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천동 철거, 생존과 공포의 경계
    [진보정치 현장] "모가지를 썰어서 내다 버려도 하이타이 값도 안될......"
        2012년 11월 13일 10:16 오전

    Print Friendly

    이번 주는 정말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월요일 새벽 5시 50분, 언론을 통해 유명해진 봉천 12-1 재개발 구역의 바로 옆 동네인 12-2 구역에 살던 70세 어르신 한 분이 철거 후 건물잔해를 반출하는 작업에 항의하다가 분신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 날 수밖에 없었는지 알아야 했습니다.

    12-1 구역을 지도상에서 보면 도로로 통하는 길이 없이 섬처럼 구역지정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물잔해를 실어 나르는 25톤이나 되는 대형 덤프트럭이 옆 동네의 골목길을 통과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시끄러운 소리와 흙먼지, 차량의 무게 때문에 쩍쩍 갈라지는 담벼락과 골목길, 평화롭던 아침 출근길과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등굣길이 위험해 졌습니다. 게다가 분신을 감행하신 어르신은 12-2구역의 재개발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분이기도 했습니다.

    재개발이 되면 동네가 깔끔해지고 공원도 생기고, 살던 집 대신 같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이 있었지만 이 어르신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앞서 재개발을 추진했던 12-1구역에서 일어났던 일 말입니다.

    재개발구역 철거 전(위)와 철거 후(아래)

    먼저 오갈 데 없는 세입자들이 주거이전비 한 푼 받지 못하고 쫓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철거를 앞 둔 시점에서 뒤늦게 세입자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지만 이들은 겨우 법이 허락하는 정도의 주거이전비와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받고 정든 동네에서 나가야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재개발조합의 조합원인 토지 등 소유자 중 재개발 부담금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소리 없이 쫓겨갈 것입니다.

    70세 어르신의 세상살이는 이것을 예상하게 했고 자신의 동네에서 진행되는 재개발을 반대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옆 동네의 공사차량이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것이 마땅할 리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동네 주민들과 함께 25톤 덤프트럭의 앞을 몇 차례 가로막았습니다.

    어르신이 동을 뜨자 다른 주민들도 여기저기서 덤프트럭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마치 당연한 수순인 듯 철거업체에 고용된 용역직원들이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으로 보이고, 오뚝이 같은 체격으로 매우 건장해 보이는 청년들이었습니다.

    누군가 트럭 앞에 서면 어디에선지 튀어나온 용역회사 직원들은 두어 명이 한 사람을 번쩍 들어 짐짝처럼 길 가에 팽개쳐 버립니다. 어떤 때는 항의하는 주민을 두 팔로 꽉 끌어안고 자기 배를 쑥 내밀어 번쩍 들고는 차량 뒤까지 이동한 다음 배치기로 튕겨버리기도 합니다. 행동을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주변에 함께 있어주는 것으로 호응을 보이며 한 마디씩 거드는 사람들에게는 남녀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욕설을 해댑니다. 개, 호로, 썅, 년놈, 모가지, 거지, 병신과 같은 단어가 절묘하게 조합된 이 욕설을 1분만 들으면 누구든지 ‘내가 왜 사냐’ 는 모멸감이 찾아옵니다. 어떤 칠순이 다 된 할머니에게 용역회사 직원이 한 욕설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모가지를 썰어서 내다 버려도 하이타이 하나 값도 안 나올 것들이 어디서 남의 돈 뜯어 먹을라고 지랄이야!”

    욕설과 위협이 협박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이 되어 112에 신고를 했더니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상황을 듣고는 되려 주민들에게 당신들이 먼저 차를 막아 서니까 이렇게 되는 것 아니냐며 차량 통행을 방해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없을 거라며 그냥 돌아 갑니다. 구청에 민원을 넣으니 차량에 대한 안전교육 등을 철저히 시키겠다는 별 소용없는 회신이 왔습니다.

    분신을 하신 할아버지를 비롯해서 이런 일을 당한 동네 주민들은 하나 같이 고립감, 모멸감과 공포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11월 5일 아침 5시 30분경, 주무시던 할아버지는 덤프트럭이 지나가는 진동에 잠을 깼고 화가 난 상태로 집 앞에 나갑니다. 이미 두어 대가 지나간 후였습니다. 뒤에 올 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 집앞에 누군가 버려 둔 나무 의자와 각종 잡동사니를 길 가운데 쌓았습니다. 덤프트럭 기사가 잠시 항의하다가 현장사무소로 가더니 네 명의 건장한 남자와함께 돌아왔습니다.

    그들은 할아버지의 사지를 붙들고 길가에 내팽개 쳤습니다. 흥분한 할아버지는 바로 옆에 있는 집에 들어가 페인트를 칠하기 위해 구해 둔 시너 통을 들고 나와서 뚜껑을 열고 도로 가운데 쌓아둔 잡동사니에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다시 용역회사 직원들이 할아버지를 붙들려고 실랑이를 하다가 차가운 시너가 할아버지의 몸에 뿌려집니다. 할아버지는 젊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무력하고 모욕적으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손에 든 라이터를 당겼습니다. 한강 성심병원에 누워 계신 할아버지는 찾아간 저에게 제발 그냥 조용히만 살게 해달라고 말씀하시며 이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진보신당은 관악구청과 시공사인 경남기업에게 무고한 주민들의 피해를 어떻게 예방하고 수습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할 것입니다. 이 사고와 그 동안에 있었던 밀어붙이기식 공사에 대해 사과를 요구할 것입니다. 시너를 들고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진압’을 멈추지 않았던 행태에 대한 처벌을 요구할 것입니다.

    우리는 또 그 동안 용역회사 직원들의 횡포를 고발하는 증언대회를 개최할 생각입니다. 그들이 무고하고 선량한 주민들에게 퍼부은 욕설을 우리의 입으로 다시 재생하여 기록을 남길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 재개발 현장에서의 비인간적인 행태에 대해 미리 경고도 해야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세입자가 전체 인구의 60%에서 70%에 달하고, 평균 거주기간이 10년이 넘어 모두가 이웃사촌이었던 이 마을 파괴의 현장을 외면하고, 도대체 어떤 새로운 마을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박원순 시장에게 질문할 예정입니다.

    필자소개
    나경채
    정의당 공동대표. 전 관악구의원

    페이스북 댓글