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철도정책 전환 선언
    신자유주의 철도정책 폐기
    [기고] 시설과 운영이 통합(상하통합)되어야 발전 가능
        2012년 11월 13일 12: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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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30일 프랑스에서는 의미심장한 교통정책이 발표됐다. 대선이라는 정치적 국면이 아니더라도 유럽의 한 나라에서 발표한 교통정책이 한국에서 주요한 이슈가 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발표한 내용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한 철도민영화와 경쟁체제 도입이 국가경제에 도움은 커녕 심각한 문제들만 양산시킨다는 결론을 바탕으로 제시된 대안이어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프랑스 철도공사(SNCF) 창립 75주년을 맞는 10월 30일 교통부장관 프레데릭 퀘빌레에르는 프랑스 철도가 유럽연합의 지침에 따라 철도의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이른바 “상하분리”체제를 과감히 탈피하고 상하통합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것은 유럽연합의 철도지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조치이자 현재 유럽 철도의 일반적 시스템이 갖는 문제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국가간 연합으로 불록화한 대규모 시장을 통한 자본의 확장이 대세를 이루고 신자유주의의 드라이브가 강력히 걸리던 90년대 중반 유럽 자본주의는 북중미나 아시아권 등과 대결하기위한 대규모 경제권역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을 통한 유럽의 통일이 제시되었고 이 통일의 실제적 내용은 자본의 손 쉬운 이동과 투자확대, 경쟁체제의 도입이었다.

    이런 것들을 추진할 여러 가지 방편 중 대표적인 두 가지 동력으로 하나는 각 국가별 화폐를 폐지하고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권역을 확보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교통망의 공유인데 이것은 철도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철도는 도로와 달리 ‘시설’과 ‘운영’이 통합된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고 각 국가별 특성이 존재하는데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여 시설부분에서의 표준화와 통일성을 유지하면 효율적으로 철도를 이용한 통합의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불붙기 시작한 철도의 속도 향상노력에 따른 고속철도 도입은 항공과의 경쟁에 있어서도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했고 지구온난화와 고유가 현실은 철도를 미래지향적 교통수단으로 가장 중요한 지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또한 철도부분에서의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철도산업에서의 우위를 점하고 있던 나라들이 더욱 쉽게 국경을 넘어 사업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프랑스 테제베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그러나 철도는 상하통합된 형태가 가장 이상적인 존재방식이다. 이것이 철도가 도로나 항공 등 다른 교통수단과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이다. 일찍이 철도의 창시자로 불리는 조오지 스티븐슨조차 산업혁명 초기 영국 철도의 난맥상을 보면서 “철도는 선로와 기관차가 하나로 통합된 시스템인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드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교통수단 중 유일하게 자가용이나 레저, 스포츠 용도가 없는 오직 여객과 화물 수송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게 철도다. 시설과 운영이 통합된 하나의 완결된 체제라는 특성에서 그 존재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철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철도가 상하통합체제라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경쟁체제 도입은 이런 철도의 특성을 파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자유경쟁이란 미명 아래 철도의 시장개방을 위한 유럽철도 상하분리지침이 유럽연합훈령(91/440지침)으로 유럽연합회원국에 제시되었고 이에 따라 유럽각국은 철도의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유럽철도시장의 양대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은 소규모의 시설공단을 설립한다든지(프랑스) 형식적인 그룹별 분리(독일)를 통한 사실상의 통합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유럽철도시장의 장악을 위해 경쟁하게 된다.

    이처럼 철도의 상하분리 정책은 신자유주의가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던 시절 민영화와 경쟁을 통한 효율화라는 명제를 절대화 시키면서 대두된 것이었으나 한국의 정책당국은 철도개혁의 궁극적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출범시 국토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완전한 상하분리를 통한 철도 구조개혁의 완성을 주장하고 있다. 철도의 여러 가지 존재 방식의 하나인 상하분리체제를 궁극적으로 도달해야할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수단과 목적이 바뀐 셈이다.

