 그것이 내가 민주노동당 분당을 주장한 가장 큰 이유였어요.

    민중세력에 접근하는 계기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현 진보정당은 급진적 중산층 정당이죠. 아니면 과격한 민족주의 정당이거나. 그건 민중정당이 아니에요. 사실 이념은 필요 없어요. 이념은 민중을 만들지 못하지만, 민중은 이념을 만들 수도 있어요.

    최소 조건은 민중과 결합해 민중정당을 만드는 거예요. 민주노동당은 초기 그렇게 하다가 점차 운동권정당이 된 거고, 진보신당은 가치는 더 선명했지만 실제로는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보다 더 인텔리 정당이죠. 이 한계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한국진보정치운동이 살아날 길은 없어요. 합당이라는 것은 이를 위한 여러 전제 조건의 하나를 갖추는 것 뿐이죠.

    그럼 대선을 우리가 크게 할 수 있는 거고, 그럼 민중들에 대한 언로를 다시 개척할 수 있어요. 독자후보는 그냥 해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진보정치운동이 노조만 챙기거나 민주당과의 협상으로 국회의원 따는 것이 목적이 아니에요. 울림을 줘야 해요.

    권영길 후보가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란 구호를 내세우고 부유세와 무상교육을 주장한 것은 아주 작은 민중정당의 단초를 보여준 거예요. 그러나 그 이후 민주당 2중대가 되었어요. 대선의 독자후보라는 것은 그 통로를 개척하는 전제조건이에요.”

    – 네, 여기까지 하죠. 너무 수고하셨어요.

    “아이고 힘들어”

    5월 초, 서울대 공원에 간 이재영 가족들.(사진=고세진)

    같이가요. 서울대공원

    다시 이재영의 아픈 얘기로 돌아갔다. 치료가 쉽지 않다는 얘기, 그래도 사람들이 돈 많이 모아줘서 정말 다행이라는 얘기, 다음 달부터 마지막 약물치료를 한다는 얘기. 하루가 다르게 너무 급격하게 악화된다는, 뭐 그런 얘기. 딸내미 얘기를 하는데, 이재영의 눈이 붉어진다. 뭐라 할 말이 생각이 안 난다.

    – 저번에 보니 서울대공원 가셨던데, 다음에 저도 같이 가요. 

    “하하, 다음에 갈 수 있을까 모르겠네.” (끝)

    필자소개
    정상근
    미디어오늘 기자.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청춘이다] 저자. 레디앙에서 정치부 기자로 일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