    특히 상하분리가 파생시키는 안전의 위협에 대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수의 선진국에서 차용하고 있는 유지보수부분의 운영자 관할조차 문제삼았다. 국토부는 철도공사가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것이 노조 등 기득권세력의 반발로 완전한 상하분리가 안된 절충된 형태로 간주하며 구조개혁의 완수를 외치는 모습은 철도의 미래에 대한 전망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상하분리를 절대적 가치로 두는 국토부와는 달리 많은 철도 전문가들은 상하분리가 철도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며 분리에 따른 거래비용의 증가와 운영기관과 시설기관의 사업전망과 정책의 불일치는 또 다른 혼란을 양산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독일철도의 헬무트 메도른 전 회장은 유럽의회에서 세계의 모든 성공적인 철도회사는 수직적으로 통합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철도의 운영과 시설을 분리하는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독일철도가 유럽 철도시장에서 강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형식적인 상하분리를 통해 철도운영의 통일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파리에서 만난 프랑스 철도공사(SNCF)의 컨설팅 전략부장 프레드릭 바르더네씨는 새로 출범한 올랑드 정권의 미래 철도정책이 10월 말이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적인 내용은 프랑스 철도의 발전을 위해서 현재의 상하분리 체제를 유지 할 것인가 아니면 독일식의 통합형 체제로 가느냐의 문제이고 철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바르더네씨는 통합형의 독일 철도가 갖는 강점에 대한 미련을 보였으나 정부의 결정이 어떻게 날 지는 기다려 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4개월 만에 다시 찾은 프랑스에서 철도전문가들과 현지의 철도 노동자대표들을 만나봤을 때 정부의 철도개혁 발표를 앞두고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다. 신자유주의가 강제로 씌었던 망토를 벗어 던지고 비로소 철도에 맞는 옷을 입을 수 있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충만했고 이 기대는 곧바로 현실이 되었다.

    프랑스 교통부장관의 발표는 프랑스 철도의 선제적 발전을 위해 가장 강력한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독일식의 형식상 분리 체제가 아닌 운영과 시설의 통합이라는 독일 철도를 넘어서는 미래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프랑스 철도공사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노동총동맹과 철도노조 등 모든 철도관련기관들과 노동단체 등이 환영을 표시하며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인 지지를 천명했다.

    교통부장관은 과거 철도 분야에서 시도해오던 경쟁 구도를 이것으로서 종결하며 오늘의 결정이야 말로 새로운 도약이며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고 말하며 상하분리 정책을 통한 경쟁체제도입과 광범위한 민영화 추진전략은 실패했음을 공표했다.

    상하분리정책이 기능의 중복과 불필요한 지출을 지속시켜 연간 약 10억유로~15억유로(한화로 1조4500억원~2조2천억원)의 천문학적인 비용 추가는 물론, 끊임없는 사고와 기능 장애 등을 드러내면서, 도저히 지속할 수 없는 치명적 결함을 가지는 구조임이 명백히 드러난 현실적 상황도 프랑스가 상하통합시스템을 강력하게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고속철도 기술뿐만 아니라 알스톰과 지멘스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차량제작사를 갖고 있고 이를 통한 유럽 및 세계 철도시장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나라들이 유럽연합의 지침을 무시하면서까지 철도의 상하통합시스템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철도가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이런 새로운 흐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영화와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완전한 상하분리와 철도공사로 부터의 시설자산과 관제권 환수를 집행하고자 하는 국토부의 철도정책은 앞서 실패한 나라들의 사례를 기어코 답습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유력후보들은 앞 다투어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부문에 대한 정책도 구체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철도의 미래 전망을 밝히는 것은 향후 한국사회의 교통정책이 사회통합과 지방균형 발전, 대륙철도연결 사업을 통한 남북협력 등 당면한 사회적 과제를 수행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특히 지난 1년간 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으로 홍역을 치뤘던 한국사회에서 철도정책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특히 지난 5년간 무너진 공적 사회시스템을 다시 세워내기 위한 출발점은 이제까지의 신자유주의적 철학을 바탕으로 한 정책을 극복하는 것에서 시작해야한다.

    철도분야에서의 그 첫걸음은 상하분리정책으로 누더기가 된 한국철도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상하통합정책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 후보들과 각 후보진영의 정책입안 담당자들은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통합을 통한 새로운 철도발전전망을 내놓길 고대한다.

    필자소개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